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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프로게이머-122화 (122/226)

-----------------레벨업 프로게이머 122화-----------------

“아오, 이 새끼는 무슨 개소리야, 이거. 혹시 이놈이 올스타전 감독으로 뽑혔나?”

“뭐래요?”

“올스타전 합숙을 하겠대. 아, 씨. 잠깐 쉬는 시간 생기면 게임이나 하려고 했는데!”

올스타전은 선수뿐만 아니라, 그들을 지휘할 감독까지 뽑는다. 제대로 된 팀이라고 할 법한 구색을 맞추는 것이다.

그리고 팀 ME의 감독, 왕수는 감독 사이에서 1등으로 꼽힌 것이 은근히 기뻤는지, 아직 올스타 팀이 꾸려지려면 시간이 많이 남았음에도 벌써부터 전화를 걸어, 의욕을 나타냈다.

그 왕수라는 감독을 무척 싫어하는 정명으로서는 최악의 소식이었다.

“아… 이놈은 정말 싫은데. 나랑 안 맞아.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다.”

“소문으로는 그 사람이 구단주 친척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감독이 될 수 있었다고…….”

“사오미, 그런 얘기 굳이 해서 뭐 하냐. 이 바닥이 다 그렇지, 뭐.”

그 말을 끝으로, 정명은 자신 때문에 분위기가 처질까 봐 애써 표정을 풀었다.

“그래도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까. 나중에 생각해야겠다.”

*

리그 중반이 되었지만 정명은 수도승으로 게임을 폭파시킨 그날 이후로 그 캐릭터를 다시는 꺼내지 못했다.

물론 예상한 일이었으므로 그러려니 하고 다른 캐릭터를 하고는 있지만, 아쉬움은 어쩔 수 없었다.

오늘 정명의 상대는 팀 GU.

10위 근처에서 맴돌고 있는 팀이었기에, 그다지 빡빡하게 하지 않아도 이길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되는 팀이었다.

하지만 정명은 최선을 다해 눈에 불을 켜고 컨트롤에 집중했다.

-와, 역시 올스타전 멤버는 다르다는 걸까요? 내년에 28세가 됨에도 불구하고, 10대 선수들보다 훨씬 잘하는 것 같습니다!

-정명 선수가 올스타전에 간다는 것이 일부에서 조금 논란거리가 되긴 했는데, 오늘 경기를 마지막으로 그런 얘기가 안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런 선수가 가지 않는다면, 대체 누가 올스타전에 나가겠습니까?

경기 시작 30분.

정명은 시기적절하게 스킬을 사용하여 게임을 이끌어 나갔다.

그 활약을 본 해설자들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정명을 칭찬하고 있었지만, 정작 정명 스스로는 무언가 부족하다 느끼고 있었다.

‘감이 올 듯 말 듯한데……. 아오, 5초는 너무 짧아! 망할. 조금만 더 길면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딱 잡힐 것 같은데!’

정명이 바라고 있는 것은 슈퍼 플레이를 통한 숙련도 레벨 업.

한 가지 캐릭터만 잘한다면 밴 카드 1장으로 쉽게 무력화되기에, 그 약점을 보완하려는 것이었다.

사실 5초 영웅 스킬을 쓰고 있는 동안에는 어떻게 하면 다른 캐릭터로도 그런 플레이가 나오게 될지 떠오를 것 같기도 했지만, 5초가 끝나면 순식간에 까먹어 버렸기에 정명의 답답함은 계속되었다.

“정명이 형, 오늘 양학 제대로 하시네요. 완전 박살 내 버렸는데요?”

“흠, 그래, 뭐……. 조금 아쉽긴 한데, 어쩔 수 없지.”

“예? 여기서 어떻게 더 잘해요? 지금으로도 충분해 보이는데. 너무 압박감 가지지 마세요.”

그리고 그런 일을 몇 번 반복하다 보니, 정명은 그동안 그렇게 캐릭터를 연습했음에도 왜 한 캐릭터도 숙련도 LV5를 만들지 못했는지 이유를 대충 알 것 같았다.

‘중요한 건, 얼마나 캐릭터를 많이 하느냐가 아니야. 중요한 건, 입게임이라고도 하는 설계를 짜는 능력, 그리고 그 설계를 실체화시킬 수 있을 만한 피지컬이다.’

브론즈 리그에서 한 캐릭터만 500판 이상 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랜드 마스터 랭크의 사람이 서너 판 한 것보다 못하다.

즉, 그 캐릭터의 장인이 되려면, 일단 기본적인 실력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 XTC, 백작 오브젝트 획득했습니다. 게임이 거의 끝난 것 같죠? 이거는 뭐 시간 끌어 봐야 버티기밖에 안 됩니다.

-끝까지 지켜 보려 하지만, GG. 1시간 만에 게임이 끝났네요. 두 팀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2 : 0. 두 판 합쳐서 한 시간도 안 걸린 무척이나 빠른 템포의 경기였다.

팀원들은 약팀을 잡았기 때문인지 별 감흥 없다는 듯, 무표정하게 장비를 챙겼다.

[리그에서 2 : 0으로 승리했습니다! 7,0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7,000이라. 처음에는 이것도 엄청 많은 것 같아서 뛸 듯이 기뻤는데, 이제는 7,000도 적어 보인다니까.’

*

GU와의 경기에서 승리한 날 저녁.

숙소에 돌아온 정명은 멍하니 침대에 누워 시스템창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젠장, 7,000이 적어 보이는 게 괜히 적어 보이는 것이 아니라니까. 실제로 적어. 이제는 말이야.’

정명은 작게 투덜대며 스탯창을 열었다.

그리고 피지컬 스탯 1포인트를 구매하기 위한 버튼을 누르기 시작했다.

[피지컬 스탯을 1 구입하시겠습니까?]

[잔여 포인트: 47,210]

’그래, 올리자, 올려.’

정명이 버튼을 연타했지만, 정명의 눈에 보이는 것은 에러 메시지였다.

[포인트가 부족하여 피지컬을 올릴 수 없습니다.]

[필요 포인트: 100,000]

이미 몇 번이나 본 메시지였지만, 정명은 메시지가 뜨자마자 한숨이 절로 나왔다.

‘10만이라, 비싸도 너무 비싸! 피지컬 90이 그만한 값어치가 있다고? 이건 뭔가 이상해.’

이것이 바로 요즘 정명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1순위 요인이었다.

필요 포인트가 엄청나게 올라 버린 것. 10만은 정명이 한 시즌을 꼬박 뛰어도 얻을 수 없는 포인트였다.

‘역시, 퀘스트에 적혀 있는 대로 일단 피지컬은 포기할 수밖에…….’

처음으로 실패 메시지를 봤을 때 나타났던 퀘스트.

정명은 퀘스트 메시지를 다시 한 번 띄웠다.

[한계 돌파]

능력치 스탯 90 이상은 특별한 재능을 타고난 사람들에게만 허용되는 영역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당신에게는 그러한 재능이 없습니다.

모든 스탯을 한계치까지 올리십시오. 그러면 새로운 길에 대한 힌트가 나타날 것입니다.

‘한계치는 89까지를 말하는 것이겠지?’

재능이 부족한 자의 한계치. 정확히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문맥상으로는 그랬다.

2주간 고민한 문제였지만, 더 이상 질질 끌 수는 없다. 오늘은 결정을 내려야 했다.

결국 정명은 피지컬 1을 올리기 위해 10만 포인트를 꾸역꾸역 모으는 대신, 다른 포인트를 올리기로 했다.

[현재 능력치]

피지컬 (89/100)

정신력 (82/100)

오더 (81/100)

판단력 (82/100)

[판단력 스탯을 1 구입하시겠습니까?]

‘구입한다. 일단은.’

*

그날 이후로 한 달이 지났다.

연습, 경기, 연습, 경기.

리그의 끝이 다가올수록 연습의 강도도 점점 높아지기 시작했고, 그에 비례하여 팀원들의 표정 또한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다람쥐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매일에 많이 지쳐 가고 있는 것 같았다.

‘조금 쉬자고 말하고 싶지만… 의미 없겠지. 곧 리그 끝나는데, 뭐.’

XTC의 섬머 리그 성적은 5위.

하지만 지금, XTC의 윈터 리그 성적은 3위였다.

그리고 잠시 후, 이번에는 AAIG와 리그 3위를 걸고 마지막 대결을 펼치게 된다.

중국은 원래 ME, 로얄 패밀리아, AAIG. 이렇게 3강 체제였다. 하지만 XTC가 끼어들면서 그 체제가 무너진 것이다.

AAIG가 약이 바짝 올라 맹렬하게 연습을 하고 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사실 확인은 곧바로 이어진 경기에서 곧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역시나 수도승은 밴이네요. 아쉽다.”

“뭐가 아쉬워. 어차피 못 하는 거 예상했잖아.”

“그래도…….”

“됐고, 포식사자나 골라 줘.”

다른 팀원들이 아쉬움을 표했지만, AAIG는 그 캐릭터 없이도 종종 이겨 왔던 상대다.

정명은 아쉬움을 느끼는 대신, 요즘 엄청나게 연습했던 캐릭터 하나를 선택했다.

그리고 게임을 시작한 후, 15분이 흘렀다.

-미드, 터졌네요!

-포식 사자, 딜이 엄청나네요. 이건 뭐, 중간에 은신을 알아챈 것 같긴 했는데 그냥 올공 템의 딜로 녹여 버렸습니다!

“좋아, 계획대로다. 아, 내가 그냥 킬 전부 먹을게?”

“예, 그러십쇼. 역시 대단하십니다!”

차석진이 기쁨을 숨기지 못하며 정명을 추켜세웠다.

정명의 끈질긴 미드 공략으로 상대방의 미드라이너를 반쯤 절름발이로 만들어 놓은 것이었다.

신이 나서 히히 웃고 있는 둘에게 사오미가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저… 죄송합니다. 바텀라인은 또 망했어요.”

“그래, 버티기는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어쩔 수 없지. 이제 한타 싸움으로 넘어가자.”

AAIG와 싸울 때는 항상 까다로운 점이 있다.

바텀라인을 잡아먹고 무럭무럭 큰 김준상이 중반 시점부터 너무 설친다는 것이었다.

-역시 김준상의 악마 사냥꾼. 언제나처럼 칼 같은 카이팅이네요!

-티웨이, 식칼을 던져 보지만, 구르기로 쉽게 피해 내네요. 결국 돌진기가 없는 캐릭터로는 악마 사냥꾼의 밥이 될 수밖에 없죠!

“야, 빼라, 빼! 고기방패도 안 된다, 이거.”

정명이 다급하게 외쳤지만, 딱히 도망갈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하여간, 김준상 저놈이 문제라니까. 저거를 어떻게든 잡아야 하는데.’

김준상의 피지컬은 90. 가뜩이나 뚜벅이 캐릭터인 티웨이와 캐릭터 상성도 좋지 않은데, 피지컬이 겨우 79인 티웨이가 어떻게 해볼 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정명은 승부를 걸어야 할 때임을 직감하고 모든 팀원을 불렀다.

“드래곤 싸움 가자. 티웨이, 싸움이 일어나면 맞아 죽든 말든, 원 딜러한테 비비고 있어. 내가 뒤로 가서 원 딜러 따 버릴 테니까. 그럼 무조건 이긴다.”

XTC가 드래곤 쪽으로 집결하자, 상대방 쪽에서도 슬슬 밀고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원 딜러를 발견한 티웨이는 단단하게 두른 탱커 아이템을 믿고 앞으로 뒤뚱뒤뚱 나가기 시작했다.

“그렇지! 그쪽으로 몰아!”

[5초 영웅 스킬을 사용합니다.]

그와 동시에 정명의 포식사자가 AAIG의 악마 사냥꾼을 덮쳐들었다.

빠른 반응속도로 서포터, 카우킹이 정명을 쳐내려고 했지만 이미 티웨이에게 스킬을 사용한 뒤였다.

-제압되었습니다! 드디어 악마 사냥꾼을 잡아냈어요!

-XTC가 드래곤 싸움에서 대승을 거뒀네요. 이제부터 분위기가 반전될 겁니다.

‘알겠다, 이제! 집중적으로 한 캐릭터만 판 보람이 있었어!’

[올 마스터를 향하여]

*특정 캐릭터에 대한 기교를 한계치까지 끌어내었습니다.

*포식 사자 숙련도가 LV5로 올랐습니다.

*보상으로 20,000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명성이 소폭 상승했습니다. 이제부터 당신을 상대하는 팀들은 이 캐릭터를 밴 시킬지 심각하게 고민할 것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캐릭터에 대해서 숙련도를 끌어올리십시오.

-현재 마스터한 캐릭터의 개수: 2/110개

퀘스트창을 닫는 것과 동시에, 정명은 컨트롤하고 있는 캐릭터의 느낌이 아주 조금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제야 정명은 김준상과 대등하게 싸울 수 있었다.

*

3위 결정전이 끝난 후, 1, 2위 결승전이 이어졌다. 윈터 리그의 마지막 일정까지 전부 마무리된 것이다.

리그의 끝. 지긋지긋한 연습도 없기에 후련해질 법도 하건만, 정명은 똥 씹은 표정으로 창문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연습실은 무척이나 조용했다.

켜져 있는 컴퓨터는 하나도 없었고,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만 간간이 들릴 뿐이었다.

‘아, 욕 나온다. 다들 노는데, 나는 도대체 왜…….’

연습실에 아무도 없는 이유는 무척 간단했다.

리그가 끝났으므로, 연습실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으니까.

팀원들은 각자 고향으로 떠나거나 재충전을 위해 일찌감치 짐을 쌌고, 리그가 끝나자마자 부리나케 연습실을 나섰다.

하지만 정명은 떠날 수가 없었다. 올스타전 합숙 연습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마음 같아서는 올스타전에 불참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정명은 커뮤니티 사이트의 여론을 무시할 수 없었다. 한국을 이겨 달라는 팬들의 소망이 얼마나 큰지를.

덕분에 이제는 빼도 박도 못하게 되었고, 결국 왕수 감독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올스타전이라는 이벤트 경기에 합숙 훈련까지 하게 되었다.

“에휴, 어차피 해야 한다면 빨리하자.”

답답한 마음에 혼잣말을 한 정명은 팀 ME의 연습실로 찾아가기 위해 자전거의 자물쇠를 풀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 고급스러운 외제차가 XTC의 연습실 앞에 도착했고, 차에서 양복을 입은 한 남자가 내렸다.

“정명 씨 맞으시죠? 저는 팀 ME에서 나온 심린이라고 합니다. 팀 ME의 숙소까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이쪽으로…….”

“네? 하지만 그렇게 멀지도 않은 것으로 아는데요? 그냥 자전거 타고 갈게요.”

정명의 완곡한 주장에, 남자는 무척이나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 제가 무척 혼날 겁니다. 부디…….”

“알겠어요, 알겠어.”

정명은 마지못해 고급스러운 차에 탑승했다.

그리고 몇 분 후 도착한 팀 ME 연습실의 시설은 상당히 좋았다.

깔끔한 외관, 최첨단 시설.

정명이 판단할 때에는 중국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돈 잘 버나 보네. 역시 평균 연봉 중국 1위 팀다워.’

“정명 씨? 이곳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예, 감사합니다.”

정명은 심린이 안내해 준 방 안으로 들어갔다. 심린의 말로는 이 방에 이미 모두 모여 있다고 한다.

그리고 잠시 뒤, 정명은 곧바로 뒤돌아서 나오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아 내며 방 안의 의자에 앉았다.

‘에이 씨, 꼴 보기 싫은 낯짝이 잔뜩 있잖아?’

여기 모인 사람들은 정명을 제외하고는 다들 데뷔하자마자 천재라는 소리를 귀에 닳도록 들으며 선수 생활을 보낸 사람들이었다.

덕분에 실력은 몰라도 자존심만은 알아주는 사람들이었고, 각자의 팀에서 큰소리 좀 치던 사람들이 모여, 올스타팀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정명은 올스타 팀이 생각처럼 만만하게 굴러가지 않을 것임을 확신했다.

‘이 팀은 둘 중 하나일 것 같군. 생각 외로 잘하거나, 자멸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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