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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프로게이머-123화 (123/226)

-----------------레벨업 프로게이머 123화-----------------

정명을 마지막으로, 올스타전에 출전하게 될 선수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선수들이 다 모이자, 감독은 브리핑을 하는 것처럼, 이야기를 꺼내 놓았다.

“이번 대회는 중국의 자존심이 걸려 있는 대회입니다. 한 가지만 기억하십시오. 타도 한국!”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서는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노력을 해야 합니다. 소중한 한 표를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감독의 말은 무척이나 진부하고 쓸데없는 이야기였는데, 거기에 더해 교장선생님의 훈화처럼 쓸데없이 늘어지기 시작했다.

감독의 말이 지루하다는 것은 정명의 생각만이 아니었는지 다른 선수들은 하품을 하거나 멍을 때리며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이 눈에 띄었다.

물론 정명 또한 감독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대신, 다른 사람들을 구경하는 중이었고.

‘팀 ME 두 명, 그리고 로열 패밀리아 2명, 그리고 나까지. 딱 1, 2, 3위 팀만 뽑혔군.’

최고의 팀을 만들어서 한국을 이겨 보겠다는 팬들의 의지가 보이는 부분이었다.

정명은 앞으로 2주간 팀원이 될 이들의 능력치를 확인하기 위해, 상태창을 열었다.

‘어디…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인지 볼까?’

[우드]

피지컬 (91/93)

정신력 (57/75)

오더 (60/71)

판단력 (71/85)

‘음… 예전에 비해 조금 오르긴 했는데… 생각보다 낮네?’

가장 먼저 열어 본 것은 로열 패밀리아에서 피지컬로 유명한 원 딜러, 우드였다.

정명이 우드를 처음 본 것은 북미 월드 챔피언십 대표로 파리에 갔을 때였다.

정명은 우드를 처음 봤을 당시, 피지컬 90이 엄청나 보여서 연신 감탄을 했었는데, 이제는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았다.

‘그때는 그랬는데… 괜히 쫄았잖아? 나중에는 잡아 볼 수도 있겠는데, 이거?’

정명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때, 우드의 뒤에 서 있던 여자가 정명에게 살짝 손짓을 하며 시선을 끌기 시작했다.

누구에게 들키기라도 할까 조심히 손짓을 하는 그 모습은 ‘여기요, 여기!’라고 말하는 듯했다.

‘응? 아, 저 사람은……?’

우드의 뒤에서 열심히 신호를 보내고 있는 여자는 로열 패밀리아의 매니저, 메이였다.

메이는 정명과 눈이 마주치자 윙크를 보내며 아는 체를 해왔다. 정명을 만난 것이 엄청 반갑다기보다는, 그녀 또한 지금의 시간이 엄청나게 지루했던 것이다.

메이는 이상한 표정을 지으며 정명을 웃기기 시작했고, 정명은 그 모습을 보며 킥킥 웃고 있었다.

이번 올스타전의 감독, 왕수가 부르는 것도 모르는 체.

“…정명, 정명!”

“예, 예?”

“그래서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딴짓을 하느라 감독의 말을 전혀 듣지 않았던 정명은 적당히 대답했다.

“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래! 호탕한 게 마음에 드는군. 좋아, 그럼 앞으로 오더는 팀 ME의 프록시가 하도록 하고, 모든 선수들은 숙식을 이곳에서 해결하도록 하지. 합숙 훈련이라고 했는데, 무늬만 합숙 훈련을 할 수는 없잖아? 진짜로 한집에서 자고, 같은 밥 먹으며 훈련하는 거야!”

‘뭐, 인마? 안 돼, 시발!’

감독은 결정 난 김에, 당장 오늘부터 이 숙소에 머무르는 게 좋겠다고 우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명은 중요한 약속이 있다. 이러쿵저러쿵 읍소하며 겨우겨우 일정을 미뤘고, 덕분에 이번 주말까지는 쉬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다.

그로부터 30분 뒤.

정명은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한숨을 푹푹 쉬었다.

‘어휴, 올스타전이 끝나려면 앞으로 2주… 그때까지 잘 버텨 낼 수 있을까?’

*

연습실에 돌아온 정명은 곧바로 자신의 시스템 창을 띄우며, 자신의 스탯을 골똘히 바라보기 시작했다.

[현재 능력치]

피지컬 (89/100)

정신력 (82/100)

오더 (81/100)

판단력 (86/100)

[잔여 포인트: 12,020]

‘올스타전에서 포인트를 얼마나 벌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잘만 하면 이번에 판단력까지 89로 올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그것뿐만 아니라, 요즘 얼핏 소문을 듣기로는 중국에서도 정명의 팬클럽이 생길지도 모를 것 같다고 한다.

정명은 이번에 올스타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팬클럽 결성을 확정 지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명이 시스템 창을 닫는 것과 동시에 핸드폰에서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발신인을 확인해 보니 미국에서 요양 중이라고 하던 에리에게서 온 전화였다.

-정명! 리그도 끝났는데, 휴가 어디로 갈 거야? 미국에는 올 생각 없어?

“미국이요?”

-우리 집, 고양이 기르기 시작했거든. 보러 올래? 엄청 귀여워!

에리는 그렇게 말하며 고양이 사진 몇 장을 보냈다.

배를 드러내고 애교를 부리는 고양이의 모습이 에리의 말대로 무척 귀엽기는 했지만, 정명은 난처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보고는 싶은데, 못 갈 것 같네요. 다음 주부터 팀 연습에 들어가야 해서.”

-연습? 무슨 연습? 리그 다 끝나지 않았어?

정명은 담담하게 그동안의 일을 설명했고, 에리는 올스타전으로 합숙을 한다는 소리를 듣고 경악하며 말했다.

-어… 와…….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 재미로 하는 경기인걸?

“하하, 이쪽 동네 사람들은 승부욕이 조금 강해서. 아, 맞다. 쿠론은 잘 지내요?”

정명은 만약 쿠론이 올스타전 투표에 나왔다면 유력한 후보가 되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쿠론은 다음 스프링 리그부터 게이머로서 활동을 재개하기에 이번에는 해당사항이 없었고, 다른 사람이 올스타전 멤버로 선발되었다.

잠깐 동안 이야기를 주고받던 정명은 작별 인사를 건넸다.

“그래요. 나중에 시간 되면 한번 갈게요. 그럼 나중에 봐요!”

*

천국 같던 주말의 휴식이 끝나고, 드디어 지옥 같은 올스타전 합숙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연습 첫날, 왕수 감독은 정명을 경악케 할 만한 연습 계획을 발표했다.

“4위 팀, AAIG에게 협조를 구했다. 이번에 우리랑 연습 게임을 하게 될 거야.”

“AAIG요? 우리 첫 연습 게임인데, 그건 좀 힘들지 않을까요?”

그 말에, 감독은 정명을 도발하듯 말했다.

“자신 없나 보지? 중국에서 최고라고 불리는 다섯 명이 모였는데?”

“자신 없는 게 아니라… 하, 아닙니다. 해 봅시다, 그럼.”

솔로 랭크만 하던 아마추어들이 팀을 짜서 프로 리그에 도전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그들은 놀랍게도 프로들과 막상막하의 라인전을 펼치는가 하면, 심지어 라인전을 이기는 경우도 심심찮게 있다.

아마추어들이 ‘우리도 할 수 있어!’ 하는 희망을 불태우는 것도 잠시, 한타 구도로 넘어가는 것과 동시에 분위기는 반전된다.

결국 이 게임은 5 : 5 싸움.

프로 선수들은 최소 1년 이상 동료들과 호흡을 맞춘 사람들이니까.

그리고 잠시 후.

감독은 자신의 결정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

“아, 랜턴 좀 던지라니까, 왜 안 던져!”

“쿨이었는데?”

“그걸 나한테 써야지, 어디다 써먹은 거야? 하, 답답해 죽겠네.”

무조건 잘하는 사람을 뽑으려던 중국의 팬들이 생각하지 못한 게 있었다.

바로 선수들의 협동심.

경기 시작부터 끝까지 계속 함께해야 하는 바텀라인 특성상 서로의 성격이 어느 정도는 맞아야 좋다.

하지만 우드와 샤우샤우. 둘은 한국의 보수 단체 회원과 진보 단체의 회원만큼 케미가 전혀 맞지 않았던 것이다.

‘바텀 라인은 1+1, 한 팀을 세트로 뽑았어야 했다. 어휴, 꼴통들. 또 시작이군.’

이미 시작부터 AAIG에게 형편없게 지고 난 후였다.

서로의 상태가 심상치 않자, 감독은 재빠르게 연습 상대를 바꿨다. 일단 게임에서 이겨야 기분 좋게 연습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였다.

하지만 이미 깨진 유리창을 고칠 수는 없는 법.

바텀라인의 두 사람은 그 후로 사사건건 시비를 걸며 싸우고 있었다.

“아오, 라인전 혼자 하네. Q 맞아 주지 말라고! 쟤가 피 채우잖아!”

“너는 CS나 잘 챙기고 그런 소리를 해. 얼씨구? 대포 미니언도 놓치네? 내가 원 딜 해도 저것보다는 잘하겠다.”

먼저 감정이 폭발한 것은 로열 패밀리아의 원 딜러, 우드였다.

서포터의 일침을 들은 우드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양손으로 키보드를 거칠게 쥐었다.

“야, 너 뭐… 헉!”

-쾅, 쾅, 쾅!

우드는 화풀이라도 하듯 자신의 키보드를 책상에 힘껏 내리치기 시작했고, 그 잔해물이 온 사방으로 튀어 나갔다.

‘저런, 미친놈……. 지가 청소할 것도 아니면서 아주 생난리를 피우는군.’

이미 게임은 중지된 지 오래.

오더를 맡은 프록시는 물론이고, 감독과 매니저 또한 그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기만 하고 있었다.

‘어휴, 감독 놈아. 저거 그대로 구경만 할 거야? 저거 그대로 내버려 두면 버릇 안 좋아지는데?’

팀이 개판이 될 위기였지만, 정명은 자신이 나설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애초에 이런 것은 감독이나 싸운 당사자가 처리해야 할 일. 자신은 돈 받은 만큼만 일하면 된다고 생각했으니까.

잠시 후.

화려했던 우드의 ‘샷 건 쇼’는 끝이 났다.

50만 원짜리 키보드를 쓰레기로 만들어 놓은 우드는 속이 후련해졌는지 표정이 한결 좋아 보였고, 곧장 샤워를 하러 샤워실로 들어가 버렸다.

모두가 쇼크를 받아 침묵을 지키는 가운데, 정명이 먼저 입을 열었다.

“오늘 연습 끝이죠? 저 먼저 들어가서 쉴게요.”

*

다음 날.

감독과 스태프들이 열심히 우드를 설득한 끝에, 다시 연습이 재개되었다.

얼핏 듣기로는 서로 그날의 일은 입에 꺼내지 않기로 합의를 본 모양이었다.

그에 따라 중국의 올스타 팀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연습을 재개했다.

“바텀 라인 좀 와 주세요. 슬슬 견제를 넣어야 할 것 같아요.”

“아니, 탑이요. 지금 오면 필 킬입니다.”

우드가 난리를 친 이후로, 팀 ME, 그리고 로얄 패밀리아는 은근히 서로를 견제하고 있었다.

정명은 중립의 위치를 아슬아슬하게 지키며 자신이 할 일을 꿋꿋하게 해 나갔다.

‘그런데 이것들, 움직임이 왜 이래?’

지금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정명과 서포터를 제외하고는 전부 피지컬이 90 이상인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그런 것치고는 선수들의 움직임이 무척 산만했고, 멍하니 혼자 돌아다니다가 잘리는 모습을 자주 보여 주었다.

잠깐 그들의 모습을 보던 정명은 아직도 남 탓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그 이유를 추측할 수 있었다.

‘아, 맞아. 내가 리더가 아니니까, 이 녀석들은 오오라 버프 같은 것을 받지 못하는구나. 이런.’

중국의 올스타 팀은 게임을 하는 데 온전히 집중을 하지 못하고 있었고, 설상가상으로 정명이 뿌리는 집중력 버프도 못 받는 상황.

그럼에도 게임은 팽팽하게 진행되고 있었는데, 그나마 정명이 캐리를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정명이 지금 하고 있는 캐릭터는 새롭게 숙련도 레벨 5가 된 캐릭터, 포식 사자였다.

피지컬 90에 집중력 버프까지 받으니 어지간한 상대로는 쉽게 캐리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에휴, 사람 구실하는 건 정글러밖에 없네. 답 없다. 항복 가자.”

“조금만 더 해 봐라. 근성이 없어, 돼지가.”

“돼지? 이런 멸치 새끼가…….”

“그만, 그만! 다시 경기에 집중하도록 해라!”

정명은 처음 이 사람들을 만났을 때, 예상외로 잘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사람들과 지낸 지 3일째 되는 날, 정명은 그러한 기대를 전부 접어 버렸다.

‘어휴, 이것들 피지컬 90이 넘으니까 뭐라도 좀 배워 가려고 했더니. 어쩐지 정신력 스탯이 조금 낮은 게 아닌가 했다. 멘탈이 완전 유리네, 유리야.’

*

올스타전을 치르기 위해 일본으로 떠나는 날.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는 공항에서 왕수 감독이 정명에게 다가와 은근히 정명을 떠보기 시작했다.

“이봐요, 정명 군. 정말 부탁 좀 합시다. 송하니랑 밥 한 끼 같이 먹자고 자리 좀 마련해 줄 수 없겠어? 내가 정말 딸 같아서 그러는 거야. 섭섭지 않게 보답할게.”

“죄송합니다. 제가 송하니와 그렇게까지 친하지는 않아서.”

일본으로 가는 날짜가 다가올수록, 정명에게 이러한 부탁을 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졌다.

스태프, 몇몇 선수들부터 시작해서 왕수 감독까지.

결국 정명은 송하니에게 미리 문자를 보내, 일본에서는 아는 체하지 말라고 미리 못을 박아 두었다.

‘에휴, 조금 안다고 알려져 있는 나도 이런데 본인은 정말 피곤하겠군. 아니, 오히려 중국에 진출하면 떼돈 벌 것 같은데, 왜 안 가지?’

그로부터 몇 시간 후.

정명이 비행기에 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일본에 도착했다.

그리고 중국 올스타 팀은 공항에 들어가자마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 한 무리의 사람을 볼 수 있었다.

“오, 역시 일본. 벌써부터 시작인가?”

“안녕하세요, 샤우샤우입니……. 뭐야, 다 어디 가?”

일본의 팬들은 중국의 선수들이 아닌, 곧 도착할 한국 팀을 맞아 주러 나온 것이기에, 중국 선수들은 쿨하게 무시했다.

중국과 일본은 사이가 나쁘니까, 중국 팀을 버선발로 맞아 줄 이유 따위는 전혀 없었던 것이다.

“쩝, 그럼 그렇지. 갑시다, 어서.”

그때, 마법 소녀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 여자가 정명에게 다가오더니 상자 하나를 건넸다.

“이거, 선물. 줄게요.”

“앗, 한국어 잘하시네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옷이… 추우시겠어요.”

마법 소녀가 건넨 것은 정명의 모습을 2등신으로 귀엽게 그린 그림이었다.

정명은 마법 소녀와 사진을 찍은 뒤, 은근히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는 팀원들을 무시하며 밖으로 나왔다.

“정명, 잠깐만요. 우리 담배 좀…….”

“아, 예.”

정명의 생각에 중국은 참 담배를 좋아하는 나라였다.

금연 건물은 찾아볼 수가 없었고, 어린아이들 앞에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담배를 피웠다.

정명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이 줄담배를 피우고 있을 시각.

한 무리의 사람들이 꽤 많은 팬을 대동하고 공항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한국의 올스타 팀이었다.

갑자기 마주친 두 무리의 사람이 서로 어색해하며 눈치만 보고 있는 도중,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정명이 앞으로 나섰다.

“반갑습니다. 중국의 올스타 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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