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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 하지마-7화 (7/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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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화장실에 실내에 있고 식사도 별도로 해먹을 수 있는 장치가 있었다.

    대개의 원룸이 그렇겠지만 몸만 가지고 들어가면 살 수가 있는 그런 곳이었다.

    "이 정도면 혼자 살 수 있으니 욕심은 없다. 나중에는 모르지만 말이다."

    "그래, 내가 보기에도 그래 보인다. 그런데 밥은 먹고사냐?"

    "인마, 아무려면 밥도 굶고 살까."

    "그래 잘 먹고 있다니 다행이다. 한 가지만 묻자. 일 년 동안 뭐하고 살고 있었냐?"

    진한은 지난 일 년 사이 성호를 찾으려고 엄청난 고생을 하고 있었다.

    오죽하면 경찰을 찾아가 신고를 할 생각까지 했을까.

    주변의 친구들이 말리지 않았으면 아마도 성호는 지금 실종되어 있는 사람으로 처리가 되어 있었을 것이다.

    성호는 그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지만 진한에게는 이미 준비된 변명이 있었다.

    "사실 그동안 침술과 지압을 조금 배우고 있었다. 내가 한의사가 되기에는 사실 실력이 많이 부족했잖아. 그래서 따로 배우고 있었어."

    "침술을 배웠다고? 어디서?"

    "응, 전에 군에 있을 때 구해드린 분인데 나이가 있어서 그렇지 침술 실력이 상당한 분이야. 그래서 제대를 하고 배우려고 갔던 거야."

    진한은 뜬금없이 침술을 배웠다고 하는 성호를 보면서 의심을 하고 있었다.

    "우리 조금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자. 그래, 너의 말대로 침술을 배웠다고 치자. 너 한의사 자격증은? 침술을 어떻게 써먹으려고 하는데? 국가고시도 안 봤잖아."

    "내가 시험을 안 보고 싶어서 안 본 거야? 나도 그 당시에는 정신이 없어 그런 것이잖아. 그리고 침술은 써먹지 않아도 나중에 필요하니 배운 거야. 혹시 주변에 아는 분들이 아프시면 치료를 해드리려고 말이야."

    "야! 지금 하려는 행동은 의료행위인데 너 면허도 없이 무면허로 의료행위를 하려는 거야? 미쳤어? 잡혀 들어간다?"

    사실 성호도 한의사 자격증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시간이 없었고 자격증을 따려면 사실 공부도 해야 했다.

    하지만 당장 지금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돈이 없으니 당분간 보류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침술을 배웠다고 하면서 아픈 사람들에게 무료로 치료를 해주려는 마음이었는데 그런 행동이 법에 걸리는 것이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

    "그냥 아픈 분들을 위해 무료로 시술하는 것도 걸리겠냐?"

    성호의 말에 진한은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을 해주었다.

    "야, 당연한 거 아냐? 의료행위는 그 자체가 법에 걸려! 너의 말대로 무료로 해준다고 해도 일단 허가증이 없는 행동이기 때문에 선처는 받을지 몰라도 법에는 걸리는 거야."

    사실 진한이 법에 이렇게 잘 알고 있는 이유는 바로 집안에 삼촌 때문이었다.

    전에 성호가 시험을 보지 못하고 군대에 가는 바람에 그냥 흘러가는 이야기로 현직 검사인 삼촌에게 질문을 하여서 그에 대한 대답을 들었기 때문이다.

    진한의 말에 성호는 산에서 배운 침술을 사용하는 것은 보류해야 할 것 같았다.

    그냥 침술을 사용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만 너무 가볍게 생각해서 정작 중요한 것을 잊고 있었다.

    얼굴이 굳어진 채 성호는 진한에게 말했다.

    "나는 그냥 아프신 분들을 위해 무료로 치료를 해주려고 하는 것인데 그것도 법이 걸리는 것을 지금 알았어."

    "의료법에 대한 문제는 기본인데 그런 것도 모르고 살았냐. 너 정말 한의대 나온 것이 맞는지 궁금하다. 에휴."

    진한이는 성호를 보며 진짜 한심하다는 얼굴을 하였다.

    성호가 학교를 다닐 때에도 조금 멍한 모습을 보여줄 때는 있었지만 그래도 이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상태가 아주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호는 자신의 기술을 이용하여 좋은 일을 하려고 하였지만 걸리는 점이 많다는 것을 알고는 바로 포기를 해버렸다.

    남들이 알아달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형편이 어렵고 가난한 분들 중에 몸이 불편하신 분들을 치료하려는 마음이었지만 불법이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해줄 수는 없는 일이었기에 일단은 보류가 되어버렸다.

    "미안하다. 내가 좀 그렇잖아. 아무튼 고맙다, 너 때문에 그런 행동이 법에 걸리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그만두면 되니 말이다."

    진한은 성호가 그간 더 침술을 수련했다는 사실을 눈빛을 보고 알게 되었다.

    ‘자식이, 진짜로 침술을 배우기는 했나 보네.‘

    "성호야, 침술을 배웠으면 우선은 한의사 자격증을 먼저 따. 그리고 혹시 실전으로 하고 싶다면 아는 사람만 치료하고. 물론 소문이 나지 않아야 하겠지만 말이지."

    진한은 성호가 배운 침술을 그냥 두기에는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어 하는 말이었다.

    "그렇게 하자. 하기는 소문나서 좋을 것이 없지."

    성호도 진한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법에 걸리는 행동이 소문나서 자신에게 좋은 일이 없으니 당연한 생각이었다.

    성호는 약간은 이기주의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자신도 공짜로 얻은 힘이라 조금은 베풀고 싶은 생각이 있었는데 자신에게 손해가 생기면서까지 그런 짓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 너 지압도 배웠다고 했냐?"

    "어, 그래."

    "가만, 지압은 의료법에 저촉이 되지 않는다고 아는데 한 번 알아보자. 요즘은 지압으로 치료를 받는 사람들도 많다고 하니 말이다."

    진한은 성호가 솔깃하게 하는 소리를 하고 있었다.

    지압은 기본적으로 혈도에 대한 지식만 가지고 있어도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성호와 같은 경우에는 내공을 사용하여 하면 보통 지압을 하는 사람들보다는 차원이 다른 효과를 볼 수 있었다.

    "그래? 그러면 나 지압을 해볼까?"

    "가만히 있어봐. 일단 지압에 대해 좀 알아보고 결정하자.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성호는 진한의 말에 속으로 상당한 고마움을 느꼈다.

    자신에게 이런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진한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맙다, 진한아."

    성호는 진심으로 고마움을 담은 눈빛으로 진한을 보았다.

    진한은 그런 성호를 보며 분위기가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장난을 쳤다.

    "그러지 마라. 남들이 보면 우리 둘이 사귀는지 알겠다. 그리고 그 눈빛 상당히 부담되니 앞으로는 자제를 해줘."

    성호는 진한의 농담에 피식 실소를 지으며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났는지 입가에 징그러운 미소를 지었다.

    "홍홍홍홍, 진한 씨~"

    "야! 제발 그러지 마라. 나 닭살 돋는다."

    진한은 바로 팔과 다리를 긁어댔다.

    "하하하, 너 정말 웃긴다."

    "인마, 웃기기는 내가 얼마나 엘리트인데. 자식이 말이야."

    진한은 상당히 인정을 받고 있는 회사원이기는 했다.

    다만 사장이 인척이라는 것이 문제지만 말이다.

    "우리 나가서 밥이나 먹을까?"

    "그러자. 밥하고 술도 같이 먹어야지, 오랜만인데."

    "그러자. 오늘은 내가 쏜다."

    "당근이지. 내가 이렇게 행차를 하셨으니 계산은 당연히 네가 해야지."

    성호와 진한은 즐거운 마음으로 식사를 하게 되었다.

    성호의 자금 사정이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진한은 절대 비싼 것을 피했다.

    결국 둘은 동태탕을 잘하는 집으로 가게 되었다.

    가격도 부담되지 않으면서 맛이 있는 집이기 때문이다.

    술을 한 잔씩 걸치자 진한은 성호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시작했다.

    "너 이제 어떻게 할 거냐?"

    성호는 진한의 질문이 무슨 뜻인지를 알았다.

    이미 러시아로 가기로 결정을 하였지만 아직은 진한에게 알리고 싶지가 않아 대충 말을 둘러댔다.

    "아직 정하지는 않았지만 일단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어. 우선은 돈을 벌어야 하니 말이야."

    성호의 말에 진한도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사실 일 년 동안 사라져서 내가 엄청 고생을 했지만 오늘 이렇게 멀쩡한 것을 보니 용서해 준다. 그리고 일자리는 내가 알아봐 줄게. 우리 회사에 하청을 하는 회사가 많아서 그리 어렵지는 않을 거야."

    "고마운데 일자리는 내가 알아서 하고 싶어. 나는 책상에 앉아서 하는 일이 아닌 현장에서 하는 일을 할까 해서 말이야."

    성호는 자신의 체력에는 자신이 있기에 하는 소리였다.

    진한은 성호가 현장에서 하는 일을 한다고 하자 대번에 인상을 썼다.

    "야! 현장에서 하는 일이라면 노가다를 말하는 것 같은데 절대 그런 일은 하지 마라. 다른 일도 많은데 하필이면 그런 일을 하려고 그래?"

    일이 없으면 몰라도 있는데 저러는 성호가 진한에게 짜증을 나게 하고 있었다.

    진한이 이렇게 성호를 챙기는 이유는 어린 시절 진한이 위험한 상황에 처한 일이 있었는데 성호가 그 당시 목숨을 걸고 구해준 일이 있었다.

    당시에는 나이가 어려 고맙다고만 하였지만 항상 마음으로 고마움을 생각하고 있었기에 언제나 성호의 일에는 발 벗고 나섰던 것이다.

    "자식이 먹고살아야 하는 사람에게는 아무 일이라도 생기면 반가운 법이야. 그리고 나도 생각이 있어 그런 거니까 그 일에 대해서는 더 이상 이야기하지 마라."

    성호는 무슨 생각이 있는지 일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게 못을 박았다.

    진한도 성호가 조금은 박력이 있게 나오니 더 이상 따지기도 뭐했는지 일에 관한 문제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둘은 다른 이야기를 하면서 술을 마셨고 기분 좋게 자리를 마칠 수가 있었다.

    진한은 집에 가면서 성호를 보며 다시 만날 약속을 하고 있었다.

    "너 이제 연락은 무조건 받고 다음 주에 다시 만나자."

    "이제 연락을 하면 받을 테니 걱정하지 마라. 그리고 다음 주에는 어찌 될지 모르니 나중에 이야기하자."

    성호는 내일부터라도 일을 하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상황이 전개될지를 모르니 미리 약속을 할 수가 없었다.

    "알았다. 자식 연락이 되니 정말 좋다. 나, 간다."

    진한은 진심으로 성호와 연락이 되어 기뻐했다.

    "잘 가라. 이제 내가 연락할게."

    성호도 손을 흔들어주며 잘 가라는 인사를 하였다.

    원룸에 돌아온 성호는 오늘 찍은 사진을 보았다.

    "자식 참 잘생겼다."

    성호는 스스로 자화자찬을 하며 사진을 보고 있었다.

    사진을 보니 그동안 있었던 일들이 순식간에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고난의 역경을 헤치고 이제 새로운 힘을 얻은 자신을 생각하니 신기하기만 했다.

    그러다가 엉뚱하게도 성호는 이런 힘이 없어도 가족들이 살아 있다면 포기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하하, 과연 그때가 되면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아니겠지 과연 누가 이런 엄청난 힘을 포기하고 살겠다고 하겠어."

    성호는 그런 생각을 하다가 시간이 많이 지났다는 사실을 알고는 아무도 없는 방에 몸을 뉘였다.

    성호는 진한과 나누었던 이야기를 생각해 보았다.

    확실히 현 의료법에 따라 자신의 행위는 큰 문젯거리가 될 소지가 있었다.

    하지만 자신에게 벌어진 기적을 혼자만 품고 있다면 그것은 너무나 안타깝고 아쉬운 것이라 생각했다.

    살아가기 위해서 이 기적을 남에게 베푼다면 그로 인해 맺어진 인연이 자신에게 기회와 삶의 가치를 제시해 주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더욱 마음이 확고해졌다.

    "그래, 법적으로 들키지만 않으면 되는 거야. 그러면 돼."

    성호에게는 누구에게도 걸리지 않게 다닐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있는 장소에서는 그런 모습을 보였다가는 당장에 난리가 날 것이기 때문에 조심하고 있는 중이었다.

    성호에게는 비급을 통해 배운 경공과 보법이 있었다.

    경공을 사용하면 정말 날아가는 새처럼 빠르게 속도를 낼 수가 있었지만 아직 성호의 내공이 그 정도는 아니었다.

    물론 보법을 사용하면 신기하게 몸이 흐릿해지면서 상대의 눈을 속일 수 있었고 말이다.

    성호는 지금 삼십 년의 내공을 가지고 있었는데 고급의 내용은 일 갑자의 내공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

    아직 성호는 고급이 아닌, 중급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실력도 현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실력이란 사실을 성호는 알고 있었다.

    현실에서 과연 바위를 맨손으로 때려 부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말이다.

    성호의 실력은 그 정도는 되었지만 조심을 하고 있었다.

    남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이 싫어서였다.

    가족과 사별한 이후 방황을 하면서 느낀 것이 있다면 세상은 결국 혼자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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