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1화 〉 IF:영원한 비밀은 없다(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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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빼앗긴다는 것은 두 번째 경험이었지만 도저히 익숙해질 수가 없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멋대로 움직이는 몸, 내 몸을 다른 사람이 조종하는 생경한 감각.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생하게 느껴지는 감각들.
하나하나가 내 신경을 곤두세우기엔 충분했다. 그 곤두세운 신경이 다른 방향으로 향한다는 게 차이라면 차이겠지만,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무력하게 몸의 제어권을 빼앗겼다는 사실이 가장 큰 문제였으니까.
하지나 내심 이런 걸 원했잖아.
나는 불안감과 기대감을 동시에 안은 채로, 세연이가 내 몸으로 직접 쾌락을 느끼기 위한 행위를 하는 것을 안에서 지켜보았다. 통제권을 빼앗겼어도 감각은 그대로였으니까 보고 느끼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역시 귀신보단 살아있는 몸이 훨씬 좋네. 이 따뜻함...이 부드러운 살결...간지러운 느낌. 공기가 피부에 닿는 느낌. 살아있다는 건 정말 좋은 거야.”
[그래...너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네가 그렇게 순순히 몸을 넘겨줄 줄은 몰랐는데.”
[이번 한 번 뿐이야.]
정말로 한번 뿐이었다. 내 몸의 통제권으 빼앗기는 상황이 유쾌할 리가 없었으니까. 이건 아주 약간의 타협에 불과했다. 잠시 동안만 몸을 빌려준다는.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니까...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고마워. 뭔가 좀 꺼림칙하긴 하지만.”
[시작한 건 너잖아. 끝도 네가 내.]
“...이게 그렇게 비장미 넘치는 말을 할 정도야?”
세연이는 그렇게 말하며, 손으로 가슴을 만지작거렸다. 주물러 보기도 하고, 꼭지를 만지작거리기도 하고, 가슴을 밑에서 위로 들어올리기도 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가슴을 만져댔다.
“이게 거유구나...이런 걸 달고 산단 말이지?”
세연이는 집요하게 내 가슴을 만져댔다. 양손을 써서 전력으로 가슴을 만져대는 꼴이 우습기도 했지만, 가슴을 집중적으로 애무 당하자 아래쪽이 당장이라도 만져달라는 것처럼 근질거렸다. 이대로 가슴만 만질 셈인가? 너무 가슴 좋아하는 거 아니야?
“하지만 난 생전에도 가슴이 없다시피 했는걸. 브라를 안차도 생활에 딱히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아...그래. 가슴 없는 애가 가슴 좀 만져보고 싶다는데 냉정하게 굴 나는 아니었다. 나름 능숙한 손놀림으로 만져대고 있었기에 기분 좋기도 했고.
“아...응...”
쓸데없이 가슴 만지는 솜씨가 좋은 세연이의 애무는 노골적이지 않으면서도 은근히 내가 잘 만지지 않던 부위까지 만지고 있었다. 세연이의 손에 의해 눌리고, 형태를 바꿔가는 내 가슴은 그 짜릿한 감각을 느끼게 했다.
“응...앗...”
가슴을 집중으로 애무하던 세연이는 돌연 내 가슴을 들어올려, 꼭지를 핥았다. 예상치 못한 행동에 나는 깜짝 놀랐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갑작스러운 감각에 놀라며 쾌락에 몸부림 치는 것 뿐이 었다.
내 몸으로, 동시에 내가 아닌 누군가가 스스로 유두를 핥는 상황은 너무나도 낯설고 기묘한 상황이었다. 손으로 양쪽 가슴을 그러모아 유두를 모으고, 그것을 혀로 핥는다. 일련의 동작 하나하나 묘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자기 가슴을 스스로 핥는 여자라니, 누가 보면 정말 목이라도 매달아야 할 것 같은 광경이었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는 또 다른 흥분거리에 지나지 않는 다는 게 우습기도 했다. 강아지 마냥 가슴을 핥짝거리는 내 모습이 꼴불견이긴 했지만, 원래 사람은 망가져가면서도 쾌락을 추구하는 존재니까, 그렇게 이상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렇게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쾌락이전에, 자괴감을 느껴버릴 것 같았다.
“맛있어...”
[내가 내 가슴 핥고 그런 말을 한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네.]
그냥 살짝 짠 맛이 느껴지는 정도인 것 같은데...가슴에선 약간의 땀 냄새와 함께 복숭아 향기가 났다. 바디 워시의 향기이리라. 세연이는 계속해서 가슴을 가지고 놀다가, 슬슬 몸이 다시 달아올랐는지 가슴을 내려놓고 손을 점점 아래로 내리기 시작했다.
가슴골부터 명치, 배, 그리고 하복부까지 손을 뻗은 세연이는 다리를 벌리고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이미 몇 번의 절정으로 축축해질 대로 축축해진 질속은 손가락의 침입을 쉽게 허용했다. 몇 번의 침입을 허용해 이미 부드러워질 대로 부드러워진 질속은 거부감 없이 내 손가락을 잡아먹었다.
손가락이 질 속을 휘젓는다. 내 손가락이 내 질속을 휘젓고 있는, 자위와 다르지 않은 상황임에도 나는 아까보다도 더욱 흥분한 채로 몸의 감각에 집중했다. 하복부에서 느껴지는 짜릿한 감각은 그 어떤 쾌감과도 비교할 수 없는 쾌락을 가져다 주었으니까.
“감동적이야...”
[...자위하는 게?]
“살아있는 넌 몰라! 살아있는 몸은 만져지는 것만으로도 부드럽고, 흥분되고, 사랑스러운 걸...네 몸은 정말 최고야!”
[목소리가 너무 커!]
“아 네~”
세연이는 한참을 손가락으로 질 속을 휘젓다. 손가락을 꺼내 코에 갖다 대었다. 시큼한 냄새가 코 안쪽에 퍼진다. 왜 냄새를 맡는 건가 싶으면서도, 세연이는 그것이 흥분된 모양이었다. 세연이는 거칠게 콧김을 뿜으며 다시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이번에는 좀 더 깊숙한 곳을 향해서.
방금 전에 세연이가 넣었던 곳보다도 좀 더 깊은 곳이었다. 아직 만져지지 않은 미지의 영역에 손가락이 들어서자, 세연이는 몸을 움츠렸다. 나도 그 오싹한 감각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저 안쪽을 만져지면 어떻게 될까.
“...네 몸, 너무 야한 거 아니야?”
[...부정을 못하겠어.]
호기심과, 수치심과, 기대감이 뒤섞여 복잡한 기분이었다. 이대로 쾌락에 빠져버려도 괜찮은 걸까. 망설이는 내 마음이 세연이에게 전해진 건지, 세연이도 멈칫 거리며 손가락을 멈췄다. 나나, 세연이나, 이 이상 전진하면 돌이킬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겠지.
“...유진아.”
[...왜?]
“...해도 될까?”
[...어차피 내가 허락 안 해도 할 거 잖아.]
“...그건 그렇네.”
세연이는 마침내 손가락을 움직였다. 섬세하면서도 미약한 움직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치명적인 쾌락이 온몸에 퍼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오르가즘에 도달하고 손가락이 완전히 젖어드는 느낌이 느껴졌다.
절정이었다.
기분 좋아. 마치 하늘을 나는 듯한 기분이었다. 연속으로 절정했기 때문일까, 이번 절정은 이전의 절정과는 차원이 다른 쾌감이 느껴졌다. 만져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침대 시트는 도저히 눈 뜨고 볼 수 없는 상태가 되었으리라.
흠뻑젖은 손의 감각을 느끼며 한 생각이었다.
“...너무 오랜만이야. 이 느낌.”
세연이의 목소리에는 반가움과 그리움, 그리고 서글픔이 섞여 있었다. 나는 말 없이 세연이의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 세연이를 위로하기엔, 나도 쾌락의 여운에 젖어 제정신을 차리기 어려운 상황이었으니까.
“...몸에 힘이 안 들어가.”
갑작스레 찾아온 절정에 몸의 긴장이 풀린 건가? 나는 몸의 통제권이 점차 돌아오고 있는 것을 느꼈다.
“좀 더 느끼고 싶은데...”
아쉬움이 찐득하게 묻어나오는 목소리였지만, 나는 이 이상 세연이에게 육체의 통제권을 허락할 생각이 없었다. 이 몸은 엄연히 내 것이고, 계속해서 허락해 주다간 무슨 일이 생길지 장담할 수 없었으니까.
쾌락에 중독된 세연이가 탈진할 때까지 계속해서 자위를 할지도 모른다. 나까지 중독이 되기전에 쳐내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었다.
나는 몸의 통제권을 찾자마자 축축해진 시트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한 밤중에 침대시트 빨게 생겼네. 이불에 오줌지린 어린애도 아니고.
나는 침대시트를 걷어 화장실로 가지고 들어갔다.
“이 일은 누구한테도 말하지 마.”
“나도 그 정도는 알아. 애초에 난 너 말고 대화할 사람도 없는 걸.”
아...그렇네. 세상에 처녀귀신이랑 대화가 가능한 사람이 얼마나 된다고. 괜한 걱정인가. 나는 한숨을 쉬곤 거실로 나왔다. 갓 씻은 참이라 목욕가운 한 장만 입고 있었지만, 그렇게 춥지는 않았다.
결국 아침 해가 뜰 때까지 잠에 들지 못한 나는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아침 해가 뜨는 것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아침 해 보니까 묘하게 무드있네.
“...어, 주인님이다.”
애도 이 시간에 깨나? 나는 눈을 비비며 내게 달라붙는 에포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내 품에 얼굴을 마묻은 에포나는 내 냄새를 맡더니, 묘한 얼굴로 내게서 떨어졌다.
“주인님, 이상한 냄새나...”
“제대로 안 씻은 거 아냐?”
“그럴 리가...에포나, 이리 와.”
“시러.”
“...내 몸에서 그렇게 이상한 냄새 나?”
난 잘 모르겠는데. 어쩌면 몇 시간 동안 찐한 시간을 가졌으니 몸에 냄새가 배인 걸지도. 다시 씻어야 겠네. 에포나가 냄새에 민감해서 빨리 눈치 챈 걸지도 모르지만...이왕 들어가는 김에 에포나도 씻겨야지.
“에포나, 같이 씻으러 갈까?”
“응!”
나는 에포나를 안아들고 거실을 떠났다. 세연이를 흘끝 쳐다보니, 흐뭇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잘 다녀와. 난 밀린 집안일이나 해둘테니까...”
그렇게 일상으로 돌아간다. 열락에 휨싸인 밤이 마치 꿈이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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