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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퍼라도 (2)화 (2/157)

[데스퍼라도] 2. 아폴립스의 목검

데스퍼라도(Desperado)

2 화 아폴립스의 목검

갑자기 들리는 괴성 소리에 헤수스는 몸을 아래로 숙여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카란 대장은 이젠 아예 자신의

목검을 나무에 묶여 있는 렉의 명치끝에 갖다대고 눌러대는

것이 아닌가. 고통에 못이긴 렉의 신음소리는 점점 커져

갔지만 카란은 마치 재미있는 놀이를 하는 즐거운 아이의

표정을 하였다. 이를 지켜보던 아이들 중 누군가가 제법

용기를 내어 말했다.

"카..카란...너..너무 심한 거 아니야!"

"후후. 심하다고....너희들이 이놈에 대해 모르고 하는 소리야

이놈은 너희들도 알다시피 지난해 대전란으로 인해 생긴

수많은 피난민들이 우리 마을을 거쳐갔던 일들 기억나지? 렉

이놈도 그들 피난민들 중에 섞여 들어와 마을을 돌아다니며

구걸하던 모습 말이야..하하하..그때 그 거지같은 자식을 우리

어머니가 거두어 들였지. 그런데 이 싸가지 없는 새끼를 먹여

주고 재워주고 했는데 그 은혜를 도둑질로 갚았단 말이야!

아버님이 전장으로 가시기 전에 내게 주셨던 단검이 이 놈이

자는 헛간에서 나왔단 말이지. 그래도 내 딴엔 인생이 불쌍

해서 이런 전쟁놀이에도 끼워주려 했더니만 오히려 내게 반항

을 해! 더구나 너희들 이놈이 대장인 내 명령에 한번이라도

대답하는 것 봤어. 이 자식이 일부러 나를 골탕 먹이려고

작정한 것 같은데 감히 이 카란에게 도전한다니."

"저..저기 혹시 렉 말이야. 벙어리 아냐? 사실 렉이 전쟁놀이

에 참가한지 벌써 한 달이 되가는데 그가 얘기하는 것을

한번도 못 들었어. 그리고 렉은 네 명령을 어기지는 않았잖아.

단지 대답만을 안 했을 뿐 시키는 데로 다 한 거 같은데."

그 순간 카란 대장은 렉의 명치를 강하게 누르고 있었던

자신의 목검을 거두어 들였다.

"벙..벙어리라..."

카란은 자신의 목검을 손바닥에 탁탁 치면서 렉이 묶여있는

주변을 왔다갔다하기 시작했다.

"벙어리라....음....하긴 이놈이 내 명령을 어긴 것은 아니었지.

더구나 집에서조차 렉이 말하는 것을 한번도 본 적이 없었는데..

심지어 어머니와 내 동생들에게조차 말이야.."

한참 생각에 몰두한 카란은 갑자기 큰 목소리로 외쳤다.

"오늘은 이만 마을로 돌아간다. 자 대열 준비하고.."

아이들은 아직도 묶여 있는 렉을 흘끔 흘끔 쳐다보았다.

"카란대장님 저..저기 렉 말이야 이젠 풀어줘도 되겠지..요."

"안돼!! 우리만 마을로 돌아간다!"

아이들은 카란 대장의 단호한 태도에 더 이상 말을 못했다.

대열을 이루어 산 아래로 내려가는 아이들을 뒤로 한 체

카란이 렉에게로 다가왔다. 그는 자신의 목검으로 푹 숙인

렉의 얼굴을 위로 들어 올렸다.

"후후..난 네가 벙어리든 아니든 상관없어 네 놈이 우리

집에 발을 들여놓을 때부터 네가 싫었거든....특히 네놈의

눈빛 말이야. 뭔가 증오로 가득 찬 표정 같은 거 말이지.

네가 어디서 무슨 일을 당했든지 네놈이 나타난 이후 우리

집의 분위기도 스산하게 바뀌어 가는 것을 난 분명 느낀단

말이야. 재수 없는 새끼..에이 튓!!"

카란은 렉의 얼굴에 침을 뱉고 이내 돌아서서 마을로 내려

가기 시작했다.

한편 나무 위에서 이를 지켜보던 헤수스는 좀 전에 카란이

한 말을 주위 깊게 들었고 어느 정도 렉이란 소년에 대해

짐작을 할 수가 있었다.

'흠.....렉은 대전란으로 인해 부모를 잃고 그 충격으로 마음의

상처를 입은....뭐 랄까....그러니까 그런 종류의 아이가 아닐까?

아차 내 정신 좀 봐 이럴 게 아니라 당장 저 소년을 풀어줘야

되겠는데...'

헤수스는 일어나서 나무 아래로 내려가려고 하였다. 바로 그때

팔튼 마을 쪽 산 아래에서 웅성웅성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헤수스는 나무 아래로 내려가다 말고 멈추었고 잠시 후 팔튼

아이들이 이곳에 도착했다.

'흠 한발 늦었군. 그나저나 저 팔튼 아이들이 나무에 묶여있는

렉에게 무슨 짓이라도 한다면....지금 아예 내려가서 저 아이를

풀어줄까....아냐...조금만 더 지켜볼까...'

헤수스는 이내 나뭇가지에 겉 터 앉고는 몸을 수구려 또 다시

아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살펴보기 시작했다.

"빌로마 대장 이리와 봐 여기 누가 나무에 묶여 있어!!"

팔튼 아이들은 나무에 묶여있는 렉 주변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뭐야..이놈은..."

"가드린 마을 출신인 것 같은데.."

"맞아..이놈 본적이 있어....가드린 아이들 중에서 제일 약골

말이야.."

"흠 그러니까 생각나는군 전혀 싸움도 할 줄 모르는 가드린

마을의 꼬마..."

그때 아이들을 비집고 팔튼 아이들의 대장 빌로마가 모습을

드러냈다. 빌로마는 가드린 마을의 카란 대장의 큰 키와 다부진

인상과는 대조적으로 그 체구가 작았고 얼굴 생김새는 마치

계집애를 연상케 하듯이 횐 피부에 금발이 어깨까지 내려온

귀여운 미소년이었다. 빌로마 대장은 렉에게 다가가더니 그를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흠..이 아인 나도 기억나지...가드린의 다른 아이들에 비해 기초

적인 검법하나 제대로 쓸 줄 모르는 놈...후후...그래서 기억이

나는 걸까. 대충 짐작이 가는군 가드린의 대장 성격으로 보아

이놈의 담을 강하게 훈련시키려고 여기에 묶어 두고 간 것

같은데.."

"가드린의 카란 대장은 우리가 뻔히 올 줄 알고도 이놈을

여기에 버려 두고 갔단 말이야. 무슨 꿍꿍이속이 있는 거

아니야.."

"후후 카란대장놈은 내가 잘 알지 그놈은 꽁수를 부릴 위인이

못 돼..그저 제 성질대로 행동하는 놈이란 말이지....아마 여기

묶여 있는 놈 보니 카란의 비위를 거슬린 놈 아니면 미움을

받는 놈이겠지."

"이놈을 어떡하지.....빌로마 대장"

"후후..어제 전쟁에서 진 분풀이를 이놈에게 해야 되겠지.

카란이 좋은 선물을 두고 갔군."

빌로마는 갑자기 렉에게 다가가더니 아래바지를 훌러덩

내렸다. 잠시 '쏴' 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자 너희들 중 오줌 마려운 사람 있으면 이놈에게 갈기라고.."

팔튼 아이들은 빌로마 대장 말에 저마다 렉 주변으로 몰려

들더니 바지를 벗고 가랑이를 벌려 오줌 줄기를 렉에게 갈기기

시작했다. 팔튼 아이들에 오줌 세례를 받은 렉의 옷에선 김이

모락모락 나기 시작했으며 진한 냄새까지 진동하기 시작했다.

"하하하하.....기분 째지는데..."

"헌데 이 자식 표정 봐. 아무렇지도 않은가 봐."

"아무렇지도 않은 게 아니라 아예 바보 같은데..."

"야야 냄새난다.....우리 다른 놀이나 해보자..."

그때 빌로마 대장이 뭐라 외쳤다.

"그만하고 우리도 마을로 돌아가자. 가드린 놈들이 없으니

오늘 전쟁 놀이는 최소다."

"대장 그런데 저놈을 풀어줄까 말까?"

"그냥 둬.....자 그만 내려가자..."

잠시 후 팔튼 아이들이 마을로 내려가자 나무 위에 있던

헤수스가 내려왔다. 지금까지 아이들의 행한 온갖 치욕스런

일에도 가만있었던 렉은 헤수스가 내려오자 깜짝 놀란 표정

이었다. 아마도 렉을 놀라게 한 것은 헤수스의 검은 금속성의

전투복과 등뒤에 이상한 문양의 검이었으리라. 헤수스는 렉이

자신을 보고 놀라자 조심스럽게 몸을 구부리더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안심하거라. 렉. 난 나쁜 사람이 아니란다. 우선 이 끈들을

풀어 줄 테니 조금만 기다리거라."

갑자기 렉은 고개를 푹 숙이고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다. 헤수스

가 묶인 끈을 푸는 동안 렉이 떨기 시작하자. 헤수스는 내심

혼란스러웠다.

'후..아까는 아이들의 횡포에도 눈 하나 깜짝 안하고 잘 버티

더니 내가 나타나자 이렇게 바들바들 떨다니...'

렉은 끈이 풀어져 몸이 자유롭자 아예 바닥에 코를 박고 계속

떨고 있었다. 헤수스는 다소 다황스런 표정을 지었다.

"후...알았다. 알았어 내 잠시 사라져 주마."

순간 작은 섬광이 번쩍하더니 헤수스의 모습이 사라졌다.

제법 시간이 흘렀다. 거의 2시간을 바닥에 코 박고 엎드린

렉은 겨우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렉은 그제 서야 자신의 몸을 나무에

기대었다. 해는 서산으로 기울어갈 무렵 황혼이 이곳 아폴립스의

숲을 비추기 시작했다. 초록의 아폴립스 잎새는 어느덧 황금빛을

내기 시작했다. 아폴립스 숲 주변엔 작은 바위들이 듬성듬성

포진해 있었고 비교적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었으니 이곳이야

말로 아이들끼리 전쟁놀이 하는데 최적의 장소라 말할 수 있었다.

금빛의 황혼이 지면서 어두컴컴한 땅거미가 내려앉기 시작했다.

한편 여타 나무에 비해서 유난히 커다란 아폴립스 나무 위에서

헤수스는 뭔가를 열심히 깍 고 있었다.

'흠.....답답하군. 렉이 지금쯤은 배가 상당히 고플텐데. 마냥

저러고 앉아있다니. 하긴 마을로 내려가 봤자. 그 성질머리

고약한 카란 놈에게 구박이나 받을 테고. 내가 먹을 것을

주고 싶지만 나만 보면 무조건 땅바닥에 코를 박으니....후."

"삭..삭.."

헤수스는 단검으로 무엇인가를 열심히 다듬으며 때때로 자신이

손질하고 있는 것을 들어 이리저리 살펴보곤 하였다.

"후.....아폴립스의 목검이라....대충 형태는 나왔는데....여기 마을

아이들은 아폴립스 나무가 목검의 재료라는 것을 잘 모르는 것

같단 말이야....대부분 칙칙한 색깔의 치칼라 나무를 깍아 목검

으로 차고 다니는 것 같은데.....하긴 아폴립스 나무로 목검을

만들어 전쟁 놀이를 한다면 제대로 성한 놈들이 없을 걸...후후."

헤수스는 다시 자신이 깍고 있는 아폴립스의 목검을 높이

들어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아폴립스 목검이야 말로 실전에서도 사용 가능한 목검이니

말이야..후후. 이런 변두리 촌에서 그런 걸 알기나 할까."

그 다음날 해가 중천에 떠오른 어느 정오 때 헤수스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움켜지더니 몸을 겨우 일으켜 세웠다.

"후..머리가 빠게지는 것 같군...그 동안 아껴왔던 술을 바닥

냈으니..그나저나 렉이란 소년도 밤을 잘 지냈나...그놈이

잠든 사이에 말린 육포와 함께 담요를 덮어주고 왔는데...

가만 이거 햇살이 너무 눈부신데.....뭐야 벌써 해가 중천에

떴나..."

그때 나무 아래에서 누군가가 대화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헤수스는 몸을 아래로 구부려 아래를 살펴보았다. 그곳엔

놀랍게도 가드린 아이들과 팔튼 아이들이 서로 마주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더구나 가드린의 카란 대장과 팔튼의

빌로마 대장이 한복판에 나와서 무엇인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헤수스는 이내 렉이 어디 있는 지를 살펴보았지만

렉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이거 뜻밖의 제의인데...카란. 사냥 놀이라."

"빌로마 우리 전쟁이 아직 끝난 것은 아니지..허나 오늘

어디 숨었는지 모르는 렉을 먼저 발견하는 마을이 승리한

것으로 하지..."

"카란 혹시 렉을 일부러 다른데 숨겨놓고 수작 부리는 것

아닌가.."

"그건 절대 아니야. 오늘 여기 와보니 그놈이 끈을 풀고

어디 숨은 모양인데.....나도 그놈이 어디 있는 지 모른단

말이야."

"그놈을 먼저 찾는 마을이 오늘 승리라....재미있겠는데..."

"물론 전쟁 놀이 보다도 사냥놀이가 더 재미있을 수 있지..

하하"

"자 그럼 슬슬 시작해볼까. 자 애들아 렉을 찾아보자고..

보이는 즉시 사정 두지 말고 제압시켜서 이리로 끌고

오라고!"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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