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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의 재림-195화 (195/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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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리야 한 마리 -->

레전설.

그에 대해서는 평가가 분분하다.

일반 팬들의 시선에는 자칫 의아할 수도 있다.

혹시 불명예스러운 스캔들이 많아서 그런가?

감안해도 영입할 가치가 충분하지 않나?

현장 전문가들의 시선은 다르다는 이야기다.

진또배기 실력이다!

성적 내는 거 봐라!

전문가들이라고 보이지 않을 리가 없다.

알고 있기에, 말에 무게가 실리기에 판단이 망설여진다.

일례로 가상 화폐, 코인이라는 게 있다.

저거 자꾸 올라가기만 하네?

사두기만 해도 개이득임!

님들 코인 사세요 코인!

막상 말은 하면서도 눈치를 보게 된다.

말로 하는 거랑 돈을 주고 사는 건 전혀 다르다.

선수의 영입 또한 하루이틀 고민할 문제가 아니다.

그래도 계속 올라가는 것보니 살 만하지 않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손을 댄 개미들이 있다.

막상 손을 대자 코인판이 갑자기 폭락해버린다.

E-스포츠 전문가들에게 레전설은 아직 가치가 확정되지 않은 코인이다.

잘하고, 가능성도 있고, 높이 평가할 만하긴 한데…….

큰 돈 주고 영입하기에는 망설여진다.

'알면 알수록 차고 넘치긴 하단 말이지…….'

삼선 게임단의 감독 최우룡.

뇌신(雷神)이라는 별명을 가졌을 정도로 날카로운 통찰력의 소유자다.

그런 그가 머리를 싸매고 있다.

"맏따! 맏따! 머함미까! 박으심씨오 박으라고 개새끼야!"

꾸엑-!

알파카의 야흐오가 사망하고 만다.

봇라인에서 일어난 3대3의 교전에서 대패를 했다.

평소 초식 동물처럼 온순한 알파카다.

하지만 이따금 괴팍해질 때가 있다.

케이스는 크게 두 가지.

하나는 라이벌인 코돈빈 선수를 상대할 때다.

다른 하나는 바로 야흐오를 플레이할 때다.

챔피언이 하는 이의 이성을 잃게 만든다.

"왜 박지 안은검미까! 궁을 쓰지 못해씀미다 반성하심시오!"

삼선 레드와 삼선 블루.

형제팀의 내부 스크림이다.

삼선 게임단은 내전에 상당히 힘을 쏟는 편이다.

이유는 몇 가지로 나열할 수 있다.

외부에 정보가 퍼져나가지 않는다.

스크림 일정을 원하는 때 쉽게 잡는다.

챔피언의 밴픽을 연습에 적합하게 조정이 가능하다.

더불어 각 선수들의 능력치 재분배 용이하다.

다대기가 레드팀에서 블루팀으로 옮겨간 이유이기도 하다.

최우룡 감독의 눈에 그것이 보다 시너지가 있다고 판단됐다.

실제 현재 스프링 시즌에서 그 까닭을 톡톡히 보여주고 있다.

"감독님, 왜 우리 게임단 원딜러들 중엔 정상이 없죠? 한 명은 애 같고, 한 명은 동물 같고."

"……힘내라."

임프트가 하도 말을 안 들어서 빡친 맏따는 블루팀으로 옮겨 한 세트 진행했다.

알파카 또한 그다지 제정신은 아니었다.

하지만 스크림의 보람은 제법 있었다.

'야흐오 원딜은 웬만큼 잘해서는 효율이 안 나.'

최우룡 감독은 방금 전 스크림을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집중하며 지켜봤다.

지난 시즌부터 화제가 되온 야흐오 원딜.

기용하여 실제 경기에서 재미도 봤다.

물론 그것은 지난 시즌이다.

너프를 먹고, 새로운 시즌에 접어들며 애매해졌다.

즉각 판단을 내려 야흐오 원딜은 더 이상 기용하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레전설은 잘만 쓰더라?

대 파프리카 프릭스전을 맞이하여 다시 연구해보고 있지만 결과가 신통치 않다.

무리하게 사용할 카드는 아닌 듯싶다.

"야흐오 원딜 상대법은 둘 다 숙지했지?"

"맏따가 박지 안앗슴미다!"

"응, 박았어도 졌어~."

삼선 게임단의 두 원딜러 알파카와 임프트가 동문서답을 해온다.

늘상 있는 광경이기 때문에 이제는 익숙해졌을 정도다.

이 둘을 맡고 있는 맏따와 하뜨는 고생해야겠지만.

'저렇게 싸우고들 정도면 숙지는 했다는 거니까.'

실제 스크림의 내용도 야흐오 원딜의 활약이 부족하지 않았다.

이전 세트처럼 무너진 게임도 있지만 그건 원래 리스크다.

야흐오 원딜은 극과 극의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다.

그럼 어떻게 대응해야 폭삭 망하게 만들 수 있을까?

거듭된 스크림을 통해 보다 면밀히 분석해냈다.

체계적인 대처법을 만들어내었다고 최우룡 감독은 자신하고 있다.

"다대기."

"네, 감독님."

"넣어 먹는 편인가? 순대국밥에?"

"감독님까지 왜 이러세요……."

아무래도 감독과 선수들은 나이대 차이가 많이 난다.

최소 10살, 많으면 15살까지 연하다.

거리를 좁히고자 던진 농담이 먹히지 않은 모양이다.

"정글 마이는 어때? 익숙해졌나?"

"익숙해지긴 했습니다. 정글이라곤 하지만 미드와 크게 다를 건 없어서……."

파프리카 프릭스가 선보인 또 하나의 특수한 전략이다.

처음 봤을 때는 정신이 나갔나 했다.

아니, 진심으로 골드를 쓰겠다고?

심지어 상대가 SKY T1 K인데?

자포자기를 하나 싶었던 경기는 전율을 느끼게 만들었다.

물론 채 하루가 지나지 않아 칼너프.

하지만 아이템 자체가 없어진 건 아니다.

혹시 모르는 일이라 판단을 내린 최우룡은 분석하여 대처법을 강구하고 있다.

"근데 이게 섬광 띄울 때까지 완전 묶여 지내야 해서 애매합니다."

"그래?"

"강타도 서포터가 들면 레벨이 낮아서 오브젝트 교전이 안되고요."

"그렇단 말이지……."

보기에는 더없이 사기적으로 느껴졌던 조합이다.

섬광 띄우기만 하면 마이가 싹 쓸어담지 않나?

리스크도 크거니와 단점 또한 명확하다.

'대처법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지.'

최우룡 감독은 전부터 레전설에 대해 관심을 보여왔다.

잘 아는 덕에 파프리카 프릭스전의 대처가 수월하다.

동시에 다른 생각도 인다.

재계약 시즌이 오면 반드시 잡아야 할 인재.

알게 되면 알수록 신비한 선수가 아닐 수 없다.

리스크 있는 전략을 가뿐히 소화할 재간이 있다는 소리니까.

'레전설…….'

그런 최우룡 감독을 지켜보는 다대기의 심정은 착잡하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

여느 스포츠가 그러하듯 로드 오브 로드 또한 경쟁 사회다.

누군가 주목을 받는다는 건, 다른 누구는 받지 못한다는 의미다.

성적을 잘만 내고 있었음에도 팀을 옮기게 됐다.

삼선 레드에서 블루로 이적한 다대기는 내심 불만을 품고 있다.

그도 그럴게 삼선 레드는 잘나가는 팀이다.

다대기는 작년 스프링 시즌 우승의 주역이었다.

지난 윈터 시즌에도 준우승이란 성적을 거뒀다.

'감독님도 생각이 있으셔서 내린 결정이었을 거야.'

그렇게 받아들이려고 해도, 잘되지 않는 게 사람 마음이다.

심지어 최근 레전설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포지션이 겹치는 만큼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는 일이다.

일어나는 고민을 잠재울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연습, 그리고 승리.

레전설의 존재가 다대기의 투지에 불을 붙인다.

* * *

유리야의 조리법은 의외로 간단하지 않다.

만화 토리코로 따지면 특수 조리 식재료에 해당한다.

'요상하면서도 재밌는 만화긴 했어.'

군대에서 외박 나가면 진짜 할 거 드럽게 없다.

십중팔구는 PC방행.

그런데 나는 손목 때문에 게임을 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만화책방 신세를 많이 졌고 그때 보았다.

거참 더럽게 힘들게 먹네!

음식 하나 먹으려고 별의별 짓을 다한다.

그냥 편한 음식 먹고 살면 안돼?

최근 들어 주인공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

"치킨 왔습니다."

어색했나?

하지만 바보라서 눈치 못 챘을 것이다.

예상했던 대로 유리야가 헐레벌떡 달려 나온다.

"기다리고 있었어요! 저 엄청 배고팠는데…………."

어찌나 기다렸는지 현관 밖을 맨발로 뛰쳐나왔다.

방긋 해맑게 지저귀던 유리야가 얼어붙는다.

기대하던 배달 아저씨가 아니어서 미안해.

"웃짜."

번쩍 들어서 어깨에 둘러멘다.

유리야가 바둥바둥 발버둥을 친다.

요리하는 순서가 나름 까다로운 식재료다.

'토리코에도 그런 장면이 있었지.'

만화를 보면 조리 방법이 참 특이하다.

특정 수순대로 안 벗기면 질겨진다던가.

식재료가 갑자기 증발해서 사라진다던가.

큰 틀에서 보면 유리야도 비슷한 면이 있다.

다짜고짜 쳐들어가면 얘가 문을 안 연다.

어찌저찌 들어가도 쫑알쫑알 불만을 토한다.

"서, 선배. 뭐에요? 왜 여깄어요?"

나는 어디고 여긴 어디인가?

뇌에 버퍼가 걸린 유리야가 정신을 못 차린다.

깜짝 놀래켜서 주도권을 잡으면 이후로 일사천리다.

"됐고, 앉아서 빨리 큐 돌려."

"치킨은요?"

"그건 오면 생각하고 일단 한 판해."

"넹."

상황 판단을 전혀 하지 못하는 상태다.

일단 잘 모르겠으니 시키는 대로 따른다.

유리야의 뇌에는 그렇게 데이터가 입력돼있다.

딩동-!

유리야가 1킬 3데스 6어시를 한 시점이다.

치킨 아저씨가 오셨길래 내가 받아줬다.

무언가 얼굴이 시무룩한 눈치다.

'리야가 나오는 걸 기대하고 있었나?'

순수한 아이라 보기만 해도 정화가 된다.

그리고 객관적으로 예쁜 것도 사실이다.

서비스를 넣어줬다며 강조하셨다.

'왜 우리 동네 치킨집은 서비스를 안 넣어줄까…….'

유리야 방까지 돌아가는 길.

이상하게 의아하고 화가 난다.

화를 나게 만든 장본인에게 풀어야겠다.

"야, 빡대가리야! 잠깐 치킨 받고 왔는데 그새 죽었어?"

"그치만 갱 와서……"

"니가 무슨 잼할이야? 갱 오면 죽게?"

무언가 말로는 표현하지 못할 억울함이 있나 보다.

세상에서 제일 억울한 표정으로 입술을 내민다.

어젯밤 그녀의 입술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리야는 아마 평생 이 모양일 것이다.

한켠으로는 안심이 된다

적어도 잡아 먹힐 걱정은 없을 테니.

─적에게 당했습니다!

물론 리야는 잡아먹힐 걱정이 한가득이다.

나 말고 로밍을 온 적 미드 끠즈.

쏘아진 상어가 리야를 한 입에 꿀꺽 삼킨다.

"집중 안 해?!"

"미드가 미아핑 안 찍어줘서……."

"니가 서포터니까 알아서 파악해야지! 안되겠다. 앞으로 죽을 때마다 엉덩이 한 대야."

"히잉……."

맴매를 할 순간은 채 3분이 안되어 찾아왔다.

유리야가 플레이하는 인어.

챔피언 특성상 한 번 죽으면 계속 죽게 된다.

찰싹!

손가락 끝으로 힘을 줘서 때렸다.

토실토실한 게 살이 제대로 올랐네.

어젯밤 그녀의 엉덩이보다 탄력이 좋다.

'그건 인정.'

유리야가 엉덩이 하나는 정말 탑클래스다.

언제 한 번 날 잡고 곤장을 쳐보고 싶다.

내 평생 소원 중 하나로 죽기 전에 반드시 이뤄보리라.

게임이 끝나기 전까지 다섯 대의 볼기짝형이 행해졌다.

어떻게 한 게임에서 열 번 가까이 죽냐?

나로서는 정말 상상도 못할 일이다.

"저 근데 왜 갑자기 맞고 있는 거에요……. 분명 치킨 시켰는뎅……."

유리야로서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나 보다.

그렇게 정신 없는 상황에서도 치킨에 대한 집념.

가히 인정해줄 만한 일이므로 설명해주도록 하겠다.

"골드에서 3연승한 걸로 좋아하는 너의 정신머리를 개조하러 왔다."

"???"

그게 대체 무슨 잘못이지?

고개를 갸우뚱하며 더욱 더 눈알에 힘이 풀린다.

먹이 많이 준 금붕어 눈깔 마냥 땡그래져서 멍청해 보인다.

'사실 명분은 적당히 만드는 거고.'

슬슬 쿨타임 돌았기 때문에 관리하러 온 것 뿐이다.

보다 원활한 진행을 위해 협조도 받았다.

동생인 민하가 바로 내통자다.

"지금 리야 뭐해?"

〈아까 저한테 무슨 치킨 좋아 하냐고 물어보고 갔으니까 아마 굽네치킨 고추바사삭 시키고 있을 거에요.〉

굽네치킨을 추천해줬나 보다.

그런데 고추바사삭이라니 선정적인 이름이네.

그럴 뻔한 사고가 바로 어제 있었던지라 괜시리 민감해진다.

아무튼 택시를 타고 한 걸음에 달려가 치킨 아저씨보다 먼저 도착했다.

늘 걸림돌이던 1층 안내 데스크의 통과도 민하가 해결해줬다.

비싼 택시값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흡족한 결과물이다.

하지만 조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잠시만 눈을 떼면 버퍼가 풀린다.

쉴 틈 없이 계속 박차를 가해야 한다.

유리야라는 식재료는 굴릴수록 더욱 맛있어지는 특수 식재료다.

"방금 9데스 뭐야! 내가 풀어주니까 연습 하나도 안 하고 그래도 돼, 안돼?"

"저……, 저…… 열심히 했는데. 선배가 살 빼래서 치킨도 일주일에 두 번만 시켜 먹었는뎅……."

그놈의 치킨에 대한 집념!

인정해 줄만 하므로 게임을 이길 때마다 한 입씩 주겠다.

반대로 지면 얄짤도 없다.

버퍼가 걸린 유리야와 함께하는 치킨 레이스의 시작이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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