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4화 〉 만우절 만세...?
* * *
“웅녀야. 너와 나의 아이큐를 합해서 이 위기상황을 헤쳐나가야만 해.”
“틀렸어유. 꿈도 희망도 없어유...”
“정신 차려! 내가 아는 김웅녀라면 이 정도 위기 쯤은...쯤은...쯤은...어...아무튼 해결할 수 있어!”
“사장님도 답이 없잖아유!”
아니 그건 그렇긴 한데. 애가 듀라한 몸에 충격(?)을 받았다. 지금 멘탈 수습이 안되서 망가진 것 같은데 이거 어떻게 해야 돼? 나도 당황스럽기 그지 없는데 이 주옥같은 상황을 어떻게 수습해야 하는 거야?
“어...엄마? 정말로 바뀐 거에요?”
“그래유...아니, 그래.”
영혼이 몸에 적응해버렸나, 왜 갑자기 사투리가 튀어나와. 쨋든 나리도 이제 믿어주는 거 같으니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하냐...가 문제이긴 한데. 나 오늘 방송있는데.
일단 휴방부터 때려야겠지?
“후...일단 휴방부터 때리고 방법을 찾아야 할 거 같은데.”
일단 물어볼 만한 사람, 아니 신이 셋 정도 있네. 삼겹살 좋아하는 미트칼리버 여신, 그 이름 뭐더라. 아무튼 그 뭐시기 그 여신이랑, 지금도 게임하고 있을 게임 폐인여신이랑, 전직 여신인 아나트한테 물어보는 게 최우선이다.
일단 가장 가까운 아나트한테 물어보는 게 맞겠지?
“웅녀야, 잠깐 쉬고 있어봐. 나는 이 골치아픈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물어보러 가야되니까.”
“도, 도와드릴게유!”
내 얼굴로 그런 표정 지으면 좀 그런데. 암튼 이번 건은 웅녀가 뭘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나 혼자서 어떻게든 해결해야 된다. 이쪽 계열은 나름 내 전문이기도 하고...애초에 나보다 잘 아는 사람이 거의 없잖아.
그러니까 전문 맞지. 사실 나도 아는 건 별로 없지만...경계 보수하는 법이나 그런 거 배우라곤 하는데, 솔직히 나중에 배워도 되지 않을까 싶어서 미뤄두긴 했어. 아니 뭐 솔직히 아직 내가 이 세계에서 살고 있는데 당장 필요하지도 않고.
똑똑똑.
“아나트, 나 유진인데, 잠깐 들어가도 될까?”
“네, 들어오세요.”
나는 아나트의 허락을 받기가 무섭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아나트는 공부중이었던 듯, 책상에 앉아 책을 펴고 무언가를 필기하는 중이었다. 역시 우리 집에서 제일 성실한 애야. 나리도 아나트를 본받아야 할텐데.
빈말로도 나처럼 살라고는 못 하겠어. 이러니저러니 해도 나는 운이 좋아서 승승장구한 것 뿐이라고. 닮으려면 아나트가 좋아. 성실하고 똑똑하고. 물론 전직 지혜의 여신이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거겠지만...
근데 생각해보니까 여신치고는 멀쩡하네? 내가 지금까지 만나본 여신들은 하나같이 성격이 맛이 가서 하나같이 욕 나오게 하는 년들밖에 없었는데. 내 뒤통수를 후리려고 한 여신은 검에 박아버리긴 했지만.
“...웅녀양? 아니, 유진씨군요.”
“역시 너는 바로 알아보네.”
“밖이 시끄럽기도 했고...분위기 부터 다르니까요. 웅녀양이었다면 굳이 저를 찾아올 용건이 없었을 테고...아무리 몸이 바뀌었다고 해도 여신의 영혼은 인간의 영혼과 결이 달라요.”
아...이해 했어!
대충 영혼이 달라서 눈치챘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되는 거지?
“바로 눈치채주니 좋네. 그래서 혹시 해결방법은 알아?”
“모릅니다.”
그렇게 단칼에 모른다고 말해버리면 좀 슬픈데. 아나트가 농담을 할 것 같지도 않고. 근데 모를 거라고는 생각 못했어. 최소한 단서 정도는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너라면 뭐라도 알 줄 알았는데.”
“영혼에 관련된 건 제 전문도 아닐뿐더러...영혼은 함부로 건드리기 어려운 분야입니다. 게다가 영혼은 본래 유진씨의 전생이었던 마하의 영역에 가까우니까요. 자매였던 모리안이나 바이브에게 묻는 게 확실할 거에요.”
그렇구나. 그럼 모리안한테 바로 물으러 가야겠네. 그쪽도 모르면 더 골치 아파지는데, 뭐라도 알고 있을 거라고 믿어봐야겠지? 솔직히 내 몸 이렇게 바꿔놓고 이것저것 해놓은 작자니까 몸 영혼이 서로 바뀌는 것 정도는 어떻게든 해줄 수 있겠지.
X의 이름은처럼 뭐 갑자기 돌아갔다 바뀌었다 하면 골 때리잖아. 나랑 웅녀랑 둘 다 방송해야 하는데 뭐 서로 뭐 매뉴얼이라도 만들어서 그거 보고 할 수도 없고. 사람 몸에 각인된...아니 영혼에 각인된? 습관 같은 건 쉽게 고치기 힘든데.
당장 웅녀도 내 몸으로 사투리를 내뱉고 있고. 나도 표준어로 말하고 있고. 이거 라쿤 박사님한테 말하면 엄청 좋아하시겠네. 새로운! 발견이다! 하면서 말이야.
“그럼 나는 나가 볼테니까, 공부 열심히 해.”
“금방 돌아오시길 빌게요.”
“고마워.”
그럼 망할 미트칼리버한테 가볼까.
한 손에 스팸을 든 채로 나는 미트칼리버에게 다가갔다. 정원 한구석에 박혀있는 미트칼리버는 봉인된 성검마냥 바위에 박힌 채로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내가 다가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꼈다.
“야. 모리안. 내가 묻고 싶은 게 있어서 왔는데 말이야...”
[육신이 바뀌었구나. 물어보고 싶은 것은 그것 때문이느냐?]
역시 이쪽도 바로 알아보네. 확실히 전직 여신은 달라도 뭐가 다르단 건가. 하긴 그것도 못 알아보면 내가 비싼 고기 먹여준 보람이 없지. 나는 스팸이 든 캔을 따고 미트 칼리버를 뽑아 스팸을 칼에 꽃아버렸다.
언제봐도 칼이 고기 먹는 거 참 기묘하단 말이야.
[가공된 고기로구나. 짠맛이 강하느니라.]
“이게 얼마나 귀한 건데.”
따끈한 밥에 스팸 한 조각이면 밥도둑이 따로 없는데. 물론 집에서 스팸을 구워 먹지는 않지만. 이건 오롯이 미트칼리버 먹이려고 사놓은 물건이다. 스팸 먹는다고 건강에 아주 안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왕 맥이는 거 질 좋은 걸로 먹여야지.
그러니까 우리 집에선 스팸 구울 일이 없어.
“그래서, 돌아가는 방법 알아?”
[가장 쉬운 방법은 한쪽이 죽는 것이니라.]
“기각.”
음험한 여신답게 가장 먼저 꺼내는 게 참 뭣 같은 방법이네. 좀 멀쩡한 걸로 꺼내주면 안되나? 아니 뭐 돌아가는 주문이라던가 그런 거. 방법이 그런것만 있는 건 아닐테고.
[가장 쉬운 방법이었거늘...그렇다면 마법으로 영혼을 다시 뒤바꾸는 방법도 있느니라.]
“얼마나 걸리는데?”
[일주일은 걸리느니라.]
“좀 더 짦은 건 없어?”
[원인을 제거하면 되느니라. 몸이 왜 바뀌었는지 기억해 보거라.]
“모르는데.”
[그럼 일주일 동안 주문을 외우는 게 가장 쉬우...흠.]
“왜?”
[혹시 최근에 위험한 물건을 만졌느냐?]
“위험한 물건?”
그런 거 만진 적이 있었나? 나는 최근의 기억을 차근차근 되짚어 보았다. 최근에...방송하고, 애들이랑 쇼핑하고, 합방하고, 놀러갔다오기도 했고, 마법소녀들 있는 가지세계에 갔다오기도 했...아.
“판도라의 상자?”
[그 정도 물건이면 원인으로서 부족함이 없는 물건이느니라.]
그렇긴...한데. 아니 어차피 그거 힘이란 힘은 다 쓴 거 아니었냐고.
[자세한 사항은 직접 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느니라.]
그럼 찾으러 갔다와야 하는 건가?
“그럼 가지고 오면 되는 거지?”
[그 몸으로 갈 수 있겠느냐? 그 몸은 어디까지나 살아있는 몸인 것을.]
생각해보니까 그렇네? 그럼 뭐, 방법은 하나밖에 없지. 나는 아까 챙겨온 내 휴대폰을 주머니에서 꺼내 전화를 걸었다.
당연하게도, 마리아였다.
“마리아~”
[웅녀? 웅녀야? 아니 거기 그거 맞으면 어떡해! 빡숙이라면서!]
이년 또 게임하고 있네.
“마리아~”
[웅녀야? 내가 지금 좀 바쁘니까 있다가 내가 다시 연락할게!]
...죽일까?
참아, 내안의 듀라.
아 모르겠다. 일단 밥부터 먹고 마리아를 조지던지 아니면 미트칼리버를 추궁해서 다른 방법이 있는지 알아봐야지.
나는 마리아를 어떻게 갈굴지 고민하며 집으로 들어갔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