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2
82화. 영웅은 요구받는다 (2)
놀랐다. 하지만 거절할 이유는 없다.
공원에서 밤이슬은 맞는 것에 비하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나는 당장에 고개를 끄덕였고, 메르키가 중얼거렸다.
“저 여자도 똑같닥, 똑같앗! 까악까악!”
이상한 소리를 해 댔다. 아무래도 이번 일로 상심이 큰 모양이었다.
“그럼 따라와요.”
이라호드는 메르키를 무시했다.
메르키에겐 약간 미안하지만, 내가 어찌해 줄 수 있는 게 아니다.
녀석이 소금을 뿌리며 외쳤다.
“다시는 오지 마랏!”
“또 오지.”
“까아아악! 오지 말라고옷!”
저렇게 말은 해도, 다음에 또 오면 반겨 줄 걸 안다. 다음에는 선물이라도 사 들고 와야겠다.
* * *
이라호드의 뒤를 따라 거리를 걸었다.
익숙한 투기장 근방을 벗어나 조용한 거리로 접어들었다. 가게가 줄어들고, 어린아이가 꽤 많이 보였다.
멀리서 보기만 하던 높은 탑들이 줄지어 서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음?”
싸하다.
내 콧소리를 들었는지, 이라호드가 돌아봤다.
그녀가 고개를 갸웃한다.
“왜 그래요?”
“으음, 발키리들은 모두 탑에 사나?”
탑은 보통 처벌하기 어려운 죄인을 가두는 곳이다. 아니면 치부를 숨기는 곳이거나. 그러고 보면, 얼마 전에 만난 시구르드의 연인이 떠올랐다.
“브륀힐트가 탑에 갇혀 있었다는 건 알았지만…….”
그녀는 죄인이었다. 오딘의 명을 거역한 죄인.
이라호드도 뭔가 죄를 지은 걸까?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
이라호드가 피식 웃었다.
“여긴 탑이 아니라, 아파트예요.”
“아파트?”
생소한 단어다.
이라호드가 어깨를 으쓱였다.
“발키리잖아요? 아파트 정도에는 살죠.”
“…발키리와 그, 탑이 무슨 관계가 있는지 잘 모르겠는데…….”
“발키리는 전문직이에요.”
이라호드가 살짝 으스대며 말했다. 발할라에는 성공의 척도가 셋 있다고.
가장 먼저 공방제 명품.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 비싼 공방제 명품을 살 수 있다면… 대단한 전사라는 의미겠지.”
비다르 같은 이상한 경우가 있긴 하지만, 그 비다르 역시 발할라에서 말하는 ‘성공’에 빗대 보면 성공한 축이다.
발할라의 ‘성공’은 ‘많은 황금’과 똑같은 의미다. 오딘을 아버지로 뒀으니 황금에 부족함은 없었을 터.
태어나면서부터 성공한 놈이다.
이라호드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가 이동 수단이에요.”
“이동 수단?”
“마차나 말요. 혹은 마법 양탄자. 아니면 이런 거.”
이라호드가 슬쩍 제 등을 보이며 청동 날개를 휘적거렸다.
그 역시 이해된다.
오딘께서는 슬레이프니르라는 다리 여덟 달린 말을 타고 다니시고, 토르께서는 무한히 부활하는 염소가 끄는 전차를 타고 다니신다. 헬께서도 소리 없는 마차를 가지고 계시지 않으신가?
대단한 분들은 모두 대단한 탈것을 가지고 계신다.
“개중에서도 하늘을 날 수 있는 게 최고죠.”
호기심이 피어났다.
“보통 사람들도 하늘을 달리는 슬레이프니르 같은 말을 살 수 있나?”
그럼 한 마리 정도 갖고 싶은데.
이라호드가 고개를 저었다.
“어렵죠. 비싸고요.”
혀를 내둘렀다.
“…팔긴 판다는 거군.”
“네, 올림포스에서 가장 많이 수출하는 품목이 페가소스인 걸요. 저기 봐요.”
이라호드가 가리키는 손가락을 따라 고개를 들자.
날개 달린 말이 허공을 가로질렀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광경이다.
“그렇긴 해도, 올림포스 물건을 사고 싶진 않은데…….”
“살 수 있느냐의 문제가 더 크죠. 뭐, 혈통 나쁜 페가소스가 3~4억 크로나 정도 하니까요. 그래서 성공의 척도로 쓰이는 거구요.”
3~4억이라니.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그리고 마지막이 단독주택이나 고급 아파트예요. 발할라는 땅값이 엄청 비싸니까요. 자기 소유 집이 하나라도 있으면 중산층이죠.”
명예는 어디로 간 걸까?
이 발할라는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성공이라는 게 죄다 황금이니, 영 기분이 나쁘군.”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아무 데서나 하면 속물이라고 욕먹어요. 그런데 사실 다들 알고 있는 이야기거든요.”
이라호드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고요.
“심지어 간혹 가다가… 음, 어디 보자.”
이라호드가 서마터폰이라는 물건을 쓰다듬으며 뭔가 했다.
그리고 내게 그걸 내밀었다.
[칼럼) 무기 한 자루에 5억 크로나? 배금주의, 이대로 괜찮은가!]
글자가 촘촘하다. 눈살을 좁힌 채 글을 읽었다.
기괴한 단어들이 많이 나왔지만, 대충 알아볼 순 있었다.
비다르가 가지고 나왔던 보석 박힌 칼의 가격이 5억 크로나라며, 염려하는 글이었다.
“황금을 경계하는 사람도 있기는 하군.”
“글쎄요.”
이라호드가 어깨를 으쓱였다.
“"이 칼럼을 쓴 사람은 명품 만년필 제조 공방인 몬블란트 단골이에요.”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이라호드가 처음 내게 한 말이 딱 맞다.
이곳은 황금으로 돌아가는 곳이다.
“…마법으로 정말 시간을 되돌릴 수는 있는 건가.”
문득, 시구르드의 말이 떠올랐다.
-잊지 마라.
잊으려 해도 잊을 수 없는 이야기다.
* * *
아파트라는 탑은 막사에 가까운 곳이었다.
수많은 사람이 방 한 칸에 사는 그런 곳. 물론 방이 한 칸은 아니었지만.
저녁을 먹고 나니, 조금 졸리기 시작했다.
“목욕물을 얻을 수 있을까?”
“아, 씻게요? 씻는 건 화장실에서 하면 돼요. 옷은?”
“씻으면서 같이 빨면 되겠지.”
내 말에 이라호드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전에 사 둔 옷이 있으니까 그걸 입어요.”
“…음. 내가 체구가 큰 편이 아니라곤 해도, 네 옷은 좀…….”
이그나르나 토르손 같은 거구에 비하자면 왜소한 체구다.
그래도 다른 이들에 비하면 큰 덩치다. 나 스스로는 전사다운 몸이라 생각하는데.
“누가 내 옷을 주겠대요? 댁 사이즈니까 걱정 말아요.”
“…혼자 사는 게 아니었나?”
깜짝 놀라 묻자, 이라호드가 인상을 와락 구겼다.
“전에 그 악령이 깃든 몸을 누가 돌봐 줬는지 잊었어요?”
“…이 녀석이 혼자 옷을 갈아입을 수 있나?”
슬쩍 건틀릿을 쓰다듬자, 끼잉끼잉-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고 보니 전에도…….
“아무튼! 씻기나 해요!”
이라호드가 내 등을 떠밀었다.
욕실에 던져진 나는 고민에 빠졌다.
“…물이 어딨는 거지?”
고개를 갸웃하고 이리저리 살폈다. 그리고 물을 찾아냈다.
“물 항아리를 흰 덮개로 덮어뒀군. 바가지로 이 물을 퍼서 쓰면 되는 건가?”
마법으로 채워지는 사기그릇인지, 아래쪽에 구멍이 뻥 하니 뚫려 있다. 바닥과 딱 달라붙어 들어 올릴 수 없는 구조다.
하여튼, 이놈의 발할라는 온갖 신기한 게 많다니까.
나는 바가지를 들었다.
* * *
다행히 오디슨이 변기 물로 몸을 씻는 일 없었다.
혹시나- 하고 오디슨을 살피러 온 이라호드가 샤워기의 사용법을 일러 준 덕이다. 대체 왜 목욕하겠다는 사람을 살피러 왔는지는 수수께끼였지만.
“졸리는군.”
아직은 밤이라기에는 이른 시간이었다. 저녁과 밤의 중간쯤 되는 시간.
하지만 오디슨은 옛날 사람이다. 날이 어두워지면 잠을 청하는 사람.
이라호드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벌써 졸려요?”
“으음… 아무래도 훈련을 하지도 못하고 하니…….”
“여기에서 쿵쾅거리면 아래층에서 바로 올라올 거예요. 졸리면 그…….”
이라호드가 말을 하다 말고 생각했다.
이 집에는 침대가 하나뿐이다. 그리고 그 침대에 오디슨을 끌어들이면?
“꿀꺽.”
그녀가 침을 삼켰다.
어렴풋이 남자를 집으로 데려온다는 게 그런 의미라는 걸 알았지만, 새삼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이라호드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오디슨이 고개를 갸웃했다.
“왜 그러지?”
“어, 으, 그게…….”
“침실은 저쪽인가?”
오디슨이 슬쩍 묻자, 이라호드가 깜짝 놀랐다.
“네? 아니, 갑자기 침실은 왜……?”
“침대가 싫은 건가?”
“그, 그게 무슨 소리예요?”
이라호드의 목소리가 떨렸다.
오디슨이 피식 웃었다.
“서서 하는 거나 바닥에서 하는 걸 좋아하는 여자들도 있었으니… 걱정할 것 없다.”
“어, 어어……?”
오디슨이 부드럽게 손을 뻗어 이라호드의 손목을 낚아챘다.
이라호드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어버버- 입을 벙긋했다.
“걱정 마라. 아프게 하지 않지.”
“아니, 잠깐……!”
이라호드는 어느샌가 오디슨에게 와락 안긴 상태였다.
그의 우악스러운 손이 허벅지부터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짜릿한 감각과 함께 소름이 쫙 돋았다.
‘너무 빠른 거 아냐?’
이라호드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리고 그녀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짓을 했다.
휘익! 쿵!
입을 들이미는 오디슨을 넘어뜨렸다.
“…음?”
오디슨이 거실 바닥에 쓰러진 채 눈을 끔뻑였다.
이라호드가 꽥 소리쳤다.
“소파에서 자요! 이 변태!”
쾅! 이라호드가 제 방문을 굳게 닫았다.
오디슨은 멍하니 닫힌 문을 보다 머리를 긁적였다.
“…진짜 그냥 잠만 자고 가라는 건가? 보통은 안 그렇던데.”
오디슨이 어깨를 으쓱였다.
여자라면 많이 겪어 봤다고 생각하지만, 언제나 여자는 어려웠다. 그는 주섬주섬 자리에서 일어나 담요를 집어 들었다.
소파에 누웠다.
“훈련장에서 자는 것보다는 훨씬 낫군.”
피식 웃은 오디슨이 눈을 감았다.
잠들기 전 수많은 상념이 그를 스쳤다.
‘헬께서는 바쁘신가? 한 번쯤 찾아오시리라 생각했건만…….’
역시 그분이 자신을 총애한다는 게 착각이었던가?
헬과 니플헤임에 대한 생각은 곧 다른 곳으로 번졌다.
니플헤임, 그리고 찌꺼기. 그리고 삼촌.
“흐음…….”
오디슨은 어머니와 삼촌, 그리고 부족민이 모두 함께하던 날을 꿈꿨다.
행복하지만 슬픈 꿈이었다.
* * *
오디슨의 생각과 달리, 헬은 그리 바쁘지 않았다. 물론 바빴지만, 병문안도 못 갈 정도는 아니었다.
그저 그녀는…….
[오디슨 퇴원! 에이르 병원 측 ‘큰 이상은 없어’]+12
“후우. 내가 미쳤지.”
부끄러웠다.
헬이 오디슨에 대한 기사를 읽으며 인상을 구겼다.
기사 아래 달린 댓글들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온갖 여자들이 추파를 던지고 있었다.
강글로트가 어휴- 한숨을 쉬었다.
“아니, 그때는 앞뒤 안 가리고 가서 세스룸니르를 완전 얼음으로 만들어 버리시더니… 이제 와서 또 이러시면 어떡해요?”
“…프레이야, 그 입 싼 년이 여기저기 소문을 퍼트렸을 텐데. 대체 오디슨을 어떻게 봐야 할지.”
차라리 이전 오디슨이 자신을 총애하느냐 물었을 때 그렇다고 대답했다면? 그때는 잡아떼고서 이제는 내 남자?
‘미쳤다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헬이 제 손톱을 잘근잘근 씹었다.
강글로트는 답답함에 익숙해졌다. 이렇게 하겠지- 하는 기대를 접으면 답답하지도 않았다.
“머뭇거리다가 세 번째가 될지도 몰라요.”
“…세 번째라니.”
헬이 입술을 깨물었다.
안 그래도 크레네의 메시지 애플리케이션 프로필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크레네][오디슨♡]
오디슨과 팔짱을 끼고 찍은 사진을 떡하니 걸어 두다니.
‘다른 누가 오디슨과 이 님프가 사귀는 줄 알면 어쩌려고!’
뭐, 올림포스에서 망명해 온 크레네는 발할라에 친구라고 할 법한 사람이 없었기에 별문제는 없었다.
헬이 답답함에 이마를 감싸 쥐었다.
그때, 틀어 둔 TV에서 그냥 넘길 수 없는 이야기가 나왔다.
[발할라 스캔들! 단독 특종입니다. 병원에서 퇴원한 오디슨 님, 어디로 가나 했더니?]
헬의 눈이 커졌다.
모자이크된 여자의 모습이 굉장히 낯익었다. 호리호리한 체형 하며, 반짝이는 금발까지. 그녀가 오디슨의 손을 잡아끌며 아파트로 들어가는 모습이 자료화면으로 나왔다.
“으득!”
헬의 눈이 번쩍였다.
강글로트가 고개를 휘휘 저었다.
“여왕님, 이거 기억하세요.”
“음?”
“사랑은 누가 먼저 쟁취하느냐가 아니에요.”
헬이 고개를 갸웃했다.
조금 전까지 세 번째가 어쩌니 했던 강글로트다. 그런데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강글로트가 진지하게 말했다.
“누가 마지막에 움켜쥐느냐의 싸움이라고요.”
헬이 탄성을 내뱉었다.
그 말이 맞았다.
하지만 헬의 눈은 손가락에 낀 반지에 집중되어 있었다. 마지막에 쟁취한 자가 승자라고 해도, 역시 욕심을 어쩔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음?”
반지는 변함이 없었고, 오디슨은 잠을 자는 모양이었다.
헬이 눈을 끔뻑였다.
“진짜 그냥 잔다고? 뭐지? 자기과시?”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 * *
이라호드 역시 그랬다.
‘내가 왜 그랬지?’
드르렁, 쿠울.
거실에서 은은하게 들려오는 오디슨의 숨소리.
잠든 게 분명하다. 이라호드가 입술을 짓씹었다.
‘문도 안 잠갔는데! 그냥 자?’
어이가 없었다.
저걸 지금이라도 깨워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아닌가.
전자는 너무 부끄럽다. 하지만 후자는 기회를 그냥 날리는 셈이다.
아까부터 계속 부릉부릉- 핸드폰이 울리는 게, 크레네와 헬이 자꾸만 메시지를 보내는 모양이었다. 무시했다.
이라호드는 지금 메시지를 읽을 정신이 없었다.
‘…물어볼까?’
누구한테? 발키리 학교의 동기들? 아니면 선배 발키리들?
부끄럽다. 게다가 이라호드는 그리 사교성이 좋은 편이 아니었다.
‘괴르? 아니, 걔가 잘 안다는 보장도 없고, 걔가 보통이라는 보장도 없어.’
이럴 때는 역시나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최고다.
이라호드는 신계 연맹 커뮤니티에 접속했다. 그렇다고 커뮤니티 메인에 묻기는 좀 부끄럽다. 그쪽은 실명제니까.
소모임으로 갔다.
\
[프리키리 소모임]
[작성자: 라라러브]
[제목: 님들, 저 지금 집에 남자 데리고 왔는데요…….]
[잘 곳이 없대서 델고 왔는데… 당연히 같이 자려고 해서 소파에서 자라고 했거든요? 근데 진짜 소파에서 잠ㅠㅠ 어떡하죠?]
반응은 싸늘했다.
익명 게시판답게 관심을 끌어 보려 온갖 헛소리를 던지는 이들이 넘쳐났고, 개중에서도 성적인 이야기는 언제나 관심 수급에 효과가 좋았으니까.
소모임 이용자들은 거기에 만성이 되었다.
“…씨.”
댓글이 안 달린다.
이라호드가 입술을 삐죽일 때, 댓글이 달렸다.
그녀가 황급히 게시글을 열고 확인했다.
[미래글래스: 여자인 척하지 마셈 ^^ㅗ]
“아니, 이게 무슨 개소리야? 내가 여자인 거 이 게시판 사람들이 다 아는데!”
이라호드가 발끈해서 댓글을 달았다.
[라라러브: ㄴ나 여자 맞거든?]
[미래글래스: 여자가 프리키리 보는 소리 하넼ㅋㅋㅋㅋㅋ]
[라라러브: 네, 안경이나 좋아하는 변태님^^]
[미래글래스: ㅉㅉ 한심하긴. 안경이 좋은 것도 모르고… 라라? 걔 그냥 병풍 아님? 주인공인 척하다가 조연한테 다 밀림 ㅋㅋㅋㅋ]
이라호드가 까득 이를 악물고 반박 댓글을 달았다.
반박에 반박, 그리고 이후에는 그냥 서로가 좋아하는 캐릭터를 비난하는 식으로 번졌다.
존재감 없는 주인공 VS 이상한 어미를 쓰는 안경 캐릭터.
이상하게 번진 싸움의 끝은…….
[얘들아, 아침이다. 출근해야지.]+1
“…씨이.”
아침이 밝아오며 끝이 났다.
결국, 밤 동안 이라호드의 방문이 열리는 일은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라호드의 핸드폰이 크게 울렸다.
“긴급 호출?”
이라호드의 이마가 찌푸려졌다.
* * *
올림포스의 치안 유지는 영웅들이 모인 자경단에서 한다. 그에 고문역으로 아테나가 붙어 있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고문. 대부분 안건을 영웅들이 알아서 처리한다.
최고 책임자는 영웅 중의 영웅이자, 영웅신으로 격상된 헤라클레스.
그는 자신을 찾아온 오디세우스를 쳐다보았다.
“그래서… 뭐? 승부 조작에 대한 건 찾았나? 하아아암.”
간밤에 잠을 못 잤는지, 눈가가 거뭇하다.
오디세우스는 헤라클레스의 심드렁한 반응에 가슴팍을 탕탕 쳤다.
“아니, 그러니까 지금 승부 조작이 중요한 게 아니오! 내가 하계에서 뭘 발견했는지 상세하게 보고서를 올리지 않았소?”
“아… 어제는 좀 긴급한 일이 있어서 제대로 못 봤지. 하계에 잠깐 다녀온 걸로 수십 장이나 써서 내면 어쩌란 건가? 세 줄 요약 모르나?”
오디세우스가 푸- 한숨을 내쉬었다.
“오디슨, 아니 그 개자식이 대체 무슨 짓을 했는지 압니까?”
“으음? 무슨 짓이라니?”
“판도라! 판도라를 빼돌린 게 그놈이에요! 게다가 그놈이 바로 날 사칭하고 델로스 섬 주민을 살해했다고요! 개중에는 무려 제우스 님의 신관도 있습니다!”
사건이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