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프로게이머-64화 (64/226)

< 21. 너희들의 시대는 끝났다 (1) >

다음 날 아침.

비몽사몽해 있는 팀원들에게 정명은 OMA가 개막전 날 경기를 하게 되었으며, 그 상대가 TBM이라는 것을 알렸다.

윈터리그 1, 2위 팀의 격돌인 것이다.

조시는 정명의 말을 반쯤 졸며 듣다가 뒤늦게 그 말의 의미를 깨달았는지, 눈을 번쩍 떴다.

“예? 처음부터 TBM이요? 게임 첫 판부터 보스가 나온다고요?”

“어. 흥행 때문인지 다른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그렇게 배정이 됐네. 그래도 상관없잖아? 어차피 풀리그니까 순서 차이일 뿐인걸.”

하지만 정명의 말에도 조시는 한숨을 푹푹 내쉬며, 허망한 표정으로 정명을 바라보았다.

“그럼 우리 이제 어떡해요?”

“어쩌긴 뭘 어째. 가서 박살내면 되지! 지난번의 설욕전이라고.”

“설욕전? 아, 맞다. 이번에는 삭발이벤트 같은 거 안 하실 거죠? 이제 겨우 다시 머리가 자랐는데.”

“안 한다. 나도 내 머리 아까워.”

정명은 팀원들 앞에서 태연한 척 하면서도, 속으로는 무척이나 복잡한 심경이었다.

‘우리보다 강한 팀을 이기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실력? 운? 아니면...’

팀원들이 탄식과 걱정을 내뱉는 가운데, 에리는 손을 들고 조심스레 말했다.

“지난 번 처럼 정보를 구해보는 건 어때? TBM을 좀 더 분석해본다던가...”

“음, 그럴까요. 별 효과가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에리의 말을 들은 정명은 코치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TBM을 가장 잘 알만한 팀이 누굴까요? TBM 본인은 제외하고.”

“글쎄. 아무래도 GLG가 아닐까? 2년 동안 서로 라이벌로 지냈잖아.”

GLG와 TBM. 북미를 양분하는 거대한 팬덤을 지닌 두 라이벌 팀.

GLG와 TBM의 팬 수를 더한 것과 나머지 열개 팀의 팬 수를 더한 것이 비슷할 정도로 막강한 인기를 자랑하는 팀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딱히 그들이 엄청나게 재미있는 사람들이라던가, 무척이나 인성이 바른 사람들이기 때문에 인기를 끌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들이 그동안 북미 최고의 인기 팀으로 군림할 수 있었던 이유는 딱하나.

실력이 그만큼 압도적이었기 때문이다.

1위 2위를 엎치락뒤치락 하며 2-3년을 보내다보니, 북미 팬들은 그 두 팀이 북미 최강이라는 인식을 가지게 되었던 것이다.

물론 이제는 팀의 실력이 상향 평준화 되었기 때문에 그런 식의 장기집권은 그들로써도 쉽지 않게 되었지만, 이미 각인된 팬들의 기억 속에서는 아직까지도 GLG와 TBM이 최강이었다.

정명은 지난 번, 겨우겨우 이겼던 GLG사람들을 생각하며 턱을 쓰다듬었다.

“흠. GLG라. 물어보기 좀 그렇군요. 그 사람들이랑 썩 좋지 않은 일로 엮인 적이 있어서.”

“누구? 아, GLG의 미드라이너 스케스벤이랑 싸웠다고 했지? 우연히 팀 랭크에서 만나서.”

“예. 그 녀석이 나를 못 알아봤는지 프로가 되고 싶냐는 헛소리를 해서 싸웠던 기억이 있네요. 아무튼 이건 중요한 게 아니고, 그래서 걔네한테 말 걸기는 좀 그래요.”

“응? 그러면 다른 사람한테 물어 봐. 메타트론은 어때? 같은 한국 사람이잖아. 같은 한국 사람끼리는 잘 뭉치지 않나?”

“예? 하지만 메타트론도 GLG니까, 스케스벤이랑 한 팀인데요?”

“무슨 소리야. 한 팀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는 거는 아니지. 네가 스케스벤이랑 싸웠다고 해서 메타트론이랑 친해지지 못할 이유는 아무데도 없다고.”

“어...그런가요?”

“당연하지. 가만 보면 정명 너는 가끔씩 한국 사람처럼 말을 하는 것 같더라.”

“말해두지만, 저 미국 온지 아직 1년도 안 됐거든요?”

정명은 코치의 이야기에 납득했다. 그리고 메타트론에 관한 기억을 떠올리며 생각에 잠겼다.

‘메타트론이라...어떤 사람이었지?’

메타트론은 GLG의 탑 라이너이자, 영어를 잘 하지 못하면서도 북미로 건너온 사람이었다. 하지만 영어를 못 하면서도 배우려고 노력하기는커녕 한인 타운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기도 했다.

‘한인 타운이라. 그러고 보니 오랜만에 돼지불고기가 먹고 싶은데.’

......

그 날 저녁.

정명은 혼자 밥을 먹으러 한인타운으로 향했다. 그의 볼품없는 새 차를 타고서 말이다.

“부릉부릉~ 똥차 지나갑니다.”

미숙한 운전으로 인하여 찌그러지거나 긁힌 곳은 많았지만, 정비소 직원에게 안전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확답을 받은 차였기에, 정명은 신경 쓰지 않았다.

‘불고기라. 혼자 왔다고 내쫒지는 않겠지?’

정명은 적당한 가게를 발견하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정명이 식사를 마칠 때 쯤.

가게 주인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주문하지도 않은 음식을 가져다주며 정명에게 말을 걸었다.

“학생. 주차장의 하얀색 차, 학생거야?”

“네.”

“그러면 안 돼. 아무리 돈이 없더라도 차는 안전한 걸로 타야지 싸다고 중고차 아무거나 주워오면 안 돼.”

“아니, 그게 아니라 제가 운전을 잘 못 해서...”

“부끄러워 할 필요 없어. 원래 그 나이 때면 다 돈 없는 거지 뭐. 그나저나 이쪽 동네는 거의 안 오나?”

아저씨는 손님이 없어 심심했는지, 처음 보는 정명에게 이것저것 말을 걸기 시작했다.

귀찮을 법도 했지만 서비스라던가 후식 같은 맛있는 것을 줬으므로, 정명으로써는 별로 불만이 없었다.

단, 고기집 사장 아저씨의 하소연을 들어줘야 했지만 말이다.

“이상한 게, 장사를 하면서 고생하는 건 나잖아?”

“그렇죠.”

“그런데 나는 점점 가난해지고 가만히 있는 건물주는 부자가 되더라 이거야. 그래서 결국 떴지. 근데 여기서 사는 것도 그리 만만치는 않더라고.”

“어딜 가나 쉬운 게 없기는 하죠.”

“나는 상관없는데, 아들이 문제야. 공부를 열심히 해서 명문대를 간 것은 좋은데, 친구가 없어서. 미국에 적응하는 것을 조금 어려워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너는 괜찮냐는 아저씨의 물음에, 정명은 쑥스럽다는 듯 말했다,

“사실 제가 프로게이머인데,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어요. 나름 보람도 있고.”

“프로...뭐?”

하지만 아저씨는 프로게이머에 대해서 잘 모르는 듯 했다.

오기가 생긴 정명이 자신은 꽤 인기 있는 사람이라고 어필했으나, 별로 믿는 눈치는 아니었다.

그러던 그 때, 아저씨의 아들이 돌아왔다.

그리고 아저씨는 마침 잘 왔다 싶었는지, 정명을 손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성현아. 이 사람 프로게이인가 뭔가 하는 사람이라더라. 혹시 너 아냐?”

모범생처럼 생긴 성현은 정명을 유심히 보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제가 TV를 아예 안 봐서. 죄송합니다.”

그 말에 아저씨는 웃음을 참았고, 정명은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성현은 무언가 떠오른 게 있었는지, 손바닥을 탁 쳤다.

“아, 혹시 LOH, 그거인가요?”

“어. 게임은 아네?”

“예. 요즘 젊은 사람 중에 그거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근데 게임 잘 하시면, 저 좀 알려주시면 안 돼요? 오늘 같은 학교 사람들이랑 팀 짜서 하기로 했는데 저는 진짜 못 하거든요.”

성현의 말에 정명은 핸드폰의 시계를 확인했다.

“나 시간 없는데. 지금 하는 거면 조금은 알려줄 수도 있고.”

“예. 지금 바로 할 겁니다. 잠깐만요.”

성현은 구석에서 노트북을 켜, 게임을 실행했다. 그리고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변명하듯 말했다.

“사실 저 브론즈 티어에요. 욕먹기 딱 좋은 실력이죠. 그런데 제가 억지로 팀에 끼겠다고 졸랐어요. 게임을 안 하면 걔네들의 대화에 낄 수가 없으니까....”

“욕 안 하니까, 일단 해 봐. 내가 조금 봐 줄게.”

바로 한다는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는지, 게임 대기실에는 이미 아홉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플래티넘, 골드, 다이아, 마스터 등등. 친목 게임인 만큼, 실력들이 무척이나 각양각색이었다.

“아는 사람하고 할 때는 파워밸런스 맞추는 게 참 어려워요. 다들 실력이 제각각이니까, 자칫하면 게임이 일방적으로 흐르거든요. 음...지금 팀으로 봐서는, 우리 쪽이 살짝 불리할 것 같기는 하네요.”

그러는 가운데서도 성현은 열심히 했다.

물론 열심히 하는 것과 잘 하는 것은 별개의 이야기였지만.

[적에게 당했습니다.]

[zxBEST_THIEFxz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아...이런. 저게 안 죽네. 아깝다.”

“아냐. 안 아까워. 당연히 안 죽을 각이었어. 이제부턴 괜히 힘 빼지 말고, 라인 당겨서 미니언이나 먹어.”

“라인...뭐요?”

“타워 근처에 박혀서 나오지 말라는 뜻이야.”

하지만 성현은 미니언을 욕심내다 또 죽고 말았고, 이제 그의 스코어는 0킬 4데스가 되었다.

그리고 정명은 성현의 뒤에서 열심히 지시를 내렸다.

“저쪽에 와드를 박아,”

“여기에요?”

“아니 거기에 와드를 박아서 뭐 해. 삼거리 부시에 박으란 말이야.”

열심히는 한다.

열심히는 하는데, 못해도 너무 못 한다.

결국 정명은 성현에게 휙휙 손을 내저었다.

“야 비켜봐. 그냥 내가 해줄게. 무진장 깝깝하네 이거.”

그리고 성현 대신, 정명이 마우스를 잡았다.

......

6대 18까지 벌어진 절망적인 스코어.

아이템 차이가 상당히 나는 상황에서도, 정명은 할 만 하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상대는 기껏해야 아마추어들이었기 때문이다.

트러플_킬 : 성현, 뭐해? 쟤네들이 용 먹잖아. 빨리 내려와.

팀원의 재촉에, 정명은 혀를 차며 채팅을 날렸다.

-내려오긴 뭘 내려와. 그냥 용 줘. 이대로 싸우면 필패다. 대신 탑 밀면 돼 트러플_킬 :무슨 소리야? 쯧쯧, 이래서 브론즈들이란.

프로리그에서 수백 번의 사투를 겪은 정명의 정확한 진단이었지만, 다른 팀원들은 그 의견을 헛소리 취급하며 무시했다.

하지만 딱 한 명. 정명의 판단을 지지하는 사람이 있었다.

베이커리88 : 아냐. 그 말이 맞아. 지금 가봐야 몰살이다. 그러니까 이번 용은 포기한다.

베이커리라는 사람이 긍정하자, 지역방송이 전부 사라졌다.

화면상으로 보이는 베이커리의 등급은 팀에서 가장 높은 등급인 다이아리그.

이 상황에서 반론을 제시한다면, ‘그래서 님 리그가?’ 소리를 들을 게 뻔했기에,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입을 다물었다.

정명이 합류하자, 조금씩 역전의 발판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명의 팀은 기적 같은 역전승을 만들어냈다.

[승리!]

베이커리88 : 다들 수고 많았어. 특히 성현, 드디어 LOH를 어떻게 하는지 감 잡은 것 같은데? 이번 경기만 놓고 보면, 마치 TBM의 다이로스가 하는 것 같았다. ㅋㅋ

“흠, 보는 눈이 별로네, 내가 걔보다 더 잘 하는데.”

정명의 팀이 시시덕거리며 서로를 칭찬하고 있는 동안, 상대방은 빨리 다음 게임을 하자고 조르기 시작했다. 통한의 역전패에, 정말 약이 오른 것이다.

그리고 정명은 전 판의 공로를 인정받아 미드를 서게 되었다.

“상대는...다이아 리그네. 이 정도야 뭐, 쉽지. 그랜드 마스터 급만 아니라면.”

상대방에게는 미안하지만, 정명은 전력을 다 하기로 했다. 슬슬 외출을 끝내고 숙소로 돌아가고 싶었으니까.

그리고 시작한지 5분 만에 정명은 킬을 쓸어 담기 시작했다.

[불여우, 더블 킬!]

[터진빵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EVL33 : 뭐냐. 브론즈한테 솔로 킬 당하냐? 다이아리그 어떻게 달았냐 너.

마이쥬쥬 : ㅋㅋㅋ미안 미안. 이제는 집중해서 함. 내가 너무 방심했네.

안타깝게도 그들이 웃을 수 있는 것은 딱 3분밖에는 가지 않았다.

킬을 냈기 때문에 궁극기를 먼저 배운 정명이 상대가 라인에 복귀하자마자 바로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정명에게 연달아 솔로킬을 당한 상대 미드라이너는, 당황해하며 변명을 했다.

마이쥬쥬 : 여기 친구집이라서 마우스가 익숙하지 않아서 그래.

EVL33 : 무슨 마우스 타령이야?

마이쥬쥬 : 프로들 보면 다들 개인 키보드랑 마우스 쓰는 것 몰라? 그만큼 중요한 거거든?

마이쥬쥬의 변명은 맞는 말이기는 했다.

하지만 정명 또한 고깃집 구석에서 노트북으로 게임하고 있는 상태다. 그것을 굳이 말하진 않았지만 말이다.

그로부터 10분이 더 지났다.

라인전이 끝나지도 않았건만, 미드라이너인 마이쥬쥬는 캐릭터도, 플레이어의 정신도 너덜너덜해지며 게임을 포기하고 말았다.

결국 상대방 측에서는 게임을 다시하자고 양해를 구하며 방을 폭파했다.

그리고 다시 모인 대기실.

정명을 상대했던 마이쥬쥬는 집중 포화를 맞고 있었고, 상대 팀에서 유일하게 마스터 리그에 있던 사람이 정명을 불렀다.

니어플래그 : 아 진짜 브론즈한테 솔로킬을 몇 번을 당하는 거야? 답답하네. 거기 브론즈 분, 이번에도 미드 서실 거예요?

터진빵 : 네.

니어플래그 : 저는 스파르탄 전사 할게요. 미드 캐릭터 밴 안 할 테니까, 하고 싶은 것 하세요. 그냥 하면 체급차이가 너무 나니까, 핸디캡입니다.

정명이 알겠다고 하자, 니어플래그라는 사람은 자신이 하는 것을 잘 보라며 마이쥬쥬를 비웃었다.

하지만 게임 시작 5분 뒤, 니어플래그의 입이 다물어졌다.

마이쥬쥬처럼 니어플래그 또한, 손도 못 써보고 솔로킬을 내주었기 때문이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성현은 모니터에 들어가 버릴 듯, 얼굴을 들이밀었다.

“와...형 진짜...손이 보이지도 않네요. 저 애, 학교 축제에서 대회도 나가고 엄청 잘 하는 앤데, 어버버 거리다 죽어버리네.”

“난 이걸로 밥 먹고 사는 사람이거든? 너든 쟤든 내 눈에는 다 똑같은 아마추어야. 그보다 안 보이니까 뒤로 좀 가.”

니어플래그는 자신의 말 대로 무언가를 보여주긴 보여줬다.

비록 저번 판보다 성적이 더 안 좋은, 20분 만에 0킬 7데스를 기록한 것을 보여줬지만.

그리고 그런 상황을 머리 좋은 명문대 생들이 이상하게 느끼지 않을 리가 없다.

니어플래그 : 뭐지? 아니, 아무리 그래도...저기요. 당신 원래 브론즈 아니죠?

베이커리88 : 쟤는 원래 브론즈인데?

니어플래그 : 그럴 리가 없잖아. 내가 전에 만났던 그랜드 마스터 사람도 저 정도는 아니었거든?

정명은 괜히 변명하는 대신, 솔직하게 말했다.

-미안. 나 사실 프로게이머 정명이라고 하는 사람입니다. 이번만 대신 했어요.

니어플래그 : 어...혹시 OMA에서 활동하는 그 정명 맞아요?

-네. 혹시 기분 나쁘셨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니어플래그 : 와, 진짜? 나 프로리그 맨날 챙겨 보는데! 완전 팬입니다!

다행히도 사람들은 기분나빠하기는커녕, 오히려 신기해했다.

그리고 몇 명은 직접 가게까지 찾아오기까지 하며, 정명과의 사진을 찍어갔다.

물론, 정명은 밥 먹으러 와서 3시간을 넘게 있었으니 무척 지쳤지만.

‘이제 가서 쉬자...재미는 있었는데, 피곤하네.’

정명이 가게를 나가려던 그 때, 아저씨가 나가려는 정명을 불러 세웠다.

“고마워. 내가 게임은 잘 모르지만, 덕분에 내 아들에게 친구가 많이 생긴 것은 알아. 저기 널 보러 온 애들 말이야.”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쑥스러운데요.”

“언제든 또 와. 돈은 받겠지만. 하하. 그 대신, 보답으로 이걸 줄게. 내가 아끼던 건데, 아들을 도와준 보답이야.”

아저씨는 그렇게 말하며, 병 하나를 정명에게 건넸다.

술병으로 보이는 병에는 탁한 색의 술과 함께 알 수 없는 덩어리가 담겨져 있었는데, 아저씨는 그 병의 정체를 본인이 직접 담근 말벌주라고 설명했다.

정명은 병 안에 들어있는 벌레를 툭툭 쳐보더니, 시선을 돌렸다.

‘허...비쥬얼이 정말 무시무시하군. 솔직히 먹을 용기는 나지 않는다...’

@@@@@@

그리고 다음 날.

정명은 연습실 잘 보이는 곳에 그 엄청난 비주얼의 술을 전시해 놓았고, 그 뒤로 OMA 연습실에 들어간 사람이라면 그 술병의 사진을 꼭 찍고 가고는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정명은 아이디 메타트론. 본명 이동우의 연락을 받게 되었다.

“네? 팔라고요?”

-그거 말벌주 맞죠? 저한테 파십쇼. 비싸게 매입하겠습니다. 혹은 원하는 조건이 있다면 최대한 맞춰드릴게요.

정명은 잠시 기다려 달라고 하고는, 이 상황을 최대한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이걸 돈 받고 팔기 보다는...한 잔 하러 오세요. 대신 TBM에 관한 이야기라도 좀 들려주시면 좋고요.”

ⓒ 추어탕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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