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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봉으로 레벨업-30화 (30/305)
  • 제30화

    “형, 이거 마셔.”

    동생은 홍삼 팩을 꺼내서 내게 건넸다.

    보스 몬스터와 함께 내가 쓰러지는 모습이 화면에 나오고 있었다. 보는 가족은 가슴이 찢어지지.

    ‘그래. 남에게는 영웅이어도 나한테는 가족이지.’

    나도 내 동생이 저렇게 싸우다가 쓰러지는 걸 상상해보니 제정신이기 힘들 것 같네.

    몸 축나지 말라는 마음으로 쭈압쭈압 들이켜니 절로 이마가 찌푸려진다.

    이거 너무 쓴 거 아냐?

    ‘필살기가 필요하겠어.’

    매번 [리자♥드맨의 버서커↗약]을 처마실 수는 없는 법 아닌가.

    후유증을 생각하면 두 번은 못 할 짓.

    ‘강력한 스킬. 큰 거 한 방이 필요해.’

    포인트를 다수 희생하더라도 필요하다.

    나는 자연스럽게 따봉이 얼마나 모였는지 확인했다.

    ‘일… 십… 백, 천, 만, 십만… 십…… 십만?!’

    기절하기 전에 모든 따봉을 다 털어서 근력에 투자했었던 건 기억이 나.

    그런데 10만 따봉이 더 생겼다고?

    [실프의 회복]이 4,200따봉.

    빛이 떠다니며 끊임없이 나와 파티원들을 회복시켜 주는데, 이거 덕분에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겼는지 모른다.

    그런 스킬을 23개를 살 수 있다는 뜻!

    ‘던전 한 번 주회해서 10만 따봉?’

    이슈가 크게 났다고는 해도 B급 던전 주회 한 번으로 벌어들인 따봉이다.

    ‘앞으로 이거 반의반만 받아도 남는 장사겠는데……?’

    거기다가 업그레이드된 근력 수치는 여전히 나와 함께하지 않나.

    ‘스킬 사고 남는 따봉 있으면 능력치에도 투자해야겠다.’

    마력은 이제 스킬을 남발해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 성장했다.

    체력, 민첩, 지능, 매력…… 찍을 능력치는 많다.

    ‘그런데 10만 따봉을 벌어들이다니, 대체 영상이 얼마나 대박을 친 거야?’

    폰을 꺼내서 인터넷을 들어가 봤다.

    갓튜브에 들어가자마자 메인에 내 영상이 걸려 있었다.

    알고리즘 추천인가? 아니면…….

    영상 제목은 이렇다.

    [乃최강 엄지! 엄지 하고 싶은 거 다 해! 세계 최초! 그로잉 던전 B랭크 클리어! (요약.Ver)乃]

    동생을 빤히 바라보자 녀석의 귓바퀴가 붉어졌다.

    “원래 이런 제목이 인기야, 형.”

    놈의 티셔츠는 이렇게 외치고 있었다.

    [乃♥최강엄지♥乃]

    그래…… 갓튜브도 이런 제목이 인기고, 티셔츠도 이런 문구가 인기인 거구나.

    ‘대체 이놈 눈에는 형이 어떤 모습으로 보이는 걸까.’

    형을 존경하는 건 좋지만 접시 물에 코 박고 죽고 싶어지는군.

    영상을 클릭하니 요약본답게 경쾌한 음악이 깔린다.

    염라두가 배신하는 장면으로 영상은 시작된다.

    ‘실제 생눈으로 본 것보다는 덜 싸가지 없게 나왔군.’

    나만큼 잘생긴 건 아니지만 이놈도 매력 수치가 높은지 한 얼굴 한다.

    그래도 편집하던 동생은 빡이 쳤는지 놈이 했던 말을 육성 그대로, 무편집본으로 업로드해놨네.

    ‘염라두 욕을 들으니 이제 좀 현실감이 생기는군.’

    당황하는 방 씨 남매의 표정이 교차 편집되고, 염라두는 자리를 뜬다.

    나는 그런 둘에게 여러 버프를 걸어 주고 비밀 통로를 찾아 부순다.

    빠르게 중앙까지 거리를 단축시킨 후, 리자드 맨을 상대로 전투!

    전투한 리자드 맨의 재료로 연금술! 그리고 육포 먹방!

    다시 전투, 그리고 보스 몬스터.

    놈이 낸 문제에 다시 염라두가 나선다. 약한 사람 둘을 희생시키자는 말에 사람들이 흔들린다. 영상 음악이 멈춘다.

    [제가 탱킹을 하죠. 죽더라도, 가장 먼저 제가 죽을 겁니다. 이 정도면 믿음을 줄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의 표정이 교차 편집 된다.

    염라두가 나서려 하자 내가 뒤통수를 까고 기절시킨다. 그리고 보스 레이드로 이어지면서 영상은 클라이맥스에 치달았다.

    “부끄럽네.”

    더 보기가 부끄러워 결국 껐다. 동생이 차분하게 말했다.

    “요약본 대박 났어, 형. 요약본뿐만 아니라 전체본도 대박 났고.”

    동생은 상자에서 뭔가 꺼냈다.

    갓튜브 ‘은빛 버튼’이다.

    구독자 수가 일정 이상 늘어나게 되면 갓튜브 본사에서 ‘은빛 버튼’을 보낸다.

    은으로 만들어진 상패는 꽤나 묵직했다.

    “이 속도면 얼마 후에는 곧 ‘금빛 버튼’도 올 거야.”

    10만 따봉의 힘이 이렇게 크구나…….

    구독자가 무려 35만 명이다.

    올린 영상이 몇 개 없는데도 빠르게 붙고 있다.

    엄무척이 말을 이었다.

    “아, 그리고 광고 신청도 해 뒀고, 그거랑 별개로 여러 회사에서 광고 제휴로 연락이 오고 있어.”

    “너 정말 편집… 잘했구나.”

    “아니, 형이 활약을 잘한 거지. 영상 요약한다고 잘라낼 때마다 피눈물 나더라. 하나하나가 주옥같아서. 세상 사람들이 우리 형 활약을 좀 더 알아줬으면 좋겠어.”

    무척아… 10만 따봉이면 이미 충분히 알아준 것 같구나.

    무척이 말했다.

    “아니야. 형, 서사도 완벽하고, 우리 형의 인간성도 잘 담겨 있어. 거기다 세계 유일 [그로잉 던전] 클리어라 국뽕 코인도 탔어. 이거라면 더 받을 가능성도 있지.”

    나는 보았다. 놈의 동공에 ‘乃’ 자가 불타는 것을.

    더 큰 따봉을 위한 야망이 불탔다.

    “무척아! 나보다 네가 더 따봉에 진심이구나!”

    “아니, 형? 형 죽을 뻔했어. 따봉이라도 많이 벌어야 이런 일이 두 번은 안 생기지! 남들이 얼굴 팔아 유명세 치른다고 하든, 국뽕 코인을 탄다고 하든 무슨 상관이야? 우리 형이 따봉이 필요하다는데!”

    그, 그렇군.

    왠지 반성하게 된다. 생각해 보니 나야말로 따봉에 진심이 아니었던 건가.

    이 정도면 충분히 많은 따봉을 번다는 마음에 방심하고 있었나.

    “그런 의미에서 형. 다음 영상은 ‘은빛 버튼’ 개봉식이야. 지금 누워 있는 병실에서 할 거야. 팬분들께 조공에 감사하는 영상도 같이 올릴 거고.”

    엄무척의 등 뒤로 따봉의 화염이 화르륵 타오르는 것 같다.

    “그리고 나 내일부터 지옥 훈련 들어갈 거야. 한동안은 못 볼 거니까 각오해.”

    “뭐? 너 A급이잖아. 얼마나 더 강해지려고?”

    “얼마나 강해지긴, 형을 도와줄 만큼. 형이 다시는 이렇게 위험해지지 않을 만큼은 강해져야지.”

    효자다. 불꽃 효자.

    동생이 말을 이었다.

    “형이랑 같이 던전 입장하려면 나도 헌터 자격증이 필요해.”

    * * *

    의료진이 와서 내 상태를 살피고는 하루 더 정양한 후 퇴원하면 될 것 같다고 했다.

    동생은 이것저것 준비하러 나갔다.

    은빛 버튼 개봉식 영상을 준비하는 모양이다.

    요즘은 자연스럽게 하는 게 대세란다.

    그런데 그 자연스럽게 하는 게 인위적으로 하는 것보다 더 연출이 어려워서 준비해야 할 게 많다고 했다.

    어렵다.

    동생이야말로 형 도와준다고 공부를 많이 한 모양인데 난 아직도 따봉에 망설임이 남아 있다.

    ‘우선 영상 반응이라도 보자.’

    갓튜브 리플을 추천순으로 정렬하고는 쭉 읽어 보기로 했다.

    - 乃엄지야! 검지 왔다!乃

    ↳ 극성 맴들 모여서 서포터즈 한다더니 진짜인 듯?

    ↳ 아직 정식 서포터즈로 인정받기에는 규모가 Jot만 하지 않나?

    ↳ 인성 코인 타고 겁나 뜸.

    ↳ 乃엄지쾌유기원乃

    ↳ 乃엄지아프지마乃

    ↳ 울 엄빠도 이번에 입덕함.

    팬클럽의 리플이 가장 베스트를 차지했다.

    외국 팬도 붙었는지 외국어들이 많이 보였다.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겠어서 자동번역 대신 그냥 필터링을 한국어로 돌렸다.

    - 이 형, 싸우기는 개 잘 싸우네. 전보다 스킬도 화려해지고 눈을 못 떼겠네.

    - 염라두 원톱 쌈 될 줄 알았는데. 현실은 이 형 혼자 다 했네.

    - 염라두 부모는 기부도 많이 하고 사람 착해 보이던데 자식은 왜 저럼?

    ↳ 염라두 서포터즈 초상남.

    ↳ 아니, 염라두나 엄지척이나 아직 공식 서포터즈 안 생겼다니까? 둘 다 아직 메이저급 헌터들이 아님

    ↳ 메이저 부심 보소. 엣헴!

    물론 염라두를 실드 치는 글도 있었다.

    - 염라두가 착하다는 건 아닌데 저 상황에서는 제작 망생이들 손절 안 하는 게 이상한 거 아니냐. 영상 끝까지 얘들이 한 게 뭐 있냐? 인챈트? 그건 다른 능력자 애들도 할 수 있었음.

    이 말에 동조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네. 리자드 육포 먹방하는 것 말고는 딱히 없었지.

    -맞아. 염라두도 살려면 어쩔 수 없는 거 아님? 거기다가 염라두가 다른 쪽으로 나눠서 간 덕분에 그쪽 합류해서 살아남은 애들도 있지 않음?

    그 말에 반박하는 쪽도 물론 있었다.

    - 그렇게 보기에는 염라두 진영에서 부상자들이 심하게 많았음.

    - 동감. 인터뷰 보니까 타 팀 애들이 억지로 염라두 붙잡아 딜 시키고, 염라두 지도 지 목숨만 간수했다는데?

    - 차라리 화염방사기는 말이라도 잘 듣지. 얘는 끝까지 지 갈 길만 간 거.

    ↳ 막판 등가죽 뜯은 건 염라두가 함. 염라두 없었으면 성공 못 했음.

    ↳ 그거 엄지 혼자서도 뜯을 수 있었음. 동료 지키려고 혼자 탱킹하느라 못 한 거.

    ↳ 등 터진 것도 애초에 엄지가 건 디버프 때문 아니었냐? 영상 보면 중첩으로 디버프 걸면서 딜 유도하던데.

    - 아니 미친. 애초에 염라두는 동료 둘 죽이자고 했던 놈이잖아? 대체 왜 이리 실드가 많음? 이게 실드 칠 거리가 있음?

    염라두 규탄과 실드 사이에서 추천과 비추천이 난무했다.

    던전 그로잉으로 인해 던전 공식 영상은 내가 찍은 영상과 헌터 수험생들의 공식 인터뷰밖에 없는 터라 더욱 그랬다.

    내가 찍은 영상은 어디까지나 내 시점에서 사건이 이어지니까.

    ‘염라두가 인성 터진 놈이기도 했고.’

    던전 공헌도 2위. 보통이라면 어시스트라 불리며 그 나름의 명예를 얻을 수 있는 자리다.

    염라두처럼 논쟁 터지는 경우가 더 드물지.

    ‘염라두 팬이 많긴 하구나.’

    염씨 부부는 우리나라에서 꽤나 유명한 부부 헌터다.

    좋은 일도 많이 했고, 많은 던전들을 클리어하며 사회적인 공헌도 했다. 매스컴에서 언제나 칭찬 일색인 사람들이다.

    그런 염씨 부부의 서포터즈들이 그 아들을 지지하는 건 당연했다.

    다만 그들도 그런 그림 같은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 이렇게 인성이 터질 줄은 예상 못 했을 거고.

    ‘원래 카메라 앞이랑 현실은 다른 법이지.’

    연예인이나 유명 헌터나 이런 건 비슷해.

    아무리 카메라로 자주 본다고 해도 남들은 모르는 집안의 사정 한둘쯤은 있는 법이지.

    -엄지척 님께.

    그때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연락할 방도가 없어서 이렇게 댓글이나마 적어 봅니다. 저희 남매가 살아 돌아올 수 있었던 건 엄지척 님 덕분이었어요. 영상에서 나온 것보다 더 많이 지켜 주셨고 그 때문에 크고 작은 상처도 많으셨습니다. 영상에서는 다친 부분이 전혀 안 나왔는데 정말 많이 고생하셨어요.

    저희 누나가 그거 때문에 아직도 많이 걱정해요. 부디 좋은 포션으로 흉 안 지고 나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엄지척 님이 아니었으면 많이들 죽었을 여정이었습니다.

    저희 중 누구도 살인자로 만들지 않고 마지막 보스를 물리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연락 꼭 하고 싶습니다. 메일이라도 주셨으면 좋겠어요. 방 씨 쌍둥이 올림.

    ↳ 이거 보니까 제작 망생이 욕하지 말자 덜떨어져도 착한 애들 같다…….

    ‘그래. 잘 끝나서 참 다행이야.’

    그리고 그때 흔들리지 않아서 참 다행이다.

    그때 잠시라도 주저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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