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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봉으로 레벨업-295화 (295/305)
  • 제295화

    아담 브론즈는 수십 개의 화면이 매달린 근미래적인 디자인의 상황실 같은 장소에서 그의 집사 오즈월드와 함께 여러 화면들을 동시에 지켜보고 있었다.

    “여기까지 가능할 거라고는 진짜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한국의 언어로 감개무량하다는 감정을 느끼시는 것 같군요.”

    “그렇지. 진짜 이렇게 사회를 유지하면서 생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거든. 제시카도 이런 미래는 본 적이 없다고 했었으니까.”

    눈 먼 예언가. 스테파니 제시카.

    그녀는 지금의 미래를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거대한 살덩어리가 스프처럼 끓으며 지구 전체를 덮으며 멸망한다.

    모든 것들이 죽어 재가 되고 그 위를 유령 같은 것들이 걸어 다니며 인류의 영혼을 씹어 먹으며 멸망한다.

    기괴한 살덩어리가 인간을 흡수해 찰흙처럼 이어 붙인 채로 다른 괴물들과 싸우는 사이 세계는 멸망한다.

    기계로 이루어진 종족이 인간의 뇌만 뽑아 통 속에 넣고 다니면서 다른 괴물과 싸우면서 세계가 멸망한다.

    곤충. 식물. 어둠. 비틀린. 왜곡. 추악함.

    일일이 세기 어려울 정도로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세계는 멸망해 갔다.

    스테파니 제시카는 그런 것을 너무 많이 보아 왔기에, 세계가 멸망해도 살아남기 위해서 아담 브론즈와 협력하기로 했다.

    “무수히 많은 멸망의 미래에서, 소수는 승천해서 살아남는다고 했다만. 그래서 대체 뭘 어쩌겠다는 건지. 인간은 사회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생명체란 말이야. 사회가 있어야만 인간으로서 기능하는데.”

    “그래서 도련님은 방주를 만든 것 아니었습니까?”

    “그랬지. 이제는…… 필요 없을 것 같지만.”

    “그럼에도 준비해 두시는 게 좋을 겁니다.”

    “알아. 엄지척이 실패했을 때를 대비하라는 거겠지?”

    “예.”

    “하지만 해낼 거라고 생각해. 녀석은…… 해낼 거야. 그 스테파니 제시카가 보지 못한 미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늙은 집사 오즈월드는 그런 주인의 옆에서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좋은 미래였으면 좋겠군요.”

    “좋은 미래일 거야. 확실해.”

    아담 브론즈는 눈을 빤짝이며 무수히 많은 화면들을 바라본다.

    그곳에는 혼란과 혼돈이 가득하지만, 그럼에도 한 가지는 확실했다.

    사람들이 의지를 하나로 모으고 있다.

    세계 멸망을 이겨내기 위해서.

    그들은 희망을 빛낸다.

    “그러니까. 해야 할 일을 해야지. 물론…… 나는 사업가니까. 최악의 상황도 대비할 거야. 보험은 언제나 중요하니까.”

    “물론입니다, 도련님.”

    오즈월드는 따뜻한 홍차를 따른다.

    * * *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시간의 배율이 다르다는 던전에 일부러 참가.

    동생 무척이와 다른 팀원들과 그 안에서 같이 퀘스트를 해결했다.

    안에서 10일이 밖에서는 1일이다.

    게다가 이 던전들은 재생성형 던전. 핵을 찾아내서 파괴하지 않는 한은 계속해서 들어갈 수 있다.

    첫 번째 던전은 인간이 아닌 지성체가 사는 왕국이었다.

    전체 넓이가 한국 땅의 3배쯤 되는 왕국이었고, 그 왕국 여기저기의 악마들을 토벌해서 처리해야 하는 식의 퀘스트가 주어지는 형태였다.

    순서대로 악마를 토벌해도 되지만,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 역순으로 악마를 처리해도 된다.

    다만 그럴 경우 악마들의 능력이 아주 크게 증가하는 페널티가 있었다.

    물론 우리에게는 문제가 되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알파 팀원들끼리의 연계를 했다.

    나는 분명 성좌가 된 이후 아주 강력한 존재가 되었지만, 그렇다고 내가 모든 것을 할 수는 없으니까.

    그리고.

    동료들도 내가 안 본 사이에 무시무시하게 강해진 상태.

    적어도 반신급은 된다고 할까?

    그렇게 던전을 돌면서 동료들과 합을 맞추고, 동료들의 전력을 더 끌어올렸다.

    동시에.

    던전 안에서 활동하면서도, 던전 밖에서도 활동을 이어 나갔다.

    [다각면에서의 화신 생성] 스킬을 이용.

    화신체를 던전 밖의 현실로 던져 냈다. 숙련도를 따봉으로 올려서, 현재 랭크는 S다. 그리고 이 화신체들은 내 능력의 50%를 발휘할 수 있다.

    그런 화신체가 무려 스물이나 되었기 때문에, 필리핀 때와 같이 제작 및 설치 활동을 전면적으로 시작했다.

    각국과 교섭. 그리고 각국의 지원을 받아서 화신체들이 [수호대장군]을 직접 설치한다.

    물론 이것과 별개로 공장에서 [수호대장군]을 양산해서 각국으로 대량 수출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했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놀이동산으로 개장한 [곤륜산]은 내부에서부터 착실하게 요새 병기로 개조를 진행 중.

    한국의 경우에는 국토 전체를 완전히 지키기 위해서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는 중이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전 세계의 국가들이 서로 기술 공유를 한다거나 적극적으로 협력한다거나 하지 않는다는 점.

    미국은 미국 자체적으로 자신들의 국토를 방어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고, [수호대장군]의 수입도 하지 않았다.

    자기들이 직접 만든 [아이언 실드]라는 걸 쓸 거라나?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도 [타테노오오가미]라는 것을 만들어서 알아서 자국 방어를 할 거라나? 다른 나라들도 대동소이했다.

    중국도. 그리고 영국과 프랑스. 거기에 독일까지.

    강대국 중에서 [수호대장군]을 수입한 국가는 거의 없다.

    그럼에도 기하급수적으로 [수호대장군]이 팔리고 있는 까닭은 저들 강대국들 외의 국가들이 수입하고 있어서다.

    [수호대장군]에는 내 제작 스킬의 힘이 들어가 있어서, 반경 100미터 이내라면 레벨 120짜리 몬스터는 파리 한 마리 죽이듯이 죽여 버릴 수 있다.

    120을 넘는 몬스터라면 시간이 걸리지만 결국 죽인다.

    물론 이것은 [수호대장군]이 1기만 설치되면 그럴 뿐.

    한 장소에 적어도 3기를 설치하는 게 기본이다.

    그래야 몬스터를 잘 죽이게 되니까. 그뿐이 아니다.

    전 세계는 잠시의 평화를 만끽하면서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더 이상 던전이 갑자기 생기는 일은 없다. 재생성형 던전만 계속 존재할 뿐이다.

    재생성형 던전도 좋지 않은 장소에 있다면 던전 핵을 파괴해서 소멸시켜 버렸다.

    대정리.

    혹은 대청소.

    인류는 미래를 대비해서 필사적으로 행동하고 있다.

    헌터들이 레벨 업에 목숨을 걸고, 국가는 예산을 쏟아부어서 무기와 병기를 찍어내 두르고 있다.

    그사이 놀라운 상황도 벌어졌다.

    [차원이 공개됩니다.]

    라는 시스템의 문구처럼 타차원의 존재들과 거래를 할 수 있게 된 것!

    대다수의 차원에서는 강력한 마법 아이템을 우리에게 판매하려고 들었고, 대신 지구의 풍부한 식량을 원했다.

    혹은 어떤 차원에서는 종족 단위로 용병으로 싸워 주겠다고 말할 정도로 적극적인 거래를 제시해 왔다.

    어떤 국가는 대량의 외차원 종족들을 아예 이주민으로 받는 결정까지 할 정도.

    생존의 이름 앞에 대변혁이 시작된 것이다.

    그렇게 우리들은 준비를 계속해 나갔다.

    그리고 그런 우리의 준비 끝에.

    결국 시간이 되었다.

    [튜토리얼의 마지막 퀘스트를 시작합니다.]

    최종 관문이 우리 앞으로 다가왔다.

    * * *

    세계적인 인지도를 가진 헌터.

    엄지척.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전 세계에 1%도 안 될 정도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다른 나라 대통령 이름은 몰라도 엄지척에 대해서는 안다.

    그렇게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슈퍼스타였다.

    단지 강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쇼맨십도 풍부하다.

    갓튜브에서는 그의 온갖 영상을 볼 수 있고, 사람들 대다수는 그런 영상에서 즐거움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가 예언하기를.

    세계 멸망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했다.

    믿을 수 없는 이야기. 하지만 다들 엄지척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시스템은 거짓말을 하지 않으며, 그 시스템이 모든 사람들 앞에 나타났으니 당연한 일인 것이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방법으로 종말을 대비한 끝에, 드디어 종말까지 하루 남았을 때.

    각 국가들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하루 전부터 재난 방송을 실시하고 있는 중이다.

    [23시간 21분 남았습니다. 창문을 단단히 닫으시고, 문 역시 단단히 잠그고 외부로 나오지 마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문단속을 철저히 하시고, 외부로 절대로 나오지 마십시오.]

    그렇게 시간이 되었을 때.

    종말이 시작되었다.

    위우우우우웅.

    가장 먼저 시작한 곳은 한국이었다.

    엄지척이 살고 있는 국가이기 때문일까?

    대한민국의 강원도 철원의 깊은 산속.

    사람의 인적이 없는 숲속에 게이트가 생겨나며 그 에너지의 파동으로 주변의 나무들을 불태웠다.

    “취이익! 취익!”

    그곳에서 들창코를 가지고, 특이한 숨소리를 내는 근육질의 이족보행형 생명체가 튀어 나온다.

    그것들은 돼지를 연상케 하는 얼굴에 긴 어금니를 가졌고, 몸에는 가죽으로 된 옷을 입고 손에는 흉흉한 도끼를 들었다.

    체구는 사람보다 머리 하나가 더 큰 그것들은 하나둘 튀어나와 주변을 둘러본다.

    오크라고 부르는 몬스터.

    문제라면, 그 수가 점점 불어나 순식간에 천을 헤아릴 정도로 많아졌다는 점이다.

    쿠웅. 쿠웅.

    게다가.

    다른 오크들의 두 배는 됨 직한 거대한 오크나 늑대를 탄 오크, 수상쩍은 조각을 몸에 매달고 지팡이를 든 오크도 걸어 나왔다.

    병종이 다양하다. 체구 역시 다양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체구가 6미터는 됨 직한 거대한 오크가 걸어 나왔다.

    오크들의 군주인 오크 워로드가 나타난 것!

    “취아아아악!”

    오크 워로드가 기괴한 포효를 내지르자 수천에 달하는 오크의 대군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은 바로 움직일 수 없었다.

    위우우웅. 위우우웅. 위우우웅.

    사방에서 던전이 생성되어 게이트가 열린다. 그리고 이내 가지각색의 종족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퀴아아아아!”

    “키쿠 젤카둔!”

    곤충, 파충류, 절지류, 거기에 언데드와 형이상학적인 끔찍한 무언가까지.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것들은 서로 친밀한 관계가 아니었다.

    때문에 몬스터들끼리 서로 충돌하는 것은 당연한 일.

    전쟁이 철원의 산속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사방에서 계속해서 게이트가 열리며 다른 몬스터들이 쏟아져 내렸다.

    종말의 대전쟁의 시작이다. 살아남은 종족만이 이 세계의 주인이 되리라.

    * * *

    [주군. 차원 방벽이 무효화되었습니다. 던전이 열립니다.]

    척량은 여우 모드가 되어서 내 목에 안착한 상태다.

    척량도 화신체를 소환할 수 있기 때문에, 척량의 화신체들은 정부 기관이나 공장 등에서 대기 중이다.

    공장에서는 현재 전투 골렘들을 찍어내서 계속 내보내는 중.

    만능 제작 기계장치만 무사하다면 전쟁 와중에도 전력을 계속해서 생산할 수 있으니, 그쪽을 지키고 있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래. 눈에 보이네.”

    내 펜트하우스의 옥상. 지상을 내려다보니, 거의 100미터 간격으로 게이트가 열리는 게 보였다.

    거기서 온갖 잡것들이 튀어나오자마자, 미리 세워둔 [수호대장군]에서 쏘아진 번개에 튀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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