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따봉으로 레벨업-117화 (117/305)
  • 제117화

    “이렇게?”

    “고개 좀 숙이고.”

    녀석이 고개를 숙인다.

    그런 녀석의 머리에 손을 얹고 방금 얻은 스킬에 과거 얻은 스킬까지, 할 수 있는 것들을 전부 걸어 주었다.

    마력 부여, 관통력 증가 부여, 궁신의 가호, 질량 증가, 관성력 증가, 화뇌풍독빙의 다섯 가지 속성까지.

    투사체 위력 증가의 기운은 내 주변 동료들에게 버프를 걸어주는 패시브라서 걸어 주지 못했다.

    어차피 내 옆에 있으면 효과를 받으니까.

    마력 부여는 녀석의 무기에 마력이 스며들게 되는 것으로, 그냥 마력이 부여되는 것만으로도 데미지가 유의미하게 증가한다.

    “와우… 미쳤네…….”

    상태창을 켜보더니 뻥튀기 되는 수치에 놀라는군.

    “확실할 건 아니야. 저렴한 스킬들이라 운발을 엄청 탈 수밖에 없어. 하지만 언제나 질보다 양이잖아?”

    “응, 좋은 전략이야. 형.”

    띠링-

    -능력자, 엄무척이 당신의 인품에 감탄합니다.

    -2 따봉을 받았습니다.

    오, 꽤나 놀란 모양이네.

    사실 이건 동생처럼 단기간에 총알을 쏟아낼 수 있는 사람들에게나 쓸 수 있는 전략이니까.

    확률 놀음이 심해서 평범한 사제들은 이런 스킬을 안 익힌다.

    [네, 결정적인 순간에 최하급 확률이 발현되면 의미가 없으니까요.]

    그래도 이렇게 조합해 버리면 정말 요긴하지.

    작전, #뭐_하나라도_걸려라.

    “걸 수 있는 버프 다 걸었어. 이제 가보자고.”

    “잠깐만. 그러면 나도 지속형 패시브 스킬 좀 걸고.”

    녀석의 앞으로 글자가 생겨났다.

    증폭(增幅)이라는 글자였다.

    그게 녀석의 몸에 스며들고, 녀석의 총이 심상치 않게 번쩍인다.

    내가 부여한 마법과 스킬 때문에 안 그래도 번쩍이던 총은 지금에 와서는 오색찬란하게 빛나고 있다.

    이야… 전설템인 줄?

    “총 나중에 새로 바꿔야겠어. 한계 이상 스킬을 밀어 넣으니 총신이 못 견디네.”

    그렇게 준비를 끝냈을 때.

    도망갔던 데몬 스폰 고블린 놈들이 다른 놈들을 끌고 달려오는 게 보였다.

    “마침 잘됐네. 실험 삼아 스킬 사용하지 말고 쏴 봐.”

    “라저 댓.”

    타타탕!

    쌍권총이 느와르 영화처럼 불을 뿜었다. 그러나 그 총구에서 나간 것은 아까와 같은 일반적인 총탄이 아니었다.

    무슨 SF 영화의 레이저가 쏘아지는 것 같은 궤적을 남기며 날아간다.

    다섯 속성에 마력 부여.

    거기에 다른 종류의 버프 스킬까지 중첩.

    그 위력은 내 상상을 초월했다.

    투투투투!

    방금 전까지만 해도 총탄에 피를 조금 흘리고 말았던 고블린들이었지만, 이제는 총탄 세례에 몸에 구멍이 나기 시작했다.

    “형.”

    “응?”

    “나. SF 세계에 온 거 아니지? 완전 쩌는데?”

    “이게 왜 SF야. 판타지지.”

    과학이 아닙니다. 마법입니다.

    [으음…. 중첩은 확실히 더 연구를 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저렴한 따봉으로 아주 강력한 효과가 일어나는군요.]

    그러게나 말이야.

    [주군. 그렇다면 1~10 따봉을 주는 저렴한 것들도 보이는 대로 구입하는 쪽이 나을 수 있습니다.]

    집에 돌아가면 사용해 보자고.

    “형. 그러면 바이크 소환해 봐.”

    “응?”

    “타고 다니면서 쏴 죽이자고.”

    * * *

    “하핫! 다 뒈져라!”

    타타타타탕!

    “키에엑!”

    무척이가 내 등 뒤에 올라탄 채로, 쌍권총을 난사한다.

    그런 무척이 녀석을 위해서 나는 기꺼이 명마가 되어 내달린다.

    부아아아앙!

    동생을 태우고 달리며 악마 꼬붕 고블린 대갈통에 구멍을 낸다!

    놈들에게 닿지 않기 위해서 벽면 보행을 이용해 천장에 거꾸로 매달린 채로 질주하지만, 무척이 녀석의 총알은 빗나가는 법이 없었다.

    아니. 이 녀석 언제 이렇게 명사수가 된 거야?

    기록사라는 직업 아니었나?

    기록사 능력을 이용해서 필중(必中) 같은 거라도 자기한테 걸었나?

    그런 의문을 뒤로하고, 우리는 동굴 여기저기를 달렸다.

    마력의 소모는 거의 없는 상태!

    “광렙이야. 형!”

    “그러냐!”

    달리고 있는 와중이라 소리를 지르며 의사소통을 한다. 동생 놈이 방금 또 레벨 업을 한 모양이다.

    좋아, 좋아. 무럭무럭 자라렴~

    이 형이 버스 태워 줄게!

    나도 겸사겸사 촬영도 하고~

    [히든 던전이라니……. 나중에 편집해서 올리면 갓튜브가 핫해지겠군요.]

    척량이의 말은 한 귀로 흘리며 그대로 동굴의 지저로 향했다.

    그러자, 점점 고블린이 강해지는 게 보였다.

    거적때기를 입은 녀석들이 아니라, 갑옷을 입은 놈이 나타난 것.

    덩치도 더 크다. 그래서 즉시 관찰의 눈을 써 봤다.

    [데몬 스폰 홉 고블린]

    레벨 : 38

    속성 : 흙

    약점 : 없음

    악마의 피를 얻어 악마에 조금 더 가까워진 진화를 이룩한 고블린이 한 번 더 진화해서 홉 고블린이 되었다.

    최하급 악마들이 권속으로 부리기 위해서 만들어내는 존재들로, 악마의 피를 나누어 가져 마력도 얻게 되었다.

    레벨이 3이 오르고 나름대로 갑옷 같은 것도 입은 것이, 딱 봐도 강해 보이는 놈이다.

    녀석이 일반 고블린을 거느리고 나타난 순간.

    무척이의 총구가 불을 뿜는다.

    땅!

    금속 두드리는 소리가 나며 녀석의 고개가 뒤로 넘어간다. 그러나 쓰러지지는 않고, 그대로 고개를 앞으로 내민다.

    이마에 총알이 반쯤 박혀 있다.

    “터프한데? 두개골을 뚫지는 못한 건가?”

    그 순간. 녀석의 머리가 다시 한번 뒤로 넘어갔다.

    “한 번에 안 되면, 두 번 쏘면 돼!”

    아니… 니가 양궁 금메달리스트냐.

    총알 위에 총알을 다시 맞춰서 뚫었어? 놀라는 것도 잠시.

    [더블 샷].

    그사이에 녀석의 총구가 다른 고블린들의 이마에 사이좋게 구멍을 뚫어 주었다.

    끼익.

    그리고 우리는 거대한 석문 앞에 멈춰 섰다.

    “아까 저 홉 고블린 녀석이 중간 보스였나 봐, 형. 이 석문이 보스 룸일 거고.”

    “그러게. 그나저나. 아까 그거 어떻게 한 거야? 너 이 정도로 명사수였어?”

    “요새 특훈을 하고 있거든. 이 정도는 해야 형을 따라가지 않겠어?”

    “기록사가 이런 직업 맞냐? 마법사 같은 직업 아니었어??”

    “이런 기록사도 있고, 저런 기록사도 있는 법이지.”

    어깨를 으쓱하는 것이 이놈, 오만방자해졌군.

    거기다 아무리 봐도 뭔가 숨기고 있는 거 같은데…….

    이건 집에 가서나 물어봐야지 안 되겠네.

    “그나저나 형이야말로 너무 강해진 거 아냐? 나도 이 바닥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됐지만, 버프를 이 정도로 거는 건 들어본 적이 없어.”

    “센 건 아무 것도 없어. 그냥 질보다 양이라고 생각하고 퍼붓는 거지. 마력 통 되고, 따봉도 여유가 되니까 하급 축복을 계속 거는 거야.”

    “아니, 그게 이상하다고.”

    그런가? 하나하나 별거 없는 최하급 애들인데.

    심지어 균일하게 성능을 내는 것도 아니고 확률에 기대서 널뛰는 반쪽짜리들인데.

    [주군, 기준이 너무 높으십니다.]

    또 놀부 심보라는 듯 척량이 투덜거린다.

    결국 항복했다.

    “나야 스킬을 이것저것 조합하잖냐. 콤보 효과가 세긴 해. 근데 그건 너도 가능하지 않아? 기록사의 문자 조합이면 가능할 거 같은데.”

    “나중에는 할 수 있을 듯. 하지만 지금은 저레벨이라서 무리.”

    “총알 무한만 해도 충분히 사기 스킬 같은데.”

    “이런 거 가지고는 어디 명함이나 내밀겠어? 그나저나. 보스 룸 바로 진입할 거야?”

    무척이 녀석의 말에 고개를 돌려 보스 룸의 석문을 바라보았다.

    이 안으로 들어가면 임프가 나온다, 이 말이렷다?

    “마력 거의 안 썼지?”

    “어. 5% 썼나 싶은데.”

    “그러면 잠깐만. 따봉 상점.”

    따봉 상점이 앞에 열린다.

    “1클래스 주문 텔레파시(Telepathy) 구입.”

    스킬을 바로 구입.

    몸에 빛이 번쩍이고, 스킬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다음. 바로 무척이에게 텔레파시를 걸었다.

    이제 육성이 아닌, 생각으로 서로 대화를 할 수 있게 된다.

    -아아. 들려?

    -어……. 이거 마법사들이 레이드에서 주로 쓰는 마법 아냐? 진짜 따봉 상점 개사기네. 이걸 바로 익혀?

    -1따봉을 받으셨습니다.

    무척이 녀석이 감탄한 듯 따봉을 보내준다.

    -그런데 마력 괜찮아? 이거 거는 사람 부담일 텐데?

    그렇지.

    텔레파시는 마치 통신사에서 통화료 빼가듯 스킬을 쓴 쪽의 마력이 빠진다.

    -몇 번 레이드 뛰어 보니까, 필요하겠더라고. 전투 중에 일일이 말로 소리칠 수 없잖냐.

    -이야… 나도 따봉 상점 같은 거 있으면 좋겠다.

    -그러게 말이다. 그러면 이제 갈까?

    -어.

    무척이가 쓴 스킬이라고 해 봤자, 더블 샷에 증폭.

    총알 리필은 패시브니까 마력 소모 없음. 그러니 이 정도면 마력 소모가 적은 편 아닌가?

    무척이보다 내가 마력을 더 많이 썼는데, 모노 바이크G도 몰아야지, 버프도 걸었지, 거기에 빛의 구체로 앞도 밝혔으니 그런 것.

    그렇다 해도 사실 마력 소모가 많은 건 아니었다.

    애초에 내 회복량이 정상이 아니기도 하고.

    그러니까.

    나도, 무척이도 만전 상태.

    석문에 손을 가져다 대자, 석문이 저절로 열린다.

    그리고 우리 둘은 보스 룸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보스 룸은 고블린 던전의 보스 룸과는 확연히 달라 보이는걸?

    그쪽은 고블랭 때문에 반들반들하기만 할 뿐 여전히 동굴 속 같았다면, 여기는 확연하게 건축물의 내부라고 느껴지는 디자인이었다.

    일단 천장까지 높이가 20미터는 되어 보일 정도로 높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벽돌로 되어 있고, 둥글고 완만한 돔 형태의 지붕에 사방으로 문이 뚫려 있다.

    그뿐이 아니다.

    여기저기 고문당하는 고블린의 형상이 조각되어 있는데, 정중앙에 높이가 5미터는 되어 보이는 악마 석상이 하나 보이는군.

    그래.

    이 정도는 되어야 구정물색 게이트의 보스 몬스터지.

    딱 봐도 어린이 명작 만화의 악역 보스 아닌가?

    거기다 악마 석상은 근육질에 머리에는 4개의 뿔이 길게 자라나 있는, 터프하고 사나워 보이는 흉상 형태다.

    그런데 내가 아는 임프의 형태는 아닌데?

    [슬래터라고 부르는 악마 종족입니다. 주로 근접 전투에 능하다고 알려져 있고, 적어도 4성급 이상의 던전에서 중간 보스 몬스터나 혹은 보스 몬스터로 출몰한다는 정보가 있습니다.]

    4성급이면… 거의 레벨 80 이상이라는 소리 아냐?

    여기서 나올 만한 놈이 아닌데.

    게다가 임프가 나오는 던전 아니었… 아. 나오는구나.

    “키익! 인간 주제에 내 던전에서 난동을 부리다니! 용서할 수 없다!”

    슬래터 석상의 머리를 밟고, 그 위로 악마가 나타났다.

    체구는 1미터 남짓.

    등에 날개가 달렸고, 몸은 왜소하다.

    대갈통은 몸에 비해서 크고 몸에는 근육이 그다지 없는 모습.

    임프.

    불의 악마. 그리고 최하급의 악마.

    -알지? 저 악마가 어떤 놈인지.

    -들어오기 전에 정보는 숙지했는데… 임프가 보스 몬스터인 경우는 웹에도 정보가 없던데? 게다가 저놈은 고블린을 강화도 하는 놈이잖아. 조금 다른 거 아냐?

    -그래도 일단 알려진 정보에 기반해서 공략하자고.

    -오케이. 내가 먼저?

    -네가 먼저.

    타타탕!

    말도 없는 기습 공격!

    파직. 파지직.

    스파크가 일어나며 총탄이 허공에서 정지했다.

    임프가 분노한 표정을 지었다.

    “예의 없는 것들! 허접한 것들! 저 인간들을 죽여서 시체를 가져 와라!”

    “키아아악!”

    “키이이익!”

    “이럴 거 같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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