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려워 하지마-8화 (8/290)
  • 0008 / 0290 ----------------------------------------------

    .

    하지만 그럴수록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사실 또한 알고 있기에 언젠가 침술과 반지의 이능을 꼭 베풀고야 말리라 다짐했다.

    성호는 침술에 대해 그렇게 결정을 내렸지만 지압은 진한의 말대로 잘하면 가능할 것 같기도 해서 일단 먼저 인터넷을 뒤져보기로 했다.

    성호는 무려 두 시간의 시간을 투자하여 인터넷을 뒤졌지만 지압을 하려면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보건복지가족부장관의 인정하에 발부되는 자격증을 소지한 자 또는 이가 인정하는 외국 의료유사업자양성기관에서 소정의 과정을 수료하고 면허를 받은 자에 한정한다고 되어 있었다.

    "에이, 결국 침술도, 지압도 자격증 없이 하면 불법이란 소리잖아? 이런 것도 몰랐다니……."

    성호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배운 침술과 지압은 모두 영업을 목적으로 사용할 수가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이를 정식으로 활용하거나 사용하려면 결국 한의사 국가고시를 통과하거나 관련 자격증을 따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성호는 이미 학교는 졸업했지만 아직 자격증 시험을 보지 않고 있었는데 이유가 바로 시험에 필요한 서적들을 공부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험은 나중에라도 볼 수 있지만 먹고사는 일은 지금 당장이 급해서였다.

    그리고 솔직히 시험에 붙을 자신도 없었기에 미루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말이다.

    결국 떠올린 것이 중국의 추나술은 자격증을 만들기가 한국보다는 조금 쉽다고 하는데 그 방법을 이용하면 어떨까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내 머릿속에서 이를 지워 버렸다.

    "내 팔자에 언제 중국까지 가서 자격증을 따가지고 오냐. 그냥 포기하자."

    성호는 깔끔하게 영업에 대한 생각은 지워 버렸다.

    사실 산에서 내려오면서 반지의 힘을 이용해 한의술을 병행하여 먹고살 생각을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현실은 생각처럼 되질 못했다.

    성호는 내일 있을 약속을 생각하며 조용히 잠을 청했다.

    다음날 성호는 지하철을 타고 이동을 하고 있었다.

    한성그룹 본사로 가는 것이 아니라 이번 해외 공사를 하기 위해 새롭게 부서만 나와서 운영하는 사무실로 가고 있는 중이었다.

    일종의 특수 영업부라는 설명을 들었다.

    성호는 사무실이 있는 건물을 보니 과연 대기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개 부서가 독립을 하였는데도 이렇게 큰 건물에 사무실을 얻어주었다는 것에 조금 위축이 되기도 했다.

    "십 층이라고 했지."

    성호는 어깨를 펴고 당당하게 들어가자는 생각을 하였고 이내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

    건물의 입구에는 출입을 감시하는 경비가 다가와서 인사를 하였다.

    "어서 오세요. 어떻게 오셨습니까?"

    "여기 십 층에 있는 해외파견부에 일이 있어 왔습니다."

    성호의 대답에 경비는 다시 물었다.

    "취업 때문에 오신 분이세요?"

    "예, 오늘 사진을 가지고 오라고 해서요."

    "십 층에 볼일이 있어서 오신 분이시군요, 안으로 들어가세요. 저기가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입니다."

    경비는 성호에게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었다.

    경비의 말에 성호는 바로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으로 갔다.

    엘리베이터가 십 층에 도착을 하여 문이 열리면서 정면에는 해외 파견 인력부라고 적혀 있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성호는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안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성호는 모두가 근무에 몰입해 있어서 김성철을 찾는 게 매우 애매했기에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물었다.

    "실례합니다. 여기 김성철 씨라는 분이 근무하십니까?"

    성호의 질문에 남자는 고개를 들어 성호를 보며 대답을 해주었다.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나요?"

    "예, 오늘 여기로 오라고 하셔서 왔는데 어디에 계시는지 찾을 수가 없어서 그렇습니다."

    성호의 대답에 남자는 금방 말을 알아들었다.

    "해외 근무 때문에 오신 것이죠?"

    "예, 그렇습니다."

    성호는 남자를 보며 그렇다고 대답을 해주었다.

    좋게 말해서 해외 근무지, 거의 노가다를 하려고 왔다는 말이 옳았다.

    하지만 실제로 일을 하기 위해 온 것은 맞는 이야기였으니 말이다.

    "그러면 우리 사무실 옆에 보이는 곳으로 가시면 됩니다. 거기가 해외 파견을 하시는 분들이 찾으시는 사무실입니다."

    성호는 남자의 자세한 설명에 자신이 잘못 들어왔다는 사실을 알았다.

    "감사합니다."

    성호는 인사를 하고는 빠르게 다시 나가 설명을 해준 사무실로 이동했다.

    성호가 문을 열고 들어간 사무실은 안에 이전 장소와는 다르게 사람이라곤 성철만 혼자 의자에 앉아 있었다.

    "안녕하세요."

    성호가 인사하자 성철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맞이해 주었다.

    "어서 오세요. 이리 앉으세요."

    한성그룹의 직원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친절한 모습이었다.

    보통의 대기업 직원은 조금은 거만한 태도를 보였는데 김성철이라는 대리는 그런 모습이 하나도 보이지가 않았다.

    아마도 이런 태도 때문에 이런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저기 어제 전화로 이야기하신 통장 사본과 사진을 가지고 왔습니다."

    "성함이 어떻게 되시지요?"

    "예, 저는 김성호라고 합니다."

    "아, 김성호 씨요. 잠시만요."

    상대는 성호에게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고는 서랍을 열어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잠시의 시간이지만 성호에게는 상당히 어색한 시간이었다.

    남자는 자신이 찾는 것을 찾았는지 얼굴이 환해지고 있었다.

    "여기 있군요. 김성호 씨의 이력서가요. 서류에 보면 언제든지 가능하다고 적혀 있는데 가능하십니까?"

    성호는 자신이 러시아로 가려면 최대한 빨리 가기를 원했기에 그렇게 적어두었는데 그런 것까지 보았다는 것에 역시 대기업은 무언가가 다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능합니다. 언제든지 시간이 되니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갔으면 합니다."

    "그럼, 가지고 오신 것들을 주시겠습니까?"

    남자의 말에 성호는 사진과 통장 사본을 남자에게 주었다.

    남자는 그런 성호의 앞에 하나의 계약서를 꺼내주었다.

    "여기에 체크한 곳에만 기재를 해주세요. 그리고 반드시 사인을 하셔야 합니다. 도장을 가지고 오셨으면 그걸로 찍어도 되고요."

    성호는 남자가 주는 서류를 읽어보았다.

    그렇게 특별한 내용은 없어서 성호는 바로 안의 내용에 기재를 하기 시작했다.

    서류 제일 밑에는 본인의 신상 기록과 통장번호를 쓰는 난이 있어 기재를 해주었다.

    성호가 서류를 돌려주자 성철은 서류를 보게 되었다.

    "이력서에서 보았지만 외국으로 나가시기에는 조금 나이가 어리시네요."

    "예? 그런가요?"

    "하하하. 여기 일을 하기 위해 오신 분들에 비해 하는 말이었습니다. 그리고 러시아 가시면……."

    성철이 하는 이야기는 지금 러시아로 가는 인력들은 대부분이 나이가 먹은 사람들이라는 말이었다.

    한성그룹의 계열사인 한성건설에서 이번에 러시아에 커다란 공사를 하게 되어 현지인이 아닌 한국인으로 공사를 하기 위해 사람을 고용하고 있다는 이야기와 러시아 현지의 일을 세세히 설명을 해주었다.

    성호는 성철이 묻지도 않았던 이야기를 해주니 고마운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감사합니다. 좋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닙니다. 이제 우리 회사에 일을 하시는 분이니 우리 회사의 직원이라고 해도 됩니다. 일을 하시는 동안은요."

    성철의 설명에 성호는 그냥 웃기만 했다.

    한참의 시간 동안 일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가 성철은 다시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러시아에 최대한 빨리 가시겠다고 하셨으니 비자 발급을 비롯한 여권 문제 등 여러 가지 부분에 대한 것들을 오늘부터 바로 처리할 것입니다. 일주일 정도 뒤에 바로 출발할 수 있게 좀 부지런히 해야겠군요."

    "예? 일주일 뒤에 출발을 한다고요?"

    성호는 서류를 이제 작성하였는데 벌써 간다는 소리에 조금 놀라는 얼굴이 되었다.

    그런 성호를 보고 성철은 자세한 사정을 이야기 해주었다.

    "우리 회사가 러시아의 개발권을 따낸 지가 이미 상당한 시간이 흘러서 지금은 시간이 너무 촉박하고 그 탓에 국내의 사람을 고액의 금액을 줘서 고용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시간이 없다는 말입니다."

    성철의 말을 듣고 있으니 금방 이해가 갔지만 그래도 일주일 후에 떠나야 한다는 말은 너무 급하게 서두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호는 생각은 그랬지만 어차피 가야 하는 길이라면 빨리 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알고 준비를 하겠습니다."

    "그럼, 저희도 그렇게 알고 준비를 서두르겠습니다."

    성호는 감사의 인사를 하고는 집으로 가기 위해 나왔다.

    이제 일주일 후면 자신은 돈을 벌기 위해 떠나야 하지만 한 달에 오백이라는 금액이 적은 돈이 아니었기 때문에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지만 당분간은 움직이지 않고 그곳에 있으려고 하였다.

    한 이 년 정도만 고생하면 무려 일억이 넘는 돈을 만질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아무리 힘이 강해졌다고는 하지만 그 힘을 이용하여 나쁜 짓을 하고 싶지는 않았고 정당하게 일을 해서 돈을 벌고 싶었던 성호에게는 이번 일이 시험대이자 나아갈 길잡이가 될 것이라 확신했다.

    "그래,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하는데 무슨 걱정이겠냐. 돈도 벌고 경험도 쌓고 좋게 생각하자."

    성호는 쿨하게 생각하기로 하고는 고민을 털어버렸다.

    생각을 정리한 성호는 러시아로 가기 전 친구들과 한번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이 아니면 한동안은 친구들의 얼굴을 볼 수가 없을 테니 시간이 있을 때 만나보려고 하였다.

    성호는 진한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진한이 아버지가 요즘 몸이 안 좋으시다고 했는데 내가 가서 치료를 해볼까?"

    성호는 진한의 아버지가 몸이 좋지 않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기에 이번에 반지의 힘을 이용하여 치료를 해드리고 떠나고 싶었다.

    하지만 과연 자신의 치료를 어찌 생각할지를 생각하니 조금 망설여지고 있었다.

    반지의 힘이라면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겠지만 문제는 아직 다른 사람들이 그런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성호도 그런 반지의 힘을 외부에 알리고 싶은 생각은 없었고 말이다.

    한참을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성호는 머리가 어지러웠다.

    "에이, 쓸데없는 생각은 그만하고 진한이에게 연락을 해서 날 잡자고 해야겠다."

    성호는 일단 전화를 하는 것으로 결정을 하고는 바로 핸드폰으로 연락을 하였다.

    "어제 보고 오늘은 무슨 일로 연락을 하셨나?"

    진한은 어제 만나고 연락을 하니 신기한지 조금 말을 꼬아서 하고 있었다.

    하기야 평소에 자주 연락을 하지 않은 자신의 잘못이 크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성호로서는 할 말이 없기도 했다.

    "이제 그만 좀 해라. 오늘 시간이 되면 나 좀 보자. 할 말이 있어."

    "그래? 어디서 볼까?"

    "너희 회사가 어디야? 내가 그리로 갈게."

    "회사야 신도림이지. 그런데 어딘데 이리로 온다는 거야?"

    "여기는 강남역 근처인데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다. 내가 도착하면 전화할게."

    성호는 그렇게 말하고는 바로 통화를 마쳤다.

    사실 친구들 사이에서도 총무 역할을 하고 있는 진한이었기에 다른 친구들 또한 진한과 거의 연락하여 만나고 있는 실정이었다.

    아직 만나기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만 진한이 회사를 빨리 마칠 수가 있다는 사실을 성호는 알고 있기에 간다고 한 것이다.

    진한의 회사 사장이 바로 진한의 작은 아버지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