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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봉으로 레벨업-6화 (6/305)
  • 제6화

    집값도 마찬가지. 사람들은 헌터들이 모여 있는 길드 근처에 집을 사고 싶어 했다.

    시골 사람들은 살기 위해 게이트 방비가 되어 있는 소도시라도 올라가야만 하는 상황.

    소도시도 위험하다고 느낀 사람들은 점차 서울 위성 도시로, 서울로 올라가려고 했다.

    이 미쳐버린 세상은 지옥 같은 월세와 지옥 같은 실업률, 또 지옥 같은 그 무언가로 점철되어 있었고.

    커서 헌터 보조원 같은 거 하면 안 된다고, 너는 잘 크라고는 해도.

    사실 내가 있는 이 직장도 각 잡고 잡으려고 하면 취직 어렵다. 그나마 자살률 높고, 사고율 높아서 T.O가 좀 날 뿐이지. 암.

    방산업체, 에너지 회사, 엔터 회사가 합쳐진 이 미친 세상 속에서 빈익빈 부익부는 날로 커지고 있다.

    이제 재벌이 사람 때리고 돈다발을 던져도, 그놈이 누군지보다 얼마를 던졌는지 궁금해하는 세상이 되었다.

    피라미드에 올라가야 한다.

    아파트에 살아야 한다.

    그게 아니면 수도권, 아니, 하다못해 광역시라도 들어가 살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목숨이 위험해지니까.

    3D 업종은 더 위험해졌으니까.

    그나마도 취직도 힘들어지고 있으니까.

    각성은 소수 복권 당첨되듯 되는 거니까.

    결국 그 욕망이 고스란히 교육열에 반영이 되는 건 당연한가?

    학생들은 더욱 공부해야만 했다.

    인터넷 강의만으로 만족하지 않는 집은 직접 학원을 보낸다.

    미친 세상 속에서 옐로 버스 노량진 아이들은 봄을 기다리지 못하고 자살하고 있다.

    ‘각성자가 제발 되었으면.’

    유서에 늘 올라오는 단어. 하지만 아이들은 현실을 모르지.

    학부모도 모르고.

    공무원이 말을 덧붙였다.

    “곧 매스컴으로도 나오겠지만 사상자가 생겼습니다.”

    “……그랬군요.”

    “네. 그 주변에 능력자가 없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비록 낮은 랭크긴 하나 싸울 수는 있었죠. 하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게…… 두려움을 이기기란 쉽지가 않은 법이라서요.”

    그래. 몬스터를 보면 누구라도 두려워하지.

    모두가 헌터 훈련을 받는 것도 아니고.

    나도 [초보자 스킬 : 견고한 마음]이 없었으면 어떻게 됐을지 또 모르고.

    “그래도 여기는 저희가 출동할 때까지 시간 벌이를 해주신 분이 계셔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는 내게 몇 가지 더 물어보고는 마지막으로 악수를 청했다.

    “비록 각성한 지 얼마 되지 않으셨다고는 해도 근거리와 원거리, 공수 모두 다 갖추신 것으로 판명됩니다. 멀티 직업은 무척 희귀한 건데 얼마나 다행이고 감사한지.”

    나는 그의 손을 붙잡았다.

    공무원이 말했다.

    “오늘은 이대로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조만간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아, 참, 잡으신 고블린들에게서 채취한 자원들은 정리 후, 모두 보내드리겠습니다.”

    -공무원 1이 당신에게 깊은 존경을 담습니다.

    -10따봉을 받았습니다.

    * * *

    집에 돌아와 씻지도 않고 그대로 침대에 누웠다.

    오늘 일어난 일들이 모두 꿈속 같아.

    ‘내가 몬스터를 상대로 싸우다니…….’

    아직도 고블린 머리통을 부수던 촉감이 생생해. 이상하지?

    방패로 공격을 막던 감각은 어떻고? 팔꿈치 위가 시큰할 정도로 아팠었으니까.

    그때 퀘스트가 왔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띠링-

    -영상 1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

    [갓튜브 데뷔전]

    난이도 : 없음

    오늘 고생하셨습니다. 오늘의 기록을 갓튜브에 올려 더 많은 따봉을 받으세요!

    보상 : 초보자 스킬 완전 획득

    견고한 마음도, 검과 방패술도 모두 쓸 만한 스킬이었다.

    “올리기만 하면 되나? 편집 같은 건 잘 모르는데.”

    나는 바디 캠을 풀었다.

    사람들을 구하고, 고블린을 잡기까지의 여정들이 모두 기록되어 있었다.

    “대충 올리고 자자.”

    음악을 추가한다거나 영상을 멋지게 꾸미는 센스가 있을 리 있나. 나는 옛날 사람이라 자막도 쓸 줄 모른다.

    그래서 그냥 통으로 올리기로 했다.

    -업로드가 끝났습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을 받아 가세요.

    그 말을 끝으로 나는 그대로 침대에 뛰어들어 잠이 들었다.

    씻을 여력 같은 건 없었다.

    * * *

    오랜만에 할아버지 꿈을 꾸었다.

    할아버지는 열이 난 나를 자전거에 태우고 열심히 페달을 밟고 계셨다.

    그때 나는 엄청 어렸었다.

    엄마와 아빠, 할부지, 맘마 정도가 할 수 있는 말의 전부였을걸?

    그때 할아버지는 포대기 같은 천 쪼가리로 나를 꽁꽁 묶고는 열심히 비탈을 오르셨다.

    그때는 할아버지 등이 별로 굽지 않던 때였다.

    -할부지.

    -오냐, 우리 강아지. 조금만 참으라. 곧 병원이니께.

    헌터나 능력자, 게이트 이야기는 별세계 이야기처럼 느껴지던 시절이었다.

    게이트나 능력자가 발생하긴 했지만 대규모 몬스터 웨이브가 터지기 전이었다.

    세상은 봄, 여름, 가을, 겨울로 이루어져 있었고, 그때는 아직 걸어서 국토를 종단하는 게 가능했었지.

    그 당시 인간은 지구의 왕이었다.

    환경오염 때문에 인간은 없어지는 게 좋겠다고 네티즌들은 농담처럼 말했다.

    인구가 너무 많아서 문제라고, 진정한 환경보호는 인간이 죽는 거라고.

    논과 밭을 사람이 개간했고 사람이 트랙터를 몰아 추수했다.

    개구리 울음소리가 여름 습기를 타고 축축하다.

    -할부지…….

    왠지 목이 메었다.

    -열 내리면 아이스크림 사주마. 주사 잘 맞고.

    할아버지는 부지런히 페달을 밟으셨다. 할아버지가 말했다.

    -지척아. 사람이 착하게 살아야 한다고 했지? 착한 게 제일이니께. 할부지처럼 되지 말고 너는 훌륭한 어른으로 커야 한다.

    어릴 때부터 입버릇처럼 하시던 말이었다.

    전화벨이 울렸다.

    할아버지 꿈을 마저 꾸고 싶었는데 아쉽네, 이거.

    “으…….”

    할아버지 꿈을 꾼 날 능력을 각성했고, 뭔가 해낸 날 할아버지와 있었던 옛날 꿈을 꾸었다.

    뭔가 관계가 있는 걸까.

    모르겠다.

    ‘어릴 때는 자주 아팠지.’

    기침도 참 많이 했고, 열도 많이 났다.

    손이 참 많이 가는 아이였지. 나는.

    당시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느라 할아버지가 대신 키워 주셨는데 참 고생이 많으셨으니까. 할머니도 일찍 돌아가셨고.

    전화벨이 계속 울렸다.

    전화를 받을까, 말까. 끄고 더 잘까.

    몇 번 더 뒤척이다가 결국 폰을 들었다.

    “여보세…….”

    [너 대체 어제 무슨 일을 한 거야?!]

    김 씨 아저씨?

    “뭐…… 뭐가요?”

    [각성했다며? 뉴스에 나오고 난리던데.]

    “뉴스?”

    [너 뉴스에 나오고 있어, 인마!]

    방금 자다 깨서 머리가 안 돌아가네.

    일단 더듬더듬 리모컨을 찾아서 TV를 켰다.

    그곳에는 익숙한 뒤통수가 있었으니.

    나였다.

    핸드폰으로 찍은 건지 방송용 카메라보다 조악한 화질에 화면은 떨리고 있었지만 그래도 정확하게 나를 따라서 찍고 있었다.

    아나운서가 말했다.

    -한 명의 헌터가 수많은 인명을 구조하는 모습이 시민들에게 포착되고 있습니다.

    -증언에 따르면, 각성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인물로 치유계, 물리계, 마법계 기술 세 가지를 모두 선보였다고 합니다!

    -아무런 대가를 받지 않고 유유히 떠났다고 하는데요. 당국에서는 이 각성자에 대해 개인비밀보장법에 의거하여…….

    -하지만 소셜 동영상 플랫폼 갓튜브에 올라온 영상이 있었는데요.

    -네, 폭발적으로 조회 수가 증가하는 중인 한 동영상입니다.

    -게이트가 열린 도심지 한복판. 의식을 차린 후, 사람을 구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녹화되어 있습니다.

    거기에는 내가 사람을 깨우는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괜찮으세요. 정신이 드세요?

    -으으으…….

    -일어나실 수 있겠어요?

    -다리, 다리가…….

    내 손에서 빛이 나더니 응급처치 스킬이 발동해 사람들을 치료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사람들을 치료하고, 옮기고, 기다리라고 부탁하고, 밖으로 나와 사태를 보고, 내려와서 도망칠 시간을 벌고.

    고블린을 사냥하는 모든 것들이 하나하나 전문가의 손으로 편집되어 방송되고 있었다.

    자막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지나가던 의로운 시민]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감이 안 잡힌다.

    문득, 상태 창 아래에 무언가가 깜빡이는 게 보였다.

    -미확인 시스템 메시지 999+

    산처럼 쌓인 따봉의 숫자였다.

    * * *

    돌리는 채널마다 어제 게이트 습격 사태가 보도되었다.

    당연했다.

    도심에 게이트가 열린 것은 큰 재난으로 분류되니까.

    다만 게이트 출현을 막는 결계석이 발견된 이후로는 도시에서 게이트를 볼 일이 없었을 뿐이지.

    결계석을 구하는 방법은 간단하면서 어렵다.

    결계석은 3성급 이상의 던전을 클리어했을 때 확률적으로 발견된다.

    클리어하는 던전의 레벨이 높을수록 등장 확률은 더욱 올라가긴 하는데, 당장 3성급 이상 던전을 클리어할 수 있는 길드가 전체에 몇 프로도 되지도 않고.

    4성급은 퍼센트도 아니고 다섯 팀도 안 된다고 들었다.

    5성급 이상 던전은 한국 내에서는 클리어가 불가능하다 보고, 해외에 지원을 요청한다던데.

    그렇다면 던전의 난이도는 어떻게 선정하는 걸까?

    가장 낮은 1성급 던전은 보통 진입 레벨이 20 이하의 제한된 던전.

    혹은 자유롭게 입장 가능하지만 던전 내부의 몬스터 레벨이 레벨 20대의 각성자들이 사냥할 만하다 하면 1성급으로 매겼다.

    그런데 결계석은 3성급 이상의 던전에서만 나온다.

    3성급의 던전은 레벨 100 이하의 헌터만 들어갈 수 있는 레벨 제한 던전이거나.

    레벨 100대의 각성자들이 사냥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되는 던전들.

    당연하지만 레벨 100 정도의 헌터라면, 최상위는 아니더라도 고레벨의 헌터들이기에 그 수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문제겠지.

    그만큼 결계석을 구하는 건 하늘에서 별 따기.

    많은 나라들이 원하는 물건인 만큼 비싸질 수밖에.

    매년 결계석을 구매, 보수하는 데 막대한 세금이 들어간다.

    반면에 그만큼 이런 게이트 사태에 대한 대비도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매년 예산이 삭감이 되었고, 지난 정권 때는 작년 대비 50% 이하로 예산이 깎여 나갔다.

    뉴스는 그 부분을 지적하고 있었다.

    -오늘도 국회는 파행으로 치닫는 와중에 통과되지 못한 예산안은 쌓여만 갑니다.

    -결계석이 듣지 않는다는 거니까. 과거에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는 건 아는데… 저 같은 서민은 불안하죠.

    인터뷰가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다행히 한 용감한 시민 덕에 큰 사태는 막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요행은 요행,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앞으로 이와 같은 사고가 이어질 것이라고 입 모아 말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기자의 마이크를 받았다. 기자가 몇 가지 질문을 했고, 아이가 대답했다.

    -차에서 아빠가 날 막 껴안았어요. 아팠어요.

    아이는 아빠가 자기를 지켜 주려고 어떻게 했는지 묘사했다.

    -어린이는 차 안에서 그 광경을 본 거예요?

    -네. 아빠가 지금 나가면 안 된다고, 괴물이 나온다고 했어요. 괴물 봤어요.

    -어땠어요?

    -무서워서 나도 아빠도 울었어요. 근데 잘생긴 형이 나타나서 막 때렸어요.

    CCTV 화면이 나타났다. 고블린이 아이가 있던 차를 향해 접근하고 있었다.

    나는 염력 화살을 사용해 고블린 하나의 머리를 뚫고 도발 스킬을 사용했다.

    그 모습이 절묘하게 내가 올린 갓튜브 영상과 함께 편집되어 올라왔다.

    -어린이는 안 다쳤어요?

    -네. 하나도 안 다쳤어요.

    아이는 열 손가락을 들어서 퍼덕였다.

    이윽고 어두운 표정으로 한마디 덧붙였다.

    -근데 그 형은 다쳤어요. 피 났어요.

    이윽고 다음 인터뷰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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