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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봉으로 레벨업-78화 (78/305)
  • 제78화

    [또한 이미 짐작하고 계시겠지만 정하 그룹은 얻는 것도 큰 만큼 이런 이슈도 많을 겁니다.]

    뭐어, 그렇지.

    솔직히 지망생들이 돈이 어디 있어서 킬러를 고용하고 있겠나.

    차라리 정하 그룹 패밀리들이 가족 사업을 족같이 하고 싶어서 사람 보내는 게 아귀가 맞겠지.

    이러한 귀찮은 잡음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했는데.

    적어도 내가 레벨이 좀 더 오르고 난 후라고 생각했지.

    솔직히 이렇게 빠르게 헌터를 보낼 줄은 생각도 못 했네?

    정지한이야 이제 스타트고 후계 싸움 할 다른 이들만 해도 전부 레벨 세 자리 이상을 예상하고 있지 않나?

    그런 사람들이 나 같은 피라미를 상대로 킬러를 보낼 정도인 줄은 몰랐지.

    [주군, 주군께서는 스스로를 너무 낮춰 생각하시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가? 글쎄다.

    정지한에게 있어 나 정도의 부품은 돈과 시간을 들이면 충분히 구할 수 있지 않나?

    물론 저레벨의 루키를 구해서 키워 나가는 건 못할 수 있어도 고레벨을 처음부터 구해서 호위 삼아 데리고 다니는 수준이라면…….

    [그리되면 강제로 정지한도 같이 등급이 높은 던전을 가야 할 테니 위험에 노출되겠지요.]

    흐음.

    던전의 레벨 제한이란 이래서 많은 변수를 만들어낸다.

    거기다가 내 예상이 맞는다면 정하 그룹의 최종 승리자는 정지한. 그놈이 될 수밖에 없다.

    시간을 다루는 능력 앞에서는 이미 그 어떤 계산도 무의미해질 테니까.

    “힘을 더 많이 숨겨 둬야겠네…….”

    [예. 교토삼굴(狡免三窟)이라고 했으니까요.]

    교활한 토끼는 굴을 세 개 정도는 파둔다고 하던가?

    그 말뜻을 곱씹으면서 두 명의 습격자를 내려다보았다.

    기절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각성자 아닌가. 다시 몸이 회복해서 의식이 돌아오게 되면 귀찮아질지도 모르겠네.

    그러면…….

    “스킬 상점 오픈! 봉인 관련 스킬.”

    스팟.

    화면에 수십 개의 스킬이 생겨난다.

    “따봉 1만으로 살 수 있는 스킬.”

    [시간 분리의 손길 : 시간의 신 크로노스의 편린으로 이루어진 스킬. 상대를 10분간 시간과 공간에서 분리하여 가둔다.]

    [마력 봉인의 족쇄 : 상대의 마력을 봉인하는 족쇄를 만들어 낸다. 유지 시간은 1시간이며, 스킬 사용자의 마력이 상대보다 높은 랭크여야 한다.]

    [수면의 시간 : 깊은 잠에 빠져들게 만드는 스킬. 스킬 사용자가 깨우지 않는 한 일어나지 않는다.]

    [혼돈의 뇌격 : 뇌에 타격을 주어 혼절하게 되는 스킬. 뇌가 없는 상대에게는 효과가 없으니 주의할 것. 상대의 체력 스테이터스에 따라 회복 시간이 다르며, 체력이 낮을 경우 영구적 뇌 손상을 입을 수 있으니 역시 주의할 것.]

    [봉인 : 봉인을 위한 매개체에 대상을 봉인한다. 스킬 사용자의 능력에 비례하여 상대를 더 오랫동안 봉인할 수 있다.]

    지켜본 척량이 말했다.

    [전부 하나씩 페널티가 있는 스킬들이군요, 주군.]

    “그러게 말입니다요. 그래도 그나마 쓸 만한 건 이거겠네.”

    [수면의 시간 - 9,800따봉]

    등급: 에픽 (비성장형 A)

    깊은 잠에 빠져들게 만드는 스킬. 누군가가 깨우지 않는 한 일어나지 않는다.

    9,800따봉으로 수면의 시간을 구입. 그리고 즉시 두 명에게 스킬을 사용했다.

    위잉.

    내 손에서 기묘한 파장이 일어나고, 둘은 그대로 잠에 빠진다.

    좋아. 이대로 꿀잠이나 자둬라.

    이렇게 문제는 간단하게 해결.

    “참, 나… 스킬이랑 능력 확인하러 왔다가 이게 뭐람. 실프의 회복.”

    실프가 생겨나 날아다니며 빛 가루를 뿌려댄다.

    둘의 상처가 천천히 낫는 게 보인다.

    내가 전문 힐러가 아니다 보니, 회복 속도가 느린 건 어쩔 수 없겠지.

    둘을 척량이의 등에 올려 묶고서 한숨을 내쉬었다.

    “후. 오늘은 빨리 해치우고 가서 쉬자.”

    [예. 주군.]

    기왕 이렇게 된 거, 우리 둘은 보스 몬스터를 잡으러 갔다.

    * * *

    [바위가 걸어 다니는 대지]에서 나온 아이템은 별거 없었다. 보스를 잡고 나서 받은 보상으로 나온 것도 그저 그랬다.

    [묵직함의 태도]

    등급 : C

    분류 : 무기(태도)

    자연적인 바위 골렘의 핵이 파괴되던 당시 기묘한 우연으로 만들어진 태도. 우악스럽고 울퉁불퉁하게 생겼으나 자가 수복 능력이 있고, 타격 시 무게감이 세 배로 증가하여 더욱 깊은 공격력을 보여 준다.

    귀속도 아니고, 능력치가 증가하는 것도 아니다.

    ‘이러니 이 던전이 인기가 없지.’

    어떻게 보스 몬스터도 C랭크 무기를 뱉어내냐. 거기다가 태도.

    그냥 도(刀)도 검(劍)에 비하면 좀 마이너한 편인데 여기에 태도이니 다룰 수 있는 인간이 몇 없으리라.

    거기다 크기는 겁나게 커서 길이가 2미터는 되는 무지막지한 물건이었다.

    “이걸 누가 사냐. 그렇다고 공임비가 있어서 싸게는 못 팔겠는데.”

    척량은 한참 생각에 잠기다가 입을 열었다.

    [주군, 따봉을 주시면 힌트를 얻어낼 수 있습니다.]

    힌트? 그게 무슨 소리야?

    [저도 모르겠습니다. 시스템에 따봉을 공양하면 어떠한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스템이 그런 거래도 해? 기준이 뭔데?

    [정보를 열람할 권한이 없습니다.]

    으음, 그렇게 나오시겠다? 좋아. 몇 따봉이면 돼?

    비싸면 그냥 안 주면 되니까.

    척량의 눈이 푸른빛을 띠더니 다시 말했다.

    [9,999따봉입니다.]

    와따…… 비싸시네.

    고작 힌트를 스킬값으로 받아?

    하지만 확실히 이대로 판다고 해도 제값을 받기는커녕 안 팔려서 계속 시장 바닥이나 쓸고 다니겠지. 그건 좀 아쉽다.

    좋아. 망하면 3박 4일 먹방만 찍지, 뭐!

    가보자고!

    따봉을 투여하자 척량의 앞에 제단이 만들어진다.

    그것은 2차원처럼 흡사 선으로만 이루어진 제단이었다.

    명암도 없고, 중량감도 없으며, 흡사 스마트폰의 아이콘처럼 몇 개의 선과 색으로 이루어진 제단이었다.

    그곳에 척량은 따봉을 헌납한다.

    숫자가 올라갔다.

    -_-)b +999

    -_-)b +1,000

    -_-)b +1,001

    와…… 무슨 제단이 이모티콘이야.

    신전 특유의 성스러움도 없고, 이 모든 게 그저 장난처럼 보인다.

    대체 나는 무엇에게 따봉을 바치고 있는 걸까.

    따봉 상점에서 구매하는 것과는 다른 기묘함만이 머리를 내리누른다.

    점차 따봉이 올라가고, 올라가고, 올라가다가…… 그리고… 마침내.

    띠링-

    ^_^)b +9,999

    점과 선으로 이루어진 제단에 9,999개의 따봉이 모두 다 찬다.

    내가 가지고 있는 따봉에서 딱 그만큼이 빠지는 것과 동시에 빛이 내려오기 시작했고.

    거대한 빛의 기둥이 척량의 몸에 내리꽂혔다.

    이윽고 척량이 눈을 팟 하고 뜨더니 말했다.

    [스킬 1회 공격만으로 무기를 부수시오.]

    음?

    [그게 힌트입니다.]

    설마 이 보스 보상품을 부수라고?

    [네.]

    내 노동의 성과를?

    물론 비인기 상품이라 그게… 어억… 와나, 멀쩡한 아이템을 부수라고 할 줄은 몰랐네.

    거기다가 스킬 1회 공격.

    이 [묵직함의 태도]는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일단… 보스 골렘을 잡아서 나온 무기인 만큼 더럽게 단단하다.

    무기 설명에도 괜히 ‘우악스럽고 울퉁불퉁하게 생겼으나 자가 수복 능력이 있고’라는 구절이 들어가는 게 아니다.

    스스로 수리를 한다.

    그러니 자가 수복을 하기 전에 끝내야 한다는 것.

    ‘후우.’

    기왕 따봉 9,999를 날렸으니, 무기도 날려 봐야겠다.

    미친 짓이지, 미친 짓이야.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머리 한구석으로 단번에 쪼갤 수 있는 스킬을 하나씩 떠올려봤다.

    좋아. 결정했다.

    이 미친 짓의 끝이 뭔지 봐야겠어.

    그런데 실패하면 나는 9,999따봉과 [묵직함의 태도]까지 더블로 날리는 거네?

    그런 낭비를 할 수는 없지! 9,999따봉이면 살 수 있는 스킬이 얼마나 많은데!

    자. 그러면.

    휙휙 주변을 둘러보다 높이가 30미터는 되어 보이는 바위를 하나 발견했다.

    저거다!

    * * *

    “갓튜브 시청자 여러분! 검지 여러분! 안녕하세요. 엄지척입니다. 오늘은 아주 새롭고 신박한 모습을 보여 드리고자 이렇게 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자! 여기는 어딘고 하니, 비인기 던전인 [바위가 걸어 다니는 대지]인데요. 보스를 잡……는 영상은 당연히 올리지 않지요. 이 던전 보스 잡는 영상이 어디 한둘입니까?”

    -엄지 뭐야? 왜 갑자기 라이브야?

    -지난번 썬주란이 요청한 스킬은 언제 공개할 거야?

    “하하하. 그건 나중에 하도록 하지요.”

    두 녀석이 쓰러진 지금, 나도 이제 갓튜브 접속이 가능하다.

    이렇게 된 거 망해도 따봉 벌이를 하고, 안 망해도 따봉 벌이가 될 테니 그걸로 된 거 아니겠나?

    이번에는 돈 액수 제한 설정도 껐다.

    예고 없는 라이브라 몇이나 올까 싶어서.

    -엄지 왠지 다친 것 같은데, 거기 어디임?

    -나 여기 앎. [바위가 걸어 다니는 대지] 던전. 여기 사골 아닌가?

    -몬스터도 느리고 보상도 짜서 여길 갈 일이 있나?

    -보스 몬스터 스킵할 거면 왜 라이브를 함?

    나는 대답 대신 일부러 막 웃더니 보상 아이템 [묵직함의 태도]를 쓱 꺼냈다.

    “또한 이놈도 아실 겁니다. 태도 각성자가 아니면 쓸 일이 없는 무기. 그리고 태도 각성자도 거의 안 쓰는 무기! 클리어는 간당간당하게 하는 곳이고, 클리어를 해도 별로 얻을 게 없어서 보조원들도 여기는 계약 잘 안 하지요~ 제가 보조원 출신이라 잘 압니다.”

    -알지. 저긴 던전 준비 비용이 채굴 비용보다 더 든다고 함.

    -엄지 보조원 오래 했음乃 이런 거 계산 빠름. 근데 왜 거기에 있지?

    역시나 긴급 라이브라서 그런지 많이는 모이지 않는군.

    그래도 고정 팬층이 따봉을 조금씩 찍어 주니 십시일반으로 모인다.

    “맞습니다. 바위 몬스터는 무거운 데 비해 보석이나 마정석류를 잘 드롭하죠. 하지만 이 [바위가 걸어 다니는 대지] 몬스터들은 이상할 정도로 그다지…… 괜찮은 게 없죠. 그리고! 보스 몬스터 드롭 템. 이거! 이 태도!”

    나는 일부러 모노 블레이드 휘두르듯 태도를 휭휭 휘둘렀다.

    무공 사용자다 보니 꽤 멋있는 포즈가 완성된 것 같다.

    이다음, 그 능력치도 화면에 보여 주었다.

    “보면 아시겠지만 그다지 좋은 물건은 아닙니다.”

    -저거 물건 사는 사람 있긴 하냐.

    -저걸 누가 삼?

    -애초에 들어가는 사람이 별로 없고…… 던전 브레이크 시간도 널널한 안정형 던전이라 브레이크 전에 한 번씩 가는 수준임.

    -태도 말고 저기 방패는 쓸 만하다던데. 보스가 방패를 떨굴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지만.

    -우리 엄지 운도 지지리도 없지. 왜 가장 쓸모없는 태도를 드롭해서는…….

    미친 소리 같지만 나는 이미 동생에게 부탁해서 시장에 풀린 태도를 꽤 사놨다.

    그래 봤자 매물이 몇 개 없긴 하지만, 가격도 싸고… 이번에 망하면 그래도 방송 뒤에서나마 몇 개 더 까본다는 마음이다.

    “그런데! 이 물건을 단 일격에 스킬을 써서 부수면 좋은 재료 템이 된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놀랍죠? 그 재료 템이 무엇인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만, 해볼 가치는 충분하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지금 해 보려고 합니다.”

    그 말을 하는 순간 라이브 방송이 순식간에 폭발하기 시작했다.

    -뭐? 저걸 부순다고?

    -일격에 저걸 어떻게 부숴?

    -고레벨 전사라면 가능.

    -고레벨 마법사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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