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듀라한이 되어버렸다-287화 (287/352)

〈 287화 〉 IF:영원한 비밀은 없다(1)

* * *

“오늘도 그러네...”

이른 아침. 나는 어쩐지 뜨겁고 축축하게 달아오른 몸을 이끌고 화장실에 들어갔다. 세면대 앞에 서서 거울을 바라본다. 상기된 볼과 살짝 젖은 눈동자. 그리고 한껏 달아오른 몸. 티셔츠 위로 솟아오른 첨단이 옷을 살짝 들어올린 파렴치한 모습이었다.

내게 남친이 있었다면 당장이라도 덮쳐질 법한 모습이 아닐까. 이런 모습을 남자가 본다면 절대로 참지 못하겠지. 나 같아도 이성을 잃고 달려들지도 모른다.

근데 내가 브래지어를 벗고 잤던가...?

거기에 생각이 미치니 소름끼칠 정도로 불쾌한 감각이 몸을 휩쓸었다.

가랑이 사이도 간지러웠다. 최근에는 한 적도 없었는데. 아무래도 바쁘기도 하고, 요즘은 에포나나 리온이 잘 때 자주 쳐들어와서 그런 걸 할 틈 따위는 없었다.

애들 앞에서 그런 정신 나간 짓을 하겠냐고! 딱히 고프지도 않고. 성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몸은 인간처럼 생리현상이 오는 것도 아니다보니 동인지처럼 발정한다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동인지는 거의 발정제라도 먹은 것처럼 굴잖아. 현실은 그렇게까지 막나가진 않...지?

나는 옷 위로 솟아오른 유두를 보곤 눈살을 찌푸렸다. 누군가에게 잔뜩 만져진 것 같이 예민한 감각이 첨단에서 느껴졌다. 리온이나 에포나가 그랬을 것 같지는 않고. 애초에 걔네들의 힘 정도론 내 가슴을 세게 주무를 수도 없었다.

무엇보다 어제는 줄곧 혼자였다.

왜 이러는 걸까. 오늘 야한 꿈을 꿨던 것도 같은데, 기억은 흐릿하고...뭔가 익숙한 느낌이었는데, 꿈의 내용이 뭐였는지는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확실한 건 찝찝한 감각이 온 몸에 남아있다는 것일까.

나는 한숨을 쉬곤 잠옷용 티셔츠의 끝자락을 잡고 걷어 올렸다. 잡티하나 없는 새하얗고 말랑말랑한 뱃살과, 그 위로 군살이라곤 하나 보이지 않는 허리가 눈에 들어왔다. 문자 그대로 손으로 감쌀 수 있을 것 같은 얆은 허리.

남자라면 한 번쯤 손대보고 싶은 부위리라. 나는 배를 드러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서서히 여성의 가장 존재감이 뚜렷한 비밀을 드러냈다.

“...뭔가 잔뜩 만져진 느낌인데.”

애들이 품에 안길 때 가슴골에 얼굴을 파묻거나 하긴 하지만, 가슴의 찌릿한 느낌은 그런 걸로 생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나도 가끔 호기심에 내 몸을 만지작거린 적도 있고, 무엇보다 샤워할 때마다 들어 올려서 가슴이 접히는 부분을 닦으려고 들어올리기도 했으니 모를 수가 없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공기에 노출된 젖가슴을 부드럽게 쓸었다. 부드러운 살결을 손이 훑고 지나가자, 뒤따라가듯 묘한 쾌감이 달린다.

“읏...”

누가 듣지는 않았겠지? 나는 자연스럽게 주변 환경에 귀를 기울였다. 지금 시간은 아침 6시 반. 아마도 세연이 빼고는 그 누구도 깨있지 않을 시간이다. 그리고 아마 세연이는 거실에서 청소를 하든 시간을 죽이든 하고 있지 않을까.

그러니까, 정말 오랜만의 찬스라는 거다.

발정...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자위라는 게 가져다주는 쾌감은 충분히 매력적이긴 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와중에도 나는 양 첨단을 어루만지며 그곳에서 느껴지는 쾌락에 집중했다. 평소보다도 더 민감해진 유두는 문지르는 것만으로도 평소보다 더한 쾌감을 가져다주었다. 분명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내 몸이 이렇게 민감할 리가 없어.

나는 무아지경으로 가슴을 만지며 쾌감의 늪에 점점 빠져들었다.

쓰다듬고, 주무르고, 꼬집고. 갖은 손놀림으로 만져진 가슴이 탄력 있게 손을 따라 형태를 바꾸고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충분히 거유라고 부를 법한 이상적인 형태를 가진 내 젖가슴은 아름답고 일견 명화 속 여신의 젖가슴처럼 신성해보이기도 했지만, 거울을 통해 바라본 내 모습은 발정난 짐승이나 다름없었다.

잔뜩 상기된 볼, 반쯤 풀린 눈, 오므린채로 엉덩이를 흔들며 비비적대는 허벅지. 점점 축축해져만 가는 가랑이. 절대 이 모습을 남에게 보여줄 수 없으리라. 이런 얼굴은 영원히 나만의 비밀로 남겨두어야만 했다.

나는 밀려오는 쾌감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기 위해 굳게 다물었던 입을 열었다. 입안에 고인 침이 끈적한 선을 만든다. 나는 고개를 살짝 숙이고 혀를 길게 내밀었다. 내 혀를 타고 침이 떨어진다.

중력을 따라 떨어진 끈적한 침이 도착한 장소는 내 가슴이었다. 가슴을 타고 침이 흐른다. 평소라면 더럽다고 생각할 만한 모습이었지만, 지금만큼은 내 가슴을 타고 흐르는 침이 더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완만한 언덕을 지나 첨단에 닿은 침의 끈적한 감촉에 흥분을 하고 있는 내 자신이 거울에 비쳐졌다. 평소에는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풀린 입가. 나는 생각하기를 포기하고 한껏 달아오른 몸이 원하는 대로, 내 침을 가슴에 펴 발랐다. 살짝 끈적한 액체가 첨단에 발라지자 묘한 쾌감이 몸을 가로질렀다.

침이 발라진 가슴이 번들거린다. 지나치게 야한 광경에, 나는 넋을 잃고 거울 속의 나를 바라보았다.

이게...나?

그 와중에도 나는 가슴을 만지작거리는 것을 포기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스스로 내 가슴을 희롱했다.

주무르고, 첨단을 꼬집고, 가볍게 쓸어내리고.

나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가 버렸어.

가슴을 만지는 것만으로... 가버렸어.

“으...응...”

내 비밀스러운 곳을 가린 천 쪼가리는 더 이상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한껏 젖어버린 피부에 들러붙었다. 입고 있던 돌핀 팬츠마저 축축할 정도로 많은 물을 쏟아낸 내 가랑이는 아직도 더 많은 쾌락을 원하는 듯 가려움을 호소했다.

마치 손가락으로 긁어달라는 것 같아.

나는 이미 젖어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 돌핀 팬츠와 팬티를 벗어던졌다. 땀에 젖은 상의도 마저 벗어던졌다. 태어난 그대로의 모습이 된 나는 샤워기를 틀고 뜨거운 물줄기에 몸을 맡겼다.

물줄기가 바닥에 부딪히며 내는 소음이 내 귀를 가득 덮었다. 이 물줄기들이 부딪히는 소리라면, 내가 신음소리를 내더라도 아무도 듣지 못하겠지. 흠뻑 젖은 나는 손가락으로 균열을 훑었다.

이미 쾌락의 폭발로 한껏 민감해져버린 내 몸에, 다시 한 번 쾌감이 짜릿하게 등줄기를 타고 달렸다. 고작 첨단을 만지작거리며 몸을 위로 했을 때와는 다른, 엄청난 쾌감이었다.

균열을 계속해서 긁는다. 섬세한 힘 조절로 입구를 어루만지는 손가락은 이미 끈적한 액체로 젖어 있었다. 샤워기가 틀어져 있지 않았다면 씻겨나가지 못한 끈적한 액체가 번들거렸으리라.

하지만 무언가 부족했다.

안쪽이 간질거려.

...넣어볼까?

나는 지금까지 자위를 하면서도 한 번도 그 안쪽에 손가락을 넣어본 적이 없었다. 거부감이 들기도 했고, 선을 넘는다는 느낌이 들었으니까. 가슴을 어루만지고 균열을 만지작거리거나 핥는 것만으로도 쾌락을 얻기엔 충분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몸이 달아오른 상황이었다. 너무 달아오른 탓에 평소에 하던 정도의 행위로는 열락을 가라앉힐 수가 없었다. 평소라면 한 번 절정하고 말았을 것을, 몸은 두 번째를 원하고 있으니, 나는 얌전히 내 몸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밖에 없었다.

나는 피부를 달구는 뜨거운 물줄기를 느끼며, 머리를 욕조 바닥에 내려놓았다. 물에 젖은 머리카락이 물줄기에 맞을 때마다 이리저리 형태를 바꾼다. 나는 다른 사람이라면 거울 없이는 보기 힘든, 내 균열을 바라보았다.

굳게 닫힌 균열이, 조심스럽게 열려가며 그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핑크색의, 아직 아무도 침범하지 못한 장소.

간지러워.

나는 자연스럽게 쾌락이 인도하는 대로 손가락을 균열 사이로 집어넣었다. 내 생각과는 다르게 균열은 내 검지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생애 최초로 느끼는 이물감에 나는 깜짝 놀라 손가락을 빼냈다.

“이상한 느낌이야...”

손가락이 빠지자 균열은 언제 손가락을 들여보냈냐는 듯이 굳게 닫혀 그 순수한 자태로 돌아와 나를 유혹했다.

넣고 싶어.

만약에, 안쪽을 긁으면...

어떻게 될까?

참을 수 없는 충동과 호기심이 내 이성을 뒤흔들었다.

괜찮아.

어차피 아무도 몰라.

그리고 사람이 자위를 할 수도 있는 거지. 쾌락을 쫒는 건 인간의 본능이야.

좀 더 솔직해져 봐.

내 머릿속의 누군가가 속삭였다.

매혹적인, 그리고 끈적한 목소리였다.

쾌락에 몸을 맡겨. 어차피 아무도 모를 테니까.

나는 다시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