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그 오브 발할라-81화 (81/208)

# 81

81화. 영웅은 요구받는다 (1)

목이 탔다.

“…으음.”

인상을 찌푸리고 눈을 떴다. 눈이 부시다.

뿌연 광경 속, 크레네가 보였다.

“일어났어요? 물 줄까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건네는 물은 달고 시원했다. 전신에 활력이 스며드는 느낌에 후우- 한숨을 내쉬었다.

에이르 신전인가? 오랜만에 신세 지는 곳이다.

“시간이 얼마나 지난 거지?”

“하루요.”

하루? 하루 만에 몸 상태가 이렇게 좋아졌다고?

놀라 크레네를 보자, 그녀의 눈 밑이 거뭇했다. 화장으로 가려 보려 한 모양인데, 원래 화장을 잘 안 하던 크레네다.

엉성하다.

“…미안하다, 크레네.”

“눈치챘어요? 그리고…….”

크레네가 내 볼을 살짝 꼬집었다.

그녀가 빙그레 웃으며 말한다.

“미안하긴요, 그냥 고맙다고 하면 되는걸.”

나도 웃음 지었다.

부드럽게 그녀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졌다.

“그래, 고맙다.”

“말로만?”

삐죽 입술을 내미는 모습이 귀엽다.

크레네에게 입을 맞추려는 순간,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문이 열렸다.

“…누군 이리저리 돌아다니느라 바빠 죽겠는데… 팔자 좋네요?”

이라호드가 눈썹을 씰룩였다.

크레네가 볼을 붉히고 황급히 물러섰다. 이라호드가 크레네를 찌릿 째려봤고, 나는 헛기침을 했다.

말을 돌리자.

“그 상자는?”

혹시 먹을거리인가? 안 그래도 배가 고팠는데…….

이라호드가 흥- 콧방귀를 뀌고서 내게 상자를 던졌다.

덜컥!

꽤 단단한 소리가 났다. 먹거리는 아닌 모양이다.

살짝 실망이다.

“…배가 고픈데.”

“그래요? 식사 가져다 달라 할게요.”

후다닥- 크레네가 병실을 나섰다.

아무래도 입을 맞추려다 들킨 게 부끄러워 도망치는 모양새다.

킥킥 웃자, 이라호드가 입술을 삐죽이며 말했다.

“열어 봐요.”

“…흐음?”

상자 안에는 신발이 한 켤레.

낯익은 물건이다.

“이건?”

바로 어제 봤던 거니까 당연한 일이었다.

여러 가지 재질을 가진 가죽들을 이리저리 붙여서 만든 멋진 신발이다. 비다르가 운영하던 신발 회사도 이런 모양으로 만들었다면 훨씬 나았을 텐데.

그런데 이걸 왜? 설명이 필요했다.

이라호드를 바라보았다.

“결투 보상이에요.”

“결투 보상?”

눈을 끔뻑이며 대꾸하자, 이라호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목덜미를 주무르며 다가와 침대에 털썩 앉았다. 크레네보다 더 피곤한 듯, 눈에 핏발이 선 채다.

“결투에 재산을 걸고 한 게 아니라서 좀 곤란한 일이 되긴 했는데……. 그래도 전리품은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전리품. 달콤한 단어다.

“…이게 그 전리품인가?”

“네. 비다르의 신물, 레더르스크올(Leðurskór)이라는 신발이에요. 자투리 가죽으로 만든 신발. 어떤 물건인지는 딱히 설명 안 해 줘도 되죠?”

고개를 끄덕였다.

자투리 가죽으로 만들었다는 비다르의 신발. 그 신발은 그 무엇에도 뚫리지 않기 때문에 원 역사에서 펜리르의 아래턱을 밟았다. 그리고 비다르가 벌어진 입으로 칼을 집어넣어 심장을 찌른다.

“…역사가 많이 틀어지긴 했군.”

어제 붙어 본 바,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게다가 펜리르를 죽일 비다르는 내 손에 타락했고, 티르의 손에 소멸했다.

이제 없다.

문득 의문이 들었다.

“이걸 신으면 정말로 용암을 건널 수 있나?”

TV 속 비다르 신발 회사의 광고. 그게 떠올랐다.

이라호드가 피식 웃었다. 그녀의 웃음은 많은 걸 담고 있었다.

그리고 그중 가장 선명한 건…….

“…놀랍군.”

진짜로 용암에 발을 담가도 된다는 것이다.

내가 허- 헛숨을 흘릴 때, 크레네가 돌아왔다.

“간호사가 곧 가져다주겠대요.”

간호사? 인상을 찌푸렸다.

“…음, 난 그 여사제가 좀 불편한데…….”

“네? 간호사가 왜?”

음, 살짝 부끄럽다. 하지만 말하지 않고 넘어갈 수 있을 법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떨떠름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 주사라는 게… 영…….”

내 말에 크레네와 이라호드가 킥킥 웃었다.

아니, 대체 왜?

“이러니저러니 해도, 아직 어리긴 하네요.”

“이럴 땐 나이가 실감이 된다니까요.”

두 여자가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눴다.

다 들리는 게 문제지만.

“크흠.”

헛기침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은가? 주사라는 게 원래 엉덩이를 까고 맞는 거라지만, 그 헉헉거리는 숨소리 하며 파르르 떨리는 손짓이 영…….

어쨌든, 이 이야기는 그만했으면 좋겠다.

마침 크레네가 화제를 돌렸다.

“오디슨, 그 신발은 뭐예요?”

“아, 이거 말인가?”

내가 가지고 있는 신발에 대해 물었다. 그에 빙긋 웃자, 이라호드가 가슴을 내밀며 으스댄다.

…그래 봐야 크레네 절반도 안 되는 크기다.

“저거 말이죠? 저건…….”

이라호드가 무용담을 늘어놓듯 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이 가죽신이 얼마나 대단한 물건인지, 그리고 이걸 얻기 위해서 얼마나 고생을 하고 무슨 서류를 작성했니 뭐니.

반도 못 알아듣겠다.

조용히 듣고 있던 크레네가 툭 내뱉었다.

“저게 다예요?”

“…네?”

“저게 다냐고요.”

크레네가 눈썹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오디슨은 죽을 뻔했어요. 그런데 저런 낡아빠진 중고 신발 하나? 그게 다라고요?”

“어… 저게 낡아 보이긴 해도…….”

“내가 아는 것만 해도 비다르의 재산이 한두 푼이 아닌데요? 비다르 슈즈가 망했다고 해도, 직원 수가 수천 명이던 회사예요. 신발 쪽에서는 거의 독보적인 위치였고요. 게다가 비다르 클랜도 있잖아요? 그런데 겨우, 저게 다예요?”

크레네의 말소리는 마치 시냇물이 흐르듯 경쾌하다. 졸졸- 그 소리를 듣고 있자면 잠이 솔솔 올 정도다.

하지만 지금은 좀 달랐다.

시냇물이 아니라 톡 쏘는 탄산수 같았다.

“게다가 비다르의 타락은 결투와는 별개 문제 아닌가요? 그런데 저것밖에 못 받아왔다고요? 그건 분명 아스가르드 측의 관리 소홀로 비롯된 일이잖아요.”

“으윽…….”

이라호드가 입술을 질끈 씹었다.

뭐라 할 말이 없는 걸까? 슬그머니 이 과열된 분위기를 어떻게든 식혀야겠다.

“그, 크레네… 이라호드를 탓하는 건…….”

“오디슨은 가만히 있어 봐요. 지금 이건 탓하지 않을 수가 없는 문제라고요. 전속 발키리잖아요? 그런데 오디슨 몫을 제대로 못 받아왔다고요.”

어, 음. 뭐라 할 말이 없다.

눈을 데구루루 굴리자, 이라호드가 씩씩 콧김을 내뿜고 있었다.

그녀가 탕탕- 제 가슴팍을 쳤다.

“물론! 저게 다가 아니죠!”

이게 다가 아니다?

눈을 끔뻑이며 그녀를 볼 때, 이라호드가 씩 웃으며 말했다.

“솔직히 황금은 못 받아 왔어요. 결투가 재산 분쟁 때문에 열린 것도 아니었고, 비다르 신성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이 현금화 가능한 재산들을 모조리 압류해 버렸거든요. 저 신발도 신물인지라 외부 반출이 불가능해서 얻어 올 수 있었던 거예요.”

크레네가 눈썹을 씰룩였다.

“그럼요? 뭘 더 얻어 왔는데요?”

“후후후, 듣고 놀라지나 마세요. 제가 이번에 얻어 온 건 바로…….”

이라호드가 득의양양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 말에 나와 크레네가 깜짝 놀랐다.

* * *

[비다르 상장폐지! 그리고 타락! 무엇이 그를 그렇게 몰아붙였나?]+75

[오디슨 대 비다르! 오디슨 승리!]+181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오디슨이 잔치에 독을 풀었다!]+876

“쯧…….”

뉴스를 살피던 오디세우스가 혀를 찼다.

어제 결투는 그도 봤다. 수사가 시작된 만큼, 용의자에 대한 조사는 필수.

오디슨은 상상 이상으로 강했다. 수많은 이들이 오디슨과 아스가르드 상층부의 뒷거래를 의심할 만했다.

하지만…….

“…좀 이상하단 말이야.”

오디세우스가 턱을 긁적였다.

신고가 들어오자마자 그는 아스가르드 측에 수사 협조를 요청했다. 신계 연맹 가입 신계 간의 치안 협력으로 인해, 수사에 협력해 달라는 건 그리 문제 될 일이 아니었다.

거기서부터 오디세우스는 이상하다 생각했다.

“보통은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흔쾌히 자료를 보내 주지 않을 텐데.”

아스가르드 측의 대처가 너무 빨랐다.

수사 협력을 요청한 지 몇 시간 만에 협력하겠다는 답변이 날아왔다. 이런 식으로 말만 하고 방해할 셈인가- 싶어 오디슨에 대한 자료를 요구하자 바로 날아왔다.

각 신계의 기밀에 속하는 자료를 제외하고는 모조리 날아온 자료다.

“…승부 조작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이건가?”

기밀이 날아오지 않았더라도, 자료들을 대조해 보면 금방 티가 난다.

뭔가를 숨겼구나, 아니구나- 하는 것들 말이다.

“흐음.”

오디세우스는 철저하게 자료를 살폈다.

가장 먼저 금융에 대한 자료다. 마법의 기초 매질인 황금을 화폐로 쓰는 만큼, 추적이 쉬워 각 신계에서 모두 수집하는 정보다.

“휘유, 벌이가 꽤 좋은데?”

최근 오디슨이 얼마나 돈을 벌었고, 어디에서 돈을 썼는지에 대해 나와 있다. 사람이 움직이면서 돈을 안 쓸 수는 없는 노릇.

외부에 유출된다면 여러 가지로 말이 많이 나오겠지만… 신계 연맹은 그리 허술하지 않았다.

수입 부분이 끝나고, 지출 부분.

오디세우스가 눈을 끔뻑였다.

“아니, 어떻게? 이 새끼는 왜 쓰는 게 없어?”

사람이라면 당연히 써야 할 식비 같은 부분이 모조리 빈칸이었다. 그나마 그가 돈을 쓰고 살긴 하는구나-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지표는…….

[발할라 투기장 식당 자판기][1,5-kr]

[발할라 투기장 식당 자판기][1,5-kr]

(이하 생략)

발할라 투기장 식당 자판기뿐이었다.

처음에는 뭔가 오류가 아닌가 생각했다. 아스가르드에서 수작질을 부리는구나- 의심했다.

“…허어.”

하지만 투기장 식당의 CCTV를 확인하고서 생각을 바꿨다.

오디슨이 자판기 앞에 다가가는 시간과 황금 소비 일자가 딱 맞아떨어졌다. 정말 그 자판기에서 무알코올 헤이드룬 미드를 뽑아 마시는 것 외엔 돈을 한 푼도 안 썼다.

“짠돌이 같으니…….”

오디세우스가 짜증을 부렸다.

이놈은 먹지도 않습니까? 어이없어 문의했다.

곧 답변이 날아왔다.

-오디슨의 식사는 매우 규칙적. 아침은 전속 발키리(이라호드)가 싸 오는 도시락으로 때우고, 점심과 저녁은 동료(이그나르)의 가게(<숯불 세흐림니르 구이>)에서 해결한다.

당황스러운 답변이다.

“이놈은 ‘진짜’다. 진짜 구두쇠.”

아니, 그래도 집은 있을 거 아닌가?

-오디슨은 여전히 하급 투기장 대기실에 딸린 훈련장에서 생활한다.

오디세우스는 머리가 아파졌다.

비다르를 때려잡은 것도 그렇지만, 확실히 보통 놈은 아니다.

“의심할 구석이 영 없는데. 그나마 제일 의심되는 게 이건가?”

발할라 출입 기록이다.

얼마 전에 긴눙가가프에 들어갔던 적이 있고, 거기에서 얻은 걸 세관에 신고한 기록도 있다.

-긴눙가가프, 영원의 전쟁터 요새에서 발견한 커튼 봉.

수상하기 짝이 없는 물건이다. 하지만 파고들기도 모호한 것이, 태초의 공허는 여전히 수수께끼와 신비로 가득한 곳이다.

당장 신계 연맹 커뮤니티 내의 성공담 소모임에만 접속해도 알 수 있다.

[태초의 공허에서 주운 물건, 알고 보니 SSS급~]+999

모든 신계에 흔히 들려오는 이야기다.

오디세우스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어디 보자. 창날은 아누비스의 낫을 녹여서… 젠장할.”

오디세우스가 얼굴을 구겼다.

아누비스와 맞붙고, 아누비스가 실종 상태가 되며 지지부진해진 사건이다. 잠깐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이 문제로 이집트 신계와 아스가르드가 여전히 티격태격하는 걸로 안다.

‘…처음부터 신을 때려잡을 놈이잖아? 그런데 뭐가 이상해, 제기랄! 다들 진짜 미노타우로스인가? 이런 놈한테 돈을 안 걸고 비다르한테 걸어? 미친놈들. 쯧쯧. 아! 오디슨은 신성 투자를 안 받는군.’

어쩐지 연맹 단위로 받은 신고 중에서 이집트 신계는 없더라니.

당한 놈들은 대충 아는데, 다른 데서는 못 믿었다는 건가?

오디세우스가 마른세수를 했다.

“이거저거 다 제하고 보면, 역시 커튼 봉이 수상하긴 한데.”

이라호드가 걱정한 건수.

오디세우스가 그에 수상함을 느꼈다. 하지만…….

“태초의 공허에서 이상한 걸 발견하는 게 하루 이틀 일도 아니고. 또 승부 조작이랑은 크게 관련 없잖아? 제길.”

승부 조작이다! 소리치고 오디슨을 몰아붙이려면, 저런 걸로는 부족하다.

확실한 증거가 필요했다.

“후우.”

오디세우스가 한숨을 푹 쉬었다.

자료를 찾아보고 정보를 수집할수록 정답은 하나로 좁혀졌다.

‘…어찌 됐든 승부 조작이라고 보긴 어렵다, 이거군.’

턱을 쓰다듬었다.

사실 이대로 무혐의 판정을 내리고 수사를 종료해도 된다. 의심 가는 부분이 애매하기 그지없는데 뭘 어쩌랴?

그러나…….

“수사는 잘돼 가?”

전령의 신이자, 호기심의 화신, 그리고 설명충인 헤르메스.

그가 벌써 세 번째 찾아왔다.

제 지식을 뽐내고, 사람들의 호기심을 채우고, 소식을 전해 주는 게 뭐가 있을까? 바로 언론이다. 헤르메스는 취재거리를 찾고 있었다.

무혐의로 수사 종결을 외친다면?

‘…아! 빌어먹을.’

이럴 땐 똑똑한 머리가 문제였다.

오디세우스의 두뇌가 팽팽 돌아갔다.

선명한 미래를 예측해 냈다. 헤르메스가 쓸 기사가 짐작된다.

[오디슨 무혐의! 그 강함의 이유는? ‘알 수 없어’ 무책임한 수사 종결! 담당 형사는? 오디세우스!]

심지어 그 아래 달릴 베스트 댓글마저 예상할 수 있었다.

[포세이돈: 쟤를 믿었음? 삼지창 어택!]

(댓글 더 보기)

실제 포세이돈은 타자를 저렇게 잘 치지 못한다. 하지만 이건 망상이고, 예측이었다.

‘포세이돈, 그 영감쟁이가 또 지랄하겠지.’

포세이돈과 오디세우스는 사이가 좋지 못하다.

오디세우스는 외눈거인(키클롭스) 폴리페모스의 눈을 상하게 한 적이 있다. 그리고 그 폴리페모스가 포세이돈의 아들이다.

화난 포세이돈이 오디세우스의 귀환을 방해해 방랑하게 되는 이야기가 바로 《오디세이아》다.

“…후우.”

망상에서 벗어난 오디세우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헤르메스가 입술을 삐죽였다.

“뭐야, 잘 안 되나?”

황급히 대꾸했다.

“허, 허허! 헤르메스 님. 걱정하지 마십쇼. 수사는 역시 발로 뛰어야 제맛 아니겠습니까?”

“오! 그렇지? 취재도 그렇고 수사도 그렇고, 발로 뛰어야 제맛이지! 그래, 그래. 수고하라고.”

툭툭. 헤르메스가 오디세우스의 어깨를 두드리고 떠났다.

다시 또 찾아올 게 뻔하다.

오디세우스의 어깨가 축 늘어진다.

“끄응. 하계로 가 봐야 하나? 커튼 봉이 좋다 쳐도… 사제 하나 데리고 있는 신이 낼 힘이 아닌데? 불법 신성 대여라도 걸려 있는 게 아닐까?”

그건 승부 조작이다. 잡아내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물론, ‘커튼 봉’은 좋다 수준을 아득히 넘은 물건이다.

급을 따지자면 SSS급이 아니라 EX급에 살짝 못 미치는 정도.

하지만 우연히 얻었다는 물건이 복제된 여의봉일 거라 생각하는 이가 누가 있을까?

그렇기에 오디세우스의 의심은 하계로 향했다.

그때, 새 뉴스가 떠올랐다.

[결투 승리자 오디슨, 담당 영역이 정해지다!]+32

오디세우스가 턱을 쓰다듬었다.

이라호드가 이뤄 낸 협상의 결과지만, 그는 다르게 생각했다.

“…담당 영역을 정하는 건 신성이 꽤 커져야 하는데? 사제가 하나인 놈이 벌써? 확실히 수상하다.”

책상에 앉아서는 알 수 없는 일도 있는 법.

오디세우스가 하계로 내려갈 준비를 했다.

“아, 진짜 가서 확인해 봐야 하나? 귀찮게… 쯧!”

이라호드가 걱정하던 여의봉은 수사 선상을 벗어났다.

하지만 하계에는 또 다른 문제의 도화선이 있었다.

“이럴 때가 아니라, 내 이름을 사칭한 새끼를 찾아야 하는데… 망할.”

그 시각, 오디슨은?

폭탄 심지에 불똥이 튀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는 직면한 문제에 당황했다.

* * *

“꺼져랏!”

까악! 메르키가 날개를 펼치며 말했다.

나는 어이없는 상황에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갑자기 왜?”

“전부터 말했지? 훈련장에서 머무르지 말라곳! 내 말을 무시하더니, 결과가 어떤지나 봐랏!”

주변을 둘러보니 난장판이다.

온갖 낙서들이 가득한 훈련장. 나는 으음- 침음을 내뱉었다.

이라호드가 낙서들을 읽으며 이를 갈았다.

“오디슨 오빠 사랑해요? 저랑 결혼해요? 으드득!”

나는 차마 화를 내지도 못했다. 그저 쓰게 웃을 뿐.

“…여기 머무르는 건 민폐겠군.”

“맞닥! 네가 어디로 갔는지 알려 달라던 여자들이 내 고운 깃털까지 뽑았닥! 까악까악!”

지나친 유명세가 내 잠자리를 빼앗아 갔다.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했다.

그때, 이라호드가 슬쩍 내 옷을 잡아당겼다.

슬쩍 보니, 조금 전까지 패악질에 화를 내던 여자는 없었다. 마음 정리가 너무 빠른 거 아닌가?

이라호드가 볼을 붉히며 말했다.

“…정 갈 곳 없으면 우리 집에서 재워 줄 수도 있는데요?”

눈을 동그랗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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