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프로게이머-225화 (완결) (225/226)

< 76. 레벨 업 하는 프로게이머 (4) >

-GG! 프레이 게이밍이 중국의 강팀, AP게이밍을 3:0으로 누르며 월드챔피언십에서 우승합니다!

-역시 식스맨으로는 한계가 있죠.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을 텐데 준비를 했을 리가 만무하니까요!

“뭐 이 정도지. 쉬웠어!”

“쉽기는 무슨, 빨리 갱킹 와달라고 징징거렸으면서.”

“에엥? 내가 언제? 그런 적 없거든?”

마지막 3경기는 상당히 쉽게 끝났다.

중국 팀과의 경기, 그리고 중국 홈그라운드에서의 경기.

때문에 정명은 자신이 우승했을 때 경기장이 도서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기우였다. 수준 높은 경기를 본 팬들은 기꺼이 자리에서 일어나 기립박수를 쳤던 것이다.

그리고 그에 고무된 팀원들 또한 기뻐하며 손을 흔들었다.

“감사합니다! 열심히 할게요!”

“차이나 넘버 원!”

하지만 정명은 조금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회장 구석, 조명이 없어 잘 보이지도 않는 구석 한 쪽.

그곳에는 병원에서 응급처치만 받고 허겁지겁 경기장으로 돌아온 유일환이 우두커니 서 있었다.

일환은 구석에서 굳은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 녀석......’

무언가가 생각난 정명은 그를 슬쩍 바라보며 시스템을 열어보았다.

[유일환]

피지컬 (69/99) (-30)

정신력 (79/99) (-20)

오더 (99/99)

판단력 (99/99)

*고통스러운 상처

-한계를 넘은 움직임으로 인하여 회복되기 힘든 부상을 입었습니다. 치료하기 전까지는 매 월, 피지컬이 1씩 감소합니다.

-치료 가능한 의료등급 : SS+

‘흠, 생각보다 상태가 심각한 모양인데?’

자세한 내용이 궁금했지만, 정명은 이내 밝은 표정으로 팬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로부터 몇 시간 후. 오늘의 모든 일정이 끝났다.

우승 후의 간단한 이벤트와 기자와의 인터뷰, 마지막으로 고위층 인사와의 만남까지. 모든 이벤트를 끝낸 팀원들은 녹초가 된 채, 차 안에서 쓰러져 잠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명 또한 꾸벅꾸벅 졸기 시작하던 그 때, 옆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운전을 하던 에리였다.

“아까 살짝 들었는데 유일환 걔, 바로 한국으로 간다고 하더라.”

“새벽 비행기로? 급하네. 중국 병원이 어지간히 신용이 안 갔나 봐.”

“딱 보기에도 얼음찜질 하는 것으로 회복될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야. 아 참, 그리고 그동안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는데.”

“뭔데?”

“너 혹시 유일환이랑 싸웠니?”

“싸운 적이야 많지. 알잖아. 그녀석이 계속 시비 걸어왔던 거.”

“아니, 그게 아니라 혹시 개인적으로 치고 박고 한 적 있어? 아님 옛날부터 악연이었다던가.”

“그런 건 없는데. 왜?”

“걔랑 너랑 사이 엄청 안 좋았잖아. 그래서 혹시나 했지. 아님 말고!”

사실 정명과 일환은 거의 말도 섞지 않았다. 그냥 본능적으로 싫다는 느낌이 드는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유일환 또한 그렇게 생각했을 것 같다고 대답하니, 에리는 픽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가끔씩 그런 사람이 있기는 하지. 그냥 이유 없이 싫은 사람들.”

“맞아! 그놈 진짜 개자식이었어. 쌤통이다 그냥!”

대답한 것은 정명이 아니라 자고 있던 하니였다.

눈을 감고 있던 하니는 갑자기 일어나서 빼애액 소리쳤고, 깜짝 놀란 정명은 하니의 볼을 무자비하게 꼬집었다.

“깜짝 놀랐잖아 이것아!”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정명은 팀원들과 함께 한국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한국에 도착하니 뜻밖의 뉴스가 정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유일환, 손목 치료 장기화 될 듯]

-중국의 유명 구단, AP게이밍 측에서 공식 입장을 밝혔다.

-경기 중 극심한 통증을 겪은 프로게이머 유일환은 도중 경기를 포기하게 되었고....

-.........

-.........

-.........

-결국 손목의 부상이 생각보다 심각했고, 치료에 전념하기 위해 상호 합의 하에 계약은 해지.

-프로게이머로 복귀할 수 있을 지는 미정이라고 밝혔다.

-유일환은 3년 연속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게이머로 선정된 에이스급 프로게이머이다.

‘치료가 힘들다니, 그 SS 등급이라는 게 대단히 높은 거였나 보지?’

하지만 별로 안타깝다거나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다.

잘 됐다며 박수 칠 것까지는 없지만, 일환과는 사이가 꽤나 안 좋긴 했으니까.

정명에게 도착한 뜻밖의 소식은 하나 더 있었다. 메리가 게이머를 그만 두겠다는 소식을 알려온 것이다.

메리는 다른 구단으로 이적한다는 것도 아닌 프로게이머를 아예 그만 두고 싶다는 말을 전해왔고, 정명은 급하게 새로운 팀원을 뽑아야만 했다.

그로부터 몇 년 후, 정명과 팀원들은 월드챔피언십에서 5연승을 거머쥐며 게이머계의 전설이 되었다.

그 과정 또한 무척이나 순탄했기 때문에 이제는 국제 경기가 열릴 때면 ‘당연히 프레이 게이밍이 우승하는 거 아냐?’ 하는 생각이 당연히 들 정도였다.

그리고 그랬기 때문에 정명은 조금씩 매너리즘이 느껴진다는 생각을 하고는 했다.

‘유일환처럼 강력한 라이벌이 있었다면 모를까. 그나마 잘 했던 메이커도 정점 찍고 내려간다는 느낌이니까.’

처음 우승했을 때는 날아갈 듯이 기뻤고, 두 번째 우승했을 때는 방방 뛰며 좋아했다.

그리고 다섯 번째 우승한 지금, 정명은 왠지 지치는 것을 느꼈다.

‘그동안 열심히 했지. 스스로도 만족할 만큼 말이야.’

그렇게 생각한 정명은 얼마 지나지 않아 기자와 인터뷰를 가졌다.

자신, 그리고 팀원들의 거취에 대한 인터뷰였다.

그리고 그 후, 또다시 몇 년의 시간이 지났다.

######

추운 겨울의 어느 날.

한 게임 구단의 연습실 앞에서 한 젊은 여자와 경비원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여자가 들어가려고 하는 곳은 가장 인기 있는 게임 구단의 연습실이었기 때문에 외부인의 출입은 엄격하게 통제되었기 때문이다.

“잠깐 불러만 주시면...저랑 아는 사이였습니다.”

“아가씨, 지난번에 몰래 들어오려고 했던 사람들도 그렇게 말했거든요? 친구다, 가족이다, 애인이다.”

“....”

“그래, 아가씨는 그 선수와 무슨 사이신데요?”

“같은 팀이었습니다. 프레이 게이밍 시절에...”

“같은 팀? 프레이 게이밍 시절?”

그 말에 경비는 여자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기 시작했고, 이내 눈을 커다랗게 떴다.

“헉! 프레이 게이밍의 메리 선수!”

“그럼 저 이제 들어갈 수 있습니까?”

“물론이죠! 인상이 많이 달라지셔서 못 알아 봤네요. 죄송합니다.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경비가 연습실로 들어간 후, 연습실에서 데리고 나온 사람은 예전 동료였던 차석진이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동료는 아니고 메리가 나갈 때 인수인계를 해 줬던 메리의 후임이라고 할 수 있었는데, 석진은 메리를 만나자마자 환하게 웃으며 맞이했다.

“오, 염색하셨네요? 못 알아볼 뻔 했어요. 아, 멋지게 바뀌셨다는 말이에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죄송하지만 저희가 아직 연습게임 해야 할 게 하나 남아 있어서요.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안 될까요?”

“네. 저는 신경 쓰지 말고 일 보십시오. 기다리겠습니다.”

비시즌임에도 불구하고, 연습실에서는 벌써부터 연습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수준 높은 컨트롤, 체계적인 운영.

과연 세계 최고의 구단이라는 이름에 걸 맞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연습경기가 끝나자 팀원들은 차석진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오오 역시 우리 세체미!”

“진짜 대단하다. 그 한타를 그렇게 잡아내네!”

“...세체미? 차석진 선수가?”

메리의 혼잣말에 메리에게로 온 팀원의 시선이 모였다.

방금 전, 메리가 들어오는 것을 보지 못한 팀원들은 낯선 외부인의 방문에 다들 경계하는 모양새였다.

“저 사람 누구에요?”

“외국인이다. 어떻게 들어왔지?”

“팔에 문신 좀 봐. 무서워...”

팀원들이 웅성대자, 차석진이 나서며 오해를 풀었다.

“너희들 무슨 소리 하는 거야? 프레이 게이밍에서 활동했던 메리 선수잖아. 내 선배님이라고!”

“아아! 진짜네!”

“우와, 신기하다!”

그제야 연습실의 팀원들은 적대적인 분위기를 풀며 신기하다는 듯 카메라를 꺼냈다. 메리오 사진을 찍기 위해서였다.

석진이 활동하고 있는 팀은 현 세계 최고의 구단이라고 평가받고 있기는 하지만, 몇 년 전 해체했던 프레이 게이밍은 그것을 뛰어넘는, 그야말로 전설중의 전설이었으니까.

같은 선수라고 하더라도 프레이 게이밍의 팀원들은 조금 특별한 존재인 것이다.

그렇게 팀원들과 어울리던 메리는 분위기가 진정되자 겨우겨우 입을 열었다.

“그런데 차석진 선수가 세체미라니. 그거 정말입니까?”

“우리 대장 무시하지 마세요. 지금 해외까지 포함해도 대장의 컨트롤은 따라올 사람이 없거든요?”

여고생으로 보이는 한 선수가 자존심이 상한다는 듯 성을 냈다. 자신이 팀에 세체미가 있다는 것을 평소에 꽤나 자랑스러워했던 팀의 서포터, 진서연이었다.

시비 걸려는 생각은 없었지만 메리는 이상하다는 듯 턱을 쓰다듬었다.

“세체미라. 그래도 유정명 씨가 더 잘하지 않습니까? 차석진씨의 실력이 그렇게 좋아졌던가요?”

“아무리 그 사람이라도 우리 대장이 더 잘하거든요!”

진서연이 빼액 하고 떼를 썼지만, 석진은 고개를 저었다.

“아냐. 정명이 형이 나보다 더 잘 하는 거 맞아. 솔직히 어떻게 이겨, 그 괴물을.”

“이씨. 그 사람은 은퇴한지 오래 됐잖아! 빼고 말 해야지!”

“응? 유정명 선수가 은퇴를 했습니까?”

메리의 말에 서연과 석진은 황당하다는 듯 시선을 돌렸다.

“예? 그 형은 은퇴한지 꽤 됐는데요. 어디 산에라도 들어갔다 오신 거예요?”

정명은 월챔에서 5연속으로 우승한다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달성한 후, 팀원들과 함께 은퇴를 선언했다.

프레이 게이밍이 너무 강력하여 다른 팀들이 무력감까지 느끼고 있을 정도의 시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석진은 프레이 게이밍 팀원들이 다들 은퇴를 했지만 자신만은 여전히 게이머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습니까. 아무튼 그 유정명 씨를 만나고 싶은데요, 혹시 연락처 알고 계십니까? 번호가 바뀐 것 같더군요.”

“아, 네. 바뀌었을 거예요. 극성팬들이 많아서 번호를 자주 바꾸거든요. 잠깐만요. 지금 걸어볼 게요.”

석진은 바로 정명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정명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어, 음....전화는 안 받는데, 아마 집에 있을 거예요. 요즘 애 보느라 거의 집에서 안 나온다고 들었거든요.”

“혹시 주소 아십니까?”

“네, 알아요. 제가 바래다 드릴까요?”

석진이 그렇게 말하자, 둘을 구경하고 있던 다른 팀원들은 킥킥대며 석진을 놀리기 시작했다.

“아, 차석진씨! 미인이라고 너무 친절하신 거 아닙니까?”

“석진이 형, 오늘따라 적극적인데?”

“사겨라! 사겨라!”

팀원들의 놀림에 석진의 얼굴이 붉어졌고, 그걸 본 서연은 혀를 쯧쯧 찼다.

“이 오빠 게임도 잘 하고 돈도 잘 버는데 여자에게는 영 쑥맥이라...언니가 이해하세요.”

석진은 뭐가 그리 창피한지 쥐구멍에라도 들어갈 듯 했지만, 메리는 그저 옅게 웃을 뿐이었다.

“후후, 당신에게는 저보단 조이슬 아나운서가 잘 어울릴 것 같군요. 한 번 만나보시는 것이 어떠신지?”

“조이슬 아나운서님이요? 에이, 제가 어떻게 그분하고 만나겠어요.”

“아니야, 생각해보니 잘 어울리는 것 같은데?”

“맞아! 그러고 보니 조 아나운서가 형한테는 자주 웃어 줬잖아!”

“에이, 그건 그냥 웃겨서.......”

메리의 말이 시발점이 되어 석진에 대한 청문회가 열렸다. 팀원들과 아주 친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 틈을 타서 연습실을 슬쩍 빠져나온 메리는 이번에는 서울의 한 주택가로 향했다.

이 주택가는 연예인이나 재벌들만 산다는 일명 부자동네였다.

그리고 한 주택 앞에서 망설임 없이 초인종을 눌렀다.

-누구세요?

“저 메리입니다.”

-메리...메리라고? 진짜?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벌컥 열리며 에리가 나왔다. 많이 시간이 지났지만 몇 년 전, 헤어졌을 때와 달라진 게 없는 모습이었다.

귀여운 아이를 안고 있는 것을 빼면.

“정말 메리구나! 어서 들어와. 다들 네 소식을 궁금해 했는데, 널 보면 좋아 할 거야!”

“안녕하십니까. 아이가 귀엽네요.”

“그치? 이번에 게임을 시켜봤는데 도란의 창을 사더라고. 분명 훌륭한 게이머가 될 것 같지 않아?”

“잠깐, 애한테 그런 짓을 시켰다는 말입니까?”

잠시 후.

정명의 집에 들어가서 가장 먼저 볼 수 있었던 것은 방송을 하고 있는 쿠론이었다.

“쿠론 씨가 방송을?”

“응. 인기 엄청 많다? 시청자수를 보면 어지간한 연예인 저리가라 라니까?”

쿠론은 소일거리 삼아 인터넷 방송을 했는데, 에리의 말로는 프로게이머였을 때보다 돈은 더 번다고 한다.

물론 게이머 일을 하며 평생 놀고먹고 살아도 될 정도의 돈을 벌어놓았기에 방송은 취미 수준이었다.

“어어? 메리 언니다!”

메리가 온 것을 본 쿠론은 평소보다 조금 일찍 방송을 종료했고, 이내 웃으며 메리를 환영했다.

“그런데 쿠론. 아까 방송 목록에서 유일환 선수의 모습을 본 것 같습니다만.”

“잘은 못 봤는데 아마 맞을 걸요? 걔도 방송 하니까.”

“유일환 선수의 방송이라. 잠깐만 볼 수 있을까요?”

“에엑, 그 쓰레기 방송은 뭐 하러 봐요? 눈만 버릴 거예요!”

“쓰레기 방송?”

손목 부상을 당한 후, 유일환은 완전히 맛이 가 버렸다.

차라리 부상당한 직후 은퇴했으면 팬들의 기억 속에 좋게라도 남았을 텐데 일환은 팀을 전전하다가 2부 리그까지 흘러가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량 하락은 계속되었고, 결국 은퇴하여 사업을 하다가 사업까지 망한 뒤 인터넷 방송으로 생계를 꾸리고 있었다.

그런데 취미로 방송을 하는 쿠론과는 달리, 일환은 달풍선을 얻기 위해서라면 별 또라이 같은 짓도 다 하는 달창남의 표본이 되어 있었다.

-달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그럼 미션 수행하겠습니다. 다 이긴 게임 던져서 트롤해버리기~-욕 좀 그만하라고요? 이 플레기 자식들 하는 걸 보면 절로 욕이 나오는 걸 어떡합니까!

“으엑, 역시 토 나와요! 이런 게 무슨 재미인 걸까요?”

“후후, 그래요. 재미없군요.”

일환의 추잡한 짓을 보고 있던 메리는 이내 자신이 정명을 찾으러 왔다고 말했다.

“아저씨요? 아저씨는 지금 카페에 있을 거예요.”

“카페 말입니까?”

“네. 아저씨 부모님이 하는 가게인데, 오늘만 잠깐 봐달라고 하셔서요.”

쿠론은 그렇게 말하며 머뭇머뭇 하더니,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저...그런데 죄송한데요, 카페까지 바래다 드리진 못 할 것 같아요. 엄마는 애 때문에 나갈 수가 없고, 저는 밖에 나가는 게 좀 꺼려져서...”

“어디 아픕니까?”

“그게 아니라요, 요즘 이상한 사람에게 시달리고 있어서...이쪽 동네에 있으면 보안은 확실해서 괜찮지만 멀리 나가면 자꾸 시선이 느껴져서요. 그것 때문에 요즘은 밖에 나가기가 싫어요.”

쿠론은 인기가 높아졌기 때문인지 이상한 사람에게 시달린다고 털어놓았고, 에리 또한 덩달아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던 메리는 작게 중얼거리며 손가락을 까닥였다.

“직업, 의사. 최근 이혼. 알코올 의존도 높음. 망상증세.”

“네?”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 참. 메리 언니. 머리 빨간색으로 염색한 거 꽤 잘 어울려요. 진짜 피라도 뚝뚝떨어질 것 같아서 조금 무섭지만요!”

“고맙습니다.”

“눈까지 빨간 건 렌즈인가봐요? 아, 암튼 아저씨한테 미리 얘기 해놓을게요. 잘 찾아서 가세요!”

정명과 에리, 그리고 쿠론이 살고 있는 집을 나온 메리는 쿠론이 알려준 주소로 향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좋은 냄새가 풍겨 나오는 자그마한 카페에 도착할 수 있었다.

슬쩍 보니 카페 안에는 손님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장사가 안 된다고 하더니 그 말이 진짜인 것 같았다.

그리고 카페 문을 여는 순간, 잠에서 덜 깬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어서오세요!”

ⓒ 추어탕맛집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