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프로게이머-23화 (23/226)

7. 1부리그를 향하여 (4)

-이제는 글로벌골드 격차가 1만골드까지 벌어집니다. 아니, 바로 넥서스로 달리나요?

-GG! SAO, 스콜피온즈를 2:0으로 잡아내며 포우배 LOH 리그 우승을 확정짓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예상했듯이, 스콜피온즈와 SAO의 결승전은 일방적으로 흘러갔다.

처음에는 SAO의 유일한 대항마로 꼽히던 스콜피온즈였지만, 리그 일정이 중반을 넘어서면서 부터 실력의 격차가 점점 벌어졌다.

실력이 가장 일취월장한 것은 탑 포지션의 맥스였다.

처음에는 경험부족 때문에 집중 공략을 당했던 맥스이지만, 그렇게 험하게 크다보니 이제 2:1 상황에서 버티는 것은 달인이 되었다.

원딜러인 사뮤엘 또한, 이제는 정명이라는 스타 플레이어가 없이도 충분히 제 몫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의외로 실력이 썩 늘지 않은 것은 새비였다.

정명 다음으로 가장 열심히 연습했던 새비는, 프로게이머 생활을 이어나가기에는 많은 나이 때문인지 단기간에 실력을 상승시키지는 못 했다.

물론, 미드는 논외였다. 정명이 버티고 있는 미드는 다른 팀들이 리그가 시작하고 나서 끝날 때 까지 한 번을 이기지 못했고, 이길 생각도 안 했으니까.

넥서스가 터진 직후.

리그 우승을 축하하는 폭죽이 터지는 것과 동시에 정명의 눈앞에 메시지가 잔뜩 나타나기 시작했다.

[2부리그 우승! 5000 포인트가 지급됩니다!]

[‘자가라’의 숙련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당신을 따르는 팬들이 대폭 늘어납니다!]

.......

[2부리그를 우승하였으므로, 이제부터 2부리그에서 얻을 수 있는 포인트가 50% 감소합니다.]

뭔가 잔뜩 나왔지만, 천천히 읽고 있을 시간은 없다.

멍하니 메시지를 바라보고 있던 정명은 카메라가 자신을 비추자 씩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이로써 2부리그의 일정이 마무리되었다.

1위 SAO, 2위 스콜피온즈, 3위 팀 카카오.

리그 중반부터 고정된 이 순위는, 리그가 끝날 때 까지 전혀 바뀌지 않았다.

정명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서로를 끌어안고 있는 팀원들과 함께 부스에서 나왔다.

부스에서 나오자마자 보이는 것은 2부리그 우승 트로피였다.

정명은 초에게 눈짓을 주며 말했다.

“초. 우승 트로피는 네가 들어.”

“어......내가?”

“응. 엄청 갖고 싶어 했잖아?”

초는 이번 시즌이 끝나면 결과가 어떻게 나오던 프로게이머를 그만둬야 할 것 같다는 속내를 조금씩 드러냈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프로게이머 생활의 결실인 우승 트로피를 한번 들어보고 싶다고 말해왔었고.

다른 팀원들도 고개를 끄덕이자, 초는 그제야 트로피를 높게 들어 올리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초에게 우승 트로피의 영광을 양보했지만, 정명은 별로 아쉽지 않았다. 정명의 관심을 끄는 것은 따로 있었으니까.

정명은 직원이 건네 준 커다란 종이를 받았다. 우승상금 8만 달러라고 쓰여 있는 종이였다.

“오, 우승 상금 8만 달러...”

물론 이 종이로는 가치가 없고 나중에 돈이 입금되겠지만, 정명은 그냥 이게 마음에 들었다.

사실, 8만 달러라고는 해도 그렇게 큰돈은 아니었다. 여기서 세금을 떼고, 팀원들과 n분의 1로 나누고 하다보면 막상 들어오는 돈은 한국 돈으로 1000만원 남짓 정도라고 한다.

그래도 정명은 무척 기뻤다. 미국에 와서 적은 임금으로 빈곤하게 살다보니, 더 그런 것 같았다.

SAO가 우승을 만끽할만한 적당한 시간이 지난 뒤. 해설자들이 나와서 인터뷰를 준비했다.

무대에는 SAO 뿐만 아니라 2위를 한 스콜피온즈 선수들까지 나란히 서서 인터뷰를 나눴다.

“정명 선수, 다른 것 보다 우승 상금이 무척 마음에 드시나 봅니다. 상금을 받으면 그 돈을 어디에다 쓸 예정이신가요?”

“글쎄요. 차...는 좀 무리일 것 같고, 게임기를 사거나 부모님에게 용돈이라도 보내드리려고 합니다. 요즘 달러가 비싸니, 환전할 때 기분이 좋을 것 같네요.”

“본국에 계신 부모님에게 송금이라. 좋군요. 가족은 언제나 힘이 되니까, 멀리 있어도 자주 연락하는 게 좋지요. 그럼 다음은...”

그 뒤로도 한명한명 인터뷰가 길게 이어졌다. 그리고 이야기는 돌고 돌아, 이곳에 모인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승강전의 이야기로까지 이어졌다.

“우승은 했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죠. 자, SAO는 이제 팀 울라비와 승강전을 치러야 하는데, 어떻습니까? 준비는 잘 되고 있나요?”

“그럼요. 요즘은 연습게임 성적도 아주 좋아서 팀 분위기가 아주 좋습니다. 5연패를 하고 있는 울라비 정도는 쉽게 잡을 수 있어요.”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SAO가 계속 이곳에 남아 있으면 생태계 파괴에요. 총 전적 14승 1패라니, 이게 말이 됩니까? 빨리 1부리그로 올라가세요.”

1부리그.

비록 북미리그이긴 했지만, 전생에서는 도달하지 못 했던 영역.

그곳에 가기까지, 이제 한 발자국 남았다.

@@

며칠 뒤.

SAO는 숨 돌릴 틈도 없이, 바로 승강전 경기를 치러야 했다.

모든 일정이 1부리그 팀에게 맞춰져 있었기 때문에 벌어진 결과였다.

승강전 진행은 그동안 정명이 뻔질나게 들락거렸던 조그마한 경기장이 아니다.

그곳보다 더 크고, 한 건물을 통채로 쓰는 1부리그 경기장에서 치러지게 된다.

차에서 내린 초와 맥스는 경기장을 바라보며 감탄을 했다.

“와, 사람 많다. 시설도 좋고.”

"저기 LOH 캐릭터 코스프레 한 사람도 보이네요. 같이 사진 찍자고 할까요?“

오늘은 1부리그 꼴지팀 vs 2부리그 우승팀의 경기가 치러지는 날이다.

정명의 생각으로는 팬덤이 빈약한 두 팀 간의 대결이기 때문에 인기가 없을 것 같았지만, 의외로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꽤 많았다.

‘아니, 오히려 시즌 때보다 더 많은 것 같은데? 사람이 거의 다 찼잖아?“

관중석을 둘러보니 소수의 SAO팬. 그리고 극소수의 울라비 팬들이 보인다.

정명이 경기장을 가로질러 지나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가까이 가도 그를 알아보는 사람은 아직 없었다.

“울라비 이 호구새끼들, 설마 여기까지 와서 지지는 않겠지? 여기서 지면 완전 나락인데?”

“무조건 이겨야 돼. 난 울라비가 이긴다는 데에 50달러 걸었다고.”

경기장을 지나가던 도중, 팬들의 이야기가 들려왔다.

그들은 1부리그만 보는 사람들이었는지, 울라비가 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듯 했다.

실제로, ‘2부리그는 아마추어들이 노는 곳이다’ 라고 인식하고 있는 사람이 많았기에,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정명은 팬들의 이야기를 한 귀로 흘리며, 선수 대기실로 들어갔다.

경기장 구석에 마련되어있는 대기실.

다른 팀원들은 경기장 구경을 하고 있는지,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

정명은 그 틈을 타서 조용히 능력치 상점을 열었다.

[현재 능력치]

피지컬 (55/100)

정신력 (50/100)

오더 (25/100)

판단력 (50/100)

[현재 포인트 : 6600]

‘포인트가 많이...쌓였네.’

2부리그 우승 퀘스트를 성공하여 5000포인트를 받은 게 컸다.

만약 이것을 모두 피지컬에 투자한다면, 피지컬 60이라는 벽을 넘을 수 있을 것이다.

‘올리는 게 좋겠지. 숙련도가 가장 높은 환영술사는 아마 밴 당할 테니까.’

정명은 딱히 포인트를 아낄 생각은 없었기에 바로 스탯을 구입했다.

[피지컬 스탯을 5 구입하시겠습니까?]

가격 : 4500 포인트

[스탯 구입을 완료했습니다.]

[잔여 포인트 : 2100]

‘휴, 올렸다......’

포인트를 올릴 때면, 항상 묘한 기분이 든다.

정명은 의자에 기대어 잠시 눈을 감았다.

똑똑

갑자기 노크 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자, 밖에 있던 것은 TV에서나 보던 1부리그 해설자였다.

그 해설자는 정명을 알아봤는지 웃으며 악수를 청했다.

“아! 정명 선수 맞죠? 요즘 가장 핫한 선수인데, 어쩌다보니 이제야 만나게 되네요.”

“반갑습니다. 유정명이라고 합니다.”

드디어 정명이 과거에도 알고 있었던 사람이 나왔다.

해설가이자 전략분석가인 저스틴 크러스터.

그는 정확하고 날카로운 해석을 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해설가였다. 또한 한국을 무척 좋아하는 사람으로 특히 유명했다.

“그래요, 오늘 컨디션은 어떤가요? 울라비, 잡을 수 있을 것 같나요?”

“울라비 요즘 보니까 완전 맛이 갔더라고요. 그 녀석들이 맛 가기 전에도 한 번 잡은 적이 있으니, 이번엔 더 쉬울 거라 봅니다.”

“오, 울라비와 연습 게임을 한 적이 있나요?”

정명은 저스틴에게 울라비와 연습 게임을 했던 에피소드를 이야기해 주었다. 그러자 저스틴은 정명이 욕하고 나갔다는 대목에서 끅끅대며 웃었다.

“그 선수들은 원래 그런 경향이 조금 있긴 했어요. 어린 나이에 큰돈을 만졌기 때문인지, 자존심이 좀 세기도 하고요.”

“나중에는 메일로 욕을 하더라고요. 만나면 가만두지 않는다, 뭐 그런 말들이었는데.”

“아, 그래요? 그럼 그 선수들 잠깐 보러갈까요? 바로 옆방에 있는데.”

정명은 흔쾌히 승낙했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봤던 악플러를 실제로 만나는 심정으로 대기실을 나섰다.

“울라비 선수들, 있습니까?”

노크를 하고 들어가니, 앳된 얼굴의 선수들이 보인다.

정명은 들어가자마자 가장 많은 욕을 했던 토마스라는 선수를 찾았다.

“지난번에 같이 연습게임을 했던 정명이라고 합니다만...토마스라는 선수가 어떤 분이신지?”

“아, 예. 접니다.”

막 고등학생이 되었을법한 소년이 주뼛거리며 앞으로 나왔다.

정명은 토마스에게 앞으로 잘 지내보자며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뭐, 살다보면 싸울 수도 있죠. 그런데 다음부터는 시간 약속은 잘 지켜주시면 좋겠네요. 그때 화가 좀 많이났거든요.”

“아, 네. 앞으로는 주의할게요.”

토마스의 퍽 싱거운 반응에, 정명은 어리둥절해졌다.

당시의 반응으로 본다면, 멱살을 잡거나 불꽃 튀는 신경전이 있어도 이상할 게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저자세로 나오니 더 몰아붙이기도 애매하다.

정명은 저스틴과 함께 울라비의 대기실에서 나왔다.

밖으로 나온 저스틴은 지금 막 깨달았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정명, 혹시 따로 운동해요? 몸이 참 단단해 보이네.”

“네. 저녁마다 하죠. 다른 팀원들도 다 해요.”

“아니, 그런 간단한 운동이야 다른 선수들도 다 하는 거고...뭐랄까. 열심히 하나 보네요. 비쩍 마른 토마스랑 엄청 대비되던데.”

프로게이머들은 계속 컴퓨터 앞에 앉아있어야 하기 때문에, 운동 부족으로 인하여 몸이 점점 말라가는 경우가 많다. 아니면 살이 찌거나.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구단 측에서는 체력 좀 기르라고 헬스장 이용권을 지원해 주는 것이다.

저스틴의 말을 들은 정명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배를 슥슥 문질렀다.

그러자, 미국에 막 왔을 때만 해도 축 늘어져 있던 뱃살이 어디론가 다 사라져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상하네. 운동을 그렇게 열심히 하지는 않았는데?’

저스틴은 알쏭달쏭한 표정으로 서 있는 정명에게 시계를 가리켰다.

“정명. 이제 경기 준비 하러 가야하지 않아요? 시간이 많이 지났네.”

“아, 예.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저스틴과 헤어지기 전. 정명은 그의 핸드폰 번호를 따서 저장해두었다. 북미 팀을 잘 알고 있는 그라면 이적할 팀을 고를 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정명은 부스로 들어가 경기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부스에서 개인 마우스와 키보드를 세팅하던 정명은 문득 어떤 시선을 느꼈다.

고개를 들어 앞을 보자, 2부리그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많은 사람들이 정명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명은 떨림이 가라앉지 않아 물만 벌컥벌컥 마셨다.

그리고 잠시 뒤. 승강전 경기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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