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따봉으로 레벨업-79화 (79/305)
  • 제79화

    끓어오르는 채팅 창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나는 웃음을 흘렸다.

    -[썬주란] 님이 100,000원을 후원했습니다.

    [썬주란] : 보여 줘 봐. 보여 주면 백만 원 넣어줄게.

    오오오오!

    “썬주란 님! 감사합니다! 라이브인데 용케 와 주셨군요!”

    열심히 손을 비비며 척량과 귀여운 제스처를 취했다.

    인생 이런 거다.

    -[A/B] 님이 200,000원을 후원했습니다.

    [A/B] : 지금 방송 멈추고 나한테만 영상 보내면 천만 원 준다.

    음?

    [A/B]?

    그 순간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알파벳 두 개의 간단한 아이디다.

    [A/B].

    허나, 그게 의미하는 게 무엇인지 모르는 이는 이 챗방에 없었다.

    -아니. [A/B]면 ABM 마스터잖아? 거기서 왜……?

    -미쿡 GOF 길드 라이벌 아님?

    -ABM 길드 마스터 아이디지? 그놈이 왜?

    모두가 잠깐 정신이 나갔다.

    ABM 길드.

    경제학 용어인 Agent-based model의 약자로 한국어로 치면 ‘행위자 기반 모형’ 정도로 번역한다.

    나야 뭐, 그런 단어를 들어도 무슨 뜻인지 모르지.

    모두가 그럴 거다.

    확실한 건 하나 있다.

    ABM 길드 마스터는 미국 증권가 출신인데, 과거 던전 웨이브 사태 이후, 당연히 세계시장은 개판이 났다.

    쌀도 수급이 어렵고, 밀도 수급이 어렵고, 통신망은 개판이 되고, 행정도 살아 있는 이와 죽은 이 수습하기도 버겁고.

    그 지옥 같은 삼 년 동안 미국 증권가는 난세를 이용해 돈 놀이를 했다.

    고래 같던 대기업 몇이 쓰러지고, 해체된다.

    실업자는 더욱 속출했다.

    그 짓을 하다 보니 분노한 미국인들이 증권가의 개돼지들을 죽이자며 권총 하나씩 꼬나 쥐고 들이닥친 일이 있었다.

    현대판 시민혁명이라고나 할까?

    단두대 대신 블링블링한 거대 전기톱도 들었다.

    그 분노한 미국인들 중에는 갓 자각을 한 헌터들도 있었으니.

    제아무리 고용한 특수 용병이라고 해도 각성자를 이기기는 쉽지 않았던지라.

    그때 빌딩 2층에서 달러백과 마리화나를 던지며 분노한 미국 시민들을 분열시킨 놈이 있었는데 그놈이 지금의 ABM 길드 마스터다.

    아담 브론즈.

    약자는 A.B.

    아이디는 [A/B]다. 왜 /로 나누는지는 불명.

    미국 증권가 유력 가문인 브론즈 가문의 잘나가는 아들내미로 어릴 때부터 괴짜였고, 천재였단다.

    이놈은 몬스터 웨이브가 터지기 전에 공매도를 사놔서 큰 이득을 보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번 돈으로 놈은 달러백을 던지며 민중을 마취시켰고.

    2층 정도면 눈먼 총알에 맞을 법도 한데, 본인도 각성자라 살았다.

    나이가 꽤 있다고는 들었는데 이상하게 늙지 않아서 겉으로 보면 20대로밖에 보이지 않는 미친놈이다.

    왜 길드 이름이 경제학 용어인지는 모르겠다. 그냥 뭔가 어려워 보일 뿐.

    한국 재벌은 나이가 차면 보통 취미가 등산이거나 드라이브거나, 아니면 뭐 골프를 치는데.

    이놈은 취미가 갓튜브 시청하기, 정치가와 SNS로 쌍욕 나누기, 던전 투어하기, 마정석 쇼핑 방송하기…….

    심지어 이 새끼는 미쿡 놈답게 수시로 할리우드 열애설이 터지고, 결별설이 터지고를 반복했지.

    자칭 독신주의자이며 프리 연애주의자라며 라스베이거스 최상급 호텔을 통으로 빌려서 마티니나 적시고 있고.

    마약 빨다가 목격된 이슈도 나오고, 흑인 래퍼들과 친하며, 갱들과 돈으로 총 쏘는 걸 SNS로 올리지 않나.

    심지어 군수업 신형 잠수함 타 보겠다고 그걸 찍어서 미 국방부로부터 소송도 당한 새끼였다.

    정비가 누님과 친하다.

    아담은 그녀의 신형 드론을 무척 사랑한다.

    아무튼 자본주의의 탕아이자 브론즈 가문의 쌍놈인 이 새끼는 일도 치고 일도 수습하는 셀러브리티로 유명하다.

    -대체 왜 이걸 보는……?

    -사칭이지? 20만 원 사칭?

    -원래 [A/B]는 뉴비들 방송 많이 보러 옴. 그렇게 이상할 일 아님.

    -엄지가 라이징乃하니까 [A/B]도 보러 온 거지.

    심장이 떨어질 것 같다.

    나 이거 망하면 엿 되는 건가? 한참 멍하니 챗창만 바라보고 있다가 화들짝 정신이 돌아온다.

    확실한 건 하나 있지.

    액수만 보고 움직이면 이 바닥 인망을 못 쌓는다는 거.

    크윽, 아깝지만… 어쩔 수 없나.

    “어……. 썬주란 님이 먼저 청해 주셔서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A/B] 님이 5,000,000원을 후원했습니다.

    [A/B] : 오? 너한테는 순서가 중요한 거야? 재미있네.

    아니, 거절했는데 왜 쏴. 왜 쏘는 거냐고?

    그리고 챗창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미친 오백만 원 박았어!

    -이거 찐이었네!!!!!!!

    -[A/B] 또 주가 조작하려고 왔냐?

    -이미 오를 대로 올라서 올릴 게 뭐 있어? 정하 그룹도 이미 더 오를 게 없다…….

    -걍 꼴린 거임. [A/B]는 그냥 지 꼴리면 가서 쏨. 지난번에 뜬금 너구리 키우는 갓튜버한테 이천만 원 박았음.

    -1너구리 = 0.25엄지

    일단 고오맙다.

    안 되겠다. 동생한테 연락해서 [묵직함의 태도] 남은 한 자루까지 싹 사 두라고 해야겠어.

    그때 척량이 나한테 속삭였다.

    [주군. 문자가 왔습니다. 정지한 님께서 묵직함의 태도는 미리 다 사놨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하시는군요.]

    ……손도 빠르다.

    방송을 보고 있는 건가?

    후우. 진정하자, 진정하자.

    [A/B]가 왔다는 말에 방송자 수가 빠르게 올라갔다.

    -[A/B] 님이 100,000원을 후원했습니다.

    [A/B] : 기왕 보여줄 거면 그 후원 세리머니는 생략하고 그냥 빨리 보여줘.

    “……?!”

    아까는 오백 박더니 이번에는 십만을 박네.

    이 새끼가 돈으로 사람 조련하나.

    지금 내가 긴장감으로 뒈지지 않은 건 다 [초보자 스킬 : 견고한 마음] 덕분이다.

    1레벨 초보자 뒈지지 말라고 만든 스킬을 아직도 이용해 먹으니 약간 양심에 털이 날 것 같지만 괜찮아.

    나는 원래 양심 없어!

    좋아, 좋아.

    이런 것도 다 따봉을 위해서.

    인기로 벌어먹고 사니까, 이 정도는 해야지.

    “알겠습니다. 바로 고 합니다! 자. 그러면. 이 태도를 여기에 두고요.”

    우선 높다랗고 큰 바위 아래에 태도를 내려놓는다.

    밑에 돌 두 개를 괴어놓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제! 이 바위 꼭대기로 올라가서 그대로 점프. 낙하하면서 이 태도를 박살 낼 예정입니다! 그러면 시작하죠!”

    그리고 버서커 물약을 꺼낸다.

    그걸 보란 듯이 일부러 포즈를 한번 취해서 보여 주고 그대로 빨기 시작했다.

    꿀꺽꿀꺽.

    몸 안에 힘이 불끈 들어차는 게 느껴졌다.

    [리자♥드맨의 버서커↗약]

    등급: B-

    체력을 크게 감소시켜 다른 모든 능력을 증가시킵니다. 과용하면 사망합니다.

    효과 시간 : 30초

    -모든 능력치가 200% 상승합니다.

    -체력이 빠른 속도로 감소합니다!

    -30초 후에 사망합니다. 그 안에 효과를 삭제해 주세요!

    크으, 마시자마자 강해지면서도 죽을 것 같은 기분이 밀려오네.

    체력 깎이는 속도가 아주 광속이야.

    믿는다! 이 망할 [☆★◇◆스크루지의 연금술◇◆☆★]!!

    그 상태로 모노 바이크G에 탑승! 혼원건곤신공 ON!

    후와아아악!

    내 몸 전체에서 증기 같은 연기가 흘러나오며 흩어진다.

    버서커 포션에, 혼원건곤신공의 기운까지 들어차서 그게 폭주 기관차의 엔진처럼 쿵쾅거린다.

    그리고 이것을…….

    모노 바이크G에 연동!

    부와아아아앙!

    거기에 급가속이다!

    콰아아아아앙!

    앞바퀴가 단번에 들린다.

    가까스로 앞바퀴를 땅에 붙이고, 바위에서 멀어지다가, 그대로 되돌아와 바위를 향해 질주했다.

    자. 이 타이밍에 점프다!

    텅! 부와아아앙!

    수직으로 바위를 타고 오른다! 바람이 뺨을 가른다.

    초속의 속도 속에서 모노 바이크G가 솟구쳤다.

    그 속도 그대로. 지상으로 낙하.

    손잡이에서 두 손을 떼고, 허벅지에 힘을 꽉 줘 모노 바이크G와 혼연일체가 된 상태로 모노 블레이드 중 하나만 꺼내 들었다.

    여기서. 내 최대 최강 공격기.

    혼원건곤신공-혼원건곤검법-건곤개벽.

    검기가 불타오르듯이 광채를 낸다. 그대로 모노 바이크와 함께 태도를 내리찍는다.

    콰쾅!

    어마어마한 충격량.

    대지가 갈라지고, 흙먼지가 피어오른다.

    그리고 나 역시 반동으로 튕겨 나왔고, 모노 바이크G도 저 멀리로 날아가 땅바닥을 나뒹군다. 그러나 나는 허공에서 그대로 몸을 뒤집어 땅에 착지했다.

    이제는 나도 짬이 생겼는데 낙법 정도는 멋지게 할 수 있지.

    “이야~ 힘들었네요. 자, 그래서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요~?”

    착지 후 바로 방송용 멘트.

    부서졌을까? 부서지지 않으면… 그래. 그거대로 허당 이미지로 밀어야겠다.

    일단 나는 최선을 다했어.

    이 이상은 무리야.

    “아차차, [버서커 물약] 효과 취소!”

    일부러 깜빡한 듯 스킬을 뒤늦게 취소하고 내 체력은 10을 남기고 멈췄다. 나는 일부러 내 체력 바를 보여줬다.

    “다행이네요.”

    -와, 엄지 까먹을 게 다 있지. 죽을 뻔했네.

    -엄지 특乃 갓튜버 최초로 까먹어서 죽을 뻔함.

    수없이 올라오는 채팅들을 못 들은 척하면서 흙먼지가 걷히기를 기다린다.

    -엄지 일부러 흙먼지 걷을 수 있는데 뜸 들이는 것 좀 봐라.

    -두구두구두구두구두구두구두구두구 개봉★박두--!!

    “이 맛이 있어야 갓튜브 보는 거지. 기다려 봐요. 좀!”

    이윽고 흙먼지가 가라앉고 그곳에 있는 건 평범한 [묵직함의 태도] 그 자체.

    그것도 멀쩡하게 돌 두 개 위에 딱 앉아 계셨다.

    아니, 분명 손에 느낌이 왔었는데?

    -이야아아아! 설마하니 못 잘라서 방송 종료하게 될 줄은 몰랐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엄지 저걸 못 부수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백만 원이고 천만 원이고 실력 딸려서 못 부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초반에 괜히 후까시 잡을 때 알아봤다ㅋㅋㅋㅋ

    “으아니이이이이! 이럴 수 업써어어어어!”

    일부러 과장된 연기를 하며 달려간다.

    이왕 망한 거 개그나 쳐야겠다 싶어서 일부러 태도의 양 부분을 붙잡고 바둥바둥하려던 찰나.

    탁-!

    무슨 만화처럼 딱 하고 떨어져 나가는 게 아닌가.

    “오오오옷! 잘렸습니다. 여러분, 잘렸어요오오오!”

    -운발임. 틀림없음.

    -척량이가 주인 놈 불쌍해서 몰래 부숴준 거임.

    -엄지 잘했다 ㅠㅠㅠㅠㅠ 내 새끼 乃乃乃乃乃乃乃乃乃乃乃乃乃乃

    그리고 태도는 빛이 나며 흩어지기 시작했다.

    띠링-

    -[묵직함의 태도]를 분해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해당 아이템의 숨겨진 정수가 발견됩니다.

    정수?

    그 순간 새하얀 구슬이 모습을 드러냈다.

    [묵직함의 영약]

    등급 : B

    분류 : 영약(소환수)

    태도의 능력이 영약으로 변화한다. 이것을 복용한 소환수는 [묵직함의 태도]가 가진 능력을 끌어낸다.

    -자가 수복 능력 : 하급 치유 능력. 회복 마법이 없어도 계속해서 체력이 차오른다.

    -순간 질량 증가 : 적을 타격할 시 일시적으로 질량을 증가시킬 수 있다.

    “어?”

    분명 [묵직함의 태도]는 C였다.

    그러나 눈앞에 보인 것은 B급, 그것도 가장 귀하다는 소환수의 영약이다.

    “태도의 능력을 소환수에 이식한다고?”

    비록 B급이지만 소환수 강화 영약은 귀하지.

    고레벨 각성자들도 자신의 소환수들은 당연히 강화시키고 싶을 터!

    하급 치유 능력에 순간 질량 증가라니?!

    그 순간, 갓튜브 창은 벌 떼처럼 일어났다.

    -어서 보여줘!

    -제발 척량이 쓰는 것 좀……!

    이 이상은 안 된다. 나는 급하게 말했다.

    “자아, 오늘 라이브는 여기까지. 다음에 만나요~!”

    그렇게 일부러 쿨한 척 라이브를 껐다.

    헌터용 특수 폰에는 200개를 죄다 사재기했다는 정지한의 따뜻한 문자와 이제 시장에 풀린 칼은 없다는 동생의 문자가 와 있었다.

    나는 척량을 끌어안고 울었다.

    “대박… 대박이다. 야… 대박이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