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하는 식당-188화 (188/330)

# 188

Restaurant 187. 지한 식당 분점 오픈!

박동일의 의중은 회사의 이익 같은 것이 아니었다.

오장호의 동영상을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해서 2부 방송을 언급한 것이다.

그는 가슴이 따뜻한 사람이었다.

오장호의 절절한 사연을 듣고 나니 어떻게든 그 아이가 엄마를 찾을 가능성을 높여주고 싶었다.

“……아. 죄송합니다, 대표님. 어떻게든 제가 책임지고 강 셰프님께 촬영 동의 구하겠습니다.”

결국 한 소리 듣고 나서야 박동일의 속뜻을 알아챈 스텝이 뒤로 물러났다.

그러는 사이 천명옥은 노련하게 자리를 정리하고 있었다.

“오늘 오장호 학생의 아픈 사연을 듣고 가슴이 너무 먹먹해지네요. 그래도 두 셰프님의 노력으로 웃음을 선물해 준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소중한 시간 내서 출연해 준 장호 학생에게는 오만 원권 도서 상품권을 선물로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아울러 바쁜 와중에도 게스트로 와주신 두 셰프님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오늘 수고 많으셨어요.”

“고생하셨습니다.”

“수고하셨어요.”

“그럼 ‘무엇이든 만들어 드립니다’ 게스트분들은 이쯤에서 보내드리도록 하고, 지금부터는 제가 여러분들의 가정에서 간편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혼밥 꿀팁 레시피를 알려드리도록 할게요.”

방송 화면에 천명옥의 얼굴이 나오는 사이 세 명의 게스트는 빠르게 세트장 밖으로 빠져 나왔다.

“오늘 많이 배웠습니다.”

카메라를 벗어나자마자 백상준이 강지한에게 말을 걸었다.

“저야말로 많이 배웠습니다.”

“아니요, 아니요. 진심으로 제가 배운게 많습니다. 고급스러운 음식이 무조건 먹는 이의 심금을 울리는 건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감사합니다.”

그렇다는 건 강지한의 음식은 고급스럽지 못하다는 얘기였다.

말속에 뼈가 있음을 눈치챈 강지한이었으나 모르는 척 넘어갔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다음번에 꼭 지한 식당 들를게요.”

“저도 명옥정 들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백상준이 묵례를 하고 주방을 나갔다.

강지한은 자신의 옆에 바짝 붙어 서 있는 오장호에게 물었다.

“장호야, 동생 데리고 바로 아저씨 집으로 갈까?”

“네!”

그때였다.

“저, 강 셰프님.”

프로덕션 이리의 남자 스텝 한 명이 다가왔다.

“네?”

“제가 한 가지 제안 드릴 게 있는데요. 장호 학생이랑 동생에게 크림스파게티 만들어 주는 모습을 방송으로 내보내도 될까요?”

* * *

스텝에게 자초지종을 듣고 난 강지한은 촬영을 허락했다.

하지만 아직 ‘무엇이든 만들어 드립니다’의 촬영이 끝나지 않은 상황.

2~30분 정도 더 진행되어야 모든 촬영이 끝날 터였다.

강지한은 그동안 오장호의 집에 가서 여동생을 데려오기로 했다.

오장호는 강지한의 차 조수석에 타서 능숙하게 길 안내를 했다.

다른 사람의 차에 타보는 경험이 별로 없던 오장호는 은근히 신이 난 모습이었다.

그런데 오장호가 안내하는 길을 따라가다 보니 사농동에 들어서 있었다.

사농동은 강지한이 살고 있는 동네다.

“여기에 세워주세요!”

오장호의 말에 차를 화목원 근처에 세우고서 내렸다.

오장호가 신이 나서 앞장섰고 강지한이 그 뒤를 따라 걸었다. 그는 화목원 도로변 근처에 있는 낡은 옛집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가 우리 집이에요.”

“정말? 아저씨네 집은 바로 저기야.”

강지한이 손으로 몇백 미터 떨어져 있는 곳에 있는 자신의 집을 가리켰다.

“진짜로요? 와, 대박. 완전 가깝네요?”

“나도 깜짝 놀랐다.”

오장호는 감탄하며 낡은 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강지한이 따라 들어가며 물었다.

“집에 아버지는 계셔?”

“아마 계실 거예요. 아빠! 나왔어!”

마당에 들어서자마자 우렁차게 외치는 오장호.

그러자 곧 오래된 저택의 문이 열리며 서른 후반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가 나왔다.

남자는 대단히 깡말랐고 벌써부터 머리에 서리가 하얗게 내려서 본인의 나이보다 훨씬 늙어 보였다.

“장호 왔냐? 어떻게 방송은 잘했…… 응? 누구십니까?”

오장호의 아빠, 오만석이 아들을 반기려다가 갑자기 시야에 들어온 이방인에 깜짝 놀랐다.

“아빠. 나랑 텔레비전에서 본 적 있잖아. 강지한 셰프님.”

“강지한…… 아! 배틀 셰프 나오셨던!”

“안녕하세요, 장호 아버님. 강지한입니다.”

“아아, 영광입니다. 오만석이라고 합니다. 한데 이렇게 유명하신 분이 우리 집엔 어쩐 일로?”

그때 열린 저택의 문 너머로 귀엽게 생긴 여자아이가 고개를 빼꼼이 내밀었다.

오장호의 여동생 오나라였다.

“셰프님! 쟤가 내 동생 오나라예요.”

“안녕하세요.”

갑작스런 오장호의 소개에 오나라가 저도 모르게 강지한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 와중에 오만석은 여전히 이게 어찌 돌아가는 상황인지 몰라 어리둥절해했다.

그에 강지한이 자초지종을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다.

모든 이야기를 듣고 난 오만석이 강지한의 손을 덥석 잡았다.

“아이고. 제 아이들한테 그렇게 귀한 경험 할 수 있는 기회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셰프님.”

“괜찮으시면 아버님께서도 함께 가시죠.”

“저, 저도요? 그래도 될까요?”

의외의 제안에 놀라면서도 은근히 기대하는 오만석을 보며 강지한이 미소 지었다.

* * *

강지한의 거실에는 어느새 생방송을 위한 세팅이 완벽하게 끝나 있었다.

거실 중앙으로는 큰상이 펼쳐져 있었다.

거기에 오만석의 가족과 강지한이 함께 자리했다.

각각의 앞에는 포크와 숟가락, 그리고 앞 접시와 음료수가 세팅되어 있었다.

상 위엔 강지한이 만든 크림스파게티가 큰 접시에 가득 담겨서 놓였다.

마음이 급했던 오나라가 먼저 크림스파게티를 맛보고는 깜짝 놀라 소리쳤다.

“와, 진짜 신기하다. 우리 엄마가 해줬던 거랑 똑같아!”

“그치?”

“그래?”

오만석도 궁금해서 크림스파게티를 먹어보았다.

그런데 그 맛이 정말 자신의 아내가 해주었던 것과 비슷했다.

“하아.”

오만석이 한숨을 뱉었고, 두 아이는 신이 나서 크림스파게티를 먹어댔다.

‘내가 좀 더 잘해줬으면…….’

엄마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음식 앞에서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는 오만석의 마음이 무거워졌다.

아내가 도망가도록 만들어 버린 것은 순전히 오만석의 탓이었다.

왕년의 그는 도박과 술을 좋아했다.

게다가 주사까지 고약했다.

툭하면 술을 마시고 돌아와 도박에서 돈을 탕진해 분한 마음을 그의 아내에게 풀고는 했다.

그러면서 구타 역시 빈번하게 벌어졌다.

결국 그의 아내는 오만석의 곁을 떠나 버렸다.

‘한 번만 더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다시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을 텐데.

지금은 술이라고는 입에도 대지 않는 그였다.

배운 기술이 없어 매일매일 노가다판을 전전하며 두 아이들을 먹여 살리고 있었다.

크림스파게티를 먹는 둥 마는 둥 하던 오만석이 카메라를 바라봤다.

그리고 꽉 눌린 음성으로 뜬금없는 말을 흘렸다.

“정혜야……. 내가 미안했다. 내가 잘못했다. 나 이제 술도 끊고 도박도 끊었다. 나는 용서하지 않아도 돼. 그런데 아이들은 무슨 죄냐. 혹시라도 방송 본다면…… 다시 한 번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 미안하다, 정혜야.”

아빠의 입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엄마의 이름에 크림스파게티를 먹던 아이들의 손이 우뚝 멈췄다.

그리고,

“엄마…… 보고 싶다. 히잉.”

오나라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나도.”

오장호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나…… 엄마 진짜 많이 보고 싶어, 오빠. 흐윽. 흐아아앙.”

“……끄흑. 끅.”

결국 두 남매는 크림소스가 묻은 포크를 든 채 서럽게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고스란히 생방송으로 송출되고 있었다.

* * *

9월 27일 목요일.

추석 연휴는 쏜살같이 지나갔다.

오늘은 지한 식당의 분점이 오픈하는 날이었다.

그런데 오픈 일을 며칠 미루기로 했다.

원인은 지한 식당에 반찬을 파는 시스템이 하나 더 추가되어 버린 데에 있었다.

반찬은 오늘부터 판매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강지영과 강지한은 그로 인해 식당의 운영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관찰할 필요가 있었다.

반찬 판매는 분점에도 그대로 적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 반찬 추가해 주세요.”

“우리도요!”

“반찬 두 개 포장 부탁드리겠습니다.”

“하나 포장해 갈게요.”

강지한의 예상대로 반찬은 불티나게 팔리고 있었다.

반찬의 가격은 기존에 정해놓았던 5,000원에서 1,000원을 더 높인 6,000원에 책정했다.

반찬들을 부족하지 않게 담아주고 싶은 게 강지한의 마음인데, 그러려면 가격을 높이는 것이 불가피했다.

그럼에도 손님들은 가격에 불만을 토로하지 않았다.

요즘 반찬가게를 가봐도 조금씩 나눠 담은 것을 세 팩에 만 원에 팔곤 한다.

거기에 비하면 지한 식당의 반찬은 아홉 가지를 넉넉히 담아주고 있으니 요새 유행하는 말로 혜자스러웠다.

아울러 지한 식당의 반찬 판매 시스템은 두 가지로 나뉘어져 있었다.

기존의 아홉 가지 메뉴가 하나씩 담겨 나가는 ‘모둠 반찬’과 ‘선택 반찬’이 그것이었다.

선택 반찬의 경우는 손님들이 원하는 반찬만 골라서 추가해 먹거나 포장해 가는 것이 가능했다.

다만 이 경우 천 원이 추가된 7,000원을 내야 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가격에 불평을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1,000원을 더 내고 먹고 싶은 반찬을 실컷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 만족스러웠다.

“여기요! 선택 반찬 추가할게요. 고사리 무침이랑 계란말이, 무쌈말이 각각 세 개씩 해서 주세요.”

“선생님~ 여기 선택 반찬 아홉 가지 전부 잡채로 담아서 포장해 갈게요. 호호호. 내일 제산데 잡채 하나라도 편하게 올려야지.”

모둠 반찬과 선택 반찬이 메뉴에 추가되면서 손님들의 주문이 더욱 활발해졌다.

그것은 그대로 매출에 영향을 끼쳤고 지한 식당의 배는 전보다 빠르게 불러오기 시작했다.

* * *

개천절 당일인 10월 3일, 수요일.

드디어 지한 식당 분점이 오픈을 앞두고 있었다.

분점의 휴일은 일요일로 정해서 본점과의 휴일이 겹치지 않도록 했다.

강지한은 강지영을 도와주기 위해서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분점으로 향했다.

그가 홀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주방에서 오늘 쓰일 재료들을 분주히 체크하는 강지영의 모습이 보였다.

분점 역시 본점처럼 오픈형 주방이었다.

“지한아, 왔어?”

홀에서 들려오는 인기척에 강지영이 돌아보고서 인사를 건넸다.

“기분이 어때?”

주방으로 넘어가 앞치마와 모자를 착용하며 강지한이 물었다,

“관 좀 짜줄래? 당장에라도 숨넘어갈 것 같아.”

“너무 긴장하지 마. 잘할 수 있어. 본점에서 하던 것처럼만 하면 돼.”

“그래. 그래그래. 후우우. 정신 차리자, 강지영.”

스스로를 달랜 강지영이 다시 분주하게 움직였다.

강지한도 그녀를 도와 오픈 준비를 해나갔다.

그러는 사이 강지한이 미리 채용한 직원과 아르바이트생들이 하나둘 매장으로 출근을 했다.

오전 10시 55분.

이제 오픈까지 5분밖에 남지 않았다.

“누나, 한마디 해.”

식당의 오픈을 앞두고 강지한이 분점의 실질적 오너인 강지영에게 힘을 실어주려 했다.

“뭐, 저는 딴 거 없어요. 여러분들께서 저를 잘 도와주시면 저는 그 이상으로 도와드릴게요. 지한 식당 분점 첫날입니다. 사고 없이 즐겁게 해봅시다! 식당 오픈할게요!”

강지영의 말이 끝나자마자 홀매니저가 문을 열고 나가 알림판을 Open으로 바꿨다.

이미 식당 앞으로는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홀매니저가 그중 다섯 팀만 안으로 들였다.

이에 강지영이 잔뜩 긴장했다.

반면 강지한은 처음으로 열어보는 분점이라는 것이 격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때였다.

갑작스레 허공에서 폭죽이 터지며 팡파레가 울렸다.

펑! 퍼펑!

빰빠밤빰빠! 빰빠밤빰빠!

[축하합니다. Stage 3. 지한 식당의 목표를 완수했습니다.]

[보상 ‘잃어버린 강지한의 기억 한 조각’이 지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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