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4
저희는 입장이 다릅니다
저녁 산책을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휴대용 돗자리를 깔아놓고 맥주캔을 기울이는 풋내 가득한 커플도 있었고, 잠이 든 어린 아기가 앉아있는 유모차를 미는 아버지와 그 옆에서 연신 부채질을 하며 모기를 쫓아내는 아이 엄마.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종종 보였고, 한 쪽에선 별나보이는 남자 꼬맹이들이 연신 땀을 닦아내며 씽씽카를 달리기에 바빴다.
그리고 난 강혜선과 나란히 공원을 걸으며 처음으로 그녀의 손을 잡아볼 기회만 호시탐탐 노렸다.
“...”
레스토랑에서 30여 분 정도 더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그 30여 분 동안 난 강혜선에게 그동안 어쩔 수 없이 나만 알고 있어야 했던 비밀을 모두 털어놓았다.
후련했다.
그리고 내가 후련해진 만큼 강혜선도 놀란 마음이 어느정도는 진정된 거 같아 보였다.
한참을 걷다가 끝내 결심을 하고 슬쩍 강혜선과의 거리를 좁혀본다.
“...!”
용기를 내어 그녀의 손을 잡았고, 고개를 돌려 날 쳐다보던 강혜선의 시선을 애써 무시한채 난 그냥 계속 걸었다.
그러자 강혜선 역시 내게 손을 허락하며 다시 시선을 앞으로 돌렸다.
생각했던 것 보단 차갑고 또 손가락 마디 뼈가 느껴질 정도로 말랐지만, 부드러운 손이었다.
“현재 맡고 있는 프로젝트만 끝나면 부산에 내려가서 부모님께 혜선 씨 존재를 말씀드릴 생각이에요. 그렇게 해도 되겠죠?”
“전 아마 부모님 두 분 모두 알고 계실 거예요. 모르실 수가 없죠, 같이 사니까. 안그래도 얼마 전 부터 엄마가 만나는 남자 있으면 숨기지 말고 집에 한 번 데리고 오라고 틈만 나면 노래를 부르세요.”
“저는 언제든지 괜찮습니다, 혜선 씨만 괜찮으시면.”
“그래서 말인데요.”
“네.”
잠시 뜸을 들이다가 강혜선이 말했다.
“미리 말씀드리는 거예요.”
“뭘요? 그냥 편하게 말씀하세요.”
“제가 그때 제 언니 이야기 했었죠?”
“네. 형부되시는 분이 의사시라고...”
“자칫 상견례 자리에서 파토가 날 뻔한 결혼이었어요.”
“왜요?”
“형부쪽 부모님이 그 상견례 자리에서 밑도끝도 없는 걸 계속 요구하기 시작하더라고요.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거죠.”
“혹시 뭐 아들이 의사니까 결혼하면 병원을 개원시켜달라, 키 3개는 기본으로 가지고 와야된다...뭐 그런 식이었나요?”
“충분히 그 전에 그런 부분을 조율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았을텐데, 그 전까지는 아무 말도 없다가 상견례 자리에서 그런 말을 하니까 모두가 당황을 했죠.”
“아니, 그러니까 진짜로 형부 되시는 분 집에서 혜선 씨 부모님한테 자기 아들 병원을 차려달란 소릴 했단 말이에요?”
하마트면 미쳤네! 하는 말이 툭하고 튀어나갈 뻔 헸다.
“어이없죠?”
“혜선 씨 앞에서 이런말 해도 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정도면 완전 어이없죠. 아니, 왜 자기 아들이 일 할 병원을 혜선 씨 부모님한테 차려달라고 합니까?”
“그래서 엄마가 형부 어머니한테 뭐라고 했는지 아세요? 그렇게 우리집에서 그쪽 아들이 일할 병원을 차려주면 그때부터 그쪽 아들은 우리집 직원이 되는 거냐고.”
“헐...그건 좀...”
“그런 분이세요. 그런 상견례를 하고도 결혼까지 한 거 보면 참 용해요.”
“어머니가...상당히 쎈 분이시군요.”
“그래서 말씀드리는 거예요. 은태 씨 말처럼 엄마가 쎈 스타일이에요.”
“아...”
“그리고 자기 딸들이 아주 잘난 줄 아세요.”
“혜선 씨 정도면 당연히...”
“진지하게 절 미스코리아로 만들고 싶어 하셨어요. 다행히 키가 중학교 이후로 별로 안 커서 포기를 하셨지만.”
“푸하하하하하...미스코리아래...크크큭...”
“...”
“...”
“크흠...”
“죄송합니다.”
“지금이야 제가 나이가 들어서 이렇지, 저 어렸을 때 진짜 완전 괜찮았거든요? 저 고등학교 다닐 땐 집까지 따라오는 남자애들 때문에 아빠가 독서실까지 저 데려다 주고 데리러 오고 그랬어요.”
“그것도 좀...”
“진짜에요.”
“알겠습니다. 본인이 그렇다고 하는데, 제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확인할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무튼! 그런 분이세요, 우리 엄마가. 딸 나이 같은 건 안중에도 없어요. 그냥 제가 딸이라는 이유로 제가 세상에서 제일 잘난 줄만 아세요. 그래서 아마도 은태 씨가 집에 인사를 오게 되면 마치 면접관처럼 이것저것 꼬치꼬치 물어볼 가능성이 높아요.”
“에이, 뭐 그런 것 쯤이야...”
“물론 제가 중간에서 적당히 분위기 컨트롤을 하겠지만, 그냥 원래 스타일이 그런 거라고 생각하시고 괜히 오해해서 불쾌해 하지 마시라고요. 알고보면 무척 따뜻한 분이세요.”
강혜선의 손을 잡고 있는 손에서 땀이 차기 시작했다.
그런데...잠시라도 놓고 싶지 않았다.
고작 땀 때문에 손을 잠시 놓았다간 그 손을 다시 잡기 위해 또 용기를 내야할 것 아닌가...
그리고 며칠이 지나 저녁 늦게 강혜선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다음주 토요일 저녁이 어떻겠냐고.
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와 부모님과 함께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나에 관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꺼냈다고 한다.
그랬더니 부모님이 집에 한 번 데려 와서 인사를 시켜보라고 하셨고, 이번주까지는 내가 편집샵 프로젝트 건으로 정신이 없으니 다음주 토요일 정도로 자리를 한 번 만들어보겠다는 거다.
그것 역시 너무 급한 거 같으면 좀 더 뒤로 미뤄도 아무 상관이 없다면서...
“아뇨, 괜찮습니다. 다음주 토요일 저녁...그렇게 알고 있겠습니다.”
그렇게 난 강혜선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러 갈 날만 손꼽아 기다리며, 하지만 막상 출근을 해서는 그 약속을 새까맣게 잊어버리고 편집샵 프로젝트에만 매달렸다.
파리에서 김형찬이 넘어왔다.
편집샵에서 근무하게 될 매장 직원들 트레이닝 자리에 직접 참석을 하겠다는 명목이었다.
물론 제안은 우리쪽에서 먼저 했지만, 진짜로 한국까지 넘어와서 참석을 하겠단 대답을 해줄 거라고는 크게 기대를 안했었다.
본 행사 전날 한국으로 들어온 김형찬을 픽업하기 위해 양 대리가 직접 인천공항까지 마중을 나갔고, 난 퇴근을 한 후 우리쪽에서 숙소로 예약한 호텔 로비에서 김형찬이 도착하기만을 기다렸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담당자님.”
“저 때문에 퇴근도 못하시고 어떻게 합니까? 인사는 내일 행사장에서 해도 되는데...”
“그럼 같이 소주 한 잔 하기로 했던 약속을 또 다음으로 미뤄야 하지 않습니까. 비행기 타고 오시느라 피곤하실텐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저야 오는 내내 비행기 안에서 잠만 잤는데요, 뭐. 전 오히려 두 분이 괜찮으실지 걱정입니다. 내일 행사 진행도 하셔야 할텐데...”
“간단하게 마시면 되죠. 이렇게라도 억지로 시간을 만들어야지, 안 그럼 맨날 말만 술 한 잔 하자하고, 정작 그 약속을 지킬 기회를 만들기가 어렵잖습니까.”
“맞는 말입니다.”
“가시죠. 그때 통화로 한 번 말씀드렸던 한우집으로 예약해 놨습니다.”
솔직히 진짜 피곤했다.
만약 김형찬과 술자리를 가지지 않고 이대로 곧장 집으로 가더라도 샤워할 힘도 없이 곧바로 뻗을 수 있을 정도였다.
나도 나지만 이틀 전 야근을 하고, 어제 오전근무까지 정상적으로 소화해야 했던 양 대리의 두 눈은 살짝 충혈이 되어있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우린 달렸다.
여기까지 와서 어설픈 결과를 만들어낼 순 없었으니까.
그리고 또 신기하게도 금방 퍼질 것 같았던 나나 양 대리의 몸은 아쌀한 소주 한 잔에 금방 노근하게 풀리며 컨디션을 되찾는다.
매직이다, 매직.
진짜 우리 영업맨들에게 있어 소주 한 잔은 매직이라고밖에는 설명을 할 수가 없다.
“저희가 왜 이렇게까지 무리를 해서 굳이 다른 브랜드들도 많은데 나크리스를 편집샵에 꼭 넣으려고 했겠습니까. 저희 목표는 나크리스를 편집샵에 넣는 게 다가 아닙니다, 담당자님.”
“그럼...”
“당연히 편집샵을 시작으로 국내에 나크리스의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거죠. 그런 다음 편집샵이 들어간 지점에 차례대로 나크리스 단독 매장을 오픈시키는 게 저나 저희팀의 최종 목표입니다. 양 대리님?”
“네, 여기...”
김형찬은 양 대리가 건넨 파일을 열었다.
“편집샵 오픈을 준비중인 백화점과 현재 그곳들의 명품코너, 그러니까 저희가 나크리스 단독 매장으로 눈여겨 보고 있는 매장에서 현재 올라오고 있는 매출표입니다.”
양 대리의 설명에 김형찬은 놀란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우리가 나크리스를 띄우기 위해 이정도까지 준비를 하고 있는 줄은 몰랐다는 표정이었다.
“얼마전에 담당자님께서 그러셨지 않습니까. 한국은 매출과는 큰 상관없이 브랜드 노출을 목표로 진출을 하는 거라고. 그러니 매출에 대해서는 크게 부담을 느낄 필요가 없다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나크리스의 목적인 것이고 저희는 입장이 다릅니다. 받은 브랜드를 얼마나 많이, 또 얼마나 제대로 띄우느냐로 홍성 인터네셔널의 업계 이미지가 좌우되기도 합니다.”
“네, 맞는 말씀이십니다.”
“시작을 안했으면 모를까, 하기로 한 거 이왕이면 제대로 해야죠. 내년 여름시즌 전후로 여기 나와있는 지점에 차례대로 단독매장 오픈 시키고 그에 맞춰서 나크리스 측이 적당히 인지도 있는 모델을 섭외해서 매거진에 넣을 수 있을만한 이미지 몇 장만 만들어주시면 큰 무리없이 진행될 걸로 예상이 됩니다.”
“필요한 부분이 있으시면 망설이지 말고 언제든지 말씀만 해주십시오.”
난 양 대리에게 바톤을 넘겼다.
“그래서 말입니다.”
김형찬의 비어있는 잔에 소주를 따르며 양 대리가 말을 이었다.
“내일 트레이닝에 참석하는 매장 직원들에게 나크리스 신발을 직접 신겨서 판매를 시작해보는 건 어떻겠습니까?”
김형찬의 눈매가 가늘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양 대리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김형찬을 바라봤다.
“단독 매장이야 당연히 해당 브랜드만 보고 브랜드 충성도에 의해 사람들이 들어갑니다. 하지만 편집샵은 그렇지가 않죠. 특히 현재 준비중인 편집샵처럼 특정 아이템만 취급하는 편집샵은 고객의 니즈가 명확합니다. 신발이죠. 그것도 단독 매장을 찾는 고객들에 비해 브랜드의 유연성이 있는 고객들일 가능성이 더 높고요.”
양 대리의 설명에 김형찬이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이런 경우 브랜드 인지도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오히려 그보다는 고객을 응대하는 매장 직원들의 세일즈 스킬과 의지에 의해 다양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일 수록 더 많은 애정을 가지고, 또 그 애정은 곧 표정이나 말로 나오게 되는 법이죠. 인센티브만 많이 걸어놓는다고 다 잘 팔리는 건 아닙니다.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합니다. 어? 이거 팔리네? 다른 브랜드에 밀려서 잘 안 팔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쉽게 팔리잖아? 하는 식으로 말이죠. 매장 직원들이 그런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계속해서 계기를 제공해주는 게 본사 영업팀이 하는 일이고요.”
“...네.”
“만약 내일 트레이닝 자리에서 담당자님이 교육에 참석한 매장 직원들에 한해 일종의 선물처럼 신발 한 켤레씩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다면 그 기회가 생긴 매장 직원들 사이에선 틀림없이 나크리스에 대한 충성도와 함께 큰 관심이 생길 겁니다. 그리고 그 충성도와 관심은 틀림없이 매장에서 고객을 상대로 나크리스를 소개하는 순간에 자연스럽게 폭발을 할 것이고요. 일단은 하나라도 더 파는 게 중요합니다.”
“흐음...”
“매장 직원들 중 누군가가 다른 브랜드에 관심을 보이는 고객을 설득시켜 나크리스를 판매하는 장면이 나오면 분위기는 금방 형성될 거고, 그 분위기는 곧 나크리스의 매출로 나오게 될 겁니다.”
“하긴, 저도 메이저 브랜드에서 근무를 해봤던 사람 아닙니까. 나크리스의 지원이 부족한 게 사실이죠.”
“그러니까요. 담당자님도 잘 아시네요. 이런 부분은 저희가 굳이 브랜드 측에 먼저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아도 그 전에 브랜드 측에서 알아서 준비를 해줘야 하는 부분인데...”
“네,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습니다. 보아하니 지금 이 부분 때문에 두 분 모두 상당히 피곤한 상태에서 이 자리를 마련하신 거 같은데, 내일 트레이닝 말미에 제가 참석한 매장 직원들에게 일정 금액 이하로 마음에 드는 컬렉션을 선택해서 근무할 때 신으라고 전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그렇게만 전달하면 되는 건가요?”
“네, 그렇게만 해주시면 저희가 교육 시작하기 전에 참석 인원 확인하고 자기 이름에 사인을 하라고 하겠습니다. 그 인원에 해당하는 수량 만큼만 신경을 써주시면 될 거 같습니다.”
비어있는 양 대리의 술잔을 채워주며 김형찬이 말했다.
“오늘 여기 술 값은 제가 내도록 하겠습니다.”
“아닙니다. 먼 길 오셨는데, 당연히 저희가 내야죠.”
“이렇게까지 신경을 써주시는데, 영업 차원에서라도 당연히 제가 내는 게 맞는 거 같습니다. 그리고 일정 다 끝내고 다시 본사로 돌아가면 나크리스 단독매장 오픈과는 상관없이 나크리스 본사 트레이닝에 홍성 인터네셔널의 티오를 일본에 주는 티오와 같게 잡아달라고 제안해보겠습니다.”
“...!”
“꼭 홍성 인터네셔널 본사 직원이 아니더라도 매장 직원들 중 포상을 하고싶은 인원이 생기면 챙겨주세요. 누구라도 다 가고싶어 할 거 아닙니까. 언어적인 부분때문에 자신이 없다고 하면 교육 시간동안 제가 옆에 붙어서 통역을 해주면 되는 거니까요. 현재 일본쪽 업체 직원들이 교육을 받으러 오면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
나와 양 대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뜻밖의 제안에 놀랐다.
“왜 사람들이 한국은 홍성이다, 반드시 홍성과 해야한다, 홍성이 해서 못 띄우면 그건 홍성이 아니라 브랜드 자체에 문제가 있는 거다...라고 하는지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도 하지 못했던 그런 작은 디테일까지 챙기시는 모습을 보니까 확실히 다르다는 걸 알겠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김형찬을 만나기 위해 박 부장과 장 차장은 행사 일정이 거의 끝나갈 즈음 인사차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마침 마지막 순서인 김형찬의 프리젠테이션도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김형찬이 프리젠테이션 말미에 지금 자리에 참석한 전원에게 400달러 이하 금액으로 자신이 원하는 컬렉션을 자유롭게 선택해서 신어보라는 말을 했고, 뜻밖의 횡재에 매장 직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터져나오는 함성에 박 부장과 장 차장은 화들짝 놀라며 열광하는 매장 직원들을 쳐다보기에 여념이 없었다.
행사 일정이 모두 끝이나고, 박 부장, 장 차장과 차례대로 악수를 나눈 김형찬이 이지혜를 찾았다.
“지혜 씨라고 하셨죠?”
“네. 그런데 전 왜...”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나크리스 본사 트레이닝 보다 훨씬 더 알찬 트레이닝이었습니다. 저희 직원들이 한국말만 할 수 있다면 다음 트레이닝할 때 한국에 가서 홍성 인터네셔널이 어떻게 트레이닝을 준비하는지 직접 보고 오라고 말해주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아, 그게...하하...저는 뭐 그냥...”
“특히 아까 다음 시즌 컬렉션을 발표하실 때엔 도대체 준비를 얼마나 많이 했으면 저도 아직 실제로 못 본 신상들을 사진만 가지고 저런 발표를 할 수 있는 건지, 저게 과연 가능한 발표인 건지, 보고 있으면서도 믿기지가 않더라고요. 아무튼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트레이닝 준비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김형찬은 박 부장과 장 차장이 보는 앞에서 두 손으로 이지혜의 손을 꼬옥 잡으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그래서 난 박 부장과 장 차장이 들으라는 식으로 양 대리에게 말했다.
“확실히 ‘지혜 씨’가 이런 거 준비하는 건 진짜 독보적이에요. 그죠? 이정도까지 해내면 이건 대체 불가능이라고 봐야되지 않겠어요?”
그리고 눈치 빠른 양 대리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아우, 그럼요. 팀장님도 참...입 아프게 그걸 말로 해서 뭐 합니까? 이걸 ‘지혜 씨’ 가 아니면 누가 이렇게까지 할 수 있겠습니까? 팀장님이 할 겁니까, 아님 제가 합니까? 이 트레이닝도 ‘지혜 씨’ 아이디어였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