소설리스트

레벨업 하는 식당-256화 (256/330)

# 256

Restaurant 255. 강지한의 기내식

설탕이와 소금이가 낳은 사랑의 결실인 인절미 여섯 마리의 이름은 받아낸 순서대로 첫째부터 달콤이, 새콤이, 짭짤이, 매콤이, 감칠이, 담백이가 되었다.

이름을 보면 알겠지만 네이밍 센스가 단순의 극치를 달리는 것이, 누가 지어줬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강지한이었다.

여섯 마리의 강아지는 목에 차고 있는 각기 다른 색의 끈이 아니면 일반 사람들은 누가 누구인지 모를 만큼 닮았다.

이 인절미들의 얼굴에는 설탕이와 소금이의 미모가 오묘하게 섞여 있었다.

견종의 특성으로는 골든리트리버의 윤곽을 가진 얼굴이긴 한데 입과 귀가 시바견이었다.

그리고 몸통은 영락없이 시바견이었으나 아직 어린 만큼 성장하는 모습을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았다.

여섯 마리의 인절미들은 지금 강지한의 마당에 놀러와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중이었다.

설탕이는 제 새끼들이 노니는 모습을 보며 신이 났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며 새끼들과 함께 놀아주느라 정신이 없었다.

소금이는 조금 떨어진 곳에 엎드려 육아를 도와주는 설탕이를 고마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여덟 강아지들의 주인, 강지한과 예소린은 흐뭇한 시선을 감추지 못했다.

“애들 진짜 예쁘다, 그치?”

예소린이 물었다.

“응. 설탕이랑 소금이 장점만 쏙 빼닮은 것 같아.”

“근데 지한 씨, 얘들 어떻게 할 거야?”

“뭘?”

“다 키울 거야? 아님 분양시킬 거야?”

“아……. 난 당연히 다 키우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나도 그랬으면 좋겠는데 우리 집은 지금 포화 상태라서 아빠가 난감해하시거든.”

“안 그래도 그럴 것 같았어.”

강지한은 근래 설탕이에게 강아지들을 보여주려고 자주 예소린의 집을 드나들었다.

예경천도 이를 딱히 뭐라고 하지 않았다.

워낙 강아지를 좋아하는 데다 강지한 또한 호감으로 보고 있었으니까.

요즘에는 호시탐탐 사윗감으로 노리고 있으니 오히려 한편으로는 흡족할 지경이었다.

“흠. 그래서 말인데, 소린 씨. 이 녀석들 여기서 내가 길러보면 어떨까?”

“지한 씨가?”

“응.”

“그거야 뭐……. 마당도 있고 집도 넓으니 가능하겠지만. 지한 씨 바쁘잖아. 집 비울 때는 어쩌고?”

“그래서 그 문제를 해결해 줄 사람을 어쩌면 구할 수도 있을 것 같아.”

* * *

“네? 강아지 육아 컨텐츠요?”

강지한의 연락으로 그를 만나기 위해 카페를 찾은 유정미가 눈을 크게 깜빡였다.

“응. 어떻게 생각해?”

두 사람은 카페의 테이블에 마주 앉아 있었다.

유정미는 고등학교 때부터 먹방 인터넷 방송 BJ로 활동하는 중이었다.

그녀는 먹는 것을 좋아하는 만큼 강지한의 열렬한 팬이었다.

그래서 강지한이 새로운 식당을 오픈하면 꼭 찾아가서 홍보 방송을 하고는 했다.

성인이 된 지금도 대학 진학은 제쳐 두고 Bj로서의 활동 영역을 늘리기 위해 열심히였다.

먹방 컨텐츠는 잘되고 있지만 스스로 질리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컨텐츠로 시청자들과 소통하고 싶은 욕심 또한 존재했다.

어느 순간부터 구독자와 시청자 수가 늘지 않는 것 또한 컨텐츠의 다양화에 대한 욕심을 부추겼다.

그러던 와중 강지한의 연락을 받았다.

유정미를 만난 강지한은 대뜸 강아지 육아 컨텐츠를 방송해 보면 어떻겠느냐 제안했다.

그녀는 영리한 사람이었다.

강지한이 무엇을 말하는 건지 바로 알아챘다.

“혹시 설탕이 새끼들 성장기를 방송하자는 거예요?”

“응.”

설탕이의 미모에 대해서는 익히 잘 알고 있는 유정미였다.

아울러 그녀 역시 설사모 카페의 회원으로서 설탕이의 팬이기도 했다.

설탕이의 새끼들을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이향숙이 올린 카페의 사진으로 접한 바 있었다.

하나같이 올망졸망한 인절미들의 귀염뽀짝한 매력은 카페 회원들의 어마어마한 성원을 받곤 했다.

제발 부탁이니 새끼들을 분양해 달라 애원하는 이들도 상당했다.

“설탕이 인기 정도면 강아지들 육아 영상을 찍어볼 만도 하죠. 근데 하루 종일 담기는 힘들 거예요.”

“나도 종일 그렇게 하자는 얘기는 아니야. 내가 집을 비울 때만 와서 촬영해 주는 거야. 어때?”

유정미는 강지한이 진짜 바라는 것이 무언지 감을 잡았다.

“그러니까 궁극적으로는 강아지들 돌봐줄 사람이 필요했던 거네요?”

“그렇지 뭐.”

유정미가 헷! 하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한 번 해볼게요.”

“그럴래? 그렇게 해주면 강아지들 봐주는 비용은 따로 처리해서 줄게.”

“저 준다는 돈 마다 안 하는 성격이니까 그냥 받을 거예요?”

“당연히 받아야지. 내가 부탁하는 입장인데. 근데…… 컨텐츠로서는 괜찮은 것 같아?”

“설탕이 지금 세계적인 인기견이잖아요. 어쩌면 이번 컨텐츠는 제 이름이 전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몰라요.”

말미에 주먹을 불끈 쥐는 유정미의 모습이 귀여웠다.

“그렇게 생각해 주면 고맙고.”

“언제부터 시작하면 될까요?”

유정미는 강지한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욱 의욕적으로 덤벼들고 있었다.

“다음 주부터 어때?”

“좋아요.”

그렇게 설탕이와 소금이, 그리고 인절미들의 육아 촬영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 * *

지난 3월 초순 무렵.

그러니까 소금이가 꼬물이들을 출산하고 사나흘이 지났을 시기에, 조정호는 강지한의 집을 떠나 이사했다.

그는 그의 아내 서민정과 아들 서지한과 함께 다시 합쳐서 살기로 합의를 봤다.

하지만 아직 혼인신고도, 서지한을 조정호의 호적에 올리는 일도 하지 않았다.

더 살을 맞대고 살아보다가 정말 합쳐도 괜찮겠다 싶을 때 그러기로 얘기를 마쳤다.

그들은 서로 너무 오래 떨어져 지냈다.

게다가 여덟 해 동안 아빠의 존재를 모르고 살았던 아이까지 있었다.

아직은 셋이 합치기 위한 연습이 필요할 때였다.

설탕이의 새끼들을 강지한의 집으로 옮기기로 한 날, 이른 아침.

강지한이 텅 빈 별채를 보며 중얼거렸다.

“적적하네.”

사람이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티가 나는 법이다.

이 시간에 마당을 나오면 늘 별채 안에서 인기척이 느껴지고는 했다.

그런데 열흘이 넘도록 쥐죽은 듯 조용했다.

별채 안을 들어가 봤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기에 사람이 살고 있었다는 것이 거짓말인 것처럼 적막했다.

강지한은 조금 적적한 마음으로 별채에서 나왔다.

그리고 마당과 집을 찬찬히 훑었다.

“흠……. 나랑 강아지들만 사용하기엔 너무 넓은 공간인데.”

강지한이 세 들어 살고 있는 곳은 땅이 200평에 넓은 옛 건물이 두 채다.

처음에는 김치 담글 공간이 필요했고, 보증금과 세가 싸서 들어왔다.

한데 지금은 이렇게 넓은 공간이 그다지 필요치 않았다.

그렇다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자니 기껏 지어놓은 숙성고가 아까웠다.

잠시 고민하던 강지한의 머릿속에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따악!

손가락을 튕긴 그가 방긋 웃으며 혼잣말을 흘렸다.

“이 집을 사자.”

* * *

강지한은 바로 예경천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를 통해 알아보니 집 주인이 2억 3천에 내놓을 생각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지금 강지한에게 2억 3천 정도는 융통하기 어려운 돈이 아니었다.

강지한은 바로 땅과 건물을 구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에 예경천이 언제나 그렇듯 일을 번개같이 진행했고, 강지한은 곧 건물과 땅을 무사히 구입할 수 있게 될 터였다.

이제 200평의 넓은 공간을 어떻게 사용할지도 강지한의 마음대로였다.

그는 이곳을 식당으로 만들 셈이었다.

* * *

“지한 씨, 이 집 살 거라며?”

소금이와 새끼들을 강지한의 집으로 데려온 예소린의 첫마디였다.

“사장님한테 들었구나.”

“응. 근데 자기. 이런 중요한 얘기들 계속 다른 사람 입 통해서 듣게 만들 거야?”

“미안. 내가 또 무심했네.”

“하여튼 하나에 꽂히면 너무 주변을 못 둘러본다니까. 그건 그렇고. 그럼 앞으로는 지한 씨 집 비울 때마다 정미가 와서 돌봐주는 거야?”

“응. 촬영도 하고.”

“괜찮을까?”

“정미네도 강아지 세 마리 키운대. 어미가 출산하고 분양한 경험도 있어서 능숙하게 잘 돌봐줄 자신 있댔어.”

“아, 그럼 다행이다.”

예소린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나저나 기내식은 어떻게 됐어?”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왔어. 내일 관계자들 찾아가기로 했어.”

“그래, 잘할 거야, 우리 자기는. 그럼 얘들은 다음 주부터 완전히 여기 머무는 거지?”

예소린이 마당에서 뛰어노는 강아지들을 보며 물었다.

“응.”

강지한이 미소 지으며 간단히 대답했다.

* * *

지한 김치가 홈쇼핑에서 대박을 치는 바람에 신푸드의 레토르트 제품들의 판매량도 함께 솟구쳤다.

신장호의 기분이 연일 구름 위를 걷는 것만 같았다.

인경홈쇼핑의 게시판에는 하루에 몇 개씩은 지한 김치의 앵콜 문의에 관한 글이 올라왔다.

그에 얼마 전, 형민욱 피디는 신장호에게 전화를 걸어 앵콜 방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강지한은 언제든 좋다고 허락을 한 상태인데, 앵콜 물량을 조달할 수 있겠냐가 관건이었다.

이번 앵콜 방송은 골든타임으로 잡는 만큼 준비해야 하는 물량도 두 배 정도 많아야 했다.

신장호는 걱정 말라며 호언장담을 했다.

형민욱과의 전화통화를 끝낸 신장호에게 비서가 다가와 말을 전했다.

“사장님, 밤 열시발 비행기에 탑승하시려면 이제 공항으로 출발하셔야 합니다.”

요즘 신장호의 신푸드는 그 이름값이 치솟으며 해외진출의 기회를 얻었다.

그 첫 무대는 바로 중국이었다.

“아, 그래. 민국항공으로 예약했지?”

“네.”

“잘했어. 거기 기내식이 맛이 있다고.”

한에어의 기내식도 나쁜 건 아니지만, 민국항공의 맛은 따라올 수가 없었다.

해서 신장호는 한에어보다 민국항공을 애용하고는 했다.

“한에어도 고객 유치 잘하려면 빨리 기내식을 좀 어떻게 해야 할텐데.”

신장호가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뱉으며 사무실을 나섰다.

한에어가 잘되든 말든 그와는 별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

* * *

프랑스 파리, 샤를드골국제공항으로 향하는 한에어의 기장실.

11시간의 장기 운항 중 허기가 찾아온 기장과 부기장은 첫 식사를 하기로 했다.

그들에게 주어지는 기내식은 퍼스트 클래스 급과 같다.

단, 서로 다른 메뉴를 먹는다. 혹시라도 음식이 잘못되었을 때, 그것을 섭취한 두 사람이 동시에 식중독에 걸린다던가 하면 큰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은 조금 특별한 지시를 하달받았다.

두 사람에게만 다른 기내식 두 가지가 전달된 것이다.

그것은 운항 중인 기내에서 서비스되는 기내식이 아니었다. 새로운 요리사의 손에서 탄생한 신메뉴인데 평가를 부탁한다는 이항기의 부탁이 있었다. 그 새로운 요리사가 누구인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기장이 선택한 건 소불고기와 구운 야채를 곁들인 백반이었고, 부기장은 볶음밥과 닭튀김 도시락이었다.

수준이 딱 이코노미의 음식이었다.

“에효.”

기장이 한숨을 쉬었다. 퍼스트 클래스의 음식이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위에서 까라면 까야지.

“식사합시다.”

기장과 부기장이 시선을 주고 받은 뒤, 별 기대 없이 도시락을 한술 떠 입에 넣었다.

그런데, 입안에서 느껴지는 맛은 예상을 완전히 빗나가고 있었다.

“……!”

“……?!”

기장실에 잠시간의 정적이 감돌았다.

이후로 두 사람은 오가는 말 한마디 없이 음식을 먹어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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