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일군 원수가 되었다-10화 (10/157)

10화. 바르바로사 작전 (2)

1941년 6월 22일 새벽 5시 30분.

평소라면 이미 진즉에 퇴근했어야 할 시간이건만, 할더는 자신의 집무실에 앉

아있었다.

“후···.”

이제 곧 150여 개 사단, 380만 명이 동원된 대규모 작전이 개시된다.

그로서는 성공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그래도 만약의 경우를 생각하면

긴장을 억누를 수 없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정말 파울루스의 말대로 되어 버린다면··· 러시아 영토

한가운데서 진격이 멈추고, 그런 상태에서 소모전과 양면전쟁을 치르게 된다

면···.’

만약 그렇게 되면 독일의 운명은 거기서 끝장날지도 모른다. 생각만 해도 끔

찍한 일이었다.

‘아니, 그럴 리가 없다. 이번 작전은 반드시 승리한다!’

똑똑.

초조하게 담배를 태우며 기다리던 그때,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가 애타게 기다리던 바로 그 보고였다.

“들어오게!”

“예, 각하.”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고 들어온 참모장교는 경례를 올린 뒤, 각지에서 날아온

보고들을 읊기 시작했다.

“우선, 루프트바페로부터의 보고입니다. 개전 공습은 대성공하였음. 최우선

목표로 설정된 지휘부, 비행장, 통신소, 보급기지를 대부분 파괴했으며 모든

전역에서 제공권을 확보하였음. 이상입니다.”

“좋아! 그럼 육군은 어떻게 되었나?”

“예. 3개 집단군이 모두 예정대로 국경선을 넘어 진격 중이고, 현재 브레스트

요새를 제외한 모든 국경방위군이 제압된 것으로 파악됩니다.”

“시작이 좋군. 하긴, 저 미개한 슬라브놈들이 전쟁이 뭔지나 알겠나.”

그래, 내 계획은 틀리지 않았다.

유럽 최강의 육군을 보유한 프랑스마저도 6주 만에 쓰러뜨려 버린 우리 독일

군이 저 러시아놈들을 상대로 이기지 못할 리가 없지.

애당초에 걱정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할더는 내심 안도하면서 동이 터 오르는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

1941년 7월 2일.

바르바로사 작전이 개시된 지 약 열흘이 지났을 무렵, 믿기 힘들 정도로 놀라

운 보고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보고하게.”

“예! 현재, 남부 집단군의 제1기갑집단이 두브디와 브루노 근교까지 진격한

상황입니다. 이제 곧 루마니아군과 헝가리군도 공세에 동참할 것으로 보입니다.”

“좋아. 북부 쪽은 어떤가?”

“북부집단군은 개전 직후 알리투스 근방에서 소련군 기갑부대로부터 반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큰 피해 없이 격파하고 진격, 현재는 네만 강을 건너 다

우가바 강의 교두보까지 확보한 상태입니다.”

현재 남부와 북부 전역에서는 믿기 힘들 정도로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나 가장 놀라운 것은 중부집단군의 진격이었다.

“그리고 중부집단군은 호트 장군이 지휘하는 제3기갑집단과 구데리안 장군이

이끄는 2기갑집단이 빠르게 진격해, 남북에서 비아위스토크와 민스크를 포위

한 상태입니다. 이곳에 갇힌 소련군의 수만 30만에 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30만이라고?”

“예, 현재 보병 군단들이 이들을 포위해 섬멸하고 있으며 소탕 작업이 끝나는

대로 스몰렌스크로 향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 말에 할더는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두 개의 기갑 집단이 만들어낸 이 엄청난 승리는 할더가 생각했던 최상의 시

나리오조차도 뛰어넘는 일이었다.

‘이건 우리 독일군이 너무 뛰어난 덕인가? 아니면 소련군 놈들이 너무 무능한

탓인가.’

그것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했다.

‘그건 바로 파울루스, 자네가 틀렸다는 거지.’

할더는 사무실 한쪽에 앉아 서류를 뒤적이는 파울루스를 바라보며 조소를 보

냈다.

*****

1941년 7월 31일.

바르바로사 작전이 개시된 지 약 6주가 다 되어갈 무렵, 전세는 더욱 확실해

져 갔다.

스몰렌스크까지 집어삼키고 35만명의 포로를 추가로 획득한 중부집단군은 이

제 모스크바까지 고작 300km만을 앞두고 있었고, 북부집단군도 탈린과 레닌그

라드 코앞까지 도달해 있었다.

그동안 키예프 남쪽으로 진격한 남부집단군은 우만 인근에서 10만명의 포로를

확보했으며, 그대로 남쪽으로 내려가 오데사 인근에서 소련군을 포위할 작정

이었다.

“축하드립니다, 각하.”

“하하, 이제 그만하게. 매일 승전보가 날아오는데, 그때마다 축하를 하는 것

도 우습지 않나.”

소련군의 저항은 끊임없이 이어졌지만, 이 또한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에 불과

했다. 전체 전쟁을 지휘하는 통일성 있는 전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는 독일군 최고 사령부가 믿었던 바로 그것, 대붕괴가 일어나고 있다는 증

거였다.

더 이상 최고 사령부의 그 누구도 독일군의 승리를 의심하지 않았다.

심지어, 할더의 작전을 깎아내리며 대립각을 세우던 히틀러마저도 참모본부를

찾아와 그의 공을 치하하고 축하할 지경이었다.

이제 할더는 행복한 선택을 해야 했다.

이대로 중부집단군을 모스크바로 보낼 것인가? 아니면 상대적으로 진격 속도

가 느린 남부 집단군과의 보조를 맞출 것인가.

‘모스크바로 직행한다면 빠르게 승전보를 올릴 수 있겠지만, 중부집단군의 우

익이 위험해진다.

반대로 중부집단군의 공세를 돌려서 남부집단군을 돕는다면 전선은 안정되겠

지만 모스크바의 방어선이 두터워지겠지.’

그러나 할더의 고민은 짧았다.

“구데리안 장군의 2기갑집단을 키예프로 돌리게. 경제적 가치가 높은 우크라

이나 지역을 점령하는 것이 우선이야!”

“알겠습니다.”

히틀러는 모스크바보다도 키에프를 원했고, 할더도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이로 인해서 진격 속도가 조금 늦어지긴 하겠지만, 무슨 상관이겠는가? 결국

은 이기는 것은 우리일 텐데.

할더는 그날 일지에 기분 좋게 단 한 줄만을 기록했다.

- 감히 단언하자면, 소련은 이미 졌다.

*****

1941년 9월 14일. 소련 전역이 시작된 지 12주 차가 지나자, 드디어 문제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이 당장 눈에 띄었던 것은 아니었다. 독일군은 아직도 계속 이기

고 있었으며, 끊임없이 진격하고 있었으니까.

그동안 독일군은 북쪽으로는 레닌그라드를 포위하고 핀란드까지 이 전쟁에 끌

어들였으며, 중부집단군과 남부집단군은 키예프를 사이에 두고 전선을 연결해

거의 75만 명에 달하는 병력을 집어삼켰다.

전투의 성과로만 따지자면 지금이야말로 독일군이 가장 빛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빛나는 영광 아래에서는 온갖 문제들이 곪아 터지기 시작했다.

“모스크바 방면의 소련군 규모는 얼마나 되는가?”

“일선 부대들의 보고를 취합해본 결과, 최소 125만에 달하는 병력이 중부집단

군과 대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125만이라.”

할더는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 조용히 암산해보았다.

지금까지 그들은 올려잡아도 최대 220개 사단만 전멸시키면 소련군은 무너지

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들이 얼마나 많은 포로를 잡아왔던가?

비아위스토크와 민스크에서 30만, 스몰렌스크에서 35만, 우만에서 10만 그리

고 키예프에서 75만까지. 이것들만 다 합해도 무려 150만이다.

거기에 더해 셀 수 없이 많았던 작은 승리들을 생각하면 못해도 최소 170만

명의 포로는 잡았을 터.

그럼 우리의 눈앞에 있는 저 군대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정말 파울루스

의 말대로 극동 부대까지 끌고 온 것인가?

아니, 일본군이 보내온 첩보에 따르면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극동 부대는

아직 건재하다고 했다. 그렇다는 것은 최소 30개 사단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는 거겠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할더도 이제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소련놈들의 동원능력이 우리의 예상 이상이었다는 말인가.’

게다가 저기 있는 125만 명이 전부인 것도 아니었다. 북부의 레닌그라드에도,

남부의 하리코프 방면에도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없는 수의 병력이 버티고 서

있었다.

비록 무장도 훈련 상태도 허접하기 짝이 없는 오합지졸들에 불과했지만, 어쨌

든 그들은 그곳에 존재했다.

그리고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각하, 제1기갑집단으로부터 보고입니다. 연료 부족, 고장, 전투 중 손실 등

으로 인해 현재 가동 가능한 전차가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내가 모든 보급을 기갑집단에 우선적으로 지급하라고 지시했었지 않나?”

“···그게, 그렇게 시행하기에는 현재 보급 사정이 너무 심각합니다. 만약 무

조건 기갑집단에 보급을 우선시한다면 보병 부대들은 당장 굶어야 할 판국입

니다.”

“죄송합니다, 각하. 지금도 보급을 2순위로 지급받는 부대들의 불만이 높아서

제 개인적인 판단으로 보급을 조절했습니다.”

할더의 물음에 편제과장인 발터 불레 대장과 병참감 에두아르트 바그너 대장

이 각각 대답했다.

‘젠장할···.’

파울루스가 경고했던 대로, 보급과 수송 문제가 모든 전선에 걸쳐서 일어나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 모든 부대가 충분한 보급과 정비를 마칠

수 있도록 휴식 기간을 가질 것인가?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그게 옳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할더의 생각은 달랐다.

‘아니, 여기서 시간을 끌면 놈들의 방어선이 강화되고 겨울이 가까워진다. 지

금 공세를 몰아붙여서 놈들의 숨통을 끊어야 한다!’

그래, 지금까지도 싸우기만 하면 연전연승이었지 않나. 앞으로의 싸움도, 모

스크바도 마찬가지다. 일단 모스크바만 정복하면 소련은 정말로 붕괴할 것이

고, 그때 재정비를 하면 된다.

그렇게 생각하며 할더는 회의실로 향했다.

그러나 회의실 안의 모습은 할더가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다.

그곳에서 대화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모스크바 공세를 담당할 중부 집단군 사

령관, 페도어 폰 보크 원수가 아니라 히틀러와 파울루스였다.

‘파울루스? 저 녀석이 여기에 왜···.’

할더는 당혹스러움을 감추며 일단 총통에게 경례를 올렸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총통 각하.”

“아니, 괜찮네. 아무튼, 참모총장도 왔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논의를 해보도록

하지.”

의아해하는 할더에게 히틀러는 믿을 수 없는 말을 꺼냈다.

“이제 슬슬 레닌그라드를 마무리 지어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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