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따봉으로 레벨업-5화 (5/305)
  • 제5화

    퍽!

    “케엑!”

    개구리처럼 점프했던 놈이 방패에 처맞고서 나뒹군다.

    그사이에 칼을 높이 들었다. 그리고 내 아래에서부터 단검을 들고 돌격하는 놈을 향해 칼을 그대로 내리찍었다.

    퍽!

    박 쪼개기 좋은 날이야, 고블린 친구. 그렇지?

    잡생각을 하면서 옆을 봤다. 방패에 맞고 땅에 떨어진 고블린이 등짝이 아픈지 발광을 하고 있다.

    방금 두개골을 쪼갠 칼을 빼내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그래서 방패를 든 채로 가까이 다가갔다.

    휙! 퍽! 퍽!

    방패의 모서리로 그대로 목을 내리찍었다.

    “후…….”

    고블린 세 마리 처리 완료.

    -검과 방패술 레벨이 1 증가합니다.

    -견고한 마음 레벨이 1 증가합니다.

    -근처 시민들이 당신을 보고 감탄합니다!

    -방금 목숨을 구한 시민 3이 당신에게 고블린을 잡아 준 것에 대해 감사합니다!

    -17따봉을 받으셨습니다.

    -21따봉을 받으셨습니다.

    -11따봉을 받으셨습니다.

    -21따봉을 받으셨습니다.

    “어라.”

    두개골에 꽂힌 칼을 주우러 가는데 뭔가 메시지가 많았다.

    스킬의 레벨이 상승한 거야 초보자 패키지 효과라서 그럴 수 있지만 따봉은 어디서…….

    “응?”

    옆을 보니 부담스러운 시선들이 느껴졌다.

    빌딩 안의 사람들이다. 사람들이 창문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핸드폰으로 나를 찍고 있기도 하다.

    -3따봉을 받으셨습니다.

    -2따봉을 받으셨습니다.

    따봉이 계속 올라간다. 그걸 보고 깨달았다.

    이거 감사의 마음 때문에 따봉을 받는 거구나?

    그나마 다행이네.

    그렇게 생각하며 칼을 빼 들었다. 그리고 게이트 앞에 섰다.

    고블린이 하나둘 머리를 들이미는 게 보였다.

    “따봉 받아서 힘이 납니다그려.”

    그러니까.

    여기서 비켜줄 수는 없다.

    나는 다시금 고블린을 죽여 대기 시작했다.

    그러나 게이트에서 슬슬 척후병이 아닌 본대로 보이는 놈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내 시야에서 벗어나는 놈들도 생기기 시작했다.

    키에에엑!

    고블린이 차 안에 숨어 있던 사람들을 향해 검을 휘두르기 시작한 것.

    원래 내가 타고 있던 버스야 대피할 수 있는 충분한 거리가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게이트가 가까운 곳에서는 답이 없다.

    차 안에서 몸을 웅크리고 구조를 기다리는 게 정식 매뉴얼.

    밖으로 도망 다니다가 몬스터들의 식량이 되는 것보다야 낫지만 그렇다고 죽을 사람이 안 죽는 건 아니다.

    캉! 카앙!

    고블린이 괴성을 지르며 차 유리를 칼로 후려쳤다.

    몬스터 웨이브 시절 법령에 따라 모든 차들은 방탄 재질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고블린이 후려칠 때마다 실금이 쩍쩍 갈라지기 시작했다.

    ‘어쩌지?’

    저놈을 잡으러 가면 당장 눈앞에 내가 막고 있는 고블린들도 놓치게 된다.

    방금 막 첫 전투에 투입된 초보자의 비애다.

    -차 안의 시민 2가 두려워합니다!

    -시민 1이 시민 2보고 당신이 도와줄 거라며 말하고는 시민 1을 끌어안습니다.

    -30따봉을 받으셨습니다!

    차 안에는 중년 부부가 서로를 안고 있었다.

    그제야 대체 이 시스템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고블린을 아무리 잡아도 레벨이 올라가지 않는 이유도 알 것 같았다.

    나는 경험치를 받지 않는다.

    오로지 따봉 포인트만이 나를 강화시킨다.

    그리고 이 포인트로 내 능력치와 스킬을 살 수 있다.

    보통 헌터와는 너무나도 다른 성장 시스템이다.

    “상점 창!”

    이대로라면 고블린들은 다른 곳으로 더 많이 퍼져 나갈 거다.

    지금은 사람들이 응원을 담아 따봉 포인트를 채워 주고 있지만 사상자가 생기면 그 이후는 어찌 될까?

    나는 희망이 공포로 변하는 순간들을 너무 많이 봐왔다.

    그건 이 시대를 살아온 자들은 모두 수없이 봐온 풍경이었다.

    “어그로 스킬 검색!”

    뒷일은 모르겠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할 뿐이다.

    “당장 쓸 수 있는 것들 중에서 가장 넓은 범위로.”

    -고객의 능력치와 스킬 북 최저 습득 조건을 대조합니다.

    -검색 1건.

    -스킬 북, [야생의 고함]이 있습니다.

    “구입!”

    스킬 북이 내 손에 들어온다. 나는 곧바로 스킬을 익혔다.

    “남은 포인트로 원거리 기술 검색! 이것도 당장 쓸 수 있는 걸로!”

    -검색합니다.

    -검색 240건.

    “장비에 구애받지 않고 시전 시간 빠른 걸로 좁혀!”

    -검색합니다.

    -검색 1건.

    -스킬 북, [염력 화살]이 있습니다.

    “구입해!”

    -구입합니다. 잔액 0따봉.

    스킬 북에 손을 얹자 스킬 북이 빛이 되며 사라진다.

    곧바로 사용 방법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크와아아앙!”

    흡사 곰이 외치는 듯 강력한 포효가 목구멍을 뚫고 터져 나왔다.

    키룩?

    모든 고블린들, 거기에 차 유리를 때리던 고블린도 나를 돌아본다.

    그 순간, 나는 곧바로 염력 화살을 갈겼다.

    투콱!

    일격에 두개골이 박살 난다.

    ‘파괴력이 상당한데?’

    고블린들이 갑자기 무기를 고쳐 쥔다. 상대가 강해졌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은 걸까?

    하지만 늦다.

    염력 화살을 다섯 만들어 놈들을 향해 쏘았다.

    한 번에 한 마리씩 정확하게 헤드샷을 날렸다.

    콰콰콰쾅!

    그와 동시에 극심한 두통이 밀려왔다.

    -마력이 크게 고갈됩니다!

    이야, 한꺼번에 마력을 날려 버리면 이렇게 되는 거구나.

    두통이 얼마나 심한지 귓속에 삐이이이- 소리가 아주 쥑이네.

    숨이 가쁘다. 나는 검을 휘둘러 다가오는 놈 하나의 어깨를 그었다.

    퍽!

    키아아악!

    놈은 고통으로 비명을 질렀다. 그래도 나는 좀 아쉬워.

    급소를 노렸어야 했는데 어깨를 맞았으니 한 번 더 휘둘러야 하니까!

    퍼억!

    이번에는 정확하게 목을 쳤다.

    놈이 죽는다. 그러나 경험치 메시지 같은 건 여전히 없다.

    대신…….

    -시민 2가 목숨을 구했다며 당신에게 크게 감사합니다.

    -시민 1이 2를 부둥켜안고 오열합니다.

    -큰 감사로 100따봉을 받았습니다!

    -주변 시민들 20이 당신의 행동에 큰 감명을 받습니다.

    -3따봉을 받았습니다.

    -5따봉을 받았습니다.

    …….

    …….

    잭팟! 100따봉--!!

    “따봉 절반을 마력에 투자!”

    -마력 랭크가 상승합니다.

    두통이 빠른 속도로 가라앉는다.

    내가 회복하는 것을 눈치챘는지 고블린 두 마리가 성급하게 무기를 날렸다. 방패로 막고.

    캉!

    검을 휘둘렀다.

    퍼거걱!

    정확하게 머리를 타격해 놈들을 쓰러뜨렸다.

    ‘아무리 심야라고 해도 그렇지, 정부는 대체 왜 이리 늦는 거야! 이럴 때 지켜주라고 내 혈세 받아간 거잖아!’

    다른 생각을 할 정도로 머리는 이제 맑다.

    동시에 적을 공격하는 손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야성의 포효로 적들의 주목을 끌고, 염력 화살을 날려 멀리 있는 놈들을 제거.

    근접은 초보자 패키지, 검과 방패술로 막고 때리고를 반복하자!

    심플하다면 심플한 공격의 흐름.

    그러나 중과부적이다. 크고 작은 상처가 계속 번지기 시작했다.

    -시민 7이 원거리, 근거리, 어그로 스킬 모두 갖춰, 밸런스가 좋다고 감탄합니다.

    -10따봉을 날립니다.

    그래, 아직 내게는 봐주는 사람들이 있다.

    여기서 쓰러지면 안 돼. 이 몬스터들이 흩어지게 되면…… 사람들은…….

    그때 나와 싸우던 고블린들이 동시에 게이트 안을 쳐다보았다.

    일순, 야성의 포효도 먹히지 않았다.

    어떠한 징후를 느낀 고블린들이 흥분감에 동시에 괴성을 지른다.

    그리고…….

    쿠웅-!

    거대한 고블린이 나왔다.

    새빨간 눈동자에 사람 몸뚱이만 한 대검을 든 놈이었다.

    “홉…… 고블린?”

    그 뒤로 수십 마리의 홉고블린들이 잇달아 튀어나왔다.

    ‘저건 못 이겨.’

    본대가 도착했다.

    그 순간, 하늘에서 불더미가 쏟아졌다.

    콰과광--!

    화염은 홉고블린들을 일제히 태워 버린다.

    ‘아, 살았다.’

    고개를 드니 정부가 띄운 헬기가 머리 위에 떠 있었다.

    드디어 헌터가 도착한 모양이네.

    스피커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괜찮으십니까!]

    [다행히 베테랑 헌터님 한 분이 막아 주고 계신 모양이군요. 감사합니다, 헌터님!]

    [부상을 입으신 것 같으니 저분부터 어서 구해!]

    뭔가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다.

    * * *

    “그러니까 각성하신 지 얼마 안 되셨다고요?”

    게이트는 헌터들의 지원으로 무사히 닫혔다.

    나는 사정 청취를 하게 되었다. 주변에는 구급차 소리가 요란하다.

    -들것에 실려 가는 시민 19가 당신에게 감사의 눈빛을 보냅니다.

    -30따봉을 받았습니다.

    이 와중에도 따봉은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다.

    그때 어느 중년 부부가 달려왔다.

    “저어……!”

    기억났다. 고블린이 공격했던 차 안에 계시던 두 분이셨다.

    “괜찮으세요?”

    “네. 네! 덕분에 저도 제 남편도 살았어요. 어떻게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아내분이 허리를 굽혀 감사의 인사를 하는 동안 아저씨는 주섬주섬 품에 있는 돈을 꺼냈다.

    “이거, 이거라도…….”

    “아닙니다. 아닙니다!”

    감사한 마음에 뭐라도 주고 싶어서 돈이라도 꺼내신 것 같다.

    사실 돈만큼 마음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 별로 없지.

    하지만 다른 각성자들과는 달리 나는 돈보다는 따봉이 더 중요하지 않나.

    일부러 손사래를 치며 돈을 아저씨 주머니에 도로 넣어 드렸다.

    “지금은 괜찮은 것 같아도 혹시 다친 곳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가서 검사받으셔야 해요. 돌아가서 가족들 맛난 것도 사 드려야죠.”

    “아니, 아니, 아닙니다. 아닙니다!”

    갑자기 돈을 땅에 놓고 도망치시려고 하는 게 아닌가?

    여기서 못 이기는 척 받을 수도 있지만 착한 헌터는 그러면 안 돼요.

    “에헤이!”

    나는 잽싸게 집어서 아내분 손에 쥐여 드렸다.

    “제 걱정은 하지 마시고 받으세요. 가서 병원에서 정밀 검사 꼭 받으시고. 자꾸 이러시면 저 정말 난처합니다.”

    “임신한 제 아내를 구해주셨는걸요. 이거 몇 푼 안 되는 건데 이거라도 드리고…….”

    “그러면 더더욱! 정밀 검사 받아 보셔야겠네요!”

    “하지만…….”

    “저 계속 이렇게 돌려 드리는 거 피곤해요. 받으세요.”

    -시민 2가 당신의 청렴한 태도에 감동합니다.

    -100따봉을 받았습니다.

    -사정 청취하던 공무원 1이 이 모습에 감탄합니다. 게이트를 앞에 두고 홀로 싸웠던 당신의 모습을 떠올립니다.

    -30따봉을 받았습니다.

    오늘 사용한 따봉보다 더 많은 따봉이 들어오고 있다.

    공무원이 말했다.

    “아까부터 계속 여러 시민분들께 감사 인사를 받으시네요.”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걸요. 누구라도 저처럼 나섰을 거예요.”

    내 대답에 공무원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아닙니다. 그게 쉬웠다면 영웅이 왜 있겠습니까. 노량진 쪽에 게이트가 열렸을 때…….”

    “노량진이요?”

    “네. 대치동 부근에 먼저 게이트가 열렸습니다. 그쪽 출동하기가 무섭게 여기가 터졌거든요. 마치 양동작전 같아 보일 지경이었습니다.”

    이렇게 말하고도 스스로도 웃긴지 그는 한마디 덧붙였다.

    “물론 그냥 하는 소립니다. 게이트에 자아가 있어서 엿 돼 봐라 하고 열릴 리는 없으니까요.”

    “그쪽은 괜찮았나요?”

    “늦은 시간까지 학원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은 곳이다 보니 피해가 컸죠. 출동했을 때는 이미 게이트에서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온 후였습니다.”

    참 이상한 일이지.

    게이트가 나오고, 헌터들이 생기고, 세상이 뒤집힌 이 상황에도 사교육 열풍은 커지면 커졌지 줄지 않으니까.

    이른바 3D 업종은 정말 이제 위험해졌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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