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9화 〉 IF:영원한 비밀은 없다(3)
* * *
함정은 간단했다.
그냥 안자고 자는 척을 하는 것뿐.
쉽다면 쉽고, 어렵다면 정말 어려운 방법이었다. 자는 척 하다가 자버리면 말짱 꽝이니까. 게다가 아무것도 안하고 누워서 눈감고 자지 말라니, 이건 거의 셀프 고문이랑 다름없는 꼴이 아닌가.
하지만 범죄자는 범죄현장에 돌아오는 법이라고, 범인을 확실히 잡기 위해서는 확실한 방법이 필요 했다. 물론 의심되는 사람을 불러서 심문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그런다고 범인이 순순히 자백할리도 없고, 증거 있냐고 물어보면 대답하기도 곤란하니 방법은 함정 수사 뿐이었다.
녹음 기능 같은 거라도 유효활용이 가능했으면 좋았을 텐데, 제1 용의자가 다름 아닌 처녀귀신이었기에 녹음은 별 의미가 없었다. 그래서 이런 쓸데없이 난이도 높은 함정 수사를 하는 거고.
설마 눈치 채고 아예 안 오면 어떡하지? 일단 내일도 방송 있는데...그냥 자고 싶다. 역시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게 맞았을지도 모르겠다. 너무 졸려. 눈을 감고 누웠는데 자지 말라는 건 이래저래 고문이랑 별로 다를 게 없네.
근데 언제쯤 오려나. 한 시간 정도는 그럭저럭 버텼는데 조금만 정신 줄 놓으면 바로 곯아떨어질 것 같아. 나는 두근두근 대는 마음을 감춘 채 범인이 찾아오길 기다렸다. 그렇게 몇 시간을 기다렸을까, 인기척이 느껴졌다.
“...자지?”
세연이였다. 역시 범인은 세연이였구나. 나는 세연이의 기운이 조금씩 다가오는 것을 느끼며 자는 척을 했다. 세연이의 차가운 기운이 내 주변을 얼쩡거렸다. 내가 정말로 잠들었는지 눈치를 보는 걸까.
“...미안.”
뭐가 미안하다는 걸까. 어차피 몰래 할 거면서.
세연이는 계속 내 주변을 맴돌다가, 내 등에 달라붙었다. 귀신 특유의 소름끼치는 서늘함과, 평평한 세연이의 몸이 내 등에 맞닿았다. 뭘 하려는 걸까. 뒤에서 만지는 건가. 이대로 가만히 있어야 하나, 온갖 생각이 머릿속에서 휘몰아치는 동안, 세연이는 예상치 못한 말을 했다.
“...오늘도 여전히 야한 몸이네.”
...뭐?
세연이는 아주 대답하게 내 몸의 곡선을 손으로 쓸어내리기 시작했다. 얼굴부터 목, 쇄골, 가슴, 배, 허리, 골반, 엉덩이, 허벅지, 발끝까지 차가운 손길이 나를 쓸어내렸지만 나는 털끝 하나 움직일 수 없었다.
신음을 참는 것만으로도 필사적이었으니까.
단순히 몸을 매만지는 것뿐인데, 내가 스스로를 위로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내가 만지는 것과 남이 만지는 건 완전히 다른 느낌이구나. 그런 깨달음이 머릿속에 스쳐지나갔다.
세연이의 손길은 부드러우면서도, 동시에 거칠었다. 그래도 될 곳과 그러면 안 될 곳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처럼. 나는 쾌락의 분류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결국 신음을 흘리고야 말았다.
“읏...”
“오늘도 여전히 잘 느끼는 구나?”
마치 한두 번 해본 것이 아니란 듯 한 말투였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세연이에게 이렇게 만져졌던 걸까. 믿기 힘든 현실이었지만, 동시에 어딘가 안심하고 있는 내가 있었다.
어째서?
왜 안심이 되는 거야?
적어도 아는 사람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나랑 가장 친한 친구라서? 여러 이유가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그 어떤 것도 안심이 되는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해주진 못했다. 설명 할 수 없는, 말로 할 수 없는 복잡한 기분에 뇌를 지배당한다.
“앗...”
“유진아. 너 깨어있지?”
“앗...그거얼...어떻게...힉!”
어디에 손가락을 넣는 거야! 나는 들어가선 안 될 곳으로 손가락을 집어넣은 세연이의 행동에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려다 간신히 참아냈다. 다른 사람한테는 들킬 수 없어. 들켜봐야 혼자서 헐떡이고 있는 내 모습만 보여줄 뿐이야.
“나는 너를 잘 알아. 보나마나 함정수사랍시고 안자고 버티고 있던 거지?”
“그, 그걸 어떻게 알았...읏!”
기분 나빠. 차가워. 이상해. 간지러워. 찌릿해.
기분 좋아. 좋아. 좋아. 좋아. 좋아. 좋아. 좋아.
내 질 속을 휘젓는 세연이의 손가락에 나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너는 여기가 약하고.”
“아앙...”
“여기도 약하고.”
“읏...”
“여기는 특히 만져주면 좋아하더라.”
“헤응...”
세연이는 손가락으로 한 손을 휘저으면서, 동시에 다른 손으로 내 가슴을 주물렀다. 차가운 손가락이 내 가슴을 쥐고, 비비고, 꼬집는다. 첨단을 짓궂게 꼬집는 손길은 여자의 몸에 무지한 내가 견디기에는 너무 강렬한 자극이었다.
“읏...”
“네 가슴이 너무 귀여워. 크고, 말랑말랑하고, 무엇보다 예쁘잖아.”
“그런...말...읏...하지...마...”
“하지만 누구라도 네 가슴을 만져볼 수 있다면 망설임 없이 만질걸? 이렇게 야하고 귀여운 가슴은 여자라도 탐나는 걸.”
세연이는 싱긋 웃으며 앞으로 넘어와 내 옷을 걷어 올렸다. 땀에 젖어 번들거리는 가슴이 옷에 끌려 올라갔다 떨어지며 흔들렸다. 세연이는 내 가슴을 한 손으로 어루만지면서, 동시에 반대쪽 가슴을 빨았다.
머리에 전류가 달린다. 나는 온 몸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이게 진짜 절정이란 걸까. 자위와는 완전히 다른, 거부할 수 없는 쾌감이 온 몸을 헤집고 지나가는 느낌.
“이것 봐봐 유진아.”
세연이 내 눈 앞에 손을 보여주었다. 축축하게 젖은 손가락. 손가락을 적신 액체가 뭔지는 내가 제일 잘 알 수밖에 없었다. 나는 차마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네 몸속에서 나온 애액이야. 이렇게 귀여운 얼굴을 가졌으면서 몸은 누구보다 야해. 가슴도 커다랗고, 느끼기는 아주 잘 느끼고...”
시큼한 냄새가 내 코로 흘러들어왔다. 세연이는 내 반응이 만족스러운 듯 다시 손가락을 내 질속으로 집어넣었다.
“귀여워. 집에서는 엄마 노릇하면서, 침대에서는 이제 막 사춘기가 온 아무것도 모르는 소녀처럼 굴고...”
“그런 소리...하지마...”
“난 말야, 몸이 달아올라도 스스로 해결할 방법이 없어. 귀신이거든. 귀신에게 성감대 같은 게 있을 리가 없잖아? 그러니까 이렇게 대리만족 할 수밖에 없어.”
“읏...어디...괜찮은...총각귀신이라도...찾아보시던가...”
“난 네가 좋아.”
손가락이 다시 한 번 민감한 부분을 마사지 하듯 어루만진다. 노골적인 손길에 나는 그저 몸을 떨 수밖에 없었다. 가장 은밀한 균열 속을 어루만지는 손길과, 계속해서 속삭여오는 말들. 그리고 자신에게 없는 것을 갈구하는 듯 한 가슴을 주무르는 손길까지.
“그러니까, 네 몸, 사용하게 해줄래?”
“...되겠...읏! 냐...앗! 고...!”
“치사하게. 조금 정도는 괜찮잖아. 본인도 즐기고 있으면서.”
“아...니...야!”
“쉿. 애들 깨겠다. 대답은 아랫입으로 해.”
찔꺽. 찔꺽. 어둡고 조용한 방안에 내 질속을 휘젓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나는 그렇게 해가 뜰 때까지 세연이에게 농락당했다.
“너...”
“미안해! 부디 햄버거만은!”
이제 와서 용서를 구할 거면 애초부터 하지를 말던가! 나는 세연이의 멱살을 붙잡고 정신없이 흔들었다. 머리가 앞뒤로 흔들리며 세연이는 나에게 빌었지만, 나는 어제 받은 수치심과, 쾌락에 미쳐버려 끓어올랐던 밤이 생각나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
부끄러워!
“그래도 기분 좋았잖아! 게다가 나도 밤에는 음기가 너무 강해져서 어쩔 수 없었는 걸!”
“...너 그거 성범죄자의 대사인거 아니?”
“...헤헤...”
“어휴.”
이년도 삼겹살여신이랑 동거 시켜버릴까.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한숨을 쉬곤 세연이의 멱살을 풀어주었다.
“...됐다. 적어도 자고 있는데 몰래 그러진 마.”
“...헤헤.”
“헤헤가 뭐야 헤헤가!”
“역시 기분 좋았던 거지?”
“...청소나 하러 가지?”
“예예~”
나는 벽 너머로 사라진 세연이가 사라진 방향을 쳐다보다 한숨을 내쉬었다.
정리 하려면...꽤 걸리겠네.
내 애액으로 젖어버린 침대시트를 보며 한 생각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