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0화 〉 IF:영원한 비밀은 없다(4)
* * *
낯이밤져라고 그랬던가.
낯에는 이기고 밤에는 지는 스타일 말이다.
요즘의 내 일상은 그랬다. 세연이가 내 약점을 잡아버린 탓에, 나는 매일은 아니지만 꽤 잦은 빈도로 세연이에게 희롱당하고 있었다. 저항하려면 저항할 수 있었지만, 여자의 몸으로 느끼는 쾌락은 남자일 때 이상으로 강렬했기에 그러기가 쉽지 않았다.
쾌락이라는 마약에 중독되어버렸다고 할까. 우스운 꼴이었지만 결국 동류는 동류를 부른다고, 어느 샌가 나도 그 쾌락에 중독되어 세연이의 손길에 헐떡이는 밤을 보내고 있었다.
“유진아, 너무 밝히는 거 아냐?”
“그건 너겠지.”
거의 이틀에 한번 꼴로 달라붙어서 내 몸을 가지고 노는 주제에. 나는 내 가슴 사이에 얼굴을 파묻은 세연이를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원래 여자라서 그런걸까, 세연이는 온갖 방법으로 내 몸을 희롱하곤 했다.
가령, 손가락으로 질 속의 약한 부분만 건드린다거나,
가령, 등줄기를 핥으며 내가 몸서리치는 걸 감상한다거나
가령,,,
요 일주일 동안 몸을 섞은 횟수만 4번이었다. 죽고 나서 그런 것만 배워온 건지, 원래부터 머릿속이 마구니로 가득 차있던 건지 세연이는 쓸데없이 능숙하게 내 몸을 가지고 놀곤 했다. 나도 복수하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나는 이런 쪽에 재능이 없는 모양이었다.
흥분하면 힘 조절이 힘들어서 그런가, 아니면 주종역전이 된 것 같지만 일단 내가 주인이라 그런가 세연이는 내가 만지면 섬뜩한 느낌이 들고 힘 조절을 못해서 자칫하면 성불해 버릴 것 같다고 했다.
...성불시켜버릴까?
요즘 기고만장해 있는 모습 보면 뭔가 좀...빡치는데. 물론 그걸 순순히 다 당해주는 나에게도 문제가 있지만, 나는 정작 여자의 몸에 대해 잘 모른다고 해야 되나, 아니면 이런 쪽에는 영 감각이 없다고 해야 되나, 아무튼 결국 나는 ‘밤져’인 모양이었다.
“이렇게 큰 지방덩어리를 달고 있는 기분이 어때?”
“글세...그런 거 물어보면 마음 아프지 않아?”
내 말에 세연이는 잠시 눈을 깜빡이다, 내 가슴에 한층 더 깊게 얼굴을 파묻었다. 귀신 특유의 소름끼치게 차가운 감촉이 가슴사이로 파고들자 나는 나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이 년 지가 가슴 없어서 그런지 몰라도 내 가슴에 은근히 집착한단 말이야.
“음...누가 인터넷에서 그러더라. 내 가슴이 작으면 애인 가슴이 크면 되지.”
“그거 참 재밌는 이야기네. 그래서 누가 애인인데? 적어도 우리 관계가 그런 쪽이라기에는 살짝 애매한 감이 있는 것 같은데.”
“서로 몸을 섞을 정도면 충분하지 않아?”
“몰라.”
그런 거 생각해본 적도 없고. 시간이 지나면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거에 익숙해진 나라지만, 연애 문제는 솔직히 제대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으니까 모른다. 막연히 ‘아무리 그래도 남자랑은 좀’ 정도의 스탠스를 가지고 있었을 뿐이었으니까.
이제는 남자로서의 내 존재감이 한 없이 작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약간이나마 남아있었기에 남자친구를 만드느니 여자친구를 만드는 게 심리적으로도 거부감이 없었다. 육체적으로 동성애자지만 정신적으로는 이성애자니까 나름 합리적인 게 아닐까, 하는 자기합리화를 하면서.
“생전에는 남자들이 왜 큰 가슴에 집착하는지 몰랐는데, 이렇게 되니까 알 것 같더라. 뭔가 말로 할 수 없는 안도감이 있어. 마음이 편안해지고, 동시에 흥분이 되는 이율배반적인 감정이 피어오른다고 해야 되나...”
“잘 모르겠는데.”
“모른 채로 살아도 돼. 어차피 너도 나처럼 영원히 이 모습으로 살아가잖아?”
...그렇기는 하지. 나는 늙지 않는다. 그리고 눈앞의 세연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죽은 자에게 성장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 세연이는 죽을 때의 모습 그대로, 나는 변한 모습 그대로 언제 끝날지 모를 인생을 살게 될 테니까.
“...유진아, 인상 펴. 뭘 그리 심각하게 생각해? 그냥 물 흐르듯이 살면 되는 거야.”
“물 흐르듯이라...그건 그렇네.”
지금 고민해서 뭐해. 지금은 이 밤을 좀 더 즐기면 되는 것 아닐까. 오늘은 도대체 무슨 짓을 당할까 궁금증을 품으면서.
“오늘은 그래서 무슨 짓을 하려고?”
“내가 하는 게 전제야?”
“네가 내 테크닉이 별로라서 싫다매?”
“뭐...그렇긴 해.”
그렇게 말하며 세연이는 내 몸을 통과해 등 뒤에 자리 잡았다. 귀신이라서 할 수 있는 행위에 소름이 돋았다. 아무리 당해도 익숙해지질 않는단 말이야. 나는 세연이가 등 뒤에 자리잡아 내 가슴을 밑에서 부터 들어 올려 만지작거렸다.
“하려면 빨리 해. 애태우지 말고.”
“히히...너도 원하고 있었구나?”
“그거야...아앙...”
세연이의 차가운 손이 옷속을 파고들어 첨단을 어루만진다. 차가운 손가락에 닿은 첨단에 강렬한 쾌락이 달렸다. 이제는 거의 조건반사에 가까운 반응이었다. 이게 흔히 말하는 개발이란 게 아닐까.
나는 세연이의 손이 내 가슴을 어루만지는 감촉을 느끼며, 나는 세연이의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만질 곳이 그곳 말곤 없었던 것도 있고, 처녀귀신이라서인지, 아니면 원래부터 그런 건지 아주 부드러운 살결이 나름 만지는 맛이 있었으니까.
“그때 네 모유를 마셨어야 했는데.”
세연이는 내 모유를 마셔보지 못한 걸 정말로 아쉬워하는 모양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에반데. 그 때를 생각하며 아직도 소름이 끼친다고. 갑자기 가슴에서 희멀건 액체가 흘러나오는 게 얼마나 컬쳐쇼크인줄 알아?
그 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나도 모르게 가슴을 보면서 또 나오는 건 아니겠지 하고 생각하게 되버린다고. 그때만 생각하면 너무 아찔해서...수유플은 내가 왜 한 거지?
“빨아 봐도 돼?”
“...마음대로 해.”
어차피 내가 거부해도 할 거면서. 나는 내 몸을 감싼 천이 걷어 올려지는 것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그리고 아주 잠깐 내 젖가슴이 자유를 되찾고, 다시 붙잡혔다. 그리고 끈적끈적하면서도 축축한 느낌이 첨단에서 느껴지기 시작했다.
혓바닥의 축축하면서도 까끌한 감촉이 첨단을 스칠 때마다 등허리에 전류가 달린다. 상상이상의 쾌감에 나는 무심코 벗어나려고 했지만, 세연이는 나에게 꼭 붙은 채 마치 아기처럼 내 가슴을 빨아댔다.
“맛있어.”
“아무것도 안 나오는데?”
“살짝 우유 맛이 나는 것 같은데.”
안 그래도 몸집이 작은 세연이가 내 가슴을 빨고 있으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나도 한 동안 하지만, 애도 처녀귀신 특유의 창백한 인상을 무시하고 보면 꽤 어려보이는 얼굴이었으니까. 죽었을 때의 나이가 몇 살이었다고 했더라. 스물넷? 스물다섯?
세연이는 몇 분 동안 가슴을 빨다, 만족스러운 듯이 내 가슴에서 입술을 떼어냈다. 내 첨단과 세연이의 입술 사이에 가느다란 선이 만들어졌다.
두 말 할 것도 없이 침이었다. 죽은 자에게 어떻게 침이 있냐는 의문이 생길 법도 하지만 내 머리가 탈부착 되는 시점에서 그런 의문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은 충분히 비상식적인 일이 일어나고 있으니까.
“만족했어?”
“아니.”
세연이 다시 한 번 내 가슴에 들러붙었다. 이번에는 반대쪽 가슴이었다. 입으로는 내 가슴을 빨면서, 다른 손으로는 반대쪽 유두를 만지는 그 행위에, 나는 신음소리를 내며 그 쾌감을 즐겼다.
빨리고, 꼬집히고, 비벼지고, 핥아진다.
내 가슴은 온갖 방법으로 애무의 대상이 되어있었다.
그것만으로도 내 속옷이 점점 젖어버리고 있었다. 서 있었다면 다리 힘이 풀려 주저앉아버리지 않았을까. 거칠게 뛰는 심장에서 퍼져나가는 열기가 온 몸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가랑이가 뜨겁고, 가슴이 뜨겁다.
당장이라도 질 안쪽을 긁어줬으면 하는, 천박한 생각이 떠올랐다. 세연이는 그런 내 반응을 보며 즐기고 있었다.
“부러워. 나는 결국 귀신이라 성감대나, 쾌락 같은 부분은 어떻게 할 수가 없거든. 결국엔 귀신이란 거지...”
내 가슴을 가지고 놀던 세연이의 손가락이 내 바지 속을 파고들어 균열 속을 침범했다. 자연스럽게 질 속에 들어온 손가락이 내 약한 부분을 사정없이 간질였다. 뇌에 전류가 달린다. 갑작스럽게 밀려오는 쾌락의 파도에 난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결국 세연이의 손놀림에 저항하지 못한 나는 아랫입에서 물을 쏟아내고야 말했다. 절정이었다.
“벌써 가버린거야?”
“...아무 말도 하지 마.”
부끄러워 죽을 것 같았다. 세연이는 그런 나를 보곤 음흉하게 웃으며, 나를 밀어서 눕히곤 내 위에 올라탔다. 사람이었다면 무게감이 느껴졌겠지만, 세연이는 귀신이었기에 아무런 무게도 느껴지지 않았다.
“귀여워.”
“그런 말...하지마...앗!”
지, 지금 건드리면...!
세연이의 손가락이 사정없이 내 질 속을 긁어댔다. 가감 없는 손길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밀려들어오는 쾌감의 파도를 느끼며 신음을 참는 것뿐이었다. 내가 신음을 참는 게 괘씸하기라도 했는지, 세연이는 더욱 거칠게 내 질속을 휘저었다.
“적당히 해...!”
“하지만 네 반응이 심심한걸. 좀 더 울어봐.”
“미친년...”
“그러는 지는. 맨날 햄버거 가지고 협박해대면서 그런 말 할 자격은 있어?”
“...네가 친 사고를 생각하면 1년에 햄버거 하나도 감지덕지해야 할 수준인건 아니?”
“그래에? 난 잘 모르겠는데~”
“히익...!”
손가락으로 그만 긁어! 내 몸이 이렇게 민감하리라곤 생각조차 못했는데! 이미 주도권을 빼앗긴 이상 나는 세연이가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허접한 보지를 가지고 있으면서 말은 잘하네.”
“그, 그만...!”
“싫어. 빨리 한 번 더 가버리렴.”
손가락으로 마구 긁지 마!
“아...!!!”
“우와...침대 시트 다 젖었어. 오줌싸개가 된 걸 축하해.”
“...”
나는 대답할 기운조차 없어 멍하니 세연이를 올려다보았다. 세연이는 만족스러운 듯 하면서도 뭔가 모자라는 듯 한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역시 나는 아무런 쾌감을 못 느끼니까 허전 할 걸...유진아.”
세연이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왜?”
“몸 좀 빌려줘.”
“뭐?”
“나도 느껴보고 싶단 말이야.”
네 그 민감한 몸을 말야. 세연이는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내 눈앞에서 사라졌다.
아니, 사라진 게 아니었다.
정확히는...
“와, 가슴이 크면 이런 느낌이구나...”
[야! 야! 돌려줘!]
“에이, 한 번 정도는 괜찮잖아. 내가 네 몸으로 직접 알려줄게...”
내 목소리이면서도 낯선 목소리가 내게 답하고는, 주저앉은 채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