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45화 (45/325)

# 45

그건 장점 아닌가?

“으하아아아암...”

“푸히히히...”

늘어지게 하품을 했더니 옆에서 이지혜가 그게 뭐 그리 재밌다고 킥킥거리며 웃어댔다.

난 얼굴에 장난기를 살짝 걸어놓고 책상 등받이 깊숙히 기대며 기지개를 켰다.

그런 다음 이지혜를 쳐다보며 잠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말했다.

“에구구구...아...진짜 눈알 빠지겠네. 어디까지 했어요?”

“블랑 ND 시작하는 중입니다.”

아직 절반도 못 끝냈단 말이다.

내가 체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다시 인보이스를 한 손에 들고 모니터를 쳐다보자 이지혜가 커피 한 잔 하겠냐고 물었다.

“저기 냉온수기 있던데...”

“하던 거 해요. 내가 타 마실게.”

“아뇨, 저도 커피 한 잔 마셔야 할 거 같아서요.”

“그럼 타는 김에 내 것도 한 잔만 부탁할게요.”

“넵!”

홍성 2차 지정 밴드 물류창고.

홍성 인터네셔널은 물류 전반을 위탁 운영해주는 아웃소싱 업체 켈린 3PL 창고 외에도 회사가 직접 부지를 매입해서 운영하고 있는 물류 창고가 두 군데 더 있다.

그 중에서도 2차 지정 밴드 물류창고는 새로운 브랜드를 시작할 때, 물건을 매장으로 풀기 전 바코딩 작업을 포함한 인벤토리 시스테밍을 하거나 스티커 작업을 할 때에 주로 이용을 한다.

원래라면 장향은이 이지혜를 데리고 와서 바코딩 작업을 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만토바에서 2차로 보낸 물량에 작은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센터인 장향은이 사무실을 비울 수가 없게 된 거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내가 이지혜를 데리고 물류창고에 오게 됐다.

내가 앉은 컴퓨터 책상 앞으로 커피가 든 종이컵을 내려놓는 이지혜.

도저히 이건 아닌 거 같았다.

정신병 걸리기 딱 좋은 작업이다.

컴퓨터 앞에 앉아서 하는 노가다.

노래를 듣든 이야기를 하든 뭐라도 같이 하면서 해야지 이것만 하다보면 정신병에 걸릴 것만 같았다.

가뜩이나 점심을 먹은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이라 노곤함은 이루어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지혜 씨는 물류 창고 와서 이 작업하는 게 좋죠?”

“네, 뭐 좋다고하기 보다는 그냥...”

결국 난 오전 내내 이야기를 나눴던 이지혜를 붙들고 다시 별 의미없는 주제를 억지로 찾아내 대화를 시도했다.

마치 군대에서 말년 병장 때 신병을 잡아다 앉혀놓고 시간을 보내듯이.

“나는 신입 때 물류창고 가서 바코딩 작업 하고 오라는 소리가 제일 좋더라고.”

거짓말을 잘 못하는 이지혜는 결국 피식하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무실에 있으면 선배들, 대리, 팀장 눈치만 보잖아요. 근데 여기에 오면 하루종일 이렇게 앉아서 세월아, 네월아...”

“그렇죠. 누가 해도 해야되는 일인데, 다들 중요한 업무를 봐야하니 사무실을 떠날 수는 없고...”

“거기다 창고 급식이 본사 사내식당 밥 보다 훨씬 맛도 좋고. 거기다 우린 또 공짜야. 얼마나 좋아요. 늦으면 택시비도 따로 챙겨줘...”

“맞아요. 근데 전 택시비 신청만 하고 지하철 타고 다니잖아요.”

“다 그렇게 하죠. 근데 예전엔 그 택시비 현금으로 줬다?”

“진짜요?”

난 그건 몰랐지? 하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즐길 수 있을 때 즐겨요. 나중에 짬밥차면 여기 올 기회도 점점 줄어들어요.”

“그때까지...저 계속 일 할 수 있겠죠?”

“...!”

그 순간 난 얼음이 되었다.

“저...이대로만 하면 정규직 전환 될 수 있는 거겠죠? 이렇게 팀장님, 대리님, 선배님들 모두 적극적으로 도와주시는데...되겠죠?”

정말 빈말이라도 “될 거예요.” 라는 한 마디를 해줄 수가 없었다.

나도 이대로 편집샵만 문제없이 론칭되고, 또 재무 리스크 팀과 함께 뽑아본 예상 매출 커트라인만 넘길 수 있으면 이지혜의 정규직 전환 정도는 가능할 수도 있을 것 같단 기분이 든다.

하지만 기분만 믿고 책임지지도 못할 희망을 줄 수는 없는 노릇이고.

진짜 이 회사 시스템이 모순인 게, 내가 이지혜를 데리고 일을 하면서도 이지혜의 정규직 전환에는 아무런 힘을 쓸 수가 없다는 거다.

이지혜가 소속된 팀의 팀장인데도 말이다.

고작 할 수 있는 거라고 해봤자 업무 평가 정도인데, 다른팀 팀장들이라고 자기들이 데리고 있는 계약직 직원들 평가를 짜게 주고 싶겠나. 당연히 다 좋게 주지.

한마디로 내가 아무리 이지혜 평가를 만점에 가깝게 준다고 해도 그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거다.

결국 할 수 있는 건 팀 전체 실적을 미친듯이 끌어올리는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인데, 꼭 팀 전체 실적이 올라간다고 해서 그걸 계약직의 공로로 인정해줄 인사부도 아니고.

속만 타는 거지, 이지혜 본인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죄송합니다. 제가 괜한 말을 했네요. 신경 쓰지마세요.”

내가 대답을 못하고 한참을 머뭇거리자, 이지혜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다시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라떼는 말이야...”

그리고 난 잠시 뒤 내가 해줄 수 있는 최대한의 긍정적인 대답, 그리고 응원의 마음을 담아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네? 이거 믹스 커피인데요?”

“헐...여기 나보다 더 구식이 있었네. 라떼는 말이야...이 말 몰라요? 나 때는 말이야...이걸 라떼는 말이야...라고...아니 이거 막 이모티콘도 있고 그렇던데? 진짜 몰라요?”

이지혜는 정말 처음들어보는 소리라는 표정으로 짧게 고개를 저었다.

“아무튼 내가 이 업계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홍성이 이렇게까지 인기가 높은 회사가 아니었어요. 그래서 공채가 쉬웠어, 솔직한 말로.”

“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진짜 낙타가 바늘 구멍 들어가는 거 보다 더 어렵죠. 인사부 사람들 통해서 이력서 들어오는 거 이야기 들어보면 당시 나보다 스팩이 낮은 친구를 찾아볼 수가 없어. 지혜 씨는 두 말 할 필요도 없는 거고.”

이지혜는 답답한 한숨을 내쉬며 하고 있던 작업을 계속 이어나갔다.

“그런데 그런 고급인력들이 다 계약직으로 빠지거나, 그나마도 떨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죠.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이 업계는 아직까지도 인재가 많이 부족해요. 아마 영원히 부족할 거야.”

날 쳐다보는 이지혜는 시선이 느껴졌다.

하지만 난 그저 커피 한 모금을 입에 담고 인보이스에 시선을 고정시킨채 키보드를 두드렸다.

“정규직 전환? 안될 수도 있어요. 인정할 건 인정합시다. 그래야 마음이 편해. 이건 내가 된다 안된다 확답을 줄 수 있는 성격의 문제가 아냐. 특히 비정규직 직원들 정규직 전환은 부장님도 조심스러운 부분이에요. 회사의 한 해 방향에 따라 결정되는 부분이니까. 하지만 지금 지혜 씨 정도면 최소한 재계약까지는...어떻게든 되지 않을까요?”

“흐음...하지만...”

“물론 알아요. 계약직이 괜히 힘든 게 아니라 언제 어떻게 될 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힘들다는 거. 경력 인정도 잘 안되고...”

난 이지혜를 쳐다봤다.

그렇게 이지혜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데 어쩌겠어, 시대가 이런 걸.”

“...!”

예상했던대로 이지혜의 두 눈에선 지진이 일어났다.

“지난주에 나크리스 김형찬 담당자가 파리로 돌아가기 전에 같이 저녁 먹으면서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지혜 씨는 직급이 어떻게 되냐고. 솔직하게 말해줬어요. 아직은 계약직으로 근무하고 있는 중이라고.  그랬더니 두 눈을 이렇게 뜨면서 그게 말이 되냐는 거지. 그래서 내가 물어봤어. 왜 나크리스 본사에는 계약직 직원이 없느냐고. 그건 또 아니래. 거긴 또 본사인데도 직원의 30퍼센트 이상이 계약직이라네? 그러면서 재밌는 말을 한다?”

“뭐라고요?”

“탐난다고. 지혜 씨가 준비한 트레이닝에 홀딱 반했다 이거야. 자기는 지금까지 그런 트레이닝을 본 적이 없대.”

“...!”

“그래서 내가 뭐랬게요?”

“뭐라고...”

“데리고 가면 지혜 씨 프랑스 영주권 만들어줄 수 있느냐고. 그때부터 입을 딱 다물더라고. 루이뷔똥 정도 되면 또 몰라. 샤넬, 에르메스 정도 되면 모르지, 내가 말이나 한 번 전해볼게요...라고 했을지. 그런데 어디 감히 나크리스 짬밥에 우리 에이스 지혜 씨를 넘봐요? 지혜 씨는 그걸 알아야 돼요. 지금 지혜 씨 정도 되잖아요? 그럼 내가 마음만 먹으면, 그리고 지혜 씨만 해외 근무가 가능하고 또 해보고 싶다고 하면 나크리스가 아니라 벤젤, 콜리에느 정도급 본사에는 자신있게 찔러줄 수가 있어요.“

“저, 정말이요?”

“눈 크게 뜨는 거 봐라...”

“죄송합니다.”

“아, 당연하지. 홍성이 괜히 홍성이에요? 한국, 중국 시장 없으면 지금 당장 산소 호흡기 벗어야 할 브랜드가 어디 한두 갠가? 내가 홍성에서 집중 푸쉬해주고 있는 중급 브랜드 본사 담당자들이랑 이야기 해서 이런이런 인재가 있는데, 홍성 경험이 있고 그래서 홍성 시스템을 너무 잘 안다. 괜찮으면 그 인재를 영입해서 우리 홍성만 전담할 수 있게 해주면 안되겠냐...하면 누가 안해주겠어? 필요가 없어도 홍성과의 관계 때문에라도 무조건 해주지. 걔네들이 이미지가 그래서 그렇지 실상은 막 그렇게 원리원칙을 잘 지키는 애들 아니에요. 우리보다 융통성이 더 많아. 그러니까 안심해요. 난 지금 지혜 씨를 놓고 정말 최악의 상황까지 생각하고 있는 중이니까.”

“정말 감사합니다, 팀장님.”

“그렇게 화색을 띄우면서 반응하니까 섭섭한데? 왜? 갑자기 브랜드 본사 근무 이야기 꺼내니까 혹해요?”

이지혜는 대답을 하지 못하고 겸연쩍은 미소를 흘렸다.

“그렇겠지. 그런 방법을 처음 듣는 사람들은 누구라도 다 혹할 수 밖에 없어요. 나도 그랬고. 그런데 지혜 씨가 가기에는 조금 아까워요.”

“...왜요?”

“나크리스에 간다고 치자. 나크리스 본사 근무 경력? 그거 어디다가 써먹을 건데? 그 경력 들고 한국 다시 돌어오면 어디 알아주는 곳이 있을 거 같아? 없어요. 외국에 정착해버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다, 그죠? 요즘 젊은 친구들의 로망이잖아. 근데 나크리스가 잘도 영구취업 비자를 만들어주겠다. 어차피 거기도 들어가면 표현만 좀 다르게 쓴다는 거 뿐이지, 결국은 계약직이야. 취업 비자 만료되는 순간 아웃인 거고. 그런데 그런 것들 다 감수하고라도 해외 생활 경험삼아 도전을 한 번 해보고 싶다...라고 생각하는 대부분의 사람들도 딱 여기에서 걸려요.”

“어디에서요?”

“한국이 의외로 월급을 많이 주는 편이에요. 파리가 우리는 막 선진국인 거 같고 그래 보여도 한국 보다 인건비가 싸요. 특히 외국인에 경력이 없는 이쪽 패션 업계쪽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더. 지혜 씨는 경력이라고 할만 한 게 아직은 없잖아요. 그럼 잘하면 한 1300유로 정도 받겠다. 그 돈이면 일하러 가서 한국에 계신 부모님한테 용돈 타써야 돼요. 월세가 이미 월급의 절반 이상일텐데, 안 그렇겠어요? 그런 생활 하겠다고 홍성을 포기하고 나크리스에 갈 이유는 없잖아요. 시간 낭비야. 아까도 말했다시피 루이뷔똥 정도 되면 그땐 이제 고민이라는 걸 해볼 수 있는 거야. 그리고 정규직 전환도 안되고 재계약까지 안됐을 최악의 상황에 가면 그땐 아까 내가 말한 벤젤이나 콜리에느 정도급으로 차선책을 생각할 수도 있는 거고. 그런데...”

“...?”

“그냥 그런 방법도 있는 거구나...하면서 알고만 있고 잊어버려요. 너무 불안해하는 거 같아서 해주는 말이지, 결코 그쪽이 홍성 정규직 보다 좋을 수가 없어. 힘을 줄 거면 정규직 전환에 온 힘을 쏟아야지, 불안하다고 끝까지 해보지고 않고 지레 겁먹는 거...그래서 포기도 아니고 도망도 아닌 어정쩡한 선택을 해버리는 건 안타까운 거예요. 홍성에서 정규직 달고 2년 정도 하잖아요? 그럼 난다긴다하는 브랜드 한국 지사 기업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스카웃 제의가 들어와요. 해외 생활에 관심이 있더라도 조금만 참으면 입맛에 맞게 골라갈 수 있는데, 왜 그걸 못 기다리고 지금 당장 눈 앞에 있는 게 최고의 기회인 것처럼 성급한 선택을 하나?”

“하지만 정규직 전환이 된다는 보장이 없으니까...”

“지혜 씨.”

“네, 팀장님.”

“만약에 홍성이 지혜 씨를 놓치잖아? 그럼 홍성 인사부는 진짜 바보다. 웃기는...이건 내 진심이에요. 그러니까 지혜 씨, 당연히 불안하고 힘들겠지만 계약직, 정규직...뭐 이런 거 너무 신경 쓰지말고 지금 하던대로만 해요. 사실 그거 말고는 딱히 다른 방법도 없잖아?”

“...그렇죠. 후우...사람들 말처럼 제가 너무 예민한 거 같아요. 특히 정규직 전환에 대해서는 거의 병적으로 말이에요.”

“누가 지혜 씨한테 예민하다고 해요?”

“직접적으로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없는데, 그냥 둘러둘러 그런 소리가 귀에 들리더라고요.”

“예민한 게 안 좋은 건가? 좋은 거 아냐? 그럼 뭐 둔한 게 좋은 건가?”

대답을 못하는 이지혜였다.

“바로 그게 내가 지혜 씨를 좋아하는 이유에요.”

“예민해서요?”

“뭘 하나 시켜놔도 대충대충 하지 않고 최대한 깐깐하게 체크하고 했던 체크 또 하고...절대 적당히 대충 넘어가는 법이 없잖아. 그게 얼마나 큰 장점인데, 그걸 안 좋게 생각해요? 이해를 할 수가 없네. 그걸 예민하다고 표현하고 또 안 좋은 뉘앙스로 사용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둔한 사람들이겠지? 그런 둔한 사람들의 감을 믿어요? 그런 감 떨어지는 사람들이 하는 시기는 무시가 답. 예민함은...현재 지혜 씨가 가진 유일한 장점이야. 그 유일한 장점 마저 포기할래? 바보야? 어디까지 했어요?”

“블랑 NF...”

“아직 블랑이야? 하면서 이야기 들었어야지. 아직 멀었네...빨리 합시다. 빨리 끝내고 서울 올라가는 길에 저기 쟁반짜장 잘하는데 있으니까 거기서 같이 저녁먹고 그렇게 올라갑시다.”

“넵!”

비정규직의 마음을 정확하게 안다는 건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그동안 회사생활을 하면서 계약직 직원들을 봐온 게 있으니까, 그리고 비교할 대상이 아닌 건 알지만, 현재 누나도 동네 대형 마트에서 계약직으로 캐셔일을 보고 있으니까...

내게 로또가 그런 힘을 주었듯, 꼭 홍성에서 정규직 전환이 안되더라도 얼마든지 다른 방법이 있다는 걸 이지혜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그렇게 마음 속 작은 보험 하나 정도를 가지고 있으면 어차피 견뎌내야 하는 시간, 조금은 쉽게 견딜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또 한 주가 지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결전의 시간이 다가왔다...

토요일.

쌓여있는 피로를 풀어보겠다고 완벽한 숙면 모드를 만들어놓고 오후 1시까지 잤다.

눈을 뜨기는 11시에 떴는데, 강혜선과 저녁 약속에 관한 카톡 몇 번 주고받고 다시 잠을 청했다.

그리고 대중 목욕탕에 가서 땀을 빼고 미용실에 들러 머리를 세팅했다.

정장을 입긴 해야할 거 같은데, 깔맞춤 정장보다는 콤비 정장이 더 나을 것 같았다.

아무래도 주말이고, 또 집에서 만나는 건데 깔맞춤 정장을 하다보면 자칫 딱딱한 첫인상을 줄 수도 있단 걱정이 들었다.

남색 자켓에 연한 회색 바지, 그리고 넥타이 없는 셔츠를 받쳐입었다.

그리고 그동안 파리 출장길에 한 병씩 사와서 모으고 있던 와인 중 가장 고급 와인 한 병을 챙겨 집을 나섰다.

“과일 바구니 하나 만들어주세요. 아뇨, 만들어져 있는 거 말고 만들어주세요.”

그리고 새로 생긴 아파트 상가 과일 가게에서 가장 비싼 과일 바구니를 하나 구입했다.

강혜선과는 약속 시간보다 30분 빨리 만났다.

자신이 현재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 입구까지 마중을 나와 있던 강혜선.

“오늘 저 괜찮습니까?”

난 머리부터 발끝까지 꼼꼼하게 확인을 해달라며 진지하게 강혜선을 바라봤다.

“괜찮네요. 딱 우리 엄마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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