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프로게이머-24화 (24/226)

7. 1부리그를 향하여 (完)

-팀 SAO가 어떤 팀인지 잘 모르시는 분이 많을 겁니다. 간략하게 소개해 주시죠.

-아시는 분도 많으시겠지만, 2부리그에서 갑자기 치고 올라왔던 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부리그 총 전적은 14승 1패. 정말 말도 안 되는 성적이지요.

-2부리그인 것을 감안한다 해도, 팀 울라비가 쉽게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님에는 분명합니다. SAO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북미에 정착한지 얼마 안 된 미드라이너인데......

‘역시 환영술사는 밴인가.’

울라비는 역시나 미드를 집중 견제하는 밴픽 전략을 짰다.

때문에, 정명이 자주 사용하던 캐릭터는 모두 금지되었다. 오늘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 SAO에 대하여 철저히 연구하고 온 결과였다.

이제 울라비에게는 ‘고작 2부리그 팀인데...’ 하는 마음가짐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미 그들은 갈 데까지 갔다.

‘단두대 매치’라고 불리는 이곳에서 진다면, 2부리그 행이다.

스폰서의 유치, 그들의 명예, 연봉, 팬...... 여기서 진다면 모두 잃게 될 것이다.

뒤로 물러설 곳이 없기 때문에, 울라비는 무조건 이긴다는 생각으로 이곳에 왔다.

물론 그렇게 생각하는 건 울라비 뿐만이 아니었다.

‘오늘은 뭔가 느낌이 좋은데?’

정명은 오늘 따라 손이 잘 풀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때문에 자신감 있게 앞으로 치고 나갔다.

-토마스 선수, 이번 딜교환에서 손해를 좀 많이 봤는데요?

-정명 선수가 미니언 뒤로 잘 숨었네요. 무빙이 물 흐르듯 합니다. 연습을 아주 많이 한 것 같아요.

똑같은 아이템, 똑같은 레벨이지만 토마스는 1:1 전투에서 일방적으로 얻어 터졌다.

토마스의 움직임이 소극적으로 변한 것은 그 뒤부터였다.

라인에서 뒤로 물러서면 CS 손실이 발생함에도, 토마스는 타워에 꼭 붙어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카메라는 초조한 듯 키보드를 정신없이 두드리고 있는 토마스의 모습을 클로즈업했다.

-정명 선수는 어떻게 된 게 실력이 그새 또 늘은 느낌입니다. 토마스 선수, 타워에서 세 발자국 이상 나오지를 못 하네요.

-정명선수가 2부리그에서는 참 많은 미드라이너에게 고통을 줬거든요. 이제는 이곳에서도 그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정명은 이대로 쉽게쉽게 가나 했지만, 과연 1부리그 팀은 만만치 않았다.

라인전에서 이기고 있는 것은 딱 미드라인뿐이었고, 다른 라인은 버티는 것만으로도 버거워하는 상황이었다.

미드만 이기고 다른 라인은 무척 힘들어한다.

그 모습은 정명이 처음 SAO에 들어오고 나서 고생했던 그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그 순간. 토마스가 결정적인 실수를 했다.

-아 이게 뭔가요! 토마스 선수, 자살골입니다. 거기서 스킬을 그렇게 사용하다니요!

-토마스 선수가 정명 선수를 살려준 꼴이 됐네요. 덕분에 정명 선수는 2:1상황에서 1킬을 따낸 채로 유유히 살아나갑니다.

LOH가 괜히 멘탈게임이라고 불리는 것이 아니다. 선수의 심리상태는 게임 플레이에 즉각적으로 큰 영향을 준다.

한 번의 실수 이후로 눈에 띄게 의기소침해진 토마스는, 그 이후로도 실수를 연발하며 결국 팀이 패배하는 데 일등 공신의 역할을 했다.

1세트가 SAO의 승리로 끝나고, 토마스는 어깨가 축 처진 채로 부스에서 나왔다.

정명은 그런 토마스의 모습을 보며 짧게 평했다.

“지금쯤이면, 인터넷에서 토마스는 아마 나라를 팔아먹은 죄인 비슷한 게 되어 있을 거야.”

잠시 뒤 시작된 2경기.

잠깐 쉬다 오긴 했지만, 울라비 선수들은 1경기의 패배를 다 씻어내지 못한 표정이었다.

‘완전 멘탈 나갔네. 아주 좋아. 이번 경기는 쉬울지도 모르겠어.’

2경기는 정명의 예상대로 퍽 쉬웠다.

2부리그로 떨어진다는 압박감을 이겨낼 수 없었는지, 1부리그 선수들은 갈수록 실수가 잦아졌다.

-울라비 선수들, 집중해야 합니다. 아직 경기 끝나지 않았어요.

-토마스 선수가 혼자 있다가 짤리는 모습을 계속 보여주고 있는데요, 선수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지 않는다는 증거입니다. 팀에서는 대화가 끊기면 안 돼요. 말을 계속 해야 합니다.

상황이 절망적으로 몰린 상황이었지만, 울라비는 항복하기는커녕 넥서스가 깨지는 최후의 순간까지 결사의 항전을 했다.

억제기 세 개가 전부 깨져 미니언을 막는 것 외에 딱히 할 건 없었지만, 그들은 깨작깨작 마우스를 움직였다.

물론 그 행동은 경기시간이 조금 길어진다는 것 외의 의미는 없었다.

그리고 5분 뒤. 경기가 마무리 되었다.

-GG! SAO, 울라비를 2:0으로 꺾고 단두대매치에서 승리를 따냈습니다!

-아...울라비 선수들. 부스에서 나오질 못 하고 있습니다. 충격이 큰 것 같네요.

토마스는 멍하니 모니터를 바라보며 손톱을 물어뜯고 있었고, 또 다른 선수는 하나는 고개를 파묻고 눈물을 흘렸다.

물론 그 모습들은 전부 카메라에 담겨 방송을 탔다.

정명이 부스에서 나오자, 마이크를 든 미녀가 선수들에게 다가와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녀는 TV에서나 자주 봤던 리포터였는데, 연예인을 본 것 같아 신기하게 느껴졌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초는 뭐가 그리 서글픈지 펑펑 울었고, 새비는 덤덤한 표정을 하고 있었지만,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

그리고 세 번째로 정명의 인터뷰가 이어졌다.

“어...네. 질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역시 기쁘네요. 또......”

정명은 무척 긴장하여 말이 잘 나오지 않았기에, 적당히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그런데 인터뷰를 마치자, 앞의 사람들보다 더 큰 환호가 들려온다.

‘뭐지? 별 얘기 안 했는데?’

정명의 생각대로 그의 인터뷰 내용은 평범했다.

그러나 팬들은 한국인 선수와 대화가 통하는 것에 환호하고, 좋아했던 것이다.

지금도 북미 1부리그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선수는 물론 있다. 특히 메타트론이라는 아이디를 가진 그 선수는 1부리그에서 꽤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그런데 대화가 안 통한다. 인터뷰를 할 때는 통역이 필수다. 영어가 안 는다.

때문에, 팬들은 그의 실력을 칭찬하면서도 묘한 거리감을 느끼고는 했다.

프로는 실력으로 말하는 것이라 해도, 프로게임단이라는 것은 팬의 지지와 팬덤으로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구단 측에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명은 실력이 좋으면서도 영어가 된다. 앞서 건너왔던 한국인 선수들이랑은 케이스가 다르다.

인터뷰를 바라보고 있던 구단 관계자들의 머리가 복잡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

그날 밤. SAO 선수들은 숙소에서 술을 마시며 친목을 다졌다.

그리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마음속에 있던 이야기들을 꺼내놓았다.

먼저, 초는 확실하게 은퇴의사를 밝혔다.

“나는 이제 프로게이머는 그만 두기로 했어. 의사가 그러는데, 손목을 더 혹사하다간 수술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더라. 이 정도면 할 만큼 했지 뭐.”

“그럼 앞으로는 어떻게 지낼 생각이야?”

“대학에 들어가서 공부하려고. 아직 안 늦었다고 생각해. 프로게이머를 은퇴한다 해도, 우린 젊으니까.”

맥스는 다른 팀으로 이적을 생각한다고 했다. 꽤 좋은 제안이 들어왔다는 것이다.

집안 형편이 그리 넉넉지 않은 맥스였기에, 어찌 보면 당연한 선택이었다.

사뮤엘은 SAO와 재계약을 생각한다고 한다.

그리고 새비.

프로게이머를 은퇴하는 것은 초뿐만이 아니었다.

“나도 이제 양심껏 그만둬야겠지. 까놓고 말해서 난 이제 퇴물이야. 여기서 빠져주는 게 서로에게 좋을 거야.”

하지만 새비는 프로게이머 씬에서 좀 더 일하고 싶다 말하며 코치 자리를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2명 은퇴, 1명 이적. SAO는 승강전에서 이기자마자 해체되는 분위기였다.

그리고 모두의 시선이 정명에게 쏠렸다.

“정명은 1부리그 팀으로 들어오라고 제안 많이 받았을 것 같은데. 어때?”

“글쎄......”

@@@

며칠 뒤.

잠에서 깬 정명이 핸드폰을 들어 시계를 보니 딱 6시였다.

오늘은 연습이 없기에 더 자도 되는 시간이었지만, 그냥 이 시간에 눈이 떠졌다.

우웅, 우웅.

6시가 되자마자 정명의 핸드폰이 진동하기 시작한다.

놓았던 핸드폰을 다시 집어보니, 친구로부터 온 메일이다.

친구들이 새벽에 메일을 보낸 것 때문에 한참을 닦달했었는데, 다행이도 이번에는 시간을 잘 맞춰서 메일을 보낸 듯 했다.

[1부리그 입성 축하해!! 가서 다 찢어버려!]

[너 언벤에 떴더라. 링크 있으니까 확인해 봐.]

[오, 금발의 리포터랑 인터뷰했었네. 이쁘냐?]

제일 먼저 확인한 것은 언벤에 자신의 소식이 실렸다는 제목을 가진 메일이었다.

친구가 보내준 링크로 들어가보니, 번역 기사가 아닌 정식 기사가 실려 있었다.

급하게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기사에는 정명을 2부리그에서부터 올라온 신인이라고 소개하고 있었다.

“어디...‘북미 LOH계에서 한류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라. 한류는 무슨, 실력 있으면 들어가는 거지.”

기사를 다 읽은 정명은 스크롤을 내려 댓글 창을 확인했다.

-이사람, 유명한 테니스 선순가 누군가랑 친하다던데.

-잘 됐으면 좋겠네. 지금 북미에 진출한 한국 게이머가 누구누구 있지?

-메타트론하고 에드워드 권. 담 시즌에 만날 수 있을 듯 -ㄴㄴ. 에드워드는 못 만날지도 모름. 이번 시즌에 하도 죽 쒀서, 내가 볼 땐 방출각임댓글을 달아줄까 고민하던 정명은 숙소에 누군가 들어오는 것을 알아차렸다.

숙소로 들어온 사람은 SAO구단 관계자 브라운이었다.

“오, 정명. 오랜만이네요. 잘 지냈나요?”

“네 뭐 그렇죠. 브라운씨 정말 오랜만이네요.”

서로 친하지도 않은 사이인데, 잡담을 나눌 이유는 없다.

브라운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서 앞으로 SAO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 설명했다.

“시드권은 그냥 팔기로 했습니다. 스콜피온즈가 눈에 불을 켜고 사겠다고 하더군요. 그야 승강전에서 4번이나 떨어졌으니까, 이해는 갑니다만...”

전력누출이 심각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1부리그로 가봐야 꼴지를 맡아놓을 게 뻔하다는 판단 때문에, SAO는 시드권 판매를 결정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시드권을 이번에 승강전에서 또 떨어진 스콜피온즈가 사기로 한 것이다.

그들은 무척 급했는지, 값을 꽤나 비싸게 불렀다고 한다.

"승강전에서 계속 떨어지는 팀이 1부리그에 간다고 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뭐. 그것도 그들의 선택이겠죠."

또 하나. SAO는 정명을 이적시키는 것으로 결정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선택이었다.

계약기간이 남아있다고 해서, SAO라는 자그마한 구단에 정명을 계속 잡아둘 수는 없었으니까.

“지금도 이적 관련해서 들어온 오퍼가 몇 개 있긴 해요. 다만, 세부사항은 아직 조율중이니 정리하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브라운은 이적 이야기가 나오는 팀의 리스트와 조건은 정명이 휴가를 다녀 올 때 까지는 정리해서 알려주겠다고 말하고는, 곧바로 연습실을 나섰다.

그리고 모두가 휴가를 떠났기 때문에 혼자 연습실에 있었던 정명 또한 방을 나섰다.

“미국에 온 지 반년도 안 됐는데, 굉장히 오랜만에 한국으로 가는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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