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 플레이어-102화 (102/332)

# 102

102. 불러오기(3)

‘이드라라면 알아서 찾아올 테고.’

나는 퀘스트창을 열어 우선 내게 주어진 퀘스트를 확인했다.

퀘스트의 내용은 이드라의 말처럼 서브 퀘스트의 방식을 갖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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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 퀘스트 : 몽상의 신전 클리어.

플레이어 김세한의 추억을 토대로 구성된 던전.

한지수의 어머니 ‘송채연’을 찾아 던전을 탈출하라.

단, 상대가 스스로의 의지로 당신을 따라야만 한다.

*이 추억 속에서 죽게 되면 현실의 당신도 죽게 됩니다. 주의해 주세요.

난이도 -- 제한시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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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의 던전에서 받았던 퀘스트 내용과는 전체적으로 흡사하다.

다른 점은 난이도와 제한시간이 없다는 점.

그리고 들었던 것처럼 보상은 한지수의 어머니인 것 같았지만 설명이 마음에 걸렸다.

‘스스로의 의지로 당신을 따라야 한다고?’

다른 건 그렇다 쳐도 이 문구가 마음에 걸렸다.

지수의 어머니의 이름을 알게 된 건 이득이었지만, 생각보다 까다로운 조건이었다.

‘한마디로 이 세계를 설명하고 설득하라는 건가.’

이드라야 태평하게 넘겼지만 평범한 인간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설명하기도 복잡할뿐더러 말해봤자 보통은 미친놈 취급을 받을 것이다.

‘끙.’

절로 신음이 흘러나왔다.

하긴 어차피 밖으로 나가면 다시 설명할 일이지.

하지만 조금 자신이 없어졌다.

‘나머지는 우선 찾고 생각하자.’

지수의 어머니인 송채연이 어디에 있는가.

2회 차의 일을 생각하면 지수의 남동생과 있을 확률이 높았다.

당시 머리가 썩은 정도를 생각하면 아직은 생존해 있을 터.

더불어 그믐달에 몸을 담고 있었으니 뒷골목의 세력에 결탁해 있을 확률이 높았다.

즉.

‘더 씬이나 흑천회겠지.’

머리가 아파졌다.

둘 다 2회차에서는 간단히 박살 내 버린 녀석들이었지만 지금의 내게는 까다로운 상대였다.

특히, 이미 상당히 강해져 있을 더 씬의 지배자 김주원은 더더욱 조심해야만 했다.

녀석의 스킬 중 하나인 죽음의 선고는 자신보다 격이 낮은 대상을 일방적으로 죽일 수 있는 스킬.

현재 전체적으로 김주원에게 뒤떨어지는 나로선 치명적인 스킬이었다.

‘되도록 흑천회이면 좋을 것 같은데.’

나는 턱을 손가락으로 쓸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무튼 뒷골목의 정보를 알만한 녀석에게서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

“최근 흑천회나 더 씬에 들어간 플레이어 말입니까?”

“그래, 혹시 뭐 아는 거 있나? 이름은 한현수라고 한다.”

내가 찾은 건 주로 뒷세계에서 활동하는 정보상이었다.

이름은 송수근. 전생에도 익히 들었던 녀석이다.

가벼운 인상처럼 상당히 입이 싼 녀석이지만 현재 내가 접촉할 수 있는 정보상은 이 녀석밖에 없었다.

보통 다른 정보상들은 만나려면 꽤나 절차가 번거롭다보니 만나기 쉬운 송수근에게 정보를 얻기로 한 것이다.

그래도 제법 정보에는 해박한 녀석이라 나쁘지만은 않은 선택이었다.

“으음, 한현수라……, 얼핏 들은 기억이 있긴 합니다. 최근 유망주라고 부르는 플레이어군요.”

“어디지?”

“더 씬입니다.”

하필 더 씬인가.

그렇다면 더더욱 찾기가 힘들어진다. 흑천회의 세력권은 인천에서도 한정되어 있지만 더 씬은 서울 전역에 퍼져 있다.

“혹시 더 씬의 어느 지부에 들어갔는지도 아나?”

“그건 모르겠습니다.”

예상은 했지만 상당히 난감했다.

2회차의 그믐달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큰 세력을 생성하고 있는 녀석들이었다.

당연히 장소를 모른다고 무작정 찾아다닐 수도 없었다.

지수처럼 녀석들을 박살 내고 다닌 플레이어도 딱히 없는데다 현재 전갈들의 일 때문에 견제할 세력도 없다. 3대 길드도 지금 반쯤 아작난 상태지만 정작 더 씬은 그다지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도리어 이 기회를 노려 더더욱 세력을 확장하고 있겠지.

‘그렇다면…….’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혹시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지부가 어디지?”

“거기라면 지도로 알려드리겠습니다. 다만 포인트가…….”

“1천 포인트를 주지.”

“바로 여깁니다.”

포인트를 준다고 말하기 무섭게 녀석은 바로 지도를 내밀었다.

아마 이런 질문을 하리라 미리 생각했던 모양이다.

“고맙군.”

“하하, 아닙니다. 도리어 거래에 감사하죠.”

고작 이런 정보로 천 포인트나 날로 먹었으니 기쁠 만도 했다.

내가 구한 정보는 고작 유망주에 불과한 플레이어의 정보였으니 그럴 만도 하지.

‘그래도 나름 유망주라고 불리던 걸 보면 재능은 있던 거겠지.’

2회차에서 보았던 한현수도 나름 지부장까지 올라간 실력자였다.

물론 지수나 내게는 택도 없이 약했지만.

“그럼 더 물으실 것이 없으면 가도 되겠습니까?”

헤헤헤, 거리며 웃는 송수근의 모습에 나는 미약하게 고개를 끄덕이다 입을 열었다.

“아니.”

“예?”

녀석은 내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아직도 물어볼 것이 남아 있냐는 얼굴이다.

물론 물어볼 건 없었다.

다만 녀석을 이대로 보내줄 생각은 없었다.

서걱!

나는 인벤토리에서 검을 꺼내 그대로 검을 수평으로 휘둘렀다.

의아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던 녀석의 머리가 그대로 잘려나갔다.

워낙 갑작스런 기습에 제대로 반응하지도 못한 것이다.

데구르르, 바닥에 굴러가는 녀석의 머리를 보며 나는 말했다.

“아무래도 보내주면 바로 더 씬에 말할 것 같았거든.”

만에 하나라도 그렇게 한다면 나로선 조금 귀찮아진다.

거기다 전생에 듣기로 송수근이라는 녀석은 그런 행동을 자주했던 모양이니 나로서도 거리길 것 없는 선택이었다.

‘뭐, 2회차에는 잘 살아 있을 테니까.’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송수근은 지수와 자운이 암천 길드에서 맞부딪쳤던 날 죽었던 모양이다. 당시 철마와 만나고 있었다던가.

당연히 지수의 손에 아작 나서 죽었으리라.

어찌 보면 참 운이 없는 녀석이었다.

***

나는 곧바로 송수근이 지도에 표시했던 지역으로 이동했다.

장소는 다름 아닌 홍대였다.

이전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만한 번화가였지만 지금은 폐허가 되어버린 장소였다.

길도 좁고 복잡한 탓에 더 씬이 차지하기엔 안성맞춤이었던 모양이다.

‘슬슬 이제 이드라가 올 때가 됐는데.’

나는 현재 더 씬 소속의 플레이어들이 돌아다니는 것을 숨어 지켜보고 있었다.

까마귀의 눈이 있었다면 편했겠지만, 안타깝지만 지금의 나는 까마귀자리의 플레이어가 아니었다.

‘탐사.’

우선 최대한 근처의 플레이어들을 피해 움직였다.

소음차단 스킬로 기척을 죽이고 이동하며 탐사를 사용해 위치를 파악하고 움직이니, 답지를 보고 미로를 찾는 것처럼 편했다.

‘또 있네.’

나는 탐사 스킬에 느껴지는 수상한 기척에 인상을 찡그렸다.

상당히 떨어져있는 탓에 탐사 스킬을 사용하지 않으면 알 수 없었다.

‘누구야?’

몬스터는 아니다.

아무래도 플레이어인 것 같았다.

문제는 1회차에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없다는 점이었다.

‘몽상의 신전을 이용하며 뭔가 달라졌나?’

그런 생각도 해봤지만 확실치 않다.

애초에 나는 1회차에 탐사 스킬을 이때 지니지 않았다.

당연히 누가 쫓아오고 있다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지.

당장 감이 예민해진 지금의 나도 탐사 스킬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전혀 눈치 못 챌 정도였다.

“이런 내가 늦었구나.”

탐사 스킬에서 느껴지는 기척에 집중하고 있자, 언제 왔는지 이드라가 말을 걸어왔다.

녀석은 옵저버가 아닌 인간의 형상을 갖추고 있었다.

“늦은 것도 늦은 거지만 하필 전갈이 앞에 있을 때로 시작점을 잡은 이유가 뭐냐?”

“흠. 말했다시피 아직 익숙하지가 않다. 지금 늦은 것도 이 세계의 나와 기억을 동기화시키느라 늦었던 거니까.”

무슨 클라우드 드라이브도 아니고 그런 게 되는 건가.

“우선 나를 아바타로 삼아줬으면 해.”

“그건 문제없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신의 아바타가 되었던 알림이 귀에서 들렸다.

더불어 이드라의 전승스킬인 ‘허수 공간’이 스킬창에 생겼다.

그것을 보자 조금 안도할 수 있었다.

적어도 이게 있으면 웬만한 플레이어들은 순살 시킬 수 있으니까.

“그나저나 오다가 신기한 걸 봤다.”

“신기한 거?”

“기존의 나는 좀 더 이후에 만나서 몰랐다만, 그 여자는 이 시점에선 아직 살아 있었구나.”

“그 여자? 누구를 말하는 건데?”

혹시 지수의 어머니인 송채연을 말하는 건가. 하지만 이드라의 표정을 보면 아무래도 그건 아닌 것 같았다.

“그대도 분명 느끼고 있을 터다. 이 근처에 이상한 기척이 느껴지지 않던가?”

“맞아. 그런데 도통 모르겠더라고,”

“모르겠다고? 후후, 그렇군. 그대도 몰랐구나. 아무래도 이때 그녀는 아직 살아 있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말해도 도저히 짐작 가는 인물이 없었다.

하지만 이어진 이드라의 말에 나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한지수 말이다. 이성이 느껴지지 않는 괴물 같은 모습이었다만…… 뭔가 이유가 있는 거겠지.”

왜냐면 이미 죽고 없어야 할 지수의 이름이 거론됐기 때문이다.

***

1회차에 한지수가 죽은 건 게임이 시작된 직후다.

달려드는 고블린에게 내가 죽기 직전, 한지수는 대신 그 칼을 맞았으며 나에게 도망가라 외쳤다.

나는 지금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고블린의 녹슨 검이 지수의 가슴에 박히던 순간을.

“잘 생각해 봐라.”

이드라는 말했다.

“어쨌든 그 아이가 검에 찔린 건 게임이 시작된 직후이지 않느냐?”

“그렇지.”

“그럼 천살성 스킬은 이미 생겼을 거다. 너도 알 것이다. 천살성을 가진 인간이 얼마나 질긴 존재인지.”

잘 알고 있다.

당장 오늘 지수와 싸우며 경험하지 않았던가.

물론 지금의 지수는 재생 스킬에 내가 준 VIP 브로치를 비롯한 회복용 장비를 몸에 장비하고 있었다. 그러니 사실상 반불사신이나 마찬가지인 영역에 이른 것이다.

‘심장이 파괴되어도 재생했을 정도니.’

지수의 말처럼 머리가 완전히 파괴되지 않는 한 죽지 않으리라.

“이드라, 즉 네 말은 1회차의 한지수는 사실 그 시점에서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는 거냐?”

“나는 그렇게 밖에 생각할 수 없구나. 오면서 직접 봤으니 말이다.”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정말 지수는 살아 있었던 걸까?

말이 안 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천살성 스킬이 있었다면 어찌어찌 생존했을 수도 있다.

나는 지수의 숨이 완전히 끊어지는 걸 확인한 건 아니었으니까.

‘그렇다면 왜지?’

대체 내 주변을 맴돌며 다가오지 않은 이유가 뭐야.

아니, 애초에 나를 따라다닐 이유가 있나?

1회차의 나는 2회차처럼 지수에게 파티를 제안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의지가 되는 대상도 아니었다.

‘여기서 대략 40미터쯤 떨어진 장소에 있군.’

어쨌든 망설일 필요는 없었다.

1회차의 지수가 정말 살았었는지, 아니면 이드라가 잘못 본 건지도 직접 확인해 보면 될 일이다.

“피하네?”

문제는 내가 가까이 다가가려 하자 주춤거리며 물러서기 시작한 것이다.

계속 탐사스킬을 사용하며 지수를 뒤쫓아 갔지만 그때마다 한지수로 추측되는 존재는 나를 피해 도망쳤다.

이쯤 되자 나도 오기가 생겼다.

오냐, 어디 도망칠 수 있으면 도망쳐봐라.

소음차단 스킬을 사용하고 숨을 죽였다.

거리가 거리인 만큼 상대도 나를 시각만을 이용하여 파악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 몸을 숨기고 최대한 은밀하게 움직인다면 상대도 혼란스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나를 피해 움직이던 상대의 움직임이 멎었다.

대신 갑자기 기척이 사라진 나를 찾는지 우왕좌왕하는 기색이 느껴졌다.

원래 1회차의 나라면 좀 더 후에나 할 수 있는 플레이다.

이때의 나는 루크에게 여러 기술을 배우는 와중이었지만 이런 깔끔한 은신은 할 수 없었다.

이미 본래의 목적지에서는 조금 멀어졌지만 그래도 상관없었다.

‘저게 한지수?’

근처는 부서진 건물 파편이 널려 있어서 몸을 숨기기 용이했다.

콘크리트 더미에 몸을 숨기고 ‘그것’을 확인하자 나는 눈을 찡그릴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만 봐서는 전혀 모르겠는데.’

내가 지수의 외모를 못 알아볼 리가 없다 생각했지만, 솔직히 확신하기 힘들었다.

그만큼 내가 보고 있는 건 애초에 인간의 행색이라고 하기도 뭣했다.

긴 머리는 산발이라 마치 짐승의 털 같았고, 대충 몬스터의 가죽을 뒤집어쓴 건지 넝마가 된 무언가를 몸을 가리고 있었다. 얼굴도 시커멓고 피로 얼룩져, 제대로 된 얼굴을 확인하기 힘들었다.

인간이라기 보단 야생의 짐승이나 몬스터 같은 모습이었다.

심지어 움직일 때도 두 발이 아닌, 네 발로 기어 다니니 더더욱 기괴했다.

‘이성이 느껴지지 않는 괴물…….’

정말 이드라의 설명이 딱 들어맞았다.

아마 저 광경을 본다면 누구라도 그렇게 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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