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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봉으로 레벨업-294화 (294/305)
  • 제294화

    내공이 상승하는 영약. 그것도 현재 양산 중이다.

    주로 정진 컴퍼니 소속 헌터들에게 먹이고 있지만, 정진 컴퍼니에서 운영하는 헌터 각성 학원에서도 사용 중이었다.

    무공과 마법.

    둘 다 가르쳐서 강제 각성을 일으킬 수 있으니까.

    육체파는 무공을 배우고, 두뇌파는 마법을 배우는 식이다.

    덕분에 정진 컴퍼니의 헌터 각성 학원은 대성황 중이라고 하더라.

    돈을 쓸어 담는다나.

    그렇게 번 돈으로 정진 컴퍼니는 부동산을 사들이고, [수호대장군]을 전국에 설치 중이었다.

    그리고 척량이 정부와 잘 교섭해서, 여러 가지 국가적인 이권에 정진 컴퍼니가 개입할 수 있게 되었다.

    잘되고 있다.

    적어도 한국은 안전하게 되어 가는 중이다.

    무척이가 옷을 갈아입고 와서는 식탁에 앉았다.

    “그나저나…… 이 친구, 매번 형이 소환하던 그 여우 맞아?”

    “맞아.”

    “어떻게 진화했길래 사람이 된 거야? 신기하네…….”

    “하다 보니 된 거지. 게다가 만능 비서라고.”

    척랑은 예의를 차려 미소 짓는다.

    “그럼 두 분, 편히 식사하십시오.”

    척량은 요리를 내오고서는 빛과 함께 사라져 버렸다.

    덕분에 오랜만에 동생과 단둘이 앉아서 밥을 먹게 되었다.

    “형이야말로 밥은 먹고 다니는 거지?”

    “잘 먹고 있어. 그래서, 정진 컴퍼니의 다른 팀들은 좀 어때?”

    “멀었지 뭐. 그래도 영약도 먹이고 하니까 좀 되더라고. 애초에 좋은 능력을 각성한 사람들이라서, 거기에 무공이나 마법을 더 익히니까 성장률이 좋대. 아, 나처럼 개조 수술을 받는 사람도 있고.”

    “그게 제대로 기술이 확립됐었어?”

    “됐지. 내가 일타였지만, 이후에 정비가 사장이랑 같이 노력 좀 했거든.”

    식사를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바쁘고 힘든 일상이다.

    세계는 실시간으로 개판이 나고 그걸 다시 정리하는 시간이 지나가고 있지만.

    그래도 이렇게 하나 남은 혈육과 저녁밥이라도 같이 먹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게 된다.

    그러니까 반드시 이번 일을 성공해야지.

    앞으로도 이런 일상을 보내기 위해서라도.

    * * *

    “드디어…… 다 됐네요.”

    “그래. 됐어. 드디어 됐어. 네 사도가 된 후에 이것저것 스킬을 사고 숙련도도 올리고 했으니 이게 가능한 거였지, 아니었으면 시간이 더 걸렸을 거야.”

    정비가 사장은 입에 사탕 하나를 물고서는 나를 보고 있다.

    우리들의 앞에는 거대한 기둥이 하늘을 꿰뚫으려는 듯이 솟구쳐 있다.

    초대형 차원 방벽 생성기.

    북극에 설치한 게 하나. 그리고 여기 남극에 설치한 게 두 번째.

    남극은 예전처럼 다시 얼음으로 뒤덮인 상태로, 이것도 내가 부지런히 바닷물을 얼리는 장치를 바다 밑에 심어 두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런 얼어붙은 남극대륙의 극점에 세워진 흑색의 거대한 탑.

    인류가 만들어낸 건축물 중에서 가장 거대하고 가장 튼튼한 놈이 바로 이놈일 거다.

    “그래서 이것의 기동식을 하려고 한 거지.”

    “정비가 사장님도 따봉이 많이 필요하신가 보군요.”

    “네 사도가 되면 누구나 그럴걸?”

    “하긴. 따봉은 중요하죠.”

    아주 적은 따봉으로도 놀랄 만한 스킬들을 얻을 수 있다.

    가히 만능의 힘이라고 할 만하다.

    게다가 사도들이 따봉으로 스킬을 구입할 적에, 일정량은 나에게 들어오니까.

    일종의 세금이라고 해야 할까?

    “자. 같이 방송하자고. 그래야 따봉이 벌리지.”

    “지금 세계 전체가 난리인데요?”

    “너 때문이잖아. 감당하지 못할 진실을 가르쳐 줘서 저렇게 된 건데.”

    “글쎄요.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만.”

    감당 못 할 진실이라고?

    그런 거 따질 때가 아니다.

    이제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간 안에 인류는 스스로를 지킬 준비를 해야 한다.

    이번 마지막 관문을 넘으면, 인류는 드디어 멸망을 피할 수 있게 되니까.

    게다가.

    최후의 관문이라고는 하지만 튜토리얼이 끝나서 열리는 끝도 없는 게이트보다는 낫다.

    어떻게든 막아내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금의 방법을 쓸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방송할 거야?”

    “예. 같이 해야죠. 중요한 순간인데 안 할 수가 있나요.”

    차원 방벽 생성기.

    남극에 이게 세워지면, 이제 전 세계에 갑자기 나타나는 던전은 존재할 수 없게 된다.

    기존에 존재하던 재생성형 던전이야 던전핵을 파괴해서 소멸시키기 전까지는 계속 자리를 잡고 있겠지만.

    더 이상 불안정에서 오는 공포에 떨지 않아도 되니 이 얼마나 기쁘지 않을 수 있으랴.

    “그러면 세팅장으로 가자고.”

    “좋죠.”

    나는 정비가 사장을 뒤따랐다.

    * * *

    엄지척의 채널은 전 세계적으로 최고로 유명한 채널이 된 지 제법 되었다.

    세계 어느 방송보다도 시청률이 높고, 예고되지 않은 생방송이 시작되어도 벌 떼처럼 사람들이 달려든다.

    게다가.

    세계 멸망에 대한 정보를 알린 것도 그이다.

    빛나는 별.

    세계에서 가장 인기 높은 헌터.

    엄지척을 가리키는 수식어였다.

    전 세계에서 치안 공백이 일어날 정도의 사재기, 폭동, 약탈들이 일어났음에도 그랬다.

    필리핀의 소요를 가라앉히고, 한국이 멀쩡한 상태에서.

    차츰차츰 전 세계의 사람들이 다시 질서를 되찾아 가고 있는 와중.

    다시금 엄지척의 생방송이 시작되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들! 엄지검지 엄지척입니다!]

    그렇게 유명하고, 거물이 되었음에도.

    그는 여전했다.

    저번에는 토끼 귀를 끼고 나오더니, 이번에는 고양이 귀를 끼고 나왔다.

    초심 유지!

    모두가 진심으로 감탄을 하며 따봉을 그에게 보낸다.

    -아니. 이제는 그만해도 되는 거 아냐?

    -저것이 엄지척이다!

    -원 따봉 드립니다.

    -그런데 저기 어디야? 중장비랑 눈이 잔뜩 있는데…….

    -북극 아냐? 예전에 북극에서 차원 방벽 생성긴가 뭔가 만들었었잖아. 거기 같은데?

    그리고 따봉뿐만 아니라, 채팅창으로도 사람들이 떠들기 시작한다.

    순식간에 사람들의 숫자가 불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자! 오늘은 기쁜 소식을 전해드리려고 여기에 나왔는데요. 보이시나요? 여기. 남극입니다! 일전에 게이트가 열리면서 얼음이 다 녹았었는데, 지금은 다시 이렇게 옛날의 팔팔한 모습으로 돌아왔네요!]

    사람들이 달라붙는 사이에, 엄지척은 능숙하게 방송을 진행했다. 화면이 돌며 주변을 보여 준다.

    공작 기계, 로봇 그리고 사람들이 작업을 하고 있는 중이다. 하늘은 맑고 파랗고, 주변은 온통 눈과 얼음뿐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엄지척의 말에 남극대륙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저기가 벌써 저렇게 복구됐어?

    -엄지척이 빙속성 아티펙트 만들어서 저쪽 복구시킴.

    ↳2222

    ↳3333

    ↳맞아. 그랬었지. 기억나.

    -그때 쓰나미도 나고 난리도 아니었는데.

    ↳엄지 아니었으면 바닷가 사는 내 집 떠내려갔을 듯.

    ↳너도? 나도!

    -뭐야. 남극이 복구된 건 알겠는데 저건 뭐야? 저 커다란 검은 저거…….

    ↳북극에 세운 그거랑 같은 것일걸?

    ↳맞음. 그거임. 차원방벽 생성기. 저거 남극에도 하나 세우면 끝난댔음.

    ↳뭐가 끝나는데?

    ↳던전 생성이 끝난댔음.

    ↳진짜냐!!??

    -엄지가 드디어 세상을 구원하는 거냐!

    -엄지 그는 신이야! 엄지 그는 신이야! 엄지 그는 신이야! 엄지 그는 신이야! 엄지 그는 신이야! 엄지 그는 신이야! 엄지 그는 신이야!

    -엄지님 저 이번 면접 잘 붙게 해 주시옵고, 로또 복권 당첨을 하게 해 주시옵고.

    -ㄹㅇ 엄지가 세상을 구하는 거냐?

    채팅창이 점점 불어난다. 그사이에 방송도 계속되었다.

    [안녕. 정비가다. 이거 내가 만든 거임.]

    [우리 정비가 사장님의 말투는 역시 쿨하죠? 쿨하신 게 매력이신 분이니까요.]

    [자. 그러면 기동식. 한다?]

    [자! 모두 성원해 주세요. 드디어 지구 전체를 보호하는 차원 방벽이 완성됩니다!]

    방송에서 엄지척이 그리 소리를 지르자 정비가가 무언가를 꺼냈다.

    그것은 아주 큰 붉은 버튼이 달린 기다란 탁자였다.

    [차원 방벽 최종 전개 승인!]

    그리고 정비가가 그 버튼을 주먹으로 내리친다. 그러자, 버튼과 버튼이 달린 탁자가 기학적인 문양으로 빛을 내며 마력을 발산한다.

    그리고.

    그녀와 엄지척의 등 뒤.

    너무 거대해서 검은 벽처럼 보이는 그것의 몸체 전체에 회로도 같은 문양의 빛이 일어났다.

    웅. 웅웅. 웅웅웅.

    그것은 소리굽쇠처럼 진동한다. 그러나 그 소리는 사람이 결코 들을 수 없는 것이었다.

    차원이 흔들리는 소리.

    아무도 모르게 부서져 내리던 차원의 벽이 다시금 붙으며 견고하게 변해 간다.

    그 소리는 신적인 존재들이라면, 모두가 생생히 들을 수 있었다.

    세계가.

    지금 여기서 복원된다.

    파괴되어 조각조각 흩어진 것들이 제자리를 찾아가 단단히 굳었다.

    이윽고 그 진동은 현실의 사람들에게도 다가왔다.

    알 수 없는 이유로 몸이 떨리고, 솜털이 곤두섰다.

    방송을 보는 이와 보지 않는 이를 가리지 않고, 모든 이들이 세계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났음을 깨달았다.

    안전해졌어.

    그런 마음이 사람들 안에 자리 잡는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차원 벽이 수복되었습니다.]

    각성한 헌터와 비각성의 일반인을 가리지 않고 모든 이들의 눈앞에 떠오른다.

    [이례적인 사건에 시스템이 평가 중입니다.]

    그것을 본 모든 이들이 숨죽였다.

    평가를 해? 뭔데? 왜 평가하는데?

    [튜토리얼의 내용을 변경합니다.]

    [차원이 공개됩니다.]

    [이제 모든 차원들과 교류할 수 있습니다.]

    [튜토리얼의 마지막 퀘스트를 시작합니다.]

    [튜토리얼 마지막 퀘스트까지 남은 시간을 공개합니다.]

    [튜토리얼 마지막 퀘스트 : 8,267시간 24분]

    [튜토리얼 종류 후 시스템이 업그레이드됩니다.]

    그리고 모두가 엄지척이 과거 했었던 말을 기억했다.

    세계 멸망의 마지막 관문까지 앞으로 1년 남았다고 했던 그 말.

    세계 여기저기에서 폭동과 약탈이 일어나게 했던 말.

    그것은 이제 외면할 수 없는 진실이 되어 사람들 앞에 펼쳐졌다.

    * * *

    [정부는 특별예산안을 편성하고, 대한민국의 수호와 방위를 위하여 총력을 다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니까 토탈 워라 이겁니다! 토탈 워. 토탈 워 모르세요? 총력전 말입니다! 국가의 국운을 걸고 모든 것을 전쟁에 쏟아붓는 게 토탈 워라 이거죠. 경제가 대숩니까? 일 년 후면 모두 죽는단 말입니다!]

    [외국의 유력 조사 기관의 조사 결과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국가 1위에 한국이 올랐습니다. 현재 각국의 부호들이 한국으로 투자 이민을 단행하고 있으며, 그 외에도 각종 이민을 위한 문의 및 이주가 폭주하며…….]

    [여기는 김포공항입니다. 인천국제공항이 포화 상태가 되자 이쪽으로도 비행기와 탑승객이 몰리고 있는데요. 보다시피 외국에서 밀려들어오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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