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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343화 (343/379)

343화

태운이 일본 원정 레이드를 떠나기 전, 전대섭은 강태운을 자신의 사무실로 불렀다.

“S급 헌터요?”

“그래.”

전대섭은 태운을 불러 S급 헌터가 되는 것에 대해 물어보았다.

큰 상관은 없었지만 태운은 굳이 그래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등급을 확장해야 하는 이유를 느끼지 못했으니까.

“굳이 이런 상황에 등급을 확장해야 합니까? 지휘 체계는 이미 잘 잡혀 있는데…. 굳이 등급을 만들지 않아도 우리는 헌터들의 힘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있는데 등급을 확장해서 혼란을 키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A급 헌터들을 대상으로 다시 능력 검사를 진행할 여력도 없을 것 같은데….”“아, 착각하고 있었나 보군. 나는 S급 헌터에 너 한 명만 올려놓을 생각이다.”

“네…?”

태운은 더 의아해했다.

그런 거라면 이유가 더 없지 않은가.

“특별한 이유가 있으십니까?”

“너도 알다시피 일반인들의 영웅은 헌터들이다.”지금 일반인들은 일상을 잃어버리고 헌터들에게 의존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일반인들에게 헌터들이란 영웅과 별다르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이런 세상에서 헌터들은 누구에게 기대야 하지?”

“……!”

태운은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어지러워졌다.

“너에게 짐을 지워주는 것 같아서 미안하지만, 헌터들의 영웅이 되어줄 수 있겠나?”

“…….”

태운은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이제 너는 나는 물론 A급 헌터 전체가 덤벼도 승패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다. 네가 아니면 이 일을 할 사람이 없어.”“하지만… 아직 저에게 반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까?”태운이 막 헌터가 되어 활동할 때 헌터 중 몇몇은 태운의 아버지가 강철운이라는 사실 때문에 태운을 욕했다.

사실이 아니었지만, 세상 사람들은 강철운을 동료들을 버리고 도망간, 비겁한 대장으로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태운은 모르고 있었다.

아버지의 대한 잘못된 소문은 이미 자신의 실력과 업적으로 가려져 버렸다는 것을.

“이제 너에게 반감을 가지는 사람은 없을 거다.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 너에게 반감을 가진다는 게 불가능한 일이지.”태운은 전멸할 뻔한 헌터들을 모두 구해주었다.

이미 그 자리에 있던 헌터들의 입장에서는 영웅이나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네가 S급 헌터로 임명되고 나서 맡을 작전이 일본의 몬스터들을 토벌하는 게 아니냐. 거기서 네 힘만 충분히 발휘한다면 네가 S급 헌터가 되는 것에 이견을 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전대섭은 태운에게 부탁했다.

“헌터들의 영웅이 되어주었으면 좋겠구나.”태운은 전대섭의 간절한 눈빛을 보고 거절할 수가 없었다.

언제나 강해 보이던 전대섭이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 때문에 가슴 한켠이 굉장히 아려 왔다.

“하겠습니다. S급 헌터.”

* * *

“S급 헌터라….”

하오는 처음 들어보는 등급에 태운이 어떤 역할을 맡은 건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부담은 크지 않나?”

“뭐… 할 만합니다.”

최초의 S급 헌터라는 이름은 사람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게 될 수밖에 없는 이름이다.

첫 번째 데블스 에이지 때 활약했던 사람들을 제치고 S급 헌터가 되었기에 그 부담이 더 클 것이다.

“하지만 나도 부탁하고 싶군.”

하오는 조금 전에 태운이 소환한 그림자 병사들과 대련을 했기에 태운이 얼마나 강한지 대충 알 수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그의 한계가 지금의 자신에게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강하다는 것을 알았다.

“헌터들에게도 영웅이 필요하네.”

전선에서 싸우는 헌터들도 감당할 수 없는 적을 만나면 누군가의 도움을 바랄 수밖에 없다.

“유일한 S급 헌터가 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겠지?”

“알고 있습니다.”

헌터들은 패배해도 괜찮다.

더 강한 헌터가 그 적을 상대할 수 있으니까.

더 강한 헌터가 그 적을 상대로 패배해도 괜찮다.

그 헌터보다 더 강한 헌터가 상대하면 되니까.

하지만 태운은 이제 패배해서는 안 된다.

가장 강한 헌터가 된 강태운은 이제 인류의 희망이고 마지막 보루다.

패배하는 순간 헌터들은 태운의 패배에 전의를 잃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인류가 패배하게 되는 것이다.

“길은 우리가 다 열어두겠다. 등도 우리가 지켜주겠다.”하오가 이렇게 간절하게 부탁하는 건 처음이었다.

“내가 이렇게 부탁하마. 절대 지지 말아다오.”

“…알겠습니다.”

태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건 저도 마찬가집니다.”S급 헌터가 되기로 결정한 순간부터 각오한 일이다.

“앞으로 데블스 에이지가 끝날 때까지 저에게 패배란 없습니다.”태운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나?”

“쉬러 가려구요. 사흘 뒤에 일이 있어서.”

“아, 일본에 다시 가는 건가? 자네 실력이면 2주간 꽤 많이 토벌했을 것 같은데…. 얼마나 진행됐나?”태운은 하오의 말에 의아해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일본에 있는 몬스터들은 전부 토벌했습니다. 한 마리도 빠짐없이. 방금 대련 끝나고 그림자 병사들 소환할 때 말씀드린 거 같은데요. 일본에 있는 몬스터들 죄다 죽이느라 생명 에너지가 넘친다고….”“설마 그 ‘죄다’라는 말이 모든 몬스터를 말하….”하오는 말을 멈추고 고개를 떨구고 헛웃음을 지었다.

“하… 한계가 안 보인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자네 정말 사람 맞나? 그나저나 그럼 일본에 가는 게 아니라면 3일 뒤에는 무슨 일이 있는 건가?”“아, 하오 헌터님한테는 말을 안 했나 보네요.”

“뭘 말인가?”

“사흘 뒤에 벨페고르를 토벌하러 갈 겁니다. 아직 힘을 회복하지 못하셔서 작전에서 제외되셨나 보네요.”

“사흘 뒤…?”

태운은 일본을 점령한 몬스터들을 모조리 토벌하고 돌아온 뒤 고작 3일 만에 다시 원정을 떠날 예정이었다.

“작전에서 왜 날… 아니, 그것보다 자네는 지치지도 않나? 일본에서 오늘 돌아왔으면서….”“괜찮습니다. 몬스터 토벌하는 거야 적당히 몸 푼 거라 생각하죠.”

“허….”

상황이 안 좋았다고는 하지만 나름 잘 나가던 국가를 멸망시킨 몬스터들을 토벌하는 게 몸풀기라니.

그렇게 말할 수 있는 헌터는 역사를 뒤져봐도 태운이 유일할 것이다.

“흠… 내가 안 간다는 게 마음에 안 들기는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지금 내가 가봐야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 같구나.”해봐야 뒤에서 몬스터들과 싸우는 일 말고는 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러다 하오가 죽기라도 한다면 그만한 손실이 없었다.

하오는 지금 제힘을 내지 못하는 상태였으니까.

“꼭 이기고 돌아오게. 나는 그동안 이곳에서 열심히 단련을 하고 있을 테니.”“네, 돌아올 때는 전에 봤던 그때처럼 강한 모습 보여주셨으면 좋겠네요.”

“그래, 기대하고 있어도 좋다.”

태운과 하오는 한 번의 대련과 대화로 전과는 다른 신뢰와 유대를 쌓을 수 있었다.

* * *

“지금까지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시작이니 긴장 풀지 말고 갑시다.”태운과 대한민국 방위군에 속한 A~B급 헌터들은 한국을 떠나 비행기를 타고 몽골로 향했다.

비행기로 이동했지만, 결코 쉬운 여정은 아니었다.

하늘을 나는 도중에 공격해오는 몬스터들과 싸워야 했으니까.

태운이 비행기를 보호 마법과 은신 마법으로 보호하긴 했지만, A급 몬스터들 중 몇 종류는 태운의 마법을 간파하고 공격을 시도해왔다.

태운의 보호 마법으로 인해 기체에 직접적인 충격을 가하진 못했지만 거대 몬스터들의 비행으로 인해 기체가 흔들려 어쩔 수 없이 몬스터들과 싸워야 했다.

그렇게 수 시간의 비행 끝에 몽골 땅에 도착했고, 헌터들은 벨페고르의 정확한 위치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일주일 후, 태운의 탐지 능력에 벨페고르의 꼬리가 잡혔고, 헌터들은 그 단서를 토대로 벨페고르의 위치를 알아냈다.

그리고 헌터들은 벨페고르가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 지금까지 수많은 전투를 치르며 이곳에 왔다.

그 과정에서 1명의 A급 헌터와 12명의 B급 헌터가 목숨을 잃었다.

그들의 희생 덕분에 헌터들은 벨페고르의 성 앞에 설 수 있었다.

쿠구궁….

헌터들이 전투 준비를 마치자 벨페고르의 성을 지키고 있던 성문이 열렸다.

[네놈들이냐? 나의 단잠을 깨운 것이.]

그곳에서 나온 이는 수많은 몬스터들의 군세와 권속들을 이끌고 있는 벨페고르였다.

“크윽….”

“윽….”

그의 말을 들은 것만으로도 B급 헌터들은 호흡 곤란과 어지러움을 호소했다.

“신성 지역.”

태운은 그런 헌터들을 보고 바로 신성 지역을 시전했다.

그러자 태운의 주변으로 황금빛 공간이 생성되었고 그 공간은 점점 커져 200명이 넘는 헌터들을 모두 감쌌다.

“후우….”

“한결 났네.”

신성 지역은 마기로 인한 저주를 해제해주는 효과가 있다.

방금 헌터들이 힘들어했던 이유가 마기로 인한 저주는 아니었지만, 위압감에 대한 저항력을 키워주는 데에는 신성 지역이 도움이 된다.

“살벌하네….”

“그러게 말입니다.”

헌터들은 벨페고르의 모습을 보고 말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벨페고르는 고블린 같이 녹아내린 얼굴을 하고 있었고, 모든 것이 귀찮다는 듯한 맹한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왜인지 모를 강렬한 마기와 위압감이 느껴졌다.

그때, 벨페고르가 입을 열어 물었다.

[하나만 묻겠다. 나의 충실한 권속, 칼라보르를 죽인 자가 누구지?]

“칼라보르라면….”

칼라보르는 최근에 강태운과 싸웠던 권속이다.

칼라보르는 태운에게 결투를 신청하고 패배해 목숨을 잃었다.

“홀리 풀그.”

태운은 대답 대신 마법창을 만들어 손에 쥐었다.

“신장의 룬.”

그리고 태운은 신체를 강화해 멀리 있는 벨페고르의 안면으로 창을 던졌다.

쐐애애액!

태운이 만들어낸 마법창은 벨페고르를 향해 맹렬히 날아갔다.

카아아앙!

벨페고르는 맹렬히 날아오는 창을 양손으로 받아치려 했다.

[크윽….]

예상보다 강력한 공격에 벨페고르를 침음을 삼키고는 마기를 끌어 올렸다.

챙!

마기를 끌어 올린 벨페고르의 방어에 태운의 창은 그대로 날아가 소멸했다.

그리고 태운은 확성 마법을 사용해 차분하게 말했다.

벨페고르를 도발하듯이.

“이 정도면 대답이 됐겠지?”

태운의 도발에 벨페고르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권속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저놈이다. 팔다리를 전부 잘라도 좋으니 숨만 붙여서 내 앞으로 데리고 와.]

“““예! 알겠습니다!”””

벨페고르의 명령에 쉰 정도의 권속들이 태운에게 달려들었다.

“이야… 많기도 하네.”

태운은 그들의 숫자를 보며 감탄했다.

벨페고르는 나태를 맡고 있는 칠죄종인 만큼 직접 나서서 싸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권속을 많이 만들었고 권속 간의 경쟁이 심해 그 질도 높은 편이다.

“뭐, 나한테는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태운은 그렇게 말하고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미스릴 검을 뽑아 에테르와 신성력을 검에 주입한 뒤 열화를 사용했다.

에테르와 융합된 신성력은 열화의 위력을 더욱 끌어 올려 주었다.

“성염, 홀리 브레스.”

부와아악!

태운이 검을 휘두르자 공기가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화륵!

동시에 거대한 화염 검기가 앞으로 쏘아졌고.

“크아아악!!!”

“끄악! 끄아악!”

“흐아아악!”

그 공격 한 번에 태운을 향해 날아오던 벨페고르의 권속 중 절반이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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