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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리야 한 마리 -->
쑥과 마늘.
100일간 먹으면 인간이 된다는 우화가 있다.
어떻게 보면 파채도 그 대체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 졌으니까 한입 더 꼭꼭 씹어 먹어."
"으흐하앙……."
치킨 아저씨가 서비스로 파채를 넣어주셨더라?
고추바사삭만 먹으면 밋밋할까봐 신경 써주신 듯하다.
그 신경 덕분에 유리야의 신경이 마비되고 있다.
부들부들, 부들부들!
내가 젓가락으로 친히 집어 먹여준 파채다.
입안에서 아삭하게 씹히는 울림이 만족스럽기 그지없다.
'일부러 소스 듬뿍 묻혀줬거든.'
플라스틱 접시에 소스를 따라 무쳤다.
어디 안 묻은 곳 있을까 휘저어서 쓱쓱쓱~.
스스로 감탄할 정도로 맛있게 버무려졌다.
그렇게 맛있는 파채가 유리야의 입안에 쏙!
나도 먹어봤지만 치킨집 파가 으레 그렇다.
조리 시간 문제로 매운 맛을 다 못 뺀다.
"맛있지? 오빠가 무쳐주니까 더 맛있지?"
"파만 먹는데…… 어떻게 마시 이써요오……."
안 그래도 빠른 말투와 애 같은 발음.
코가 찡해지다 못해 눈물이 맺히고 있다.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유리야가 파를 씹는다.
"저……, 저…… 입안이 너무 아려요."
"콜라 한입 빨아 그럼."
"헉, 감사…… 크허억!"
파를 먹고 입이 얼얼할 때.
탄산을 마시면 끝내준다.
기부니가 좋아요!
딱지를 땔 때와 비슷한 기분이 든다.
무언가 눈을 뜨게 될 것 같은 아픔!
그 쾌감을 아직 모를 나이인가 보다.
'와사비 맛이 강한 편도 아닌데 엄살이네.'
파채를 한입 씹어보자 알싸한 향이 퍼진다.
굽네는 다른 집에 비하면 순한 편이다.
네네 같은 곳 먹어봐야 정신을 차리지.
'치킨도 말이 고추바사삭이지 그냥 고소해.'
유리야가 열심히 게임 할 때 하나씩 까먹었다.
겉보기에도 양이 좀 줄어들어 보인다.
말 안 하면 눈치 못 챌 거라 생각한다.
『승리』
나의 가르침과 교육 방법에 힘입어 두 번째 게임을 승리했다.
투지에 불타오르는 유리야가 1인분을 해냈다.
콧구멍을 벌름거리며 치킨을 격하게 원한다.
"자, 잘했으니 다리 하나 줄게."
신이 나서 와구와구 뜯어먹는다.
연료 보급이 된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세 번째 게임은 봇라인에서 솔킬까지 내버리며 1.1인분을 했다.
"저, 저 다리 좋아해요! 또 다리 주세요!"
치킨 다리를 안 좋아하는 사람이 있겠니?
치킨의 아이덴티티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인데.
안타깝게도 이 치키은 다리가 하나밖에 없다.
"헐, 다리가 하나밖에 없어요!"
"오다가 배달 아저씨가 배고파서 먹었나 보네. 아니면 원래부터 다리가 하나인 닭이라거나."
"흐윽……, 기대했는뎅."
서비스까지 주신 치킨 아저씨 죄송합니다 제가 먹었어요.
시무룩해진 유리야는 포기하지 않았다.
살코기 많은 부위를 우적우적 먹는다.
『유리야 Lv.17』
유리야는(은) 강력해졌다!
보다 토실토실해진 유리야의 레벨이 올랐다.
장하다 김유리야, 치킨을 네 손으로 멸망시켜 버리렴.
"선배……."
"응? 왜?"
"근데 저, 저 지금 막 생각났는데요. 저 왜 갑자기 붙들려서 게임 하는 거에요?"
"그러게~."
입안의 얼얼함이 낫고, 칼로리가 들어가자 두뇌가 회전하기 시작했다.
이대로 놔두면 얼마 안 있어 깨닫고 말지도 모른다.
살코기를 하나 더 콕 집어 유리야의 입에 넣어준다.
행복한 표정으로 오물오물 꼭꼭 씹어 먹는다.
볼따구가 햄스터 볼주머니 마냥 부풀어 오른다.
먹는 것에 사고가 올인된 유리야는 떠올랐던 생각을 잊고 만다.
"큐 잡혔잖아. 빨리 수락 눌러!"
"헉! 너무 마시써서 못 봐써용."
조교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 * *
롤판을 터트리다시피 했던 조별 리그 파프리카 프릭스 대 SKY T1 K의 매치.
사실 당시에만 해도 연막 작전인 줄 알았다.
저러고 나중에 달래가 나와서 활약하겠지.
선례가 있다 보니 진지한 추측이 오간다.
─속보! 레전설 또 유리야 맹연습 시키는 중
잘하면 치킨 1개
못하면 파채 한 입
번갈아 가면서 먹임ㅋㅋ
└뭐야 그게ㅋㅋㅋㅋ
└우리집 강아지도 재주 가르칠 때 그렇게 했었는데
글쓴이-유리야도 깜짝 놀랄 재주를 깨칠지도 모름ㄷㄷ
└혹시 빡대가리야가 또 출전하나?ㅋㅋ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얼토당토 않은 일이다.
골드 티어, 그것도 유리야가 롤챔스에 나온다고?
그 비상식적인 일을 SKY T1 K를 상대로 해버린 선수다.
레전설 그라면 또 한 번 저지를 만도 하다.
갑작스레 진행되고 있는 유리야와의 합방.
일련의 이야기가 롤 커뮤니티를 뒤흔들고 있다.
─근데 섬광 너프 먹어서 애매하지 않나?
SKY T1 K가 눈 뜨고도 당했던 게
섬광 흡혈이 미친놈급이라 못 막음
포커싱해서 못 녹이면 금세 피흡함
근데 지금은 피흡이 10으로 고정이라……
└그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글쓴이-명언충 수준;
└크~ 레전설이면 모르자너 레전설이면
└근데…… 나오려나? 이번에야 말로 연막 아님?
이 구도라면 나올 만하다.
아니다, 뒤통수 칠 확률이 높다.
레전설 본인은 언급도 안 했는데 유저들끼리 치고 박고 난리가 난다.
파프리카 프릭스를 저격했던 삼선 게임단의 내부 스크림.
이러다가 분석 당해서 지는 거 아니야?
불안해져 가던 여론에 다시 활력이 돈다.
레전설이 호락호락 예상 당해줄 녀석이 아니지~.
더불어 행방이 묘연하던 하비가 돌아왔다는 희소식이다.
파프리카 프릭스의 위상이 높아져 간다.
─탈주닌자 하비 개인 방송 켰다!
친가 쪽에 일이 있어서 갔다 왔다네
큰일이라 안 갈 수가 없었다고 미안해 함ㅠ.ㅠ
바로 다시 연습할 거고 또 가진 않을 거니 걱정 말래
└거의 2주만인가…… 다행이네
└레전설한테 삐진 건 어케 됨?
글쓴이-그건 No Comment!
└ㅋㅋㅋㅋ과연 뭐가 진짜 이유일까?
매 경기 놀라움을 선사하는 게임단이다.
유저들의 입방아에 자연스레 오르내린다.
심심하면 이슈거리를 만들어내니 그럴 만도 하다.
단순히 경기력이 좋다, 경기를 재밌게 한다.
거기에서 끝나지 않고 사건사고가 연결된다.
파프리카 프릭스는 점점 팬들에게 친숙해진다.
실력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게 사실이다.
불안정한 요소가 없다고 하기에는 애매하다.
하지만 인지도 하나는 기존 프로팀들에 비견되고 있다.
─이번 준결승전에서 결승전의 운명이 걸려있음
꿀챔스가 될 것인지 노잼스가 될 것인지!
일단 다른 팀은 그렇다 치고 파프리카 프릭스는 올라가야 돼
올라가는 순간 결승전 흥행 보증이다
스토리도 완벽하게 나와
└이번 시즌은 진짜 파프리카 프릭스가 살리는 게 맞지
└노잼스, 용준 메타 소리 나오던 게 엊그제 같은데……
└T1 K 떨어진 후로는 나도 파프리카 프릭스 응원함ㅋㅋ
└우승하는 순간 실력 논란도 없어지겠지?
자칫 담백해질 뻔했던 스프링 시즌의 롤챔스.
파프리카 프릭스와 레전설이라는 막강한 향신료가 입맛을 사로 잡는다.
팬들로 하여금 경기를 놓칠 수 없게 할 정도로 기대를 자아내고 있다.
어쩌면, 정말 어쩌면!
이대로 우승 꿈이 아닐지도 모른다.
새로운 전설의 시작을 함께 하는 걸지도 모른다.
파프리카 프릭스, 레전설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 * *
유리야의 조교는 제대로 이어져 갔다.
안뇽히 가세요!
마지막 헤어지는 순간까지 눈치채지 못했다.
하지만 집에 가고, 한숨 자고, 남은 치킨 뚝딱 하고 배가 땃땃해진 유리야가 전화를 걸어왔다.
〈선배 뭐에요! 저 생각해봤는데…….〉
"생각도 해? 내일은 해가 서쪽에서 뜨겠네."
〈우쒸! 저 알았거든요? 다 알아버렸거든요! 민하한테 문 열어 달라고 한 거죠?〉
오~ 예리할 뻔했어?
치킨 아저씨로 위장한 건 까먹었나 보다.
아무튼 뿔이 났는지 전화로 시시콜콜 따져왔다.
그래서 어쩌라고요?
"야, 유리야."
코를 벌름거리며 거칠게 숨을 내쉰다.
빵빵해진 볼이 화가 났다는 걸 표현한다.
예술 작품으로 따진다면 고흐의 화상이 왠지 어울릴 것 같다.
"왜 그렇게 화가 났어? 누가 그렇게 화 나게 만들었어?"
"흐으응~~ 선배가, 선배가! 나빴어요……."
잔뜩 숨을 들이쉰 것 치고는 너무 심플한 화 아니니?
유리야에게는 자주 볼 수 있는 증상이다.
뭔가 화가 나서 따지고는 싶은데 설명을 하지 못한다.
'허허, 무엇이 문제일꼬.'
유리야의 집에 다시 한 번 찾아왔다.
어제에 이어 또다시 맹연습을 시키기 위함이다.
그런데 화가 난 유리야가 비협조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리야야, 오빠가 미안해."
"미안하다고 퉁칠 일이 아니에요!"
"그럼 어떻게 할까? 무릎 꿇고 발가락이라도 핥을까?"
-발가락을……?
-레전설 은근히 유리야 발에 집착하네
-???: 저희 업계에서는 포상입니다
방송 중에 난입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합방이 되었다.
리야가 자기 다리를 꼭 끌어안으며 발가락을 보호한다.
리야 발가락이 쪼그만 생물 같아서 귀엽다.
간만에 쓰다듬으려 했는데 거부하니 아쉽네.
"그러지 마요. 그러면 안돼요. 만지면 저 화낼 거에요."
"왜 무좀 있어?"
"우쒸……."
화가 나지만, 무척 나지만!
대화의 주도권을 못 잡는 리야다.
한 가지 핀잔거리를 찾기는 했다.
생파를 많이 먹어서 배가 아팠다고 하소연해온다.
"하루종일 화장실에서 살았겠네? 이 똥간 요정."
"흐에엥!"
-ㅋㅋㅋㅋㅋㅋ
-똥간 요정 빡대가리야!
-우리 리야 억울해 ㅠ.ㅠ
-여캠 파괴자가 또 시동을?
아니, 이미 유리야는 여캠이라기 보다는 손 많이 가는 여동생 느낌이다.
시청자들도 백이면 아흔 아홉은 그렇게 느낄 것이다.
나머지 한 명은 천인공노할 로리콘이고.
'그리고 얘가 색기가 있어 뭐가 있어?'
생긴 거는 솔직히 예쁘장하긴 하다.
그런데 느낌적인 느낌이 안 온다.
엊그제 일도 있어서 그런지 괜시리 비교하게 된다.
나도 모르게 코웃음이 나와버렸다.
"가만히 있는데 왜 비웃어요!"
"그냥 너를 보면 웃음이 나와."
또 눈치는 있어서, 그리고 화난 상태라 안 넘어간다.
이러면 내가 팩폭을 할 수밖에 없잖아.
"너는 어떻게 그 나이 먹고 섹시함이라는 게 일도 없냐? 좀 있으면 안되냐?"
"씨잉……, 선배가 보태준 것도 없으면서……."
-갑자기 뼈를 때리네ㅋㅋ
-괜찮아! 리야는 귀여우니까!
-근데 보태주면 큰일나지ㅋㅋㅋ
진짜 애다 애.
보통 남녀가 단둘이 방에 있으면 서로 의식하게 된다.
딱히 유도하지 않아도 달달한 분위기가 끓어넘치기 마련이다.
하비와 합방했을 때도 대본 없이 갔는데 썸 같은 분위기가 됐잖아.
유리야와도 그 합방을 하루이틀 했던 게 아니다.
방송 끄고도 은근히 자주 같이 다녔다.
엄밀히 따지면 농밀한 스킨십도 적지 않게 했다.
'나도 진짜 제정신은 아니긴 하다.'
어떻게 여자 엉덩이를 때릴 생각을 하지?
자기 자식이 아닌 이상 보통은 안 때린다.
정말 자식 같은 아이기는 하다 유리야가.
내가 Lv.1부터 손수 키운 자랑스러운 풀포켓몬이다.
나에게는 두 명 더 포켓몬들이 있다.
갑자기 아차하는 생각이 든다.
'맞다, 하비…….'
어제 방송을 켜고 연습을 하는 걸 보고 있었다.
그대, 내 마음에 들어왔지만.
나, 그대 마음에 들어가지 못했다.
비로그인 상태로 고민만 하다가 끝내 말을 못 걸었다.
하지만 방송, 그리고 연습이라는 연결고리.
핑계를 대어 나 오늘 용기를 내보려고 한다.
일단 눈앞의 거대한 햄스터부터 요리하고.
"야, 유리야."
"왜요!"
유리야가 부들부들 Max치를 기록했다.
백화점 안마 의자에 앉아있는 것 마냥 떨어댄다.
말로 풀어주고는 싶지만 그러기엔 시간이 촉박하다.
-????
-유리야 납치?
-ㅁㅊㅋㅋㅋㅋㅋㅋ
-저게 들려? 근데 어디 가?
얘가 가벼워서 마음만 먹으면 번쩍 들 수 있다.
당연히 반항해왔지만 공중이다.
잘못하다 떨어지면 니 머리만 깨진다.
본인도 자각했는지 입으로만 힝힝거린다.
'일정을 소화하기가 너무 벅차.'
지난 8강 경기는 운 좋게도 D조에 걸렸다.
덕분에 달래가 연습할 시간이 넉넉했다.
하지만 이번 준결승전은 다르다.
남은 시간이 채 1주일이 되지 않는다.
그에 반해 해야 할 숙제는 너무 많다.
한 명씩 처리해서는 밑도 끝도 없다.
그렇다면 함께 어우르면 될 일이다.
쓰리썸…… 아니,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때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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