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환장 통수 선협전-260화 (260/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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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까지 알아보고 오셨어요? >

“크하하하핫!”

검선이 고개를 한껏 꺾어 올리며 시원한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다가 이내 웃음을 멈추고 건우를 쳐다봤다.

“고작 성령기 초기, 하지만 내 상황이 구차하여 네게 의지할 수밖에 없음을 인정한다. 그리고 네가 말한 수미 세계로 가는 것이 얼마나 큰 기회인지도 인정하지.”

“······.”

“······.”

건우와 마선은 조용히 검선을 말을 듣고 있었다.

“하여 나도 그동안 여러 생각을 했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느니.”

“무슨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냐? 혹여 네가 저 녀석에게 분에 넘치는 것을 주기로 했다면 그것은 좀 문제가 될 것인데?”

마선이 검선의 말에 살짝 인상을 썼다.

“그거야 자네가 알아서 할 일이지. 나는 수미 세계라는 곳으로 넘어가는데 내가 대천겁을 넘기 위해서 준비한 모든 것을 준다고 해도 아까울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검선이 마선을 보며 말했다.

“대천겁을 위해 준비한 모든 것?!”

마선의 눈썹이 크게 꿈틀거렸다.

그가 예상했던 것보다 대가가 과하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어차피 지금 상태로 대천겁을 넘을 확률이 5할도 되지 않네. 그리고 어차피 대천겁을 맞이하면 준비했던 대부분이 소진되어 사라지겠지. 그러고도 절반은 죽은 목숨인 게고.”

“그야 그렇지만······.”

“그런데 그런 대천겁을 넘기고, 수도자에겐 더 없이 좋은 환경으로 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멸계전이 진행되는 곳이라니 이것을 기회의 땅이라 하지 않으면 뭐라 할 것인가. 사실 모든 것을 준다고 해도 아까울 것이 없다 하겠지.”

검선은 그렇게 말을 하더니 문득 자신의 허리에서 검을 풀었다.

그리고 그 검에서 새로운 검 하나를 분리해 내었는데 그것은 이전 건우가 가지고 있던 삼백육십성광검과 비슷한 것이었다.

“일단은 이것을 먼저 돌려주마. 네가 만든 삼백육십성광검에 검 몇 개를 더했느니라.”

검선은 원래 자신의 검을 다시 허리에 꽂아 넣고 새로 분리한 검을 쓰다듬으며 그렇게 말하더니 훌쩍 검을 앞으로 밀어냈다.

그러자 검(劍)은 허공을 미끄러져 건우에게로 날아갔다.

건우는 여전히 수미산 상징에 한 손을 올린 상태로 오른손을 내밀어 그 검을 가슴 앞에서 멈췄다.

이후 의념을 불어넣어 검을 살핀 건우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삼백육십성광검이 일천성광검으로 바뀌어 있었던 것이다.

“그것을 잘 궁구해 보면 내가 익히고 있는 검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수련이 부족하면 드러나지 않을 테지만.”

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도 고작 백팔십검을 떨쳐 낼 수 있을 뿐, 삼백육십검은 수련 중이었다.

그런 식으로 단계를 밟아, 언젠가 일천 개의 검을 다룰 수 있게 될 것이란 말이다.

그리고 그런 검공법이 일천성광검에 담겨 있다는 이야기고.

“감사합니다. 이리 귀한 선물을 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건우는 일천성광검에 다른 수작이 없음을 확인하고 곧바로 의념을 움직여 허리에 검을 걸었다.

이전부터 있었던 빈 검걸이에 일천성광검이 맞춤한 듯이 그림처럼 걸렸다.

“아주 저 녀석을 제자로 삼겠다고 해라. 이게 뭐 하는 짓이냐?”

그런 둘의 모습에 마선이 투덜거렸다.

건우에게 검선의 검공법이 넘어갔으니 따지자면 정말 스승과 제자 관계가 되었다고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수련 공법을 주고받는 것으로 어찌 사제지간을 운운하겠나. 같은 공법을 익힌 수사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경우도 흔한데.”

검선이 별일 아니란 듯이 손을 내저었다.

그러면서 다시 건우를 보며 말했다.

“이제 너는 어떠하냐? 나를 수미 세계로 데려다 주겠느냐?”

“물론입니다. 어르신께서 원하시면 언제든 모시겠습니다.”

“오가는데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으냐?”

“준비가 필요하긴 하지만 고작해야 몇 달이면 됩니다. 그보다는 이동에 다수의 자원 소비가 있어서 그것을 충족하지 못하면 술법을 펼치지 못합니다.”

그런 준비 기간도 필요 없고, 소비 자원도 상급 영석 100개가 전부지만 그걸 이실직고할 필요야 있겠는가.

그런 건우의 대답에 검선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검선은 이내 표정을 고치고 건우를 보며 물었다.

“그렇구나. 그러면 지금은 어떠하냐? 모자라는 것은 없느냐?”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미 서너 번은 오갈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하하하하. 그거 다행이구나. 그래, 그럼 이제 그만 내 거처로 가서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해 봄이 어떠하냐?”

건우의 대답에 검선이 크게 웃으며 자신의 동부로 건우를 초대했다.

하지만 건우는 고개를 저었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굳이 그럴 것은 없을 거 같습니다. 지금도 수미 세계로 이동할 수 있으니 곧바로 결행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으음? 쉬지 않고?”

“중차대한 일을 두고 어찌 시간을 끌겠습니까. 지금도 이렇게 여차하면 수미 세계로 도망가겠다고 시위를 하고 있으면서 시간이 필요하다고 거짓을 고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건우는 여전히 수미산 상징에 올려놓은 왼손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하하. 좋구나. 내, 네가 몇 달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말을 할 때에는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 있어 의혹이 들었는데, 지금 네 대답을 들으니 그 의혹이 말끔하게 사라지는구나.”

“그렇습니까? 다행입니다.”

건우는 그렇게 대꾸하며 내심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만약 계속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했으면 검선의 의심이 커졌을 텐데, 다행히 그런 오해는 받지 않아도 될 듯했다.

“좋다. 그럼 시간을 끌 것도 없겠지. 너는 당장 준비를 하거라. 이미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여기에 담아 뒀으니 내가 수미 세계로 넘어가는 즉시 이것을 네게 주겠다.”

검선이 소매에서 공간낭 하나를 꺼내어 건우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동부에 다시 가시지 않아도 되시겠습니까?”

건우가 물었다.

“검진을 펼쳐 놓은 것이 있지만 그것 역시 네가 처분하도록 해라. 이제는 필요하지 않은 것이니 파헤쳐 자원을 뽑는 것이 옳겠지.”

“알겠습니다. 그럼 그리 하겠습니다.”

건우는 살짝 허리를 숙이며 대답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검선을 보며 말했다.

“하지만 이대로 어르신의 말씀만 믿을 수는 없으니 이를 어쩌면 좋겠습니까?”

“역시! 내 그럴 줄 알았느니라.”

건우의 말에 검선의 표정이 조금 냉랭해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검선은 크게 화를 내지는 않았다.

그는 화를 내는 대신에 소매에서 뭔가를 꺼내어 다시 건우에게 날려 보냈다.

그것은 검은색의 마기가 일렁거리는 손바닥 세 개 넓이의 석판이었다.

그 석판에는 마기가 기이한 문양을 이루며 뭉쳐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건우가 이전 검을 받을 때처럼 그것을 허공에서 멈추고 의념을 불어 넣어 정체를 살폈다.

“이것은······.”

“알아보았느냐?”

“마귀를 증인으로 하며 맹세를 하는 것이군요. 서로의 약속 내용을 정하고 그것을 지키지 않으면 마귀의 저주를 받는.”

“그렇다. 느껴보면 알겠지만 그 맹세를 주관하는 마귀는 나도 감당하기 어려운 존재다. 그러니 혹여 맹세가 어긋나면 무척 곤란한 일이 벌어지겠지. 물론 그것은 네게도 같을 것이고.”

“으음, 조금 약하긴 하지만 좋습니다. 믿어 보겠습니다.”

건우는 살짝 고개를 갸웃했지만 검선의 방법을 수용하기로 했다.

그리고 의념을 펼쳐 그 검은 석판에 자신이 검선에게 치러야 할 대가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내용은 간단했다.

검선을 멸계전이 벌어지고 있는 영계인 수미 세계로 데려다주는 것.

또한 그 과정에서 검선에게 어떤 피해도 없을 것을 약속했다.

“간명(簡明)하구나! 좋다. 그럼 나 역시 내가 했던 말을 지키겠다.”

그것을 살핀 검선도 검은 석판에 약속 내용을 새겨 넣었다.

수미 세계에 도착하면 자신의 전 재산이 들어 있는 공간낭을 넘긴다.

아울러 이동 후에 건우에게 어떤 위해도 가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더해졌다.

건우가 그 내용을 보고 살짝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부족함이 있느냐?”

그 모습에 검선이 물었다.

“한 가지만 더 약속해 주시겠습니까?”

“응? 한 가지?”

“그렇습니다. 이후 수미 세계에서 한 번은 저를 도와주겠다는 약속을 해 주십시오.”

“한 번 도와 달라?”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가 아니면 어떤 일이든 반드시 그리 하겠다는 약속이면 족합니다.”

“목숨을 걸 일이면 거절해도 된다는 소리구나?”

“그렇습니다.”

“좋다. 그리해 주마.”

검선은 과히 기분이 좋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 정도로 이 계약을 깨트릴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제 거의 끝에 닿았는데 고작 부탁 한 번이 부담스러워 다시 말씨름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는 곧바로 석판에 건우가 요구한 내용을 더해 넣었다.

건우는 그것까지 확인하고 활짝 웃었다.

“자, 그럼 마귀를 불러 공증을 하자꾸나.”

검선이 그런 건우의 웃음을 보고는 서둘러 석판을 허공에 날리고 검을 뽑아 허공에 진법을 그려 넣었다.

그리고 그 진법에 다시 마기가 넘치는 몇 가지의 수련 자원을 던져 넣었다.

그러자 진법에서 엄청난 마기가 폭증하더니 석판으로 흘러들었다.

이후 석판이 크게 요동을 치는 중에 진법 중앙에 구멍이 뚫리며 아득한 공간이 모습을 드러내고, 거기에 두 개의 붉은 눈동자가 나타났다.

= 대가가 크지는 않으나 너희 둘은 욕심이 나는구나. 게다가 다른 계로 넘어가는 것에 대한 맹세라니, 이게 이루어질 수 있을지도 궁금하구나. 좋다, 내가 이 약속을 지켜보며 보호하겠다.

우르르르르릉 우르르르릉!

마치 세상을 떨어 울리는 듯한 마귀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오래 가지 못했고, 석판이 진법으로 빨려들어가는 순간 구멍이 메워지며 진법까지 흩어졌다.

어쨌거나 검선과 건우 사이에 맹약이 맺어진 것은 분명했다.

“그럼 이제 가시면 되겠습니다. 그런데 마선 어르신께서는 어찌 하시렵니까?”

건우가 괜찮은 거래에 만족한 표정을 짓다가 문득 마선 쪽을 보며 물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마선이 대답하기도 전에 검선이 나섰다.

“마선, 생각할 것이 뭐가 있나. 그냥 나와 함께 가는 것이 어떤가? 아, 한 번에 서넛이 함께 이동할 수도 있느냐?”

말을 하던 중에 검선이 문득 건우를 향해 물었다.

“부담이 커져서 소비되는 자원이 늘어나긴 하지만 가능합니다.”

건우가 대답했다.

현실로 구현된 수미산 상징은 분명히 접촉하는 이들이라면 모두 수미 세계로 보낼 능력이 있는 것 같았다.

물론 그런 경우엔 사람의 수가 늘어날수록 소비되는 영석의 수도 크게 증가했다.

한 명인 경우엔 영석 100개, 두 명일 때에는 300개, 세 명일 때에는 700개 순으로 늘었다.

하지만 사실 그 정도는 크게 따질 문제도 아니었다.

지금 태령기 경지의 검선 주머니를 모두 털어먹을 상황에서 고작 상급 영석 수 백 개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으음. 그렇다면 나 역시 가진 것을 모두 내어놓아야 하겠군?”

마선이 검선과 건우를 번갈아 보며 중얼거렸다.

“최대한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마선 어르신!”

건우가 그런 마선을 보며 활짝 웃었다.

- 우와, 지금 그 모습. 호구 잡은 악질 영업사원 같았어요!

그 순간 어느 정도 의념을 공유하는 루야가 흠칫 치를 떨었다.

“그래서 얼마까지 생각하고 계실까요?”

“뭐라?”

“아, 아하하하하. 송구합니다. 검선 어르신의 체면도 있는데 마선 어르신께서도 균형을 맞춰야 하지 않겠습니까.”

“쯧, 결국 네 놈의 이익만 크게 세우겠다는 소리가 아니냐!”

“결과가 그리되는 것은 부정치 못하겠지만 강요는 아니지 않습니까. 혜량해 주십시오 어르신.”

“구렁이 혀에 꿀을 발랐구나! 쯧, 기다리거라.”

마선은 끝내 혀를 차더니 소매에서 몇 가지 물건을 꺼내 허공에 던지고 또 거기에 진법과 술법을 더하여 뭔가를 만들었다.

그리고 얼마 후, 마선의 손에는 검선이 꺼냈던 것과 비슷한 검은 석판이 들려 있었다.

“확인하고 맹약의 내용을 새기거라.”

마선이 석판을 건우에게 날렸다.

< 얼마까지 알아보고 오셨어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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