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 플레이어-101화 (101/332)

# 101

101. 불러오기(2)

“방법은 단순하다. 몽상의 던전을 개조시켜, 보상을 변화시킨다.”

나와 이드라는 현재 몽상의 던전에 있었다.

민아에게는 지수가 있는 장소를 지키도록 부탁했고, 혹시 만약의 일을 대비해 루크와 창우도 부른 상태였다. 자칫해서 다른 누군가가 공간박리를 깨버리기라도 하면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버리기 때문이다.

“보상을 변화시킨다고?”

“그래. 알다시피 몽상의 던전 내에서는 퀘스트가 주어지지. 보상이 무엇인지는…… 이미 한번 받아본 그대가 더 잘 알 거라 생각한다.”

라플라스의 모래시계를 말하는 건가.

“그걸 내가 던전을 변하시켜 보상을 바꾸는 거다. 퀘스트의 내용은 한지수의 어머니를 데리고 귀환하는 것. 보상도 한지수의 어머니가 되겠지. 과거를 그대로 복사하는 몽상의 던전이니 사실상 과거의 인물을 데리고 현대로 귀환시키는 거라 생각하면 된다.”

“그게 가능한 건가?”

“막대한 포인트가 있다면 말이야.”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신들은 본디 자신의 포인트를 사용하여 서브 퀘스트를 생성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그것을 이용하여 자신의 아바타에게 서브 퀘스트를 줄 수 있었고, 시스템의 검수 하에 정당한 보상을 주는 것도 가능했다.

“……근데 자신의 포인트를 희생해가며 나를 돕는 이유가 뭐지? 나는 너의 아바타도 아닐 텐데?”

하지만 이드라가 나를 이렇게 돕는 이유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던전을 개조시키고 보상마저 변화시킨다면 어마어마한 포인트가 들 게 분명했다.

그럼에도 이렇게 나를 돕는다는 건 ‘신’이라는 존재가 하기엔 이상한 일이었다.

그렇게 묻자 이드라는 뭔 헛소리를 하냐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응?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난 내 포인트 안 쓸 거다.”

“뭐?”

“그대의 포인트로 하는 게 당연하잖나. 설마 양심도 없이 포인트마저 갈취해 갈 생각인 게냐?”

“…….”

“거기다 분명 플레이어에게 정당한 보상, 즉 포인트를 받아야 한다고 분명 말했다만.”

확실히 그런 말을 했었던 것 같다.

워낙 사태가 급격히 진행된 탓에 미처 잊어버렸다.

괜히 무안해져서 시선을 피하자 이드라가 태연히 말을 이었다.

“참고로 던전 개조와 변화에 드는 비용은 10만 포인트다. 보통이라면 불가능한 포인트지만 그대라면 가지고 있겠지?”

“이, 있다.”

당황한 탓에 말을 조금 더듬었다.

씩, 웃는 이드라의 모습을 보니 아무래도 나를 놀리기 위해 이런 말을 유도했던 모양이다.

영악한 녀석 같으니라고.

“보통 10만 포인트가 있다고 해도 이런 걸 해줄 신은 없으니 나에게 감사하거라!”

“감사하고 있어.”

“그럼 됐다.”

고개를 끄덕인 이드라는 정면에 있는 몽상의 던전을 바라보았다.

“자, 일할 시간이로구나.”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천천히 공중에 떠올랐다.

손을 움직이자 허공에 무수한 숫자가 나타났다.

시스템을 움직이는 기적의 자산.

바로 포인트가 신의 힘으로 화하며, 던전의 형질을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외견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나는 느낄 수 있었다.

던전의 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아마 신들에게도 신선한 광경인지 아까보다 옵저버가 한층 늘어 있었다.

파아아!

던전 전체가 밝게 빛나자, 허공에서 연속해서 알람이 울리기 시작했다.

[외계의 간섭으로 몽상의 던전이 변화합니다!]

[몽상의 던전이 ‘몽상의 신전’이 되었습니다!]

[몽상의 신전이 플레이어 김세한에게 귀속됩니다.]

이제 던전이 아니라 신전이다.

신의 힘이 깃들었기 때문인가?

‘나에게 귀속까지 해주다니.’

빛에 휩싸였던 이드라는 천천히 지면에 내려와 나를 보며 옅은 한숨을 쉬었다.

“으음, 역시 절차가 복잡해서 그런지 머리가 아프군. 이거 자주 할 짓은 아니구나.”

“그럼 이제 사용할 수 있는 건가?”

“얼마든지 가능하도다.”

이드라는 이제 신전이 된 몽상의 던전이 썩 마음에 드는지 팔짱을 끼고 응시했다.

“음음. 나의 신전으로 손색이 없구나. 나의 신전이지만 주인은 그대다. 말하자면 신전장이라 할 수 있군.”

“크툴루 신의 신전이라니. 들어본 적도 없다만.”

“그대가 모르는 거지 세계 어딘가에는 있다. 일등이 아니라는 점은 조금 서글프다만 이걸로 만족해야겠구나.”

고개를 주억거린 이드라는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그녀의 주위에 둥근 옵저버가 나타났다. 저건 다른 신들의 옵저버가 아닌 이드라가 직접 조종하는 촬영용 옵저버였다.

저걸 어떻게 신전 안으로 가지고 들어갈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드라라면 어떻게든 할 테지.

‘영상을 편집해서 갓튜브에 올린다고 했나.’

1회차의 이드라에게는 없던 취미다.

왜 그런 취미가 생겼는지는…… 굳이 말해주지 않아도 짐작이 갔다.

몽상의 던전 내에 있던 이드라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녀석은 어떤 방법을 사용했는지는 모르지만 2회차의 이드라에게 정보를 전달했고, 그것이 지금과 같은 상황을 만든 거겠지.

“당장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은 기존 몽상의 던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마 그대가 많은 공물을 바치거나 신도들을 모아준다면 더욱 많은 기능이 활성화 될 게다.”

“생각 없다.”

“매정하구나.”

매정하다고 말하지만 그 얼굴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방긋방긋 웃고 있었다.

나는 그 웃음을 못 본 척 시선을 돌렸다.

“이제 들어가면 되는 거냐?”

“그래. 그럼 자동적으로 한지수의 어미 되는 자가 살아있던 시간으로 이동하게 된다. 그때 내가 그대와 계약해 있을 수도 있고, 되어 있지 않을 수도 있지. 어찌됐든 나는 이곳의 기억을 그쪽의 내게 전생할 테고 그대를 찾아갈 것이다.”

그건 조금 귀찮은 일이었지만 반가운 말이기도 했다.

이드라가 있다면 전승 스킬을 받을 수 있을 테고, 그럼 좀 더 수월하게 일을 풀어갈 수 있을 것이다. 아마 지수의 어머니가 살아 있는 시점의 나는 상당히 약할 게 분명하니까.

이드라는 그렇게 말한 후, 상황을 환기시키듯 경쾌하게 박수를 쳤다.

“자, 설명은 여기까지. 그럼 이제 그대의 차례다.”

그 말처럼 이드라는 자신이 할 일을 모두 끝냈다.

이제 남은 건 모두 내게 달려 있었다.

***

마치 혼백이 끌려가는 기분이었다.

한번 몽상의 던전에 들어왔던 때처럼 나는 몽상의 신전에 입장할 수 있었다.

몽상의 던전과 다른 점이라면 2회차의 내가 지니고 있던 스킬 중 세 가지를 선택해 가져갈 수 있다는 점이다.

단지 내가 지니고 있는 스킬 중 내가 자주 쓰는 스킬 대부분은 장비에 붙어 있는 스킬이거나 카라스로부터 얻은 스킬이라 가지고 갈 수 없었다. 공유 스킬도 마찬가지. 또한 초월의 증명도 안 되니 사실상 남은 건 몇 가지 되지 않았다.

“소음차단과 재생, 그리고 탐사.”

필중이나 결정의 시간도 고민했지만 나는 이 세 가지로 결정했다.

지수의 어머니를 찾기 위해선 아무래도 탐사 스킬을 보유하는 게 좋을 것 같았으니까.

“근데…….”

나는 뻐근한 몸을 일으켰다.

역시 신체는 달라져 있었다. 손을 보면 적당히 굳은살이 박여 있는 손이 들어온다.

흉터는 보이지 않는 걸보면 그렇게 먼 시간대는 아니다.

‘이드라의 말로는 한지수의 어머니가 살아있는 시간대로 이동한 건 확실한데.’

나는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현재 내가 있는 곳은 폐허였다. 무너진 건물과 뿌옇게 솟아오르는 먼지를 보면 영 느낌이 좋지 않았다.

‘언제지?’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이드라의 기척은 없었다.

아직 이드라와 만나지 않은 시점인가?

그렇다면 조금, 아니 상당히 불편했다. 당장 가이드를 해줘야할 녀석이 없으니 그럴 수밖에.

뭣보다 전승스킬이 없는 지금의 나는 상당히 약하다.

전투기술이 있다고 해도 능력치가 상당히 빈약했다.

‘기억을 전송했다고 하니 알아서 찾아오긴 하겠지만.’

당장 시간대가 언제인지 모르니 여간 난감한 게 아니다.

“지금 이 능력치라면 대략…….”

낮은 능력치. 이드라와 만나기 전.

그리고 폐허가 된 서울.

거기까지 생각하자 난 대략 시간대를 알 수 있었다.

“또 1회차잖아.”

예상하기는 했다. 2회차의 과거로 회귀한다면 결국 이미 죽은 한지수의 어머니를 데리고 귀환하게 되는 거니 시스템이 에러로 판단하여 어떤 공격을 해올지 모른다. 하지만 1회차라면 사정이 조금 다르다.

1회차와 2회차의 한지수의 어머니는 같지만 다른 존재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우리에겐 같을지 몰라도 ‘시스템’이 판단하기엔 그럴 것이다.

녀석은 그런 존재니까.

「캬아아아아!!」

몬스터의 포효가 귓가에 울렸다.

나는 부서진 콘크리트 파편에 몸을 숨기며 포효가 들려온 방향을 보았다.

“아오, 이런 씹.”

그곳에는 사람들을 반토막내고 있는 거대한 전갈이 있었다.

서울의 3분의 1이 아작 나고 플레이어들은 괴멸적인 타격을 입었던 사건.

지금은 1회차의 던전레이스가 막바지에 이른 때였다.

‘그렇다면 지금 이 뿌연 건…….’

나는 황급히 숨을 멈췄다.

이건 단순한 연기가 아니었다. 전갈이 뿜어내는 독무였다.

즉, 나는 지금 뒤지기 직전이었다.

‘이러다 바로 죽는 거 아니야?’

이미 약간 독무를 들이킨 탓에 몸이 점점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먼지 속에 섞여서 날아온 탓에 알아차리는 게 늦었다.

‘좀 평화로운 시간대는 없었던 거냐.’

눈앞에 이드라가 있다면 뭐라 말해주고 싶었다.

분명 이번이 처음 사용해 보는 거라 시간대를 조절하는 게 익숙하지 않다고 했지만, 설마 이때로 보낼 줄이야.

‘나중에 만나면 한마디 해줘야겠군.’

나는 겨우겨우 전갈이 있는 장소에서 멀어졌다.

하지만 독무를 조금 마신 탓에 몸 상태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젠장, 해독제도 없군.’

이미 사용한 건지, 아니면 아직 해독제가 나오지 않은 건지 모르겠지만 상황이 좋지는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독무라는 걸 알아채자마자 바로 이동한 덕에 독을 많이 마시지는 않았다는 거다.

물론 일반인이었으면 그것만으로 위험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난 플레이어이니까.

‘우선 탐사스킬로 안전한 곳으로 피해야겠어.’

능력치와 스킬은 전체적으로 이 시기의 나와 같았지만, 거기에 3가지 스킬이 추가되어 있었다.

이드라의 말처럼 2회차의 내가 보유하던 스킬이 제대로 적용되어 있었다.

‘탐사.’

그리 멀지 않은 장소에 몸을 숨길 곳이 있었다.

안전지대는 아니었지만 몬스터를 비롯한 특별한 위험요소는 없어 보였다.

“응?”

근데 탐사 스킬에 뭔가 이질적인 것이 느껴졌다.

움직임을 보면 인간이라기엔 이질적이었지만, 그렇다고 몬스터는 아닌 것 같았다.

그것은 내 주변을 빙빙 돌다가 이내 천천히 자리를 잡고 멈춰섰다.

‘뭐지?’

당장 무엇인지 확인하고 싶었지만 지금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 섣불리 다가가기 꺼려졌다.

혹여나 위장하고 있던 몬스터라면 역으로 당할 위험도 있었다. 그러니 지금은 경계만 하고 상황을 지켜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우선 최우선 목표는 이드라와 합류하는 것이다.

다만 지금이 던전 레이스가 열린 시기라면 나를 찾고 있는 인물들도 있을 것이다.

아마 지금의 내가 따로 떨어져 있는 건 한창 던전에서 능력치를 올리던 도중이라 그럴 확률이 높다.

1회차의 던전 레이스는 지옥과도 같았지만, 내게는 다른 플레이어들을 재치고 나갈 기회를 얻은 때이기도 했다.

다른 이들이 찾지 않는 중간 등급 던전들을 독식하며 포인트를 수급했었으니까.

‘아, 이제야 기억나네.’

혼자 던전을 돌아다니던 도중 두 번째 전갈이 나타났었지.

당시의 나는 당황해서 전갈의 독을 크게 들이키고 말았고,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었다.

‘그 후로 누군가가 구해줘서 루크에게 돌아가긴 했지만.’

당시 루크의 말로는 내가 전갈이 있는 장소에서 동떨어진 곳에 쓰러져 있다고 했었다.

아마 누군가가 쓰러진 나를 업고가다 그곳에 버려두고 간 게 아닐까 추측됐다.

‘솔직히 운이 좋았지.’

만약 나를 구해준 사람이 없었다면 나는 정신을 잃은 채 독무를 삼켜 목숨을 잃었을 확률이 높았다.

“후우. 좀 쉬니 회복된 거 같군.”

나는 주먹을 쥐락펴락하며 어느 정도 몸이 회복된 것을 확인했다.

전갈이 움직이는 소리가 멀리서 들렸지만 당장 내가 전갈과 싸워봤자 무슨 수가 나오는 것도 아니었다.

지금의 나는 2회차의 김세한이 아닌 1회차의 김세한이다.

적어도 제대로 된 무기가 없다면 녀석을 잡을 수 없었다.

“디스토피아가 따로 없네.”

숨어 있던 장소에서 나오자 폐허가 된 서울이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2회차의 멀쩡한 서울이 아닌, 3분의 1이 괴멸되어 버린 도시는 끔찍하기 그지없었다.

‘아마 오늘 내일 안에 저 전갈도 잡게 되겠지.’

당장 루크가 다른 플레이어들을 규합하여 전갈을 습격할 게 분명했다.

다른 한 마리는 3대 길드의 남은 세력들이 잡을 테니 큰 걱정은 없었다.

그러니 나는 루크에게 합류하는 것보단 먼저 해야 할 일을 해결하는 게 먼저였다.

어차피 루크는 내가 없어도 알아서 잘할 터.

혹시 모르니 내가 무사하다는 쪽지는 보내두고 바로 움직이기로 했다.

당장 내게 주어진 시간은 이틀뿐.

몽상의 던전이라면 현실과 시간이 달랐지만, 이건 조금 다른 모양이다.

이드라도 최대한 서둘러서 움직이는 게 좋을 거라고 말했으니 분명하겠지.

‘다음 메인 퀘스트가 시작할 날짜도 얼마 남지 않았고.’

최근 꽤나 긴 시간동안 조용했으니 언제 퀘스트가 시작해도 이상하지 않을 시점이다.

그러니 한시라도 빨리 이 신전을 클리어하고 나가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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