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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봉으로 레벨업-296화 (296/305)
  • 제296화

    하지만.

    내가 예상하지 못한 것도 같이 나타났다.

    화아악.

    우우우우웅!

    콰르르릉!

    온갖 소리와 함께 던전 게이트와는 다른 차원의 비틀림이 수천 개를 넘어서 수만여 개나 나타났다.

    ‘아니. 저게 뭐야?’ 싶어 즉시 움직이려는데, [성좌의 직감]이 아군이라고 속삭였다.

    그리고 나타난 것은 바로 정령이다.

    수없이 많은 정령들이 나타났다.

    춤추는 번개, 폭발하는 불꽃, 울리는 바위, 몰아치는 바람, 흔들리는 물, 자라나는 초목, 움직이는 어둠, 희미하게 깜빡이는 빛.

    각각의 속성을 상징하는 정령들이 나타난다.

    처음 등장한 것은 고작해야 하급의 정령들이었지만, 순식간에 거대한 비틀림이 더 생겨나 상위의 정령들까지 나타났다.

    그리고 결국.

    초월적 존재감을 가진 자가 다섯이나 나타났다.

    [감히 세계수를 노리는 놈이 누구냐!]

    불의 근원과도 같은 존재, 불의 정령왕.

    [여기는 너무 탁하구나.]

    공기로 이루어진 거대한 초월자, 바람의 정령왕.

    [상처 입은 아이들아, 이리로 오렴.]

    생명의 원천인 물의 대행자, 물의 정령왕.

    [작은 것들이 감히 세계수를 노리는가.]

    대지 그 자체인 자, 땅의 정령왕.

    [아. 이토록 빈약한 생명의 세계라니……. 세계수가 불쌍하구나.]

    모든 초목들을 돌보는 존재, 초목의 정령왕.

    그들 다섯이 나타난 순간, 여기저기에서 열리던 게이트가 강제로 닫히는 것까지 볼 수 있었다.

    아, 놔. 미친 거 아냐?

    [저들 하나하나가 초월자, 즉, 신격입니다, 주군.]

    나도 알아. 정령왕이 신격인 건 나도 알아.

    그들 위에 대신격, 성좌 중의 성좌인 정령신만 있는 것도 알고.

    내가 놀란 건 다섯이나 튀어나와서인 거지.

    [세계수에 그런 가치가 있는 모양입니다.]

    나도 몰랐는데 그런가 봐. 덕분에… 파주 전체가 안전해졌으니 다행이긴 해.

    [예. 주군의 행동 범위가 넓어지신 거니까요. 현재 세계수의 수호 범위는 30km. 저 정령들이 그 안을 전부 지켜줄 터이니……. 그러면 주군, 다음 단계로 움직이시겠습니까?]

    그래야겠지.

    그렇게 척량과 텔레파시로 대화를 나누는 사이, 정령왕들이 나를 본다. 그리고 그중 한 명인 바람의 정령왕이 나에게 말했다.

    [세계수는 우리가 수호할 터이니. 어린 성좌는 가서 네 일을 하거라.]

    초월자인 정령왕은 내가 무엇을 하려는지 아는 것 같았다.

    “그리 말씀해 주시니 든든하네요……. 이 은혜, 나중에 꼭 갚겠습니다.”

    [후후후. 기대하고 있으마.]

    바람의 정령왕은 그리 말하며 날아갔다.

    파주시 여기저기에 생겨나는 게이트의 몬스터를 모조리 토막 내고, 그 게이트를 강제로 닫으려는 것이다.

    내가 아직 어린 성좌라서 저건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다. 나중에 따봉 상점에서 사든가 해야지, 원.

    [주군. 팀원들도 움직이고 있습니다.]

    잘 활약하고 있는 거야?

    [예. 각각 정한 포인트에서, 큰 활약을 하는 중입니다.]

    “좋아. 그러면…… 나는…….”

    [성좌의 직감]을 최대 출력으로 끌어 올린다.

    그뿐이 아니다. 따봉까지 전부 끌어 올렸다.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았다.

    무수히 많은 던전들 중에서도, 특별히 강한 던전이 이 한국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

    각국에 하나씩 존재하는 특별 던전.

    그것에서 예전 남극에서 보았던 것과 같은 미증유의 강대한 몬스터가 튀어나오는 게 느껴진다.

    역시 그냥 숫자로만 밀어 붙이는 게 아니라는 거구먼!

    그래. 좋다 이거야.

    “천리안.”

    따봉으로 미리 구입해 두었던 스킬을 발동.

    파주시에 있으나, 내 시선은 순식간에 서울 한복판으로 향했다. 서울 시내도 1년 사이에 몰라볼 정도로 변했다.

    대기업들은 자신들의 본사 빌딩을 각종 합금으로 둘러 요새화를 해 놨고, 헌터를 제외한 사람들은 거리에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거리 여기저기에 생겨나는 던전 게이트에서 몬스터가 쏟아져 나오고, [수호대장군]의 번개와 헌터들의 공격에 의해서 무더기로 죽어나가고 있다.

    고레벨의 몬스터가 튀어나와서 [수호대장군]을 파괴하고, 헌터들을 죽이기 시작한 곳도 있긴 있다.

    곧 다른 헌터들과 근거리의 다른 [수호대장군]에 의해서 격살되기는 했지만.

    그리고 그런 서울의 여의도 상공에 초대형의 게이트가 열리는 게 보였다.

    그리고 그 안에서부터 해파리를 닮은 듯한 보랏빛의 불길한 존재가 튀어나오는 게 보인다.

    딱 하나다.

    하지만 저 하나가 다른 수백 개 던전 게이트의 몬스터들보다 위험하다고 [성좌의 직감]이 속삭여 준다.

    “척량. 가자.”

    [예. 주군.]

    내 목을 감고 있는 여우가 답한다. 그리고 우리는 둘 다 공간을 넘었다.

    해파리가 튀어나오는 게이트보다 위쪽.

    “중력 낙하 키이이익!”

    중력 마법을 걸고, 허공에서 몸을 뒤집으면서 다리에는 강기를 두른다.

    순식간에 낙하하며 해파리 녀석의 몸통을 후려쳤다.

    퍼어어엉!

    놈의 몸통째로 지상으로 낙하하며 그대로 콘크리트 바닥에 충돌. 대파괴가 일어나며 파편이 흩어졌다.

    촤아악!

    그사이 놈의 수를 세기 어려운 촉수가 나를 향해 뻗어져 온다. 놈의 몸통을 보니 보랏빛으로 반짝이는 게 상처 하나 없다.

    이 새끼 강한데!?

    [염혼염동!]

    척량이 나 대신 스킬을 사용. 다가오던 촉수들이 허공에서 잠깐 멈춘다.

    그사이 쌍검을 꺼내들고 의념을 하나로 모아 두 개의 칼로 담아낸다.

    [심검]

    마음의 칼날에 유형의 강기가 맞물리고, 그것을 검법에 따라 내리그었다.

    번쩍!

    놈이 내 발밑에서 사라졌다. 내 검강기는 지면을 두부처럼 토막 냈지만, 척량이 염혼염동으로 즉시 나를 낚아채 자리에서 이탈하게 만들었다.

    콰쾅!

    내가 있던 자리로 촉수가 떨어져내려 지면을 초토화한다.

    콘크리트 바닥이 모래처럼 으스러지고, 그 지면이 드러나 파편이 흩날린다.

    근거리 공간 이동이냐! 덩치도 수십 미터나 되는 놈이 약삭빠르기는!

    [나 마나의 사역자로서 명하노니! 마나여, 나의 의지를 따르라! 나의 의지에 반응하라! 나의 의지에 굴복하라!]

    척량이 뒤로 물러나며 마법의 주문을 영창한다. 마력이 뒤틀리고, 일그러지며 결국 어떤 법칙성을 띠기 시작하는 게 느껴진다.

    고위의 마법 주문.

    고위의 마법 주문은 대마법사도 단기간에 사용할 수 없으니, 저리 주문을 외우며 마법 발동을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보라 해파리 놈도 그걸 아는 건지 척량을 향해 촉수를 뻗어내려고 했다.

    하지만 그 전면으로 내가 나섰다.

    “합!”

    일격백검!

    한 번의 공격으로 백 번의 검을 내민다!

    [심검]에 의해서 발현된 백 개의 검이 녀석의 촉수와 충돌해 갔다.

    놈의 촉수가 내 [심검]보다는 약한 건지, 뭉텅이로 잘려나간다.

    키오오오오오오!

    놈이 기묘한 정신적 파장의 비명을 지른다. 그리고 놈의 몸통에 무수히 많은 눈동자 같은 문양이 생겨나더니, 잘린 촉수가 갑자기 생겨난다.

    뭐야, 이건!?

    재생 같은 게 아닌데?

    그리고 그 눈 같은 문양에서부터 마력의 광선이 쏘아진다!

    이 새끼가!

    “그림자 주머니!”

    그림자에서 번개처럼 [희망의 수호자]가 튀어나와 전방을 방어.

    마력 광선이 방패에 충돌해 폭발을 일으키는 사이, 헤르메스의 발걸음을 발동해 놈의 몸통 아래로 뛰어들었다.

    머리 위로 보이는 무수히 많은 촉수들을 보며 쌍검을 역수로 고쳐 잡으며 [심검]으로 내리그어 버렸다.

    스칵!

    놈의 촉수 다발과 몸통 일부가 그대로 잘려나간다.

    뜨끈한 녹색 체액이 쏟아져 내리고, 놈의 내장도 흘러내렸다.

    그걸 염혼염동으로 막아내며 생각했다.

    이놈, 생명체이긴 했나 보네?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녀석이 비명을 쏟아낸다.

    소리가 아닌, 정신적인 파동이다.

    그것은 불경하고, 불길하며, 광기 서린 정신적 외침.

    정신 보호 계열 스킬이 없는 헌터라면 고레벨의 헌터라도 정신이 나가서 미쳐 버릴 수 있는 위험한 것이었다.

    그러나.

    네 눈앞에 있는 건 성좌다, 이 새끼야!

    펑!

    두 발 아래. 엑토플라즘 발판을 만들고, 그것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놈의 몸 아래에서부터 솟구치며 두 개의 쌍검에 강기를 잔뜩 불어넣어 그대로 갈라나갔다.

    순식간에 놈의 몸을 반 토막 내며 하늘로 치솟아 올랐을 때, 놀라운 것을 볼 수 있었다.

    놈의 몸이 다시 찰떡처럼 붙은 거다.

    아니. 저게 돼? 뭐야, 저거?

    마치 시간이 되돌아간 듯한…….

    그렇게 생각한 순간. 척량이 주문을 완성했다.

    [그리하여 너는 여기서 차원 사이에 으깨지리라! 차원 틈새의 분쇄!]

    마법이 발동.

    보랏빛 해파리 놈의 몸통 주변에 수백 개의 아주 작은 비틀림이 생겨나 그대로 회전하며 문자 그대로, 해파리 놈의 몸을 으깨고 갈아 버렸다.

    녀석도 어떤 기괴함 힘을 쓰는 것으로 보였지만, 척량이 사용한 8클래스의 주문은 놈을 다진 고기로 만드는 데 충분한 힘을 보여 주었다.

    비틀림은 마치 아귀처럼 놈의 몸을 뜯어 먹으며 차원의 틈새로 날려 보낸다.

    이윽고 비틀림이 끝났을 때 놈의 몸은 그야말로 갈기갈기 찢겨져 지면에 흩어져 있었다.

    그러나.

    아무런 징조도 없이 다시금 놈의 몸이 부활했다.

    아, 놔. 이 새끼……. 이거.

    보통 놈이 아닌데?

    [시간계 능력입니다, 주군! 시간으로 자신의 죽음을 되돌리고 있습니다!]

    시간이냐. 짜증 나는 능력을…….

    그러면 뭐야.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정신 파동.

    거기에 강기와 비슷한 위력의 촉수 공격. 그리고 시간계 능력까지 가졌다고?

    미친 새끼 아냐, 이거? 고레벨 헌터라고 해도 이런 놈을 어떻게 잡으라고? 진짜 시스템 새끼 지독하네.

    “내가, 없었으면…… 어쩔 뻔했냐!”

    부활한 해파리를 향해 전력으로 검을 찔러 넣었다.

    놈의 몸통에 검이 틀어박히고, 이번에도 놈의 내장 안쪽을 크게 으스러트린다.

    [주군, 그런다고 해도 소용…….]

    다 생각이 있다구!

    여기서.

    “시간 가속!”

    놈의 시간을 가속한다!

    키오아아아아아아아!

    놈이 다시금 정신적 비명을 내질렀다.

    그래. 그렇겠지. 네가 시간을 되돌려야 하는데, 내가 시간을 가속시키면 그게 충돌할 테니까.

    시간에는 시간이다, 이 새끼야!

    녀석의 몸이 되돌아 왔다가 터져 나가기를 반복한다.

    몸 안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니, 놈의 몸체 전체로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혈관 하나 터지면 다른 곳에서도 난리가 나는 게 신체라는 것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자. 죽을 시간이다!

    “소멸해라!”

    시간 가속의 주문을 사방에 걸어대고, 동시에 [심검]으로 놈의 몸을 조각내 버렸다.

    촤아악!

    “후. 시원하다.”

    [과연……. 이런 방법이. 역시 주군이십니다.]

    “자. 부활 안 하지?”

    철퍽. 촤악.

    놈의 잔해가 지면에 떨어져 내렸다. 박살 나서 쑥대밭이 된 흙과 콘크리트 조각에 떨어져 뒤섞인다.

    잔해에서 매캐한 연기가 흘러나오지만 그림자 주머니를 이용, 전부 내 아공간으로 보내 버렸다.

    서울. 해결 완료. 그러면 다른 곳은 어떤지 볼까.

    “천리안.”

    스킬로 다른 팀원들과 동생은 어떤 상황인지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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