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환장 통수 선협전-261화 (261/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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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은 상이대륙(象耳大陸)입니다 >

스스스슥!

멀리 검은 대륙이 바라보이는 바다 위.

공간이 일그러지며 수미산의 상징과 함께 건우와 검선, 마선의 모습이 나타났다.

“으음. 이곳이 수미 세계?”

“확실히 천지 영기의 느낌이 달라. 멸계전의 시작으로 극멸기와 같은 것이 섞여들어 그렇겠지? 홍애지가 아닌 것은 분명하군.”

검선과 마선이 각각 의념을 극도로 펼쳐 주변을 살피며 말했다.

그런 두 사람을 보며 건우는 슬그머니 아공간 현실 구현을 거둬들였다.

그리고 짐짓 힘에 겨운 듯이 몸의 영기를 거칠게 휘돌렸다.

“괜찮으냐?”

그런 건우를 보며 검선이 물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공간낭 하나를 건우에게 던져 주었다.

“심려치 마십시오. 조금 부담이 될 뿐, 문제없습니다.”

건우는 그렇게 대답하며 날아오는 공간낭을 받아들고 의념을 흘려 내용물을 훑었다.

도대체 검선이 어떤 것을 넣어 뒀을까 궁금했던 것이다.

그런데 들어 있는 대부분이 검이고 나머지는 소소한 수련 자원들뿐이다.

“검진을 만드느라 거의 모든 자원을 검에 집중했다. 거기에 들어 있는 검들 중에 명검 아닌 것이 없고, 령기를 넘어 령보급에 해당하는 것도 허다하다.”

건우가 공간낭을 살피는 기색을 읽고 검선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말에 건우가 공간낭의 입구를 열어 검들을 꺼내 허공에 띄웠다.

그리고 그중에 검선과 의식 연결이 강하게 되어 있는 서른 자루 가량의 검을 검선에게로 밀어 보냈다.

“이것들은 어르신의 몸과 같은 것이니 그냥 쓰심이 옳을 듯합니다.”

어차피 검선의 의념이 강하게 새겨진 것들이라 그것을 연화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데 많은 수고가 들 것이다.

비록 귀한 것들이기는 하지만 검선과의 관계 개선도 필요하다는 판단에 건우는 깔끔하게 검들을 포기하기로 했다.

“어허허허허. 이것 참, 이리 돌려받으면 면이 서지 않는데······.”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곧바로 그 검들을 허리춤에 매달린 자신의 검에 받아들이는 검선이었다.

그 얼굴에 기꺼움이 가득했다.

‘이렇게 좋은 관계를 만들어 두는 것이 좋겠지. 아무리 호구 고객이라도 쥐어짜기만 해서는 곤란하지.’

건우는 그런 생각을 하며 이번에는 마선을 바라봤다.

“옜다.”

마선도 곧바로 건우에게 공간낭을 던졌다.

건우는 그것을 받아 내용물을 확인하고 그대로 품에 챙겨 넣었다.

“어르신과의 거래에선 체면이 상하지 않을 정도로 주시면 그대로 받기로 한 것이니, 이것들 중에 무엇을 되돌려 받을 생각은 없으시지요?”

“놈, 돌려주면 누가 싫어할까.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 나는 검선과 달리 따로 챙겨 놓은 것들이 조금은 있으니.”

마선은 그런 건우의 행동이 밉살스럽다는 듯이 투덜거렸지만 그렇다고 크게 화를 내는 것은 아니었다.

건우의 말대로 검선이 홀딱 벗고 모두 내어놓았다면 자신은 그나마 체면 상하지 않을 정도만 공간낭을 채워 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건 무엇입니까?”

그런 중에 건우가 마선의 공간낭에서 뭔가를 꺼내며 물었다.

그것은 괴뢰심이 파괴된 괴뢰였는데, 그 생긴 것이 괴뢰선과 같았다.

건우는 설마 괴뢰선이 마선에게 죽임을 당한 것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괴뢰선 놈이 우리를 속이려고 남겨 놓은 것이다. 제 몸을 남기고 혼원석만 챙겨서 모습을 감췄지.”

“그놈, 우리가 각자의 일로 바쁜 중에 그렇게 금선탈각(金蟬脫殼)의 수를 써서 사라졌느니라.”

마선과 검선이 모두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괴뢰선이 도망을 갔다는 말씀입니까?”

“그래, 내가 좀 부려 먹었더니 그게 그리 못마땅했는지 어느 날, 사라졌더구나.”

“재주가 용한 놈이긴 했지. 우리 둘의 이목을 감쪽같이 속이고 사라졌으니.”

“그래도 뒤쫓아 잡으려 했으면 잡을 수 있었다. 다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여겨서 그대로 뒀을 뿐.”

마선은 놓친 것이 아니라 놓아준 것이라는 듯이 그렇게 말을 덧붙였다.

어쨌건 괴뢰선이 두 수사의 눈을 피해서 도망간 것은 사실인 모양이었다.

마선이나 검선이 괴뢰선을 죽였다면 굳이 건우에게 괴뢰선의 껍데기를 보여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 그 녀석 이야기는 그만하고, 너는 어찌하겠느냐?”

이야기의 화제를 돌린 것은 검선이었다.

검선은 멀리 보이는 검은 색의 대륙으로 시선을 던지며 건우에게 묻고 있었다.

“아, 그 전에 우선 이것을 받아주십시오.”

그러자 건우가 문득 떠올랐다는 듯이 소매에서 두 개의 옥간을 꺼내 공손하게 검선과 마선에게 날려 보냈다.

두 수사는 그것을 받아들고 의념을 불어넣어 그 내용을 살폈다.

“보시는 것처럼 제가 아는 수미 세계의 모든 것을 담았습니다. 제 개인적인 것만 빼면 저도 수미 세계에 대해서 그보다 많이 알고 있는 것은 없습니다.”

그 말처럼 옥간에는 건우가 알고 있는 수미 세계의 정보가 빼곡하게 담겨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들이 있는 위치에 대해서는 건우도 모른다는 사실도 함께 담겨 있었다.

“뜻밖에 태령기 완경의 고계 수사와 네가 연이 있었단 말이냐?”

옥간을 살핀 마선이 놀란 표정으로 건우를 보며 물었다.

건우가 어딘지도 모를 이곳 바다 위에 있게 된 것이 고계 수사의 신통 때문이라 적어 둔 까닭이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사실상 저는 그 분을 불가근불가원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그분께서는 어떠신지 잘 모르겠습니다.”

건우는 연꽃 선자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삼가고 그 정도만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 우리가 너와 함께 하다보면 그 고계 수사와 마주칠 가능성도 없진 않겠구나?”

“네, 마선 어르신의 말씀대로입니다. 저도 그 분께서 언제 어떻게 나타나실지 모르는 상황이긴 합니다만.”

“검선, 어찌 생각해? 당분간 이 녀석과 함께 다닐까 했는데, 괜찮겠나?”

“상관없겠지. 그 고계 수사가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우리에게 해코지를 할 일이 뭐가 있단 말인가? 따져보자면 우리는 멸계전에 참가하기 위해 이곳 수미 세계로 온 응원군이나 다름이 없는데.”

“하긴 그렇지. 거 녀석에게 듣자니 그 고계 수사가 괴팍하기는 해도 악하진 않은 듯하니 당분간 함께 다녀도 되겠어.”

마선은 그렇게 말하며 건우를 바라봤다.

건우는 마선이 한동안 자신을 끌고 다니려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게 또 그리 나쁠 것은 없었다.

낯선 곳에서 혼자 다니기 보다는 태령기 수사 둘과 다니는 것이 훨씬 든든하지 않겠는가.

“감사합니다. 후배를 이리 배려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건우가 공손하게 마선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좋다. 나도 네가 함께 가는 것을 허락하마.”

이에 검선도 흔쾌히 건우의 동행을 허락했다.

“감사합니다.”

건우가 다시 검선에게도 인사를 올렸다.

그리고 곧바로 소매에서 출도령패를 꺼내어 부양도를 호출했다.

“급한 일도 없으니 이것을 타고 가심이 어떻겠습니까?”

건우가 부양도를 바라보는 눈빛에 자부심을 담으며 말했다.

“오호? 고작 성령기 초기에 불과한 놈이 거창한 것을 가지고 있구나.”

“기기현문의 보고에서 받은 전광석도 저기에 쓴 모양이지?”

마선과 검선의 얼굴에도 은연중에 감탄의 기색이 스쳤다.

마선은 부양도가 매우 뛰어난 비행 령보임을 알아봤고, 검선은 부양도에 전송진까지 설치되어 있음을 짐작한 것이다.

“자, 오르시지요.”

건우는 두 수사가 홍애지에서 애를 태우는 30년 동안 이곳에서 전송진을 만들었다는 말은 차마 할 수 없어 급히 두 수사에게 부양도에 오르길 권하며 말을 끊었다.

“그것 참, 대단하군. 지금껏 이토록 대단한 비행 령보는 몇 개 없었던 것 같군. 안 그런가 검선?”

“그렇군, 정말 대단해. 저 아이가 금제와 봉인, 진법에 뛰어난 재주가 있음은 짐작했지만 이 비행 령보에 감춰진 것들은 진정 어마어마하군.”

“내가 작정하고 싸우려 들어도 며칠은 걸려야 부술 수 있겠어.”

“어찌 후배의 령보를 박살낼 생각부터 하는 겐가? 그 성격은 좀 어찌할 수 없나?”

“말이 그렇다는 거지. 누가 정말 때려 부술까봐 그러나?”

마선과 검선은 그렇게 떠들며 부양도에 올라 중앙섬에 있는 정자에 마주 앉아서 가부좌를 틀었고, 건우는 이리저리 움직이며 부양도의 비행을 설정했다.

그리고 비행을 위해서 수백 기의 인간형 괴뢰들을 소매에서 쏟아 내어 각각의 위치에 배치했다.

그 대부분의 괴뢰들이 화신기급의 괴뢰들이라 검선과 마선이 또 한 번 감탄했다.

그렇게 준비가 끝나자 건우는 곧바로 검은 대륙을 향해 부양도를 움직였다.

***

석 달 후.

건우를 비롯한 세 수사가 부양도의 중앙, 섬의 정자에 마주 앉아 있었다.

“이곳이 상이(象耳) 대륙의 최남단임은 확인이 되었구나.”

상이대륙은 다르게 상이산으로 불리며 수미 세계의 구산팔해, 아홉 산 중에서 일곱 번째에 해당하는 곳이었다.

“네, 검선 어르신.”

“이 대륙의 주된 종족이 상두(象頭)족인 것이고?”

상두족은 말 그대로 인간의 몸에 코끼리의 머리를 가지고 있는 종족이었다.

“원래 이곳 상이 대륙에 넓게 퍼져 사는 종족이지만 제가 알기로 구산팔해의 모든 곳에 모습을 드러내는 종족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나도 옥간을 보아 알고 있다.”

“네, 어르신.”

건우는 검선의 말에 곧바로 고개를 숙였다.

간혹 건우 자신이 수미 세계를 먼저 경험했다는 생각에 이렇게 아는 척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검선이나 마선은 그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제야 겨우 상두족 수사를 만나 어느 정도 상황을 파악했다지만 그 녀석도 고작해야 화신기라 부족한 것이 많다.”

“그렇지. 어찌 화신기가 되어서 알고 있는 대성(大城)이 하나밖에 없고, 그조차도 직접 가 본 적은 없다니 쯧쯔.”

검선의 말에 마선이 혀를 찼다.

그것은 얼마 전에 만난 상두족 수사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 상두족 수사는 작은 성 하나를 차지하고 하위 수사들은 물론이고 범인들까지 지배하고 있는 이였다.

건우 일행은 그를 발견하자 곧바로 불러들여 이런저런 것을 물었는데, 그 상두족 수사는 주위에 있는 몇 개의 중,소성(中,小城)들을 알고 있을 뿐, 대성에 대해서는 겨우 한 곳에 대해서 들어 알고 있을 뿐, 직접 경험한 것은 없었다.

마선은 그것을 불만스러워하는 것이었다.

“하하하. 마선, 인계에 있을 때를 생각해 보게. 그 때에 우리도 그 활동 범위가 그리 넓지는 않았네. 당시에도 인계 전체를 모두 안다고 자신하지는 못하지 않았나. 영계의 대성은 그 규모가 인계 몇을 모아 놓은 것과 같은 경우도 있는데, 그 상두족 수사 녀석을 탓할 일은 아니지.”

“어쨌건 대성 정도는 가 봐야 뭔가 해 볼 수 있을 것 같으니 서둘러 그곳으로 가자는 이야기지.”

마선이 그렇게 앞으로의 일정을 정하려 들었다.

하지만 검선은 생각이 다른 모양인지 고개를 저었다.

“굳이 서둘 이유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우리가 대성으로 간다고 하여 무얼 할 것인가? 자네나 나나 주머니가 비기는 매일반이 아닌가. 뭐 나보다는 자네 사정이 조금 더 낫긴 할 테지만.”

검선의 말에 건우가 살짝 눈을 내리깔고 두 수사의 시선을 피했다.

하지만 정작 두 수사는 건우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이미 지난 일을 두고 건우에게 구차한 모습을 보일 생각은 없는 것이다.

“그럼 어찌하자고?”

마선이 검선을 보며 물었다.

“그 상두족 녀석의 말 중에 혼돈역 입구에 대한 이야기가 있지 않았나.”

“그건 그저 소문일 뿐이라며? 그것도 어린 아이들 사이에서 떠도는.”

마선이 말하는 어린 아이란 영체기나 화신기 정도의 수사를 말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확인을 해 보고, 만약 정말로 혼돈역이 있다면 그곳에서 우리의 주머니를 좀 채워 보는 것이 좋지 않겠나?”

“그야 정말 혼돈역이 있다고 한다면야 당연히 그리 해야지. 하지만 너무 허황된 이야기라······.”

“조금 돌아가야 하는 것이 문제긴 하지만 그래봐야 몇 년 정도가 아니겠나. 그러니 일단 그 혼돈역을 찾아보는 것이 좋겠는데, 마선 자네는?”

“에잉, 헛소리일 것이 분명하지만 고작 몇 년 정도인데 그 정도는 양보하지. 그러다가 정말 있으면 그만큼 좋을 수도 없는 일이고.”

마선은 크게 고민하지 않고 검선의 말을 수용했다.

손해라고 해 봐야 몇 년의 시간인데, 그 정도는 문제 될 것도 없다 싶었던 것이다.

건우는 조용히 둘이 나누는 대화를 듣기만 했다.

어차피 그들이 결정한 것을 건우가 나서서 뒤엎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 정말 거북한 일이 아니라면 조용히 뒤를 따르며 기회를 보는 것이 최선이라 판단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 지실곡(志室谷)으로 방향을 잡겠습니다.”

이야기가 대충 마무리되자 건우가 곧바로 눈치껏 부양도의 비행 방향을 돌리겠다고 나섰다.

그 위치는 상두족 수사가 가지고 있던 지도를 통해 확보할 수 있었다.

물론 그 지도는 주변에 세밀할 뿐, 드넓은 상이 대륙 전체에 대해서는 부실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어쨌건 혼돈역에 대한 소문이 돌고 있는 지실곡이란 곳은 지도에 정확히 나와 있으니 문제 될 것은 없어 보였다.

< 이곳은 상이대륙(象耳大陸)입니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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