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또라이들이 내게 집착한다 (115)화 (115/228)
  • 115화

    삑…… 삑…….

    “으…….”

    움찔, 하고 손가락 끝이 떨렸다. 그러자 팔 쪽에서 둔한 통증이 위로 올라왔다. 무심코 팔을 움직이려던 나는 꼼짝할 수 없을 정도로 온몸이 짓눌리는 느낌에 계속 신음을 흘렸다.

    “으, 으윽…….”

    위쪽에서 두런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곁에 누가 있는 건가? 떠지지 않는 눈을 간신히 뜨고 옆을 쳐다보자, 누군가가 나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한이진 능력자님, 정신이 드시나요?”

    “으, 네에…….”

    “이게 몇 개로 보이세요?”

    “……2개?”

    그 후로 이것저것 무언가를 더 묻고 뭔가를 하더니,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나는 아직도 정신이 몽롱했기에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봤다. 티 하나 없이 새하얀 천장을 보니 조금 낯선 기분이 들었다.

    그동안 계속 던전 안에 있었기 때문일까. 지붕 있는 곳에서 눈을 뜬 것 자체가 잘 적응이 되지 않았다. 그런 생각이 든 나는 가물가물하게 감기던 눈을 번쩍 떴다.

    “……!”

    여긴 어디지? 던전은 무사히 클리어한 건가? 다른 사람들은? 공대 사람들은 내가 납치당한 후에 어떻게 된 거지?

    문득 포털을 지날 때의 기억이 머릿속에 스쳤다. 머리가 지끈거리면서 아픈 바람에 누군가가 한 말이 드문드문 끊겨 있었다. 그래도 걱정하지 말라던 말이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달칵.

    다시 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안으로 들어왔다. 팔에 꽂힌 링거를 바라보며 얼굴을 찌푸리고 있던 나는 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한이진 능력자.”

    “……박윤성 마스터님?”

    “깨어났다는 연락받고 왔습니다. 몸은 괜찮습니까?”

    “아…….”

    박윤성의 얼굴을 보자, 그제야 현실감이 확 살아났다. 눈을 한 번 깜박인 나는 다시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팔에 꽂힌 링거와 이어진 수액 팩, 도결이 병문안 갔을 때 본 풍경과 비슷한 곳이었다. 병원이구나. 그것도 오딘 길드가 관리한다는 그 병원. 대구에서 여기까지 언제 온 거지?

    “몸은…… 좀 괜찮은 거 같은데요.”

    “다행입니다. 사흘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하셔서 걱정했거든요.”

    “……사흘이요?”

    박윤성의 말에 나는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체감상으로는 조금 잠들고 일어난 것 같은데 사흘이나 누워 있었다니. 놀라서 눈을 깜박이던 나는 박윤성을 향해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 던전은 클리어한 거 맞죠?”

    “…….”

    “……?”

    내 물음에 박윤성의 입꼬리가 조금 굳었다. 그 모습을 보니 불안함이 커졌다.

    설마 잘못돼서 던전 브레이크라도 터졌나? 아닌데. 분명 포털을 탔던 것 같은데. 그리고 클리어하지 않았다면 던전에서 나와 병원에서 눈을 뜰 수 있을 리 없었다. 긴급 귀환 스크롤을 쓴 기억도 나지 않았다.

    “던전은 클리어했습니다.”

    “근데 왜…….”

    “한이진 능력자는 우선 몸을 회복하도록 하세요. 이번에 너무 무리하신 것 같습니다.”

    “아…….”

    정신은 차렸지만 여전히 몸이 너무 무거웠다. 사흘이나 정신을 잃었다면 정말 무리를 많이 한 모양이었다. S급 보조 스킬을 하루 동안 많은 사람에게 걸었던 데다가 피도 많이 흘렸었고, 다치기도 했다. 힘들었던 기억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자, 나는 박윤성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안정을 취하실 수 있도록 병실에는 아무도 오지 않을 겁니다. 혹, 어디가 아프면 꼭 호출 벨을 누르도록 하세요.”

    “네, 그럴게요.”

    “그럼…….”

    박윤성은 어딘가 다급한 사람처럼 병실을 나갔다. 그 모습을 고개를 갸웃하면서 보다가 시선을 돌렸다.

    이 정도 몸 상태라면 오늘 하루 정도 푹 쉬면 괜찮아질 것 같았다. 링거를 꽂지 않은 팔을 접었다가 펴며 가늠했다. 이건 오히려 몸을 너무 움직이지 않아서 굳은 거나 마찬가지다.

    그래도 던전을 클리어했다니 다행이었다. 마지막에 포털 탈 때 기억이 너무 가물가물해서 문제가 생긴 게 아닌가 싶었는데, 아무래도 그건 아닌 것 같았다.

    “후…….”

    하지만 공대가 무사히 다 돌아오지는 못한 것 같았다. 박윤성이 말하길 꺼린 건 그것 때문인 듯싶었다. 그 빌런들과 서하준으로 인해 공대가 얼마나 피해를 입었을지 짐작할 수 없었다.

    마음의 준비를 해 두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곧 박윤성에게 충격적인 말을 많이 듣게 될 것 같으니까. 그리고 나도 개인적으로 생각해야 할 일들이 있었다. 잠시 고민하던 나는 조용히 상태 창을 불렀다.

    “……상태 창.”

    그러자 눈앞에 파란 상태 창이 떴다. 잘 움직여지지 않는 손을 겨우 들어 상태 창을 살폈다. 무스펠헤임 던전을 클리어한 것 때문에 레벨이 좀 올랐다. 그리고 스킬 설명이 있는 곳으로 손가락을 움직였다.

    개박하를 흔들어 보세요(S): 지정한 상대의 능력치 전체 +20%

    지속 시간 1시간

    동일 대상에게 재사용 대기 시간 1일

    ※ 각인 후 효과 UP

    ※ 부작용이 있을 수 있음

    ※ 상위 등급에게는 특수한 조건이 필요함

    ※ 특수한 조건에 부합하는 경우 스킬 지속 시간이 연장됨

    ※ 특수 조건으로 인한 스킬 지속 시간 연장의 시간은 랜덤으로 설정됨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