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환장 통수 선협전-405화 (405/499)

(405)

< 건우가 큰 사고를 친거 같다 >

린룡(鱗龍)은 성륜역의 여섯 용인족 세력 중에 하나로 강대한 종족이었다.

그들은 고령토 대지에서 북쪽으로 가다 보면 만날 수 있는 성륜해를 영역으로 삼고 있었다.

그 성륜해는 성륜역의 서북 지역에 있는 지중해(地中海)로 성륜역 외곽 경계와 만나는 부분이 좁은 해협으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해협을 통해 성륜역 경계를 지나면 어디와 연결되어 있는지 아는 이가 없었다.

건우는 고령토 대지를 떠나 곧바로 북쪽으로 비행한 끝에 결국 그 성륜해에 닿았고, 그곳에서 린룡족을 만나 배움을 청했다.

하지만 성륜역의 여섯 용인족 중에서 다른 종족에서 가장 배타적인 린룡족은 건우의 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래 용인족들은 타종족 수사를 식객이나 객경수사의 형태로 받아들였는데 다른 용인족과 달리 린룡족은 타종족을 받아들이는 일이 거의 없었다.

예외가 있다고 해도 린룡족과 우호적인 관계에 있는 몇몇 종족에게만 열린 문이었다.

이에 건우는 화가 났지만 그렇다고 린룡족 전체와 싸울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강압적인 수단으로 린룡족의 수련 공법을 훔쳐 배울 수도 없었다.

린룡족의 수련 공법을 익히는 순간 그 기운을 감출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정상적이지 않은 경로로수린공을 익힌다면 린룡족의 공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그냥 쓱싹하고 수린공(水鱗功)인가 하는 걸 빼앗아 익혀도 되지 않을까요? 그다음에 어디 먼 곳으로 가서 숨으면 되는 거죠.

“다 알면서 괜한 소리를 하는구나. 이곳 성륜역에는 린룡족이 아니라도 린룡족의 수린공을 알아볼 수사들은 많이 있다. 그들은 내가 수린공을 익히고 있다면 당연히 의심할 것이고……

네네. 곧바로 린룡족들에게 건우님에 대해서 물어보겠죠.

“그래, 그걸 알면서 린룡족을 쓱싹 하자는 말을 한 거냐?”

답답해서 그러죠. 답답해서.

“원래 수련 공법이 그리 간단하게 베풀어 주고 그러는 경우가 있기나 하냐? 귀한 수련공법일수록 얻기 힘든 것은 당연하지.”

- 아니 그렇다고 마냥 기다릴 수도 없잖아요.

“누가 마냥 기다린다고 하더냐? 어떻게든 수린공을 정상적으로 얻을 방법을 찾아 봐야지. 뜻이 있으면 길도 있는 법이지.”

건우는 그렇게 말을 하곤 성륜해 근처의 작은 성에서 기회를 엿보았다.

그 성은 성륜해의 린룡족과 교류하기 위한 소통 창구의 역할을 하는 곳이었기에 규모가 작은 것에 비해서 오가는 수사들이 많았다.

건우는 그곳에서 린룡족으로부터 수린공을 얻을 방법을 찾으려 했다.

그런데 그런 건우를 찾아온 뜻밖의 손님이 있었으니 다름 아닌 성호 준이었다.

과거 장우의 몸으로 성륜역으로 들어올 때에 행륜관 삼천삼백삼십삼 계단의 마지막 시험을 주관했던 바로 그 수사였다.

“나를 찾아왔다고 했소?”

건우는 여곽으로 자신을 찾아온 성호 준과 마주 앉았다.

“으음, 제가 찾은 것은 장우 수사였습니다만, 지금 보니 수사께선 장우 수사가 아닌 듯합니다.”

건우의 등장에 성호 준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거룡 비행 령보의 주인을 찾는다 하여서 나온 것인데, 수사께선 다른 사람을 찾으신 것입니까?”

“제가 아는 거룡 비행 령보의 주인은 장우란 수사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보니 아니로군요.”

성호 준은 건우를 알아보지 못하는 모습이 었다.

건우는 자신이 분혼과 하나가 된 후로 기질 자체가 바뀌었기에 그런 것임을 알고 있었다.

“장우 수사라면 나도 알고 있습니다. 저 남쪽의 백양태삼림에서 인연이 있었지요.”

“그럼 거룡 비행 령보 역시 그 때에 얻은 것입니까?”

“장우 수사와는 선연이 있었기에 그로부터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거룡 비행 령보 역시 그 중에 하나였지요.”

“그렇군요. 저는 몰랐습니다. 그저 이곳에 거룡 비행 령보가 나타났다기에 장우 수사인 줄 알고 인사를 할까 했습니다.”

“단순히 인사만입니까?”

"네?”

“다른 용건이 있는 것은 아니었느냔 말입니다. 혹여 장우 수사가 빚을 진 것이 있다면 이 강모가 대신 갚아줄 수도 있기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건우는 혹시라도 성호 준을 통해서 린룡족과의 연결 고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그렇게 물었다.

“하하하. 아닙니다. 제가 장우 수사에게 받을 빚 따위는 없습니다. 다만 이전에 한 번 장우 수사에게 우리 준룡족의 객장이 되시면 어떻겠느냐고 권한 적은 있지요.”

“빈객이 되어 주길 청했다는 말입니까?”

“객장이나 빈객이나. 네 그렇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럼 오늘 이곳에 장우 수사가 있었다면 역시 같은 권유를 하려던 것입니까?”

“아닙니다. 그것은 아니고 잠시 함께 일을 해 볼 생각이 없느냐 묻고 싶었지요.”

“일이라고요?”

“왜요? 관심이 있으십니까?”

건우가 흥미를 보이는 듯한 모습에 성호준도 은근한 눈빛을 보냈다.

“하하. 무슨 일인지 들어볼 정도의 관심은 있습니다.”

“그래요? 그럼……""

이후 성호 준은 건우의 기대 대로 린룡족과 얽힌 어떤 일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건우는 모든 이야기를 들은 후 눈을 크게 떴다.

“실로 간단한 일이 아니군요. 설마 여섯 용인족 대부분이 얽힌 일이라니요.”

“정확하게는 린룡과 강룡의 중심이고 다른 네 용인족은 그를 돕는 정도지요.”

“으음. 그럼 강룡족 역시 비슷한 상황이라는 말입니까?”

“원래 우리 준용이 강용과 친분이 두터운데, 그 때문에 이번 일을 함께하지 못하게 되었지요. 도리어 강용과 사이가 좋지 않은 패용이 역용과 함께 강용을 돕기로 했고, 우리 준용과 익룡이 린룡을 돕기로한 것입니다.”

“준룡은 익룡과 사이가 좋지 않을 텐데요? 역시 견제를 하기 위함입 니까?”

“하하하. 뭐 그렇지요. 이번 일이 간단치 않으니 서로 적당히 제어할 방책을 둔 것이라 하겠지요.”

“그런데 이번 일이 일어난 이유가 결국 백양태삼림과 고령토 지역의 확장 때문이라 했습니까?”

“그렇지요. 따지자면 그 두 곳은 성륜역 전체를 봤을 때에 오행 중에서 목기(木氣)와 토기(土氣)를 담당하는 곳이라 하겠습니다.”

“아, 그렇게 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럼 이곳 성륜해는 수기(水氣)를 담당하는 곳이겠군요.”

“그렇지요. 어쨌건 중요한 것은 목기와 토기가 갑자기 강성해지니 다른 세 가지 기운, 즉 수기, 화기, 금기를 그에 맞춰야 할 필요가 생긴 것입니다.”

“으음. 성호 준 수사.”

“예.강수사.”

“그 셋을 증가시키는 것이 아니라 목기와 토기를 약화시키는 것이 옳지 않습니까? 애초에 균형을 깬 것은 그 두 곳이 아닙니까.”

건우는 이해가 되지 않는 표정으로 물었다.

원래 균형을 깨는 일이 생기면 그 원인을 밝혀 문제를 바로 잡는 법인데, 이번에는 방향이 달랐던 것이다.

“물론 백양태삼림과 고령토 대지의 확장을 멈추는 것이 옳겠지요. 하지만.”

“하지만?”

“이참에 성륜역 전체의 오행을 조금 더 북돋우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들이 많았습니다.”

“그런 의견은 누가 모았답니까?”

“그야 태령기 이상의 고계 수사들이 의논을 한 것이지요. 특히 태령기 완경에 이른 분들이 따로 교류가 있다 합니다.”

“그러니까 그들이 성륜역 전체의 오행을 증가시키기로 했다는 것이군요. 그렇게 되면 아무래도 성륜역의 영기가 더욱 짙어질 것이고, 그것은 수련 성과가 올라가는 결과를 부를 테니 말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성륜역이 주위의 다른 역들에 비해서 영기가 충만하여 수련에 좋은 곳으로소문이 났는데, 이번에 오행기의 균형적인 증가까지 이루어 낸다면 실로 그 명성이 얼마나 커질지 모를일이지요.”

“으음. 그래서 린룡족을 도와서 성륜해의 수기를 진작시키는데 도움을 주는 일이라……

건우는 성호 준의 제안을 모두 들은 후, 그것을 확인하듯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성호 준도 그 말을 듣고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 제안의 내용이 다르지 않음을 긍정해 주었다.

린룡(鱗龍)은 과거 어룡(魚龍)으로부터 갈라져 나온 일족이었다.

물론 어룡의 피를 이은 종족은 수도 없이 많았지만 그 중에서 성륜역의 린룡족은 짙은 진혈을 이어받은 편에 속했다.

그래서 그들은 대체로 덩치가 크고 순수한 수기(水氣)를 품은 경우가 많았다.

또한 그런 이유 때문인지 대부분 물을 벗어나면 일신의 능력이 감소하는 약점도 가지고 있었다.

- 당연히 물속에선 동급 수사들에 비해서 훨씬 강한 장점도 있는 거네요.

‘뭐 그런거지.’ 그런데 이번 일에 건우님은 별로 활약할 것이 없네요. 고작해야 경호원 역할을 할 뿐이 니까요.

‘그렇지 않아도 성호 준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을 후회하는 중이다. 린룡족과 어떻게든 인연을 만들어 보려고 했는데.’

완전 재수 없죠? 말 한마디 거는 일이 없고, 말을 걸어도 대꾸조차 하지 않은 경우도 많고요.

‘에효, 그러게 말이다.’

더구나 린룡족이 성륜해의 수기를 증가시키는 수법에서도 배울 것이 별로 없다는 것도 속상하죠. 고작 한다는 짓이 수기가 가득한 속성 영석으로 진법을 세우는 것이라니 쳇.

몽이는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이 혀를 차며 투덜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껏 건우가 린룡족의 일을 도우며 본 것이라곤 수 속성의 최상급 영석을 이용하여 진법을 만드는 장면밖에 없었던 것이다.

혹시라도 수기를 증가시키는 색다른 방법이 있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린룡족은 기대를 무색하게 만들어 버렸다.

‘린룡족의 비법은 바로 저 상급 영석을 만드는 능력에 있는 거지. 분명 저걸 만들어 내는 특별한 방법이 있을 텐데, 그건 꽁꽁 숨겨두고 있으니 답답하긴 하네.’

아무튼 도움 되는 게 없다고요.

‘그래도 이번 일을 돕기로 약속을 했으니 어쩔 수 없지. 일이 끝날 때까지는 기다려야지.’

그 대가로 영석이나 수련 자원 얼마를 받을 뿐이잖아요. 솔직히 시간이 아깝다고요.

‘그래도 준룡족이나 익룡족과 안면을 텄으니 아주 헛수고만 한 것은 아니지.’

네, 그렇게라도 생각하신다니 다행이네요. 그런데요.

‘응?’

건우님도 느끼고 계시죠? 성륜역의 오행이…….

‘그래, 어긋나고 있구나. 이곳에서 수기(水氣)가 강력해지고 있고, 북동쪽에서는 금기가 강해지고 있는데 동쪽이 문제로구나.’

남쪽 태삼림의 목기가 극히 성하고, 서쪽 고령토 대지의 토기가 증가했어요. 이곳 서북의 성륜해 수기와 동북의 금기(金氣)도 그에 맞춰 늘었는데 유독 동쪽의 화기는 위축되고 있네요.

‘그래, 아무래도 화기를 증가시키는 일에 문제가 생긴 모양이다. 이렇게 되면 성륜역 전체의 영기 균형에 문제가 생길 텐데?’

우와, 지금 건우님 엄청 기대한 거 느꼈어요. 동쪽 화기 증가에 문제가 생겼으면 거기에서 뭔가 한 몫 잡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신 거.

‘내가 또 화기와 목기에 있어서는 남다른 재주가 있지 않으냐. 어쩌면 화기(火氣)를 북돋우는 데 나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물론 그러시겠죠. 그리고 절대 그걸 공짜로 해 주실 생각은 없으실 거고요?

‘자그마치 성륜역 전체의 영기 균형이 어긋난 일인데, 그것을 바로잡는 것이 어디 쉽겠느냐. 그런 큰 일에 일조한다면 당연히 그만한 보상을 받을 자격이 있음이지.’

잘 안 되라고 속으로 엄청 빌고 있는 게 느껴지네요.

‘아니라고 하고 싶지만 몽이 네가 그렇게 느꼈다면 그게 거짓은 아니겠지.’

건우는 스스로도 멋쩍은 듯이 뒷짐을 지고 성륜해의 심해 먼 곳으로 시선을 던졌다.

그곳에는 거대한 체구의 린룡족들이 이리저리 헤엄치며 수 속성 상급 영석을 이용하여 거대한 진법을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몇 년 후, 결국 건우가 기다리던 기별이 도착했다.

“무슨 일로 나를 찾았답니까? 이리 한미한 곳에 던져두고 모른 척 하시더니?”

건우가 오랜만에 얼굴을 보인 성호 준을 보며 삐딱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런 건우의 태도에 성호 준이 난처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 건우가 큰 사고를 친 거 같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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