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프로게이머-201화 (201/226)

< 69. 권리와 의무 >

어렵사리 입을 연 정명은 팀원들과 함께 갖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동안 게이머 생활을 하며 겪었던, 특별히 기억나는 에피소드들과 연습을 하며 힘들고 기뻤던 이야기 등등.

팀원들 또한 술에 집중하기보다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그 후. 1년이 지났다.

.......

-버티고는 있지만, 그 이상의 의미는 없습니다. 이건 역전하기 힘들어요.

-SNK가 이기려면 방금 전과 같은 한타를 네 번쯤 해야 하는데, NHG 입장에서 보면 그냥 어택땅만 해도 이길 것 같거든요!

1년 후.

이번에는 미국에서 월챔이 열렸다.

그리고 그 월드챔피언십이 슬슬 끝나가고 있었다.

-경기 종료!

-3회 연속 무패 우승이라니, 이런 기록은 앞으로도 나오기 힘들 겁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앗싸!”

“우승이다!”

“꾸아아아악!”

경기가 끝나자 하니와 메테오가 손을 번쩍 들며 포효했다.

그리고 부스의 문이 벌컥 열리며 에리가 하니의 머리를 벅벅 쓰다듬었다.

“너희들 정말 잘한다. 진짜로 잘한다! 대박이야!”

“으앙, 머리한거 다 흐트러져!”

세 번의 우승.

그것도 월드챔피언십에서 단 한 번도 진 적 없는 무패 우승이다.

당연히 NHG는 이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팀이 되었고, 그뿐 아니라 프로게이머계에 한 획을 그은 팀이 되었다.

팀원들이 서로 물고빨고하며 웃고 있는 사이, 정명은 방금 뜬 메시지를 확인했다.

[히든 퀘스트 No. 2 : 3회 연속 우승]

*100만 포인트가 지급되었습니다.

[히든 퀘스트 No. 1 : 3회 연속 무패 우승]

*200만 포인트가 지급되었습니다.

[잔여 포인트 : 457만 포인트]

막대한 양의 포인트가 들어오자, 정명은 입을 살짝 벌리며 멍하니 잔여 포인트를 바라보았다.

‘457만? 정말 황당할 정도로 많이 모였다. 이제는....쓸 데가 없지만.’

딱 한 곳, 쓰고 싶은 데가 있긴 했다.

순수 스탯 100.

모든 스탯을 99로 만든 순간, 정명의 다음 목표는 당연히 스탯 100을 찍는 것으로 정해졌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올릴 수 없다. 나이 패널티로 인하여 스탯이 99에서 94로 추락했기 때문이다.

‘뭐, 나는 이제 은퇴하니까 어떻게 되든 상관없겠지.’

정명은 씁쓸한 마음을 떨쳐 내고 활짝 웃으며 부스에서 나왔다.

그리고 팀원들과 함께 트로피를 들었다.

.......

세 번의 우승 후, 매번 그랬듯이 팀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자체 파티로 술에 취해있던 지난번과는 달리, 이번에는 모두 정신이 말짱한 채였다.

“어...내일 모레 간다고 했죠? 디즈니랜드.”

“응, 이번에야말로 가자. 그런데 다들 뭐 안 먹어? 음식 다 식겠다...”

우승이라는 기분 좋은 날임에도 모두들 눈치만 보고 있다.

결국 에리가 작게 한숨을 쉬며 총대를 멨다.

“정명아. 정말로 그만 할 거니?”

“네. 그동안 열심히 했으니까요. 그다지 후회는 없어요.”

“그래. 오래 달려왔으니 잠시 멈춰 서서 쉴 때도 됐지.”

“헉, 오빠 정말로 그만 할 거야?”

“응, 그만 해야지. 이제 실력도 슬슬 떨어지는 느낌이고.”

“오빠는 폼 떨어진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아냐. 나도 이제 예전 같지 않아. 솔직히 말해서 사람들에게 실력 떨어져서 빌빌거리는 모습 보여주기 싫다. 나는 여기서 그만 하는 게 맞아.”

정명은 그렇게 말하며 상태창을 열었다.

정명의 스탯은 시스템 메시지에 나왔던 것처럼 모든 스탯이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현재 능력치]

피지컬 (94/94)

정신력 (94/94)

오더 (94/94)

판단력 (94/94)

*알 수 없는 피로감

-육체와 정신력이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해가 지날 때마다 모든 스탯이 영구적으로 5 감소합니다.

‘올해까지는 어떻게든 했지만 내년에 스탯이 89까지 떨어지면 1인분 하기도 벅차겠지. 다른 팀원들에게 얹혀가는 것도 성격에 안 맞고.’

그 말을 끝으로 정명의 은퇴 이야기가 대충 마무리되었다.

팀원들은 그제야 음식을 먹으며 왁자지껄 떠들기 시작했고, 조용히 있던 쿠론은 맥주를 홀짝 마시며 정명의 옆으로 다가왔다.

“그럼 은퇴 선언은 언제?”

“글쎄. 일단 한국으로 돌아가서 적당한 시기에 해야지.”

물론 당장 은퇴선언을 한다는 것은 아니었다.

월챔이 끝나고 한창 축제 분위기에 취해 있는데 거기다 대고 찬물을 뿌리는 짓은 할 수 없었으니까.

“나는 이렇게 물러나지만, 너희들은 아직 현역으로 뛰어도 충분해. 엄청난 커리어를 쌓았으니 계약금 왕창 받고 다른 팀 갈 수 있을 거고.”

정명의 말에 하니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무슨 소리야, 다른 팀이라니. 다른 데 안 갈 건데?”

“그래? 그러면 선수 한 명 구해다가 팀을 재정비해도 되고.”

“아니, 아예 프로게이머를 그만 둔다고. 3연속 무패 우승이면 해먹을만큼 해먹었지 뭐.”

“나도 이제 제대로 아빠노릇을 해야겠어. 그러려면 당연히 프로 생활은 무리고.”

어째서인지 다른 팀에 들어가서 프로게이머를 더 해보겠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고, 자연스레 NHG는 해체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박수칠 때 떠나자는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 날.

팀원들은 모두 다 함께 쿠론이 놀러가자고 노래를 불렀던 디즈니랜드에 가서 신나게 놀았다.

#####

그로부터 5년이 지났다.

프로게이머 업계에서 전설을 만들어냈던 정명은 이젠 한산한 카페에 앉아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연습실이 있던 건물을 통째로 사들인 후 개업한 조그마한 카페였다.

물론 돈 벌려고 하는 건 아니고, 부모님의 취미생활이라고 할 수 있는 카페였다.

‘그런데 오늘따라 사람이 한 명도 안 보이네. 근처에 다른 카페라도 생겼나?’

아무리 돈 벌려고 하는 건 아니라지만, 사람이 이렇게까지 없으면 뭔가 서럽다.

그리고 그 때, 정명의 핸드폰에 메시지가 도착했다. 석진이 보낸 메시지였다.

-형, 저 이번에 돌잔치 하는데 오실 거죠?

-당연하지. 꼭 갈게 ^^*

이모티콘까지 써가며 답장을 보냈지만, 정명의 속은 타들어만 갔다.

벌써 결혼하여 애까지 낳은 석진과는 달리, 정명 본인은 아직 짝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정명은 인기 많았던 선수시절을 떠올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나는 왜 우승을 해야 연애를 하니마니 하는 되도 않는 개소리를 했던 걸까. 이러다 총각으로 늙어죽는 거 아냐?”

혼자 지난 시간이 오래되어서인지 필터를 거치지 않고 헛소리가 나온다.

정명은 씁쓸한 마음을 뒤로 하고 노트북을 켰다. 슬슬 월드챔피언십이 할 시간이었으니까.

그리고 1시간 뒤, 정명이 볼 수 있었던 것은 한국 팀이 줄줄이 떨어졌다는 소식이었다.

-QBB, 조별예선 탈락입니다. 정말 아쉽네요.

-이로써 월챔 8강에 진출한 팀은 SNK 딱 한 팀입니다. 과연 이번에는 4강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응 못 올라가. 딱 봐도 8강에서 광탈하겠구만.’

정명이 프로게이머를 은퇴한 뒤, 업계는 급격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NHG라는 왕이 사라진 후, 너도나도 왕이 되겠다고 수많은 팀이 왕위 쟁탈전을 펼쳤는데, 그 중에서 가장 먼저 나가떨어진 것은 놀랍게도 한국 팀들이었던 것이다.

중국과 미국은 팀의 전력을 끌어올리기 위하여 막대한 돈을 쏟아 부었고, 한국 팀들은 처참할 정도로 세계 대회에서 죽을 쑤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 사람들은 ‘돈이면 안 되는 게 없다.’ 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거리는 모습 보여주기 싫다. 나는 여기서 그만 하는 게 맞아.”

정명은 그렇게 말하며 상태창을 열었다.

정명의 스탯은 시스템 메시지에 나왔던 것처럼 모든 스탯이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현재 능력치]

피지컬 (94/94)

정신력 (94/94)

오더 (94/94)

판단력 (94/94)

*알 수 없는 피로감

-육체와 정신력이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해가 지날 때마다 모든 스탯이 영구적으로 5 감소합니다.

‘올해까지는 어떻게든 했지만 내년에 스탯이 89까지 떨어지면 1인분 하기도 벅차겠지. 다른 팀원들에게 얹혀가는 것도 성격에 안 맞고.’

그 말을 끝으로 정명의 은퇴 이야기가 대충 마무리되었다.

팀원들은 그제야 음식을 먹으며 왁자지껄 떠들기 시작했고, 조용히 있던 쿠론은 맥주를 홀짝 마시며 정명의 옆으로 다가왔다.

“그럼 은퇴 선언은 언제?”

“글쎄. 일단 한국으로 돌아가서 적당한 시기에 해야지.”

물론 당장 은퇴선언을 한다는 것은 아니었다.

월챔이 끝나고 한창 축제 분위기에 취해 있는데 거기다 대고 찬물을 뿌리는 짓은 할 수 없었으니까.

“나는 이렇게 물러나지만, 너희들은 아직 현역으로 뛰어도 충분해. 엄청난 커리어를 쌓았으니 계약금 왕창 받고 다른 팀 갈 수 있을 거고.”

정명의 말에 하니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무슨 소리야, 다른 팀이라니. 다른 데 안 갈 건데?”

“그래? 그러면 선수 한 명 구해다가 팀을 재정비해도 되고.”

“아니, 아예 프로게이머를 그만 둔다고. 3연속 무패 우승이면 해먹을만큼 해먹었지 뭐.”

“나도 이제 제대로 아빠노릇을 해야겠어. 그러려면 당연히 프로 생활은 무리고.”

어째서인지 다른 팀에 들어가서 프로게이머를 더 해보겠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고, 자연스레 NHG는 해체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박수칠 때 떠나자는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 날.

팀원들은 모두 다 함께 쿠론이 놀러가자고 노래를 불렀던 디즈니랜드에 가서 신나게 놀았다.

#####

그로부터 5년이 지났다.

프로게이머 업계에서 전설을 만들어냈던 정명은 이젠 한산한 카페에 앉아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연습실이 있던 건물을 통째로 사들인 후 개업한 조그마한 카페였다.

물론 돈 벌려고 하는 건 아니고, 부모님의 취미생활이라고 할 수 있는 카페였다.

‘그런데 오늘따라 사람이 한 명도 안 보이네. 근처에 다른 카페라도 생겼나?’

아무리 돈 벌려고 하는 건 아니라지만, 사람이 이렇게까지 없으면 뭔가 서럽다.

그리고 그 때, 정명의 핸드폰에 메시지가 도착했다. 석진이 보낸 메시지였다.

-형, 저 이번에 돌잔치 하는데 오실 거죠?

-당연하지. 꼭 갈게 ^^*

이모티콘까지 써가며 답장을 보냈지만, 정명의 속은 타들어만 갔다.

벌써 결혼하여 애까지 낳은 석진과는 달리, 정명 본인은 아직 짝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정명은 인기 많았던 선수시절을 떠올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나는 왜 우승을 해야 연애를 하니마니 하는 되도 않는 개소리를 했던 걸까. 이러다 총각으로 늙어죽는 거 아냐?”

혼자 지난 시간이 오래되어서인지 필터를 거치지 않고 헛소리가 나온다.

정명은 씁쓸한 마음을 뒤로 하고 노트북을 켰다. 슬슬 월드챔피언십이 할 시간이었으니까.

그리고 1시간 뒤, 정명이 볼 수 있었던 것은 한국 팀이 줄줄이 떨어졌다는 소식이었다.

-QBB, 조별예선 탈락입니다. 정말 아쉽네요.

-이로써 월챔 8강에 진출한 팀은 SNK 딱 한 팀입니다. 과연 이번에는 4강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응 못 올라가. 딱 봐도 8강에서 광탈하겠구만.’

정명이 프로게이머를 은퇴한 뒤, 업계는 급격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NHG라는 왕이 사라진 후, 너도나도 왕이 되겠다고 수많은 팀이 왕위 쟁탈전을 펼쳤는데, 그 중에서 가장 먼저 나가떨어진 것은 놀랍게도 한국 팀들이었던 것이다.

중국과 미국은 팀의 전력을 끌어올리기 위하여 막대한 돈을 쏟아 부었고, 한국 팀들은 처참할 정도로 세계 대회에서 죽을 쑤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 사람들은 ‘돈이면 안 되는 게 없다.’ 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당연한 일이지. 열정과 정신력만으로 어떻게 해보는 시대는 지났으니까. 음...다음 경기 하려면 1시간은 걸릴 것 같은데, 그동안 게임이나 한 판 할까.’

오늘은 이만 셔터를 내려야 하는 것인지, 오후 1시임에도 카페에는 개미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결국 정명은 가방에 넣어뒀던 노트북을 꺼냈다. 다음 경기를 기다리는 동안 솔로 랭크라도 한 번 돌려보려는 것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랜드 마스터 리그에서 양민학살이 시작되었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와 이새끼 뭐냐. 프로냐? ㅈㄴ잘하네.

-프로 팀에서 이런 사람들 영입해야 하는 거 아님? 지금 프로랍시고 설치는 애들다 똥인데.

부 캐릭터로 했기에 사람들은 정명의 아이디를 알아보지 못했고, 본의 아니게 유저들의 칭찬을 들은 정명은 피식 웃었다.

‘말은 고맙지만 다시 프로씬에 들어갈 생각은 없어서. 이미 능력치도 바닥이고. 아, 서렌 떴네.’

-GG. 카드맨 신고좀.

-ㄴㄴ. 불여우 신고좀.

[솔로랭크에서 승리한 보상으로 200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근데 이놈의 메시지는 평생 뜨는 건가?’

프로를 그만뒀음에도 정명의 특별한 능력은 사라지지 않았다.

물론 이미 은퇴했기에 별다른 의미는 없었고, 솔로랭크에서 재미를 보는 정도의 쓸모였지만.

정명은 솔랭 큐를 돌려놓고 언벤 자유게시판에 들어가 게시물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게시판에서는 당연히 이번 월챔에 대한 이야기가 한창이었다.

-아, SNK도 떨어지겠네. ****들 진짜....

-***가 ***, ****....

-뭐라는 거야 ****가 ㅋㅋㅋㅋ ***로만 말하네.

유저들이 욕을 썼지만, 커뮤니티 자체 필터링 때문에 ***로 표시되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의 마지막 희망이었던 SNK가 결국 떨어졌다. 8강전 광탈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게시판에서는 폭동이 일어나고 있었다.

-NHG 있었으면 다 바르는 건데 ㅅㅂ 쉰 김치놈들 같으니라고. 더럽게 못 하네.

-걔네들 있었어도 안 됨. 중국이랑 북미 팀이 너무 잘 함.

?ㅈㄹ ㄴㄴ. 걔네들은 전설임. 굳이 전성기 시절도 필요 없이, 폼이 가장 떨어진다고 평가받는 은퇴 직전 시즌 실력으로만 해도 해외팀 다 바름 ㅅㄱ?너네들 지금 추억보정 받고 있는 거야. NHG가 지금 부활해도 해외팀 못 이김.

-제발 NHG 데려와라! 월챔에서 결승 가는 것만이라도 구경 좀 해보자!

‘큭큭, 무슨 말을 하냐 얘네들은.’

이것도 경기를 즐기는 방법이긴 하지만, 디지몬이랑 포켓몬이랑 싸우면 누가 이기냐는 급의 망상이라고 생각 했기에 정명은 큭큭 웃었다.

그리고 30분 후, 정명이 솔로랭크에서 2연승을 달성했다. 이번에도 정명이 말끔하게 캐리를 한 경기였다.

그런데 솔랭에서 승리한 직후 메시지가 하나 떴다.

여느 때처럼 솔로랭크 보상으로 포인트를 받았다는 메시지인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퀘스트 메시지였다.

오랜만의 뜨는 퀘스트 메시지였기에 정명이 신기하다는 듯 눈을 빛냈다.

[히든 퀘스트 No. 1 : 권리와 의무]

*기도 아이템을 구입하여 사용하십시오.

*이것은 당신에게 부여된 의무입니다.

[잔여 포인트 : 5000040]

‘기도 아이템이 아마 제일 비싼...500만 포인트짜리 아이템이었던가.’

퀘스트 메시지를 몇 번이고 정독하던 정명은 퀘스트 설명에 강제성이 있는 것에 주목했다. ‘이걸 하면 보상이 있을 거야.’ 가 아닌, ‘이건 해야만 한다.’ 라는 조금 특이한 퀘스트 설명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아이템을 사용하면 끝인 게 아닌, 무언가 연계 퀘스트가 생성된다는 것도 추측해볼 수 있었다.

‘마지막 임무와 기도 아이템이라....일단 한 번 사볼까.’

오랜만에 상점으로 들어간 정명은 기도 아이템을 사기 직전, 걱정이 되어 조금 망설였다.

‘겨우겨우 모은 포인트가 아깝다는 건 아냐. 이제 나에겐 별 필요 없는 포인트니까. 그보다 이미 은퇴한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게 문제인데....’

딱 봐도 난이도가 높은 퀘스트였다.

그리고 정명은 퀘스트 내용이 어떤 것일지에 대해 몇 가지 추측해봤다.

‘5회 연속 월챔 우승? 솔로킬 1000회 달성? 쓰레기 캐릭터로 우승? ....잘 모르겠군. 일단 사 볼까.’

상점에 들어간 정명이 기도 아이템을 찾기 시작했다.

가장 비싼 아이템이자 모든 것이 베일에 싸여 있는 유일한 아이템.

가격이 무거워서 맨 밑으로 가라앉은 건지 기도 아이템은 언제나 맨 밑에 있었기에 찾기는 쉬웠다.

[기도 아이템을 구매했습니다.]

[잔여 포인트 : 40]

[기도 아이템을 사용하시겠습니까?]

*신중하십시오. 한번 결정한 선택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기억하십시오. 당신은 당신이 한 행동에 대해 책임을 져야만 합니다.

*이와 같은 경고를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템을 사용하시겠습니까?

‘꼭 이렇게 겁주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한단 말이지...’

정명은 이것을 ‘카드 X, 현금만. 환불 절대 불가.’ 뭐 이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무엇이든 간에 한번 결정한 선택을 되돌릴 수 없는 건 당연한 거야. 내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하는 것도 마찬가지지. 자 그럼 아이템을...사용한다.’

[S등급 아이템, 기도를 사용합니다.]

[마지막 임무가 시작됩니다.]

.......

그리고 정명은 기도 아이템을 사용하는 것과 동시에 정신을 잃었다.

#######

‘어....뭐야. 분명 카페에 앉아 있었는데...’

정신을 차린 정명이 허겁지겁 주변을 살폈다.

‘우리 집? 아니, 옛날의 그 구닥다리 집에서 이사 간 지가 언젠데. 그런데 여기는....’

아무리 방을 둘러봐도 옛날에 살았던 그 구닥다리 집이었다.

정명은 반사적으로 침대 밑을 뒤졌다.

항상 침대 밑에 핸드폰을 두는 습관이 있었기에, 핸드폰은 금방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핸드폰이 조금 이상했다.

정명의 손에 있는 것은 통신사 광고를 찍고 나서 공짜로 받은 최신형 스마트폰이 아닌, 부모님을 졸라서 샀던 싸구려 스마트폰이었다.

[2023년 5월 1일 일요일]

‘설마....’

정명이 벌떡 일어나서 거울을 보았다.

그리고 그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자신이 과거로 되돌아왔다는 사실을.

2023년 5월.

당시 정명은 프로게이머가 되겠답시고 설치던 철없는 고등학생이었다.

ⓒ 추어탕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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