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프로게이머-226화 (에필로그) (226/226)

< 77. 에필로그 >

손님이 없는 카페 안.

혼자 꾸벅꾸벅 졸고 있던 정명은 갑자기 뜨는 메시지에 깜짝 놀라 일어났다.

[기도]

-.....가 시전되기까지 남은 시간 : 05초

[당신의 신에게 기도합니다...]

‘어어, 뭐지?’

그리고 그 순간, 조그마한 카페에 대단한 미녀가 들어왔다.

뚜렷한 이목구비에 깨끗한 피부, 그리고 피처럼 붉은 머리카락과 살짝살짝 보이는 기괴한 문양의 문신까지.

무척이나 강렬한 인상을 주는 사람이었기에, 정명은 그녀가 누구인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이거 놀랍네요. 쿠론은 ‘메리 언니가 갈 거야!’ 라는 문자를 보냈었는데.”

정명은 그녀의 앞에 털썩 앉으며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었다.

“오랜만입니다, 아자토스.”

“기억하고 계셨습니까?”

“당신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요? 제가 여기 앉아 있을 수 있는 게 다 당신 덕분인데요.”

아자토스. 바로 이 사람이다.

모든 사건의 시발점이자 정명을 과거로 보낸 장본인.

혹시라도 그녀를 다시 만날 때를 대비하여 각종 시뮬레이션을 머릿속에 그려왔던정명이지만, 막상 만나고 보니 머릿속이 멍하여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엇다.

‘왜 날 다시 찾아 온 거지? 나에게 원하는 것이 있나? 아니면 나를 지옥으로 끌고 가려고? 이런, 너무 긴장이 되서 심장이 터질 것 같다...’

생각은 많은데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아자토스 또한 아무 말도 않고 지긋이 정명을 바라만 보고 있는 상황.

몇 번 고민하던 정명은 눈앞에 있는 사람을 아자토스가 아닌, 같은 팀원이었던 메리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저...이런 질문을 해도 될지 모르겠는데요.”

“네.”

“하니가 불여우 인형을 잃어버렸다고 하던데요, 혹시 어디 있는지 아세요? 걔 말로는 당신에게 물어보면 알지도 모른다고 하던데요.”

“연습실 TV 옆의 마지막 서랍 구석에 있습니다. 하니가 넣어 놓고 잊어버렸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하니 말대로 기억력이 좋으시네요.”

수 년 전의 일을 기억하고 있다니, 정말 기억력이 좋은 것 같았다.

입이 풀리기 시작한 정명은 조금 더 잡담을 이어나가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쉬는 시간에는 하니랑 드라마도 자주 보셨었죠. 혹시 요즘 하는 TV드라마 보셨어요? 노량진 살인사건이요. 인기 되게 많던데.”

“봤습니다.”

“어제 보니 진범이 누구일지 고르는 시청자 투표를 하던데요, 누구에게 투표하는게 좋을 것 같나요? 저는 아무래도 세 번째 용의자인 슈퍼 아저씨가 의심스러운데요.”

정명은 투표 잘 하면 사은품도 준다던데 하며 머쓱하게 웃었고, 아자토스는 웃음기 하나 없는 얼굴로 대답했다.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났던 첫 번째 용의자입니다. 사건 당시 오락실 조이스틱에피가 들어갔는데, 그게 마지막으로 남은 증거입니다.”

“어라. 오락실 조이스틱이요? 드라마에서 그런 게 증거품으로 나왔던가...”

“실제 사건 얘기입니다. 노량진 살인사건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드라마이니까요.”

“...그거 정말인가요?”

“사은품을 받고 싶다면 두 번째 용의자에게 거십시오. 그 사람이 방송작가가 생각한 진범이니, 사은품은 그쪽에서 추첨이 될 겁니다.”

‘아니, 이 거짓말 진짜인가?’

농담이라고 말하기엔 표정이 무척이나 진지하고, 헛소리로 치부하기엔 자신의 앞에 있는 사람은 신과 같은 초월자였다.

정명은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그녀에게 몇 가지를 좀 더 물어보기로 했다.

“바니치 문서라고, 그 유명한 암호문 있잖아요. 그거 정체가 뭔지 아시나요?”

“한 정신이상자가 적은 겁니다. 그는 자신의 일상이 누군가에게 감시당하고 있다는 피해망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도 알아볼 수 없는 자신만의 언어를 만들어냈습니다. 내용은 평범한 일기이고요.”

수천 년간 풀지 못했던 수수께끼가 10초 만에 풀려버렸다.

그러한 생각이 들자 정명은 어린아이처럼 신이 나서 소리쳤다.

“오오, 대단합니다! 그럼 혹시 이번 주 로또 번호를 알 수 있을까요? 잘 하면 떼돈 벌 수 있겠는데!”

하지만 아자토스는 로또 번호를 대답해주는 대신 옅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이제 긴장은 좀 풀리셨습니까?”

“앗....음....네. 감사합니다.”

신나서 질문하던 정명이 눈치껏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자신이 무엇을 물어봐야할지를 떠올렸다.

“당신이 절 살려주신 것 맞지요? 거기다 과거로 돌려보내주고, 이상한 힘까지 주고. 맞죠?”

“그렇습니다.”

“역시 그렇죠. 후...그런데 우리 팀에 합류하신 이유는 뭐예요?”

“여흥입니다.”

‘그렇군.’

정명은 그렇게 기본적인 몇 가지를 물어봤고, 망설임 없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가장 궁금했던 것을 물어볼 차례였다.

그것은 자신의 가장 강력했던 상대인 유일환이라는 게이머의 정체에 대해서였다.

“그 녀석, 혹시 저처럼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던 건가요? 그렇지 않고서야 뭐랄까...”

“이상할 정도로 성장이 빨랐지요.”

“예, 바로 그거에요! 처음에는 연습생으로 있던 녀석이 얼마 지나지 않아 1부 리그의 에이스가 되다니, 이상해도 너무 이상해요.”

그렇지 않고서는 설명이 안 된다.

일환의 성장은 그 누구보다, 심지어 시스템을 이용한 정명보다 훨씬 빨랐기 때문에 정명은 시스템이 아니더라도 그가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 전에 잠시만. 정명, 지구에는 몇 명의 사람이 살고 있을까요?”

갑자기 시작된 퀴즈에 정명이 잠시 머리를 굴렸다. 그리고 상식선에서 대답했다.

“글쎄요. 한 70억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맞습니다. 당신도 아시다시피 지구에는 현재를 기준으로 7319864103명의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아니, 그렇게 정확하게까지는 몰랐는데요. 그보다 그거 진짜에요?”

“이 중에서 가장 게이머의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누구일까요?”

아자토스는 정명의 물음을 무시하며 자기 할 말만 계속했지만, 정명은 그녀의 물음에 답하기로 했다.

‘가장 뛰어난 사람이라. 문맥 상 유일환은 빼고 말하는 게 좋을까?’

재능이 뛰어난 게이머를 생각하니 당장 몇 사람이 떠올랐다.

자신의 팀에 있던 하니도 상당히 뛰어난 게이머였고, 중국의 라이언 또한 대단한 게이머였다.

하지만 역시 가장 뛰어난 게이머를 뽑자면, 메이커라는 게이머를 빼놓을 수 없었다.

‘역시 메이커...려나?’

잠시 고민한 정명이 메이커라고 답하려고 하는데 아자토스가 먼저 입을 열었다.

“메이커는 일곱 번째로 뛰어난 게이머입니다. 대단한 게이머인 것은 맞지만, 최고는 아니죠.”

“으음, 죄송하지만 그럼 잘 모르겠는데요.”

“그래요. 그럼 그냥 정답을 공개하도록 하지요. 두 번째로 재능이 뛰어난 게이머는 케냐의 한 소년입니다.”

“케냐? 아프리카요?”

“예. 그는 상당히 뛰어난 소질이 있지만, 지금은 부모의 학대와 가난으로 죽어가고 있지요. 그가 만약 지금 데뷔한다면 대기업에서 모셔가려고 갖은 애를 쓸 겁니다.”

아자토스는 뭐, 그 전에 죽겠지만요. 라고 덧붙이며 피식 웃었다. 죽던 말든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태도였다.

“그리고 재능이 가장 뛰어난 사람은 한국의 한 게이머입니다.”

“그 사람이 혹시 유일환이에요?”

회심의 대답이었지만 아자토스는 고개를 저었다.

“처음에는 한국의 팀에 적응을 못 했고, 그 후에는 북미로 건너가 하위리그부터 시작했으며, 나중에는 중국까지 건너간 후 마지막으로 한국에 돌아와 결국에는 정상까지 오른 게이머. 그가 바로 세계 최고의 재능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거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것 같은 말인걸요?”

“후후, 그래요, 그건 바로 당신의 재능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유일환이 가진 재능이기도 하지요.”

유일환은 원래 재능이 없는 게이머였다.

하지만 욕심은 많았던 일환은 모든 것을 바쳐서라도 재능을 갖고 싶어 했고, 또 항상 기도했다고 한다.

재능을 준다면 자신의 모든 것을 주겠다고.

아자토스의 설명을 듣던 정명은 그 다음에 무슨 말이 나올지 알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가장 뛰어난 재능을 줬습니다. 그가 바라는 대로 역사상 최고의 재능을.”

“그게 제 재능이었다는 말인가요?”

“바로 그렇습니다. 이해가 빨라서 마음에 듭니다.”

‘어쩐지 플레이 스타일이 나랑 비슷하더라니...’

유일환이 사용했던 실력은 정명이 노력하고 쌓아왔던 실력의 결정체였고, 추억과 노력, 피와 땀이 들어가 있는 자신의 모든 것이었다.

그리고 덕분에 그렇게 실력이 빨리 오를 수 있었던 것이다.

정명은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으나, 뭐가 그리 재밌는지 실실 웃고 있는 아자토스를 보니 순식간에 분노가 조절되었다.

그녀는 정명이 화를 내기에는 너무도 무서운 상대였으니까.

“억울해 하지 마세요. 당신도 그에게 재능을 주면서 받은 것이 있잖아요?”

“제가 받은 것이요? 전 그 녀석한테 받은 게 없는데요.”

받은 것은커녕 음료수 한 번 얻어먹어 본 적이 없다.

오히려 욕만 얻어먹었다고 불만을 토로했지만 그녀의 표정은 변함이 없었다.

“기억해 두세요. 공짜는 없다는 것을.”

“공짜는 없다...라.”

“그래요. 당신은 일환에게 실력을 줬고, 일환 또한 당신에게 중요한 것을 주었습니다. 일종의 교환이죠.”

“중요한 것? 그게 뭔데요?”

그러자 아자토스는 실실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글쎄요. 뭘까요? 스스로 생각해 보시길. 힌트를 주자면...당신은 한 번 죽었었다는 것.”

“어....”

“그럼 이만. 언젠가 또 뵙지요.”

“저기, 잠깐만요!”

정명이 나가려는 아자토스를 잡았다.

눈짓으로 왜 붙잡았냐 묻는 아자토스에게 정명은 꼬깃한 종이 한 장을 꺼내 내밀었다.

“저기...부탁하고 싶은 게 있는데요. 요즘 이상한 사람이 집 근처에서 어슬렁 거려서...”

.....

그로부터 며칠이 지났다.

에리의 연락을 받고 정명의 집에 놀러온 하니는 마당에 있는 에리를 보며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언니 하이! 근데 갑자기 웬 고기 파티? 나야 좋지만!”

“명이가 요즘 우울해 보여서. 맛있는 거라도 먹이면 좀 괜찮아질까 하고.”

“으응? 정명이 오빠가아?”

집으로 들어간 하니는 얼마 지나지 않아 구석에 쪼그려 앉아있는 정명을 만날 수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정명은 에리의 말대로 기운이 없어 보였다.

“오빠빠빠 뭐해? 뭐해?”

“어, 하니 왔구나. 어서 와. 하아...”

“뭐해 이 바보야. 일어나, 빨리 일어나! 에리언니가 걱정하잖아!”

머리나 뺨을 툭툭 치며 시비를 걸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다.

“진짜네. 이 오빠 완전 고장 났어.”

하니는 어깨를 으쓱이며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응? 이게 뭐야... 헉, 오빠!”

“왜, 또 호들갑이야. 오빠 피곤하니까 쿠론한테 가서 놀아.”

“유일환 죽었대! 교통사고 당했다나봐!”

“뭐라고!”

고장난 로봇처럼 멍하니 있던 정명이 허겁지겁 달려들어 하니가 보고 있던 핸드폰을 낚아챘다.

“으앙, 내 핸드폰!”

“잠깐만 보고 줄 게!”

핸드폰 화면에는 방금 하니가 보던 인터넷 기사가 떠 있었다. 방금 올라온 속보였다.

[속보] 전 프로게이머 유일환, 구월동 사거리 앞에서 교통사고당해 중태구월동 앞 사거리. 차를 타고 간다면 10분 내에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런데 건물을 지나칠수록 익숙한 모습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잊을 수 있을 리가 없지. 여긴 내가 살았던 곳이다...’

이곳은 회귀 전, 정명이 혼자 살았던 바로 그 동네였다.

그리고 유일환이 교통사고를 당한 현장은 정명이 교통사고를 당하여 처음 아자토스를 만났던 그 횡단보도이기도 했다.

‘후우.......그래. 그렇게 된 건가. 아자토스는 날 공짜로 살려 준 것이 아니었던 거야...’

그제야 정명은 자신이 받은 것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짐작이 갔다.

유일환은 재능을 원했고, 정명은 삶을 이어나갈 목숨이 필요했다. 그래서 둘은 서로 원하던 것을 교환하게 되었던 것이다.

정명은 다시 핸드폰을 켜서 후속 기사를 살펴보았다.

교통사고의 원인은 한 알코올 중독자의 음주 운전.

병원에 실려 갔지만, 결국 운전자와 유일환 둘 다 사망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이었다.

그렇게 10분간 현장을 구경하던 정명은 한숨을 푹푹 내쉬며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

“어땠어? 구경 했어?”

“구경 할 것도 없었어. 내가 갔을 때는 거의 다 정리 된 상태였더라고.”

“흐응, 그래?”

정명이 잠깐 나갔다 온 사이, 마당에서는 고기가 지글지글 구워지며 좋은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정명은 타닥타닥 타들어가는 장작을 보며 자신의 수첩을 꺼냈다.

그리고 장작에 수첩을 던져버렸다. 이제 이것은 필요 없으니까.

“읏차!”

그러자 쿠론이 두 눈을 크게 떴다.

“아저씨. 그거 항상 애지중지하며 품에 끼고 다니더니, 그렇게 버려도 되는 거예요?”

“뭐야, 알고 있었어?”

“응! 맨날 품에 끼고 살던 그거잖아요! 다 알죠.”

쿠론의 말에, 에리가 맞장구쳤다.

“잠깐. 생각해보니 옛 여친 이야기라도 적혀 있을 것 같아. 아무래도 꺼내 봐야 겠는 걸?”

“하하, 진짜 아니야. 진짜 아니라니까?”

고기파티의 분위기는 꽤나 화기애애했다.

하니는 조금 기운을 차린 정명을 보고는 안심했는지 웃으며 말했다.

“오빠. 오늘 나랑 새로 나온 게임이나 할래? 내가 몇 번 해봤는데, 되게 재밌어!”

“새로 나온 게임? 뭔데?”

“손목시계라는 FPS 게임이야. 같이 하면 더 재밌을 것 같은데, 어때?”

“좋아! 그거 재밌겠네.”

하지만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얼마 가지 않았다.

고기 파티가 끝난 후 시작한 게임에서 정명이 해도해도 너무 못 했기 때문이다.

“아유, 오빠 왜 그렇게 게임을 못 해! 프로게이머 맞아?”

“전 프로게이머거든? 그러니까 편하게 하자. 프로도 아닌데 꼭 이길 필요 없잖아.”

“무슨 소리야? 게임을 하면 이겨야 한다구! 진심을 담아서 해 봐!”

“그렇게 말 해도...미안. 손이 녹슬었어.”

정명이 하던 AOS 게임과 지금 하는 총싸움 게임은 전혀 달랐다.

처음에는 신나서 닌자로 활개 치던 정명은 데스가 늘어감에 따라 하니의 구박을 받기 시작했고, 결국 다음 판에서는 뒤에서 힐이나 해주게 되었다.

그런데 그 때, 메시지 하나가 떴다.

[새로운 시스템을 시작합니다.]

[종목 : FPS]

‘어라?’

[사용자의 상태를 불러옵니다.]

[조준력]

등급 : 눈 뜬 장님

-가만히 있는 표적도 빗 맞추는 수준입니다.

-0.001%의 확률로 헤드샷이 적중합니다.

[팀워크]

등급 : 은둔형 외톨이

-혼자 놀기의 진수를 보여줍니다.

-다른 사람들이 팀 파이트를 하고 있을 때, 혼자 길을 헤매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전투력]

등급 : 허수아비

-적이 코앞까지 다가오면 어쩔 줄을 몰라 아무데나 총을 쏩니다.

[운영능력]

-화물은 밀지 않고 무조건 닥돌....

........

‘으엑...’

정명의 능력치는 전 프로게이머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처참했다. 방금 전 왜 그런 바보 같은 플레이를 했는지 이해가 바로 될 정도였다.

하지만 정명에게도 비장의 무기는 있다.

그동안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며 번 포인트. 그것이 여기서도 그대로 적용되었으니까.

[눈 뜬 장님을 ‘허술한 사냥꾼’ 으로 올리시겠습니까?]

[등급을 올리는 데 필요한 포인트는 1000 포인트 입니다.]

[잔여 포인트 : 7931215]

‘올린다.’

정명이 능력을 올리는 사이, 게임은 역전하기 어려운 쪽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아고, 망했다. 자폭이 한 명한테도 안 들어갔어...”

모든 것을 포기한 하니는 그렇게 말하며 키보드에서 손을 뗐다.

하지만 곧이어 놀라운 메시지가 흘러 나왔다.

[세 명 동시 처치!]

“엥? 뭐야, 정명 오빠잖아?”

하니가 탱커 캐릭터로 얻어맞는 동안, 정명은 힐러의 딱총으로 열심히 킬을 내고 있었다.

쏘는 족족 헤드샷.

그야말로 고수의 모습이었다.

“에엥? 오빠 겁나 못하는 거 아니었어? 갑자기 왜 이래, 이거?”

하니의 말에 정명이 웃으며 고개를 까딱였다.

“마우스 잡아라 하니야. 게임 아직 안 끝났어.”

ⓒ 추어탕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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