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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봉으로 레벨업-116화 (116/305)
  • 제116화

    잠시 후.

    홉 고블린의 몸에서 피가 전부 빠져나오기 시작하는 게 보였다.

    그것은 둥근 원으로 이동하고, 그 원은 점점 사악한 분위기의 빛을 내기 시작했다.

    어릴 때 보던 B급 공포 영화랑 어째 비슷한데?

    음산한 기운이 몰아치더니 마침내 그 빛은 안개 같은 입자가 되어 게이트로 향했다.

    이윽고 게이트가 뒤섞이더니 색이 검보랏빛의 칙칙한 색으로 변한다.

    오케이, 딱 정보대로다.

    색이 무슨 마왕성 특급 코스 같아.

    들어갔다가는 크게 엿 될 것 같은 구정물 색이야.

    “진짜네…….”

    “그럼 진짜지, 가짜겠니? 이 정보만 15만이다.”

    심지어 중간에 낚시까지 들어갔지만 그건 말하지 않기로 해요. 우리.

    “그 따봉이면 괜찮은 유니크 스킬도 살 수 있지 않아?”

    예전에 언뜻 따봉 가격을 이야기했던 것을 동생이 기억한 모양이네.

    “그래. 그렇지. 그 돈을 정보 하나 얻기 위해서 쓴 거야.”

    진짜 [최하급 악마의 심장]을 주는 것도 아니고.

    얻는 방법을 찾아내는 데만 쓰인 따봉.

    이 형은 아직도 블로그 낚시질을 당한 충격에 치가 떨려요.

    그걸 따봉 상점이 하고 있어.

    이놈들 상도가 있긴 한가?

    [주군, 집중하십시오.]

    후, 아직도 가슴에 화가 남아있어서 쉽지 않군.

    “가자!”

    “오케이~”

    우리 둘은 구정물색 게이트 안으로 그렇게 겁도 없이 성큼 들어갔다.

    * * *

    띠링-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

    [작은 악마들의 토굴]

    난이도 : 던전 1성 – 중급

    악마라고 다 강력하고 초월적인 건 아닙니다!

    최하급의 작은 악마들인 임프들의 소굴을 빠져나가세요!

    퀘스트 도중 따봉 100개를 받으면 추가 보너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보상 : 레어 스킬 교환권

    추가 보상 : ???

    퀘스트가 뜨는 것을 확인.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풍경 자체는 고블린 던전과 다르지 않았다.

    그냥 지하 동굴에 암석과 흙이 적당히 버무러져 있고, 고블랭의 흔적도 보인다. 하지만 여기서부터는 고블린 던전과는 다른 장소다.

    최하급 악마인 임프들이 나오는 던전이니까.

    내가 얻은 정보에 따르면, 여기는 임프가 점거한 곳으로 고블린을 부리는 놈들이 이곳의 주인이라고 한다.

    숨겨진 히든 던전인 건데, 그 이상의 정보는 없었다.

    “키익! 키익!”

    “벌써 몹이… 어?”

    무척이의 눈이 커졌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

    나타난 몬스터가 생각한 것과 달랐으니까.

    아니…. 임프 던전이라며.

    “뿔 달린 고블린이네?”

    “그러게?”

    머리에 조그마한 뿔이 나 있고, 거적때기 하나 걸치고 낡아 보이는 창 하나를 들고 있다.

    뿔만 빼면 딱히 다를 거 없는 모습.

    “흠…. 형 말대로면 여기가 임프가 나오는 던전이랬잖아? 그러면 저것들은 임프의 하수인쯤 되는 거려나?”

    “아마도?”

    “아마도는 무슨 아마도야.”

    그렇게 말하며 무척이가 총을 들어 동굴 저편에서 걸어 나온 고블린을 향해 총을 갈겼다.

    탕!

    뿔 달린 고블린 녀석의 머리가 젖혀지며 뒤로 쓰러진다.

    그걸 본 나와 무척이의 표정이 조금은 진지해졌다.

    왜냐면, 스킬이 깃든 마탄이 녀석의 머리에 바람구멍을 내지 못했으니까.

    “키이이익!”

    쓰러진 녀석이 벌떡 일어난다.

    마빡에 피가 철철 나지만, 죽지도 않았고 중상을 입은 것도 아니다.

    녀석의 뒤쪽에서 다른 뿔 달린 고블린들이 척척 걸어 나오는 게 아닌가?

    그 수가 적어도 열이 넘었다.

    “통찰의 눈.”

    [데몬 스폰 고블린]

    레벨 : 35

    속성 : 흙

    약점 : 없음

    악마의 피를 얻어 악마에 조금 더 가까워진 진화를 이룩한 고블린.

    최하급 악마들이 권속으로 부리기 위해서 만들어내는 존재들로, 악마의 피를 나누어 가져 마력도 얻게 되었다.

    “아나! 이런 정보는 없었잖아!”

    [따봉 상점의 사기꾼 같은 행태에 치가 떨리는군요!]

    “문제 있어?”

    동생 놈의 질문에 나는 재빨리 명령했다.

    “마력 조절하면서 쏴! 모노 바이크G 소환!”

    “키익! 케락!”

    동굴 안에서부터 데몬 스폰 고블린이 계속 튀어나온다. 그리고 놈들이 우리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타타타탕!

    무척이가 쌍권총을 전부 뽑아들고 그대로 연사를 갈겼다.

    자동 속사 권총이라 그런지 아주 시원하게 쏟아지네! 여기에 이 녀석도 주특기 스킬을 발동한다.

    [더블 샷].

    한 번에 두 발을 쏠 수 있는 스킬!

    나처럼 패시브가 아닌 일일이 마력을 써야 하는 액티브 스킬이지만 쌍권총으로 더블 샷을 갈기니 한 번에 네 발의 마탄이 날아간다.

    “키에에엑!”

    총탄 세례에 달려오던 고블린 녀석들이 모두 나가떨어진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몸에 상처는 날지언정 총탄이 관통하지 못했다.

    아니. 이 새끼들 금강불괴 같은 스킬이라도 있는 거야?

    지금 나라고 해도 무척이의 총탄에 맞으면 머리에 바람구멍 뚫린다고!?

    “형! 저것들 뭐야, 대체!”

    “일단 타!”

    모노 바이크G에 올라타며 소리치자, 녀석이 총탄을 계속 퍼부으면서 내 뒤에 올라탔다.

    뒷좌석에 있는 신발 고정 장치가 녀석의 발을 단단히 잡아채 고정했다.

    지난번 정지벽 탱커님이 내 뒷자리에서 유용하게 쓰시던 걸 보고 더 단단하게 보강했는데 이러면 녀석이 떨어질 일도 없다.

    여기서 듀얼 스펠 발동.

    [마력 방패].

    [마력 부여].

    1클래스짜리 두 개의 마법 스킬을 즉시 부여하고, 그대로 바이크의 액셀을 당겼다.

    “간다!”

    부아아아아앙!

    벽면보행을 이용, 바로 옆의 벽으로 방향을 틀어 달린다. 그리고 곧바로 천장으로 향했다.

    고블린 놈들이 우리를 보며 뭐라고 욕을 하는 걸 들으며 일단 녀석들을 지나친 후 다시 땅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바로 다음 스킬을 사용했다.

    “크투가의 걸음. 블레이즈 워크.”

    두 가지 불꽃이 바이크 뒤로 피어오른다.

    그 상태로 속도를 내며 내달리자, 고블린 놈들은 희망의 성채의 앤트처럼, 내가 만든 불꽃에 몸을 내던지며 쫓아온다.

    와, 씨. 미친놈들 아냐, 저거?

    “형! 저것들 불꽃에 안 타! 화염 면역 같은데!”

    “뭐?”

    돌겠네. 고블린 주제에 화염 면역이냐?

    임프 꼬붕이라 그런가?

    임프야 대표적인 화염 계열 악마니까.

    그래도! 괜찮아. 아무리 데몬 스폰으로 거듭난 고블린이라고 해도, 모노 바이크G의 속도를 따라올 수는 없으니까.

    결국 욕이나 실컷 하다가 뒤처져 버렸다.

    [하지만 저것들을 그냥 내버려 둔다고 해서 이 던전이 끝나는 건 아닙니다. 주군!]

    그래. 처리하러 다시 가야지!

    끼이익!

    앞바퀴를 들고 회전. 그대로 고블린들을 향해 질주를 시작했다.

    블레이즈 워크와 크투가의 걸음을 취소하자 불길이 순식간에 꺼지고. 달려오는 고블린들을 마주하게 된다.

    검기를 일으키고, 더블 어택 효과로 하나의 검기를 더 만든 채로 그대로 고블린들에게 몸통 박치기다! 피카피카!

    쾅!

    “키에엑!”

    고블린 여럿이 그대로 튕겨져 나갔다.

    그렇게 녀석들을 뚫고 반대편에 도달해서 모노 바이크G를 멈추며 뒤로 돌아보니, 스톤 앤트 때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 보였다.

    고블린의 몸이 토막 나지 않았다.

    바이크에 치인 놈들의 몸에 길게 상처가 났고, 뼈도 부러진 모양이지만 완전히 잘려 나가지 않은 것이다.

    이놈들. 검기를 견디네… 놀라운 내구력인데……?

    “퀘챠! 케륵!”

    “키쿠카! 키익!”

    살아남은 놈들이 뭐라고 소리치더니 그대로 안으로 도망간다.

    그리고 이내, 내가 불러낸 빛이 닿지 않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이거… 조금 어렵겠는데.”

    “그러게. 형의 검기에도 안 잘린 거지?”

    “어. 안 잘렸어. 베이긴 했는데…….”

    “이놈들 무지하게 단단한데?”

    “그러게. 레벨 35짜리가… 이렇게 단단할 수 있나?”

    “35였어?”

    “어. 설명하자면…….”

    아까 통찰의 눈으로 알게 된 것을 무척이한테 가르쳐 주었다.

    “35레벨…인데 이렇게 강하다는 건. 악마의 피 효과인가 본데.”

    “역시 그거뿐이겠지?”

    “어. 그러면 임프도 생각보다 강할지도.”

    와, 이거 망한 건가?

    “그런데 임프는 화염계 악마잖아? 그래서 화염 면역을 준 건 이해하겠는데……. 몸은 왜 이렇게 단단한 거야?”

    “그거야 우리는 모르지.”

    내 대답에 무척이가 어깨를 으쓱인다.

    “그나저나 형.”

    “어.”

    “얘네들 얼마나 있을까?”

    “글쎄다…….”

    [주군. 고블린 던전은 기본적으로 적의 숫자가 많습니다. 번식력이 높은 데다 레벨에 비해 약한 개체라서 물량으로 승부를 보는 게 기본 전략입니다.]

    역시 그렇군. 골치 아픈데?

    여기 고블린 던전의 히든 던전이기도 하잖아.

    “설 전날 대형 마트만큼은 몰리지 않을까? 특히 정육점 코너.”

    “쯥. 내 마력으로 가능하려나…….”

    무척이는 나보다는 마력이 부족하니 더 빡세겠어.

    “물약 챙겨 왔으니 걱정하지 마.”

    “그러면 이제부터는 다른 스킬도 쓴다?”

    “그래. 그나저나 총알은 넉넉하냐?”

    “나 총알 만드는 스킬 새로 생겼어. 패시브야.”

    “뭐 그런 패시브가…….”

    물리법칙을 무시하는 패시브인가? 총탄 무한 생성?

    총알 장사도 할 수 있나?

    별생각이 다 들었지만, 뭐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애초에 스킬이라는 것들 자체가 신이 내려주는 것.

    신들의 권능 앞에서 인간의 물리법칙 따위는 쉽게 녹아내리니까.

    “마나 포션 얼마나 가져 왔어?”

    “12병.”

    “그 정도로 되려나…….”

    “혹시 모르니까 다른 준비도 좀 하고 들어가자. 잠깐만 기다려 봐. 모노 바이크G 소환 해제.”

    빛의 입자가 되어 모노 바이크G가 소환 해제된다.

    그다음 따봉 상점을 불러냈다.

    척량.

    버프 종류 스킬. 값싸게 5,000따봉 내에서.

    [물량 승부군요. 알겠습니다, 주군.]

    순식간에 척량이 스킬을 뽑아 왔다.

    [관통력 증가 부여 – 3,000따봉] - 관통력 5~50% 랜덤 상승.

    [투사체 위력 증가의 기운 – 4,500따봉] 투사체 공격력 5~15% 랜덤 상승.

    [궁신의 가호 – 5,000따봉] 원거리 공격력 5~15% 랜덤 상승.

    아이고, 랜덤이라니, 역시 싼 건 싼 값을 해요.

    하지만 어차피 총알이다.

    칼처럼 한 번, 한 번 긋는 게 아니니 오히려 이렇게 싸게 물량 승부할 수 있는 게 유리하겠지.

    척량, 여기에 다른 것들도 계속 뽑아 봐.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될 만한 걸로.

    [질량 증가 – 5,000따봉] 물체의 질량 50% 증가.

    [관성력 증가 – 5,000따봉] 물체의 관성 속도 20% 증가.

    [클래스 마법 체계 - 2클래스 – 20,000따봉]

    [2클래스 주문 화속성 부여 – 5,000따봉]

    [2클래스 주문 뇌속성 부여 – 5,000따봉]

    [2클래스 주문 풍속성 부여 – 5,000따봉]

    [2클래스 주문 독속성 부여 – 5,000따봉]

    [2클래스 주문 빙속성 부여 – 5,000따봉]

    “모두 구입.”

    스킬북이 내 앞에 나타났다가 빛과 함께 사라진다.

    스킬이 전부 등록되고, 그 지식이 머릿속에 새겨지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1초 안팎.

    역시 스킬이 사기야.

    전기 쇠사슬과 달궈진 철공을 가지고 서커스해야 하는 무공이랑 비교하니 피눈물이 나는군.

    무척이는 신기하다는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다.

    “이리 와 봐. 여기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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