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5화 〉 44.뭐하고 있냐 몸통아! 어서 와서 붙지 못하고!(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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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닥파닥
파닥파닥
뭘 봐 시발. 아기상어 처음보냐.
어? 처음 보냐고! 자꾸 어디서 샀냐고 물어보지 마!
쓸데없이 훈훈 미소도 짓지마! 내가 애새낀 줄 알아?
“크흡...유진씨, 인기 많으시네요.”
나를 내려다보지마! 1미터짜리 키라고 무시하냐!
“하지만 키가 너무 작아서 보려면 내려봐야 하는데요?”
아악!
지나갈 때마다 어린애들이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쳐다 보는 게 얼마나 얼마나 무서운지 아냐? 애들은 말야, 자제력도 개념도 매너도 없다고! 아악! 코파던 손으로 인형옷을 만졌어! 만졌다고!
난 애들이 싫어! 싫다고! 고등학생 시절 내 X스3를 박살낸 사촌동생 이후로 초등학생 이하 꼬맹이라면 질색이야! 요원연놈들아 일해! 일하라고! 빨리 나에게 접근하는 애새끼들을 막아! 막으라고! 니들도 훈훈한 눈으로 쳐다보지 말란 말이다!
“엄마나 저거 사줘~”
나는 좀비들에게 둘러쌓인 희생자의 기분을 느끼며, 어린애들의 손길을 이리저리 피해다녔다. 하지만 인형옷을 입은 채로는 한계가 있는 법. 내 걸음걸이는 뒤뚱거릴 수 밖에 없었고, 자연스럽게 나는 걷는것과 큰 차이가 없는 속도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애들이 쫒아오면 못 도망친다는 소리다.
“야! 빨리 막아!”
“크흡, 알겠습니다.”
눈나를 믿었는데! 믿었는데에!
나 돌아갈래! 내 몸은 니들이 찾아! 나는 집에 갈꺼야! 이런 수치플레이를 당하느니 집구석에 쳐박혀서 방송이나 할거야!
하지만 연약한 내가 아린아이들의 마수에 저항할 수 있을 리도 없고, 결국 애들한테 잔뜩 시달리고 나서야 여성요원의 도움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상하차 이후로 이렇게 힘든건 처음이야...
근데 왜 나왔더라.
“이 일대에서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모양입니다.”
계속해서 무전기를 붙들고 있던 남성 요원이 말했다. 그렇게 쉽게 잡히지 않는다 이거지. 진짜 잡히기만 해봐. 눈앞에서 햄버거 세트를 완식해 주지. 햄버거를 먹지 못하는 고통을 느끼게 해주마...
“뭔가 단서가 될만한 것에 대해서 아시는게 없습니까?”
“그런걸 알았으면 진작에 찾았겠지. 세연이가...잠깐, 너네 죽은사람 신원조사 가능해?”
기밀관리본부라는 멋들어진 이름가지고 있으면 신원조회정도는 일도 아니겠지. 개인의 신상조사도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을 거고. 세연이가 어디로 갔을지는 신상조사를 해보면 단서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조금 찝찝하지만, 생각해보니 그거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었다. 무작정 찾는 것보다 뭐 하나라도 제대로된 정보가 있는 게 훨씬 찾기 수월할거다. 아주 근거 없는 생각은 아니라고.
세연이는 지박령이다. 지박령이 뭐냐? 무언가 현세에 큰 미련이 있어서 성불하지 못하고 죽었던 장소에 박혀있는 귀신을 말하는 건데, 세연이의 미련은 뭘까?
햄버거? 그럴 듯하지만 아니다. 햄버거였으면 이미 성불해서 이런 일이 일어나지도 않았을 거다. 저건 그냥 제사때 조상님들한테 맨밥에 숟가락 꽃아서 공양하는 거랑 비슷한 개념에 가깝다. 귀신들도 자기 입맛이 있는 거지. 요즘 귀신들은 햄버거 치킨맛 맛보며 살았을테니 햄버거를 달라는게 그렇게 이상하지도 않다. 심지어 죽은 후 지난 시간까지 나이를 계산해도 나보다 어리다.
세연이의 미련은 죽은것과 관계가 있겠지. 세연이의 사인은 자살이다. 세연이가 직접 말했으니 틀림없었다. 그럼 뭐 때문에 자살했을까. 집단 따돌림이다. 직접적인 이유는 학교폭력을 당한 사실을 SNS상에 누가 퍼트렸기 때문이다.
아마 주동자나 그 따까리겠지? 근데 몇년전이라 그 글을 올린 놈이 멀쩡하게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요즘에야 과거에 했던 잘못이 덜미를 잡혀 나락가는 놈이 한둘이 아니지만. 3~4년전만해도 묻히는 일이 많았으니까. 게다가 유명인이면 모를까 일반인이면 그런걸로 덜미가 잡히는 일은 생각보다 드물다.
그러니까 그런게 걸리면 뉴스를 타는거지. 흔한 일이 아니니까. 도와줘요 공권력! 공권력 아래 모든 만민이 평등하도다! 아 떡정만 빼면. 거 높으신 분들 떡치는 영상 하나면 엥간한 범죄는 다 커버칠 수 있다고.
“OO빌라에서 살았던 이세연이라는 사람의 인적사항 전부 긁어올 수 있어? 내 몸에 빙의한 귀신인데.”
“일단 보고하겠습니다. 혹시 그거 외에 다른 단서는 없습니까?”
“없어. 있으면 진작에 말했겠지.”
그런게 있었으면 진작에 잡아서 어떻게든 분리한 다음 분노의 맛소금 펀치를 안면에 꽃아넣었을 거다. 원한이 깊은건 이해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맛소금 펀치로 교육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게 놔두지 않을 생각이었다.
근데 이렇게 돌아다니는게 의미가 있나? 듣기로는 직원들이 발에 땀나게 이 주변을 수색하고 있다던데 아직까지 발견소식이 들려오지 않는 것을 보면 이미 이 도시를 빠져나가지 않았을까? 개 고향이 어디였지?
“근데 기밀관리본부에셔 은근슬쩍 누구 하나 묻는거 가능해? 슬쩍 거들어주기만 하면 되는데.”
댓글 공작부대 같은거 없어?
“그런 짓 하다 걸리면 현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이 됩니다.”
에이. 재미없게. 당연히 안될 일이긴 하지만. 국가기관이 무고한 민간인이던 아니던 콕 집어서 나락 보낼 수 있으면 당연히 문제가 되겠지. 아 뭔가 방법 없나? 계속 이대로 시내 돌아다니면서 마스코트 취급이나 당해야 해?
시바 술 땡기네. 내가 도대체 전생에 뭔 죄를 지어서 듀라한이 되고, 이제는 마스코트처럼 변해서 옷에 애들 침이나 묻히고 다니는 신세가 되버렸나...
어, 근데 생각해보니까 지금도 내 식도는 멀쩡하게 몸이랑 연결되어있을까? 아직 연결되어 있으면 지금 내가 뭐 먹으면 위장으로 워프하는 거야? 그럼 GPS추적기를 어떻게 삼키면 위치 추적 가능하지 않나?
“혹시 GPS 위치 추적기 없어? 첩보영화에 나올법한 걸로 작은거. 한 단추정도 크기면 좋아.”
“...있기는 합니다만. 무슨 일에 쓰시려고 하는 겁니까?”
“먹으려고.”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지 마라. 이게 다 대의를 위해 희생하는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맛대가리는 커녕 삼키기도 힘든걸 먹어서 도와준다니까 미친년 보듯이 쳐다보는 거 보소. 아니 추적기 달라는게 이상한 말인건 아는데 눈나 그렇게 쳐다보면 나 같은 찐따 아싸 대가리는 심쿵할 것 같으니까 제발 시선 좀 치워줘.
근데 지금 심쿵하면 내가 아니라 저쪽이 쓰러지는거 아니야?
“빼앗기긴 했어도 원래 내 몸이니까, 먹으면 위장으로 워프되지 않을까? 위액 속에서 얼마나 버틸지는 몰라도 추적기가 조금이라도 버틴다면 위치추적이 가능하지 않겠어?”
“일리가 있군요.”
그렇지? 누나가 생각해도 일리가 있지?
요원 누나는 한숨을 쉬며 정장 가슴주머니에서 단추정도 크기의 물건을 꺼냈다. 단면이 살짝 끈적한걸 보니 어디에 붙이는 추적기인 것 같다. 이거 완전 첩보영화 그 자체네. 요원 누나는
“옷에 붙이는 용도의 추적기입니다만, 꽤 튼튼하게 만들어졌으니 금방 망가지진 않을겁니다.”
“혹시 물 있어? 그냥 삼키긴 힘들거 같은데.”
“편의점에서 사오겠습니다.”
남성 요원이 발빠르게 저 멀리 보이는 편의점을 향해 뛰어갔다. 재 왜 저래. 마치 신입처럼 빠릿빠릿한 행동에 나와 한솔이는 벙찐 표정으로 저 멀리 뛰어가는 남성의 등짝을 쳐다보았다.
“혼자 남자라서 부담스러운 모양입니다. 모태솔로라서요.”
“아니 그걸 어떻게 아는거야?”
“보기만 해도 티가 나지 않습니까?”
...메모...모태솔로는...보기만 해도...티가 난다...
“...긴장한 티가 나긴 했어요.”
한솔이가 요원누나의 말에 맞장구 쳐주는걸보니 한솔이도 그렇게 보였나 보다. 여자는 며칠전에 남친이 딸친것도 알아챈다고 하더니...
나도 나중가면 남자를 본것만으로 그런걸 알 수 있는건가?
에반데.
더 생각하면 속이 뒤집힐 것 같으니 그냥 추적기나 구경하자.
추적기는 엥간한 얄약정도 크기기는 하지만, 역시 물도 같이 마셔서 넘기는게 더 편할 것 같았다. 원래 알약은 물이랑 같이 복용하는 게 기본 상식이라고.
내 오른 지느러미위에 올려진 위치 추적기를 이리저리 구경해본다. 겉으로 봐도 냅다 집어던지는 정도로는 부서지지 않을만큼 튼튼해 보였다. 한 번 깨물어 볼까? 지느러미를 입에 가져간다. 손모양이 아닌 지느러미 모양이라 손에 있는 추적기를 집어서 입에 넣어볼 수가 없었다. 약간의 시행착오 끝에 추적기를 살짝 물어보자, 이빨이 아무런 저항없이 파고드는 느낌이 들었다.
어? 젤리보다 저항감이 없는데. 꺼내보니 이빨로 깨문 얄약처럼 부서져 있었다.
“혹시 하나 더 있어?”
“...여깄습니다.”
내 행동을 보며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짓던 요원 누나가 다시 주머니에서 추적기를 꺼내 지느러미 위에 올려주자, 나는 조심스럽게 추적기를 지느머리로 꼭 쥐었다.
“여깄습니다.”
나에게 작은 생수병을 건낸 남성요원은 숨을 가쁘게 몰아쉬었다.
나는 지느러미로 뚜껑을 따고 추적기를 먼저 입안에...이거 들러붙었는데?
“이거 좀 떼줘...”
아 쪽팔려. 이러니까 진짜 미취학 아동 같잖아.
요원누나는 한숨을 쉬며 추적기를 지느러미에 떼서 직접 입안에 넣어주었다. 생각보다 목 넘김은 나쁘지 않았다. 그대로 요원에게 물병을 받아 물을 반 정도 들이킨 나는 위장을 차가운 물이 시원하게 만드는 감각을 느꼈다.
“넘어간거 같은데. 한 번 추적해봐.”
“알겠습니다.”
요원 누나는 스마트폰을 꺼내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성공이었는지, 요원누나가 폰을 집어넣으며 입을 열었다.
“아직 그렇게 멀리 가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디에 찍혔는데?”
“경기도 광주입니다. 밀목 쪽인 것 같습니다.”
“아니 거긴 또 어떻게 간거야?”
여기가 광주에 딱 붙어있는 곳인 만큼 먼거리는 아니지만, 지금까지 들키지 않은채로 거기까지 갔다고?
잘도 안 들켰네.
어쨌든 위치를 찾아낸건 희소식이었다.
우리들은 요원누나가 부른 차를 타고 광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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