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2화
부-웅!
하오는 3일째 매일 같이 연병장에 나와 검, 둔기, 창 등 언월도를 제외한 무기를 휘둘렀다.
하지만 쉽지는 않았다.
평생을 언월도만 사용했었던 하오가 갑자기 다른 무기를 사용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검처럼 작고 가벼운 무기를 사용했을 때는 너무 적응이 안 됐다.
‘미치겠군….’
검을 휘두를 때마다 하오의 균형이 무너졌다.
언월도를 휘두를 때는 언월도의 무게를 컨트롤하기 위해 힘을 사용했지만, 검을 사용했을 때는 그럴 필요가 없으니 오히려 더 쉬울 줄 알았다.
하지만 하오의 생각과는 완전 달랐다.
검을 휘두를 때 힘을 너무 주면 몸의 균형이 무너졌다.
반대로 힘을 사용하지 않고 휘두르면 위력이 너무 안 나왔다.
‘후…. 언월도를 사용할 때가 편했군….’
창이나 둔기같이 무거운 무기를 사용할 때는 그나마 나았지만 그런 무기를 사용하면 안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자신이 추구해야 할 것은 강함이 아닌 섬세함이었으니까.
그때, 연병장에 있던 하오를 누군가가 불렀다.
“하오 헌터님. 강태운 헌터님께서 방금 돌아오셨습니다.”
“아, 그런가.”
하오는 그 말을 듣고 휘두르던 검을 놓고 연병장을 나왔다.
그리고 바로 강태운을 만나러 갔다.
“아, 깨어나셨군요,”
태운은 하오를 보자마자 반갑게 인사했다.
“살려줘서 고맙네.”
하오는 그런 태운을 보고 늦은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자신의 고민을 전했다.
“…강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
전장에서 돌아온 태운에게는 다소 뜬금없는 질문이었지만 태운은 오히려 기뻤다.
하오 같은 헌터가 향상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긍정적인 일이었으니까.
“흐음….”
태운은 이유도 물어보지 않고 지식의 창을 사용해 하오의 몸 상태를 체크해 보았다.
‘흐음….’
태운은 하오의 몸 상태가 생각보다 안 좋다는 사실에 고민했다.
‘이거… 전처럼 해서는 하오 헌터는 힘을 못 쓰겠는데…?’하오 헌터는 과거의 허덕륜과 비슷하게 싸웠다.
맞아도 되는 공격은 맞고 상대방을 더 강하게 공격했다.
맞으면 안 될 공격도 피하지 않고 막은 뒤, 그 힘을 역이용함과 동시에 자신의 힘까지 사용해 적을 찍어눌렀다.
그게 중국에서 무신으로 불리는 하오의 전투 방식이었다.
태운은 그런 하오에게 말했다.
“일단 전투 방식부터 바꾸셔야겠네요.”
“그건 인지하고 바꾸고 있네. 언월도를 버리고 지금 검과 창을 연습하고 있어.”
“네? 언월도를 버렸다는 게 무슨….”
태운은 하오가 언월도를 버렸다는 말에 인상을 찌푸렸다.
“왜 평생을 함께한 언월도를 버린다는 겁니까?”“나에게는 진리와도 같은 분이 말씀하셨다. 지금의 나는 녹슨 철검과 같고 녹슨 부분을 갈아내라고.”태운은 하오가 하는 말을 듣고 한숨을 내쉬었다.
대충 누가 한 말인지 알 것 같았으니까.
그래서 더 화가 났다.
대현자가 하는 조언에도 기회를 살리지 못하는 그 우직함.
좋게 말하면 우직함이고 나쁘게 말하면 미련함이었다.
“당신의 언월도 실력이 녹슬었습니까?”
“그럴 리가 있나. 내 힘이 약해졌으니 언월도 말고 다른 무기를 찾으려는….”“당신의 완력이 언월도를 휘두르는 데 문제가 생길 정도로 약해졌나요?”
“그건 아니다만….”
“그럼 왜 언월도를 버리려고 하는 겁니까?”
“그건….”
태운의 말에 하오는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언월도를 버리려는 것에 합당한 이유가 없었으니까.
하오가 언월도를 버리려 했던 건 오로지 처칠이 했던 말 때문이었으니까.
“그럼 그분이 나에게 틀린 조언을 했다는 건가…?”하오는 굉장히 혼란스러워졌다.
“무슨 소리입니까. 저도 그분에 대해 대충 알 거 같은데 그분이 틀렸을 리가 없습니다.”
“무슨….”
“녹슨 부분을 갈아내려고 무기를 바꾼 하오 헌터님이 틀린 겁니다.”
“아…!”
하오는 그제야 눈이 뜨였다.
“지금 하오 헌터님의 녹슨 부분은 강했던 신체 능력입니다. 약해진 신체 능력을 인정하고 전투 스타일을 바꾸는 게 녹슨 부분을 갈아내는 과정인 겁니다. 주 무기를 버리는 게 녹슨 부분을 갈아내는 것이 아니구요.”
“…….”
하오는 자신의 미련함을 깨달았다.
“고맙다. 내가 멍청한 짓을 하고 있었군.”
하오는 고집스러운 부분이 있긴 하지만 자신이 깊게 통감하는 내용이 있다면 곧잘 인정하고 적용하는 편이다.
그랬기에 십수 년간 중국 최강 헌터 자리에 있을 수 있던 것이다.
“전장에서 방금 막 돌아온 헌터에게 이런 부탁을 하는 건 조금 미안하지만 대련을 부탁해도 되겠나?”“물론이죠. 미안할 것도 없어요, 제가 직접 할 것도 아니니까요.”
“음…?”
태운은 하오의 의문을 뒤로하고 바로 연병장으로 향했다.
“직접 하지 않는다는 게 무슨 말이지?”
“저도 조금 전까지 싸우다 와서 직접 싸우는 건 힘들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직접 싸우면 대련에 도움도 안 될 것 같아서….”
“뭐…?”
하오는 태운의 말에 자존심이 상했다.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이었으니까.
“내가 아무리 힘을 잃었다고는 하나 자네에게 손도 못 쓰고 질 정도는 아니야.”“무시하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하오 헌터는 저에게 손도 못 댈 겁니다.”태운은 진심이었다.
하오를 무시하는 것도 아니었고 하오의 힘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것도 아니었다.
모든 정보를 종합해 아주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 뭐든 해봐라. 내가 너를 연병장으로 끌어내 줄 테니.”하오는 수리를 맡긴 자신의 언월도를 들고 연병장 아래로 내려왔다.
태운은 그런 하오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그럼, 기대하겠습니다.”
태운이 손짓하자 태운의 그림자에서 그림자 창병 하나가 나왔다.
그리고 그림자 창병은 하오의 앞에 서서 전투태세를 갖췄다.
“힘은 약하겠지만 제가 조종하는 거니 실력은 뛰어날 겁니다.”
“그럼 시작하지.”
하오는 간만에 언월도를 양손으로 쥐었다.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것 같았던 다른 무기와 달리 평생을 같이한 친구를 만나는 듯한 편안함이 느껴졌다.
‘확실히 괜히 다른 무기로 바꾸려고 했네….’언월도를 들자 마치 침대에 몸을 맡긴 것처럼 편안해졌다.
“하오 헌터와 싸워. 전력으로.”
“흐읍!”
촤악!
하오의 공격에 그림자 창병은 단번에 소멸했다.
“호오….”
그림자 창병은 b급 헌터 수준의 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태운이 조종하고 있었기에 공격 한두 번은 흘려낼 수 있을 줄 알았다.
“생각보다 강하시네요. 그럼….”
태운은 그림자 방패병과 그림자 창병을 꺼냈다.
“다음입니다.”
태운은 하오의 한계가 어디인지 확인할 생각이었다.
* * *
“후우….”
하오는 벌써 12번째 전투를 치르고 있었다.
“약해진 거 맞습니까?”
하오는 숨을 거칠게 내쉬며 언월도를 휘두르고 있었다.
“다음은 하나입니다.”
태운은 그렇게 말하면서 새로운 그림자 병사를 소환했다.
태운이 새롭게 소환한 그림자 병사는 풀 플레이트 아머를 입고 롱소드를 들고 있었다.
그 그림자 병사의 이름은 그림자 기사.
정예병보다 강한 힘을 가진, 현재 태운이 가지고 있는 최강의 그림자 병사였다.
“제가 한 달 동안 어떤 공간에 갇혀 있으면서 얻은 녀석입니다.”그 기사는 약한 편에 속하는 A급 헌터를 어렵지 않게 제압할 수 있는 수준의 힘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태운이 그림자에 저장해놓고 있는 생명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지만 말이다.
“후….”
하오는 지금 그 어떤 때보다 더 집중하고 있었다.
덕분에 하오는 눈앞에 있는 그림자 기사의 힘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강하다.’
과거의 자신이라면 몰라도 지금은 승패를 장담할 수 없었다.
까앙!
하오는 그림자 기사의 머리를 갈라 버릴 기세로 공격했다.
하지만 그림자 기사는 하오의 공격을 가볍게 막아냈다.
“칫….”
하오는 지금까지 그림자 병사들을 완력과 파괴력으로 찍어누르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상대하고 있는 그림자 기사는 하오의 완력에 밀리지 않고 있었다.
“공격해.”
태운의 한마디에 그림자 기사는 순식간에 도약해 하오 헌터를 공격했다.
“……!”
하오 헌터는 그림자 기사의 공격에 반응해 공격 경로에 언월도를 두어 막아내려 했다.
그리고 그건 태운의 예상 범위 안에 있던 행동이었다.
휘-릭!
그림자 기사는 하오에게 휘두르던 검을 회수하고 반대로 회전했다.
그리고 몸의 균형을 낮춰 하오의 발목을 노렸다.
‘반응을 못 하네.’
태운은 싸우느라 지친 하오가 반응을 하지 못하자 그림자 기사에게 신호를 보내 검날이 아닌 검면으로 하오의 발목을 가격하게 했다.
빠악!
하오는 그림자 기사에게 발목을 공격당하고 바닥에 넘어졌다.
“크윽….”
하오는 바로 일어나 전투태세를 갖췄다.
‘한번 속이니 바로 넘어가네. 확실히 강한 신체 능력과 특성으로 중국 최강의 자리에 올랐다는 평가가 악평이 아니었네. 지극히 사실에 의거한 평가였어.’지친 탓에 반응이 느렸을 수도 있지만 원래 프로라면 속임수에 대한 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보다 한참이나 약한 적에게 허무하게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게 헌터니까.
‘그래도 하오 헌터가 약해지기 전이었다면 그림자 기사로도 이기는 게 쉽지는 않았겠어.’방금 공격에 당하긴 했지만 애초에 약해지기 전의 하오였다면 넘어지지 않고 그림자 기사의 머리통을 날려 버렸을 것이다.
“다시 공격해.”
태운은 계속해서 그림자 기사에게 하오를 공격하라고 명령했다.
계속되는 공방 사이에서 하오는 계속해서 지쳐 갔고 그림자 기사의 공격은 더욱 매서워졌다.
“크윽….”
카앙!
결국, 하오는 자신의 손에서 언월도를 놓치고 말았고.
스윽.
그림자 기사는 하오의 목에 검을 들이밀었다.
“…졌네.”
하오는 양손을 들고 항복했다.
“수고하셨습니다.”
태운은 그제야 연병장 아래로 내려왔다.
“…네 힘이 얼마나 강한지는 알겠다. 저 검은 놈과 싸워 보기만 해도 알겠어. 너는 전성기 시절의 나도 가지고 놀 수 있을 정도로 강하구나.”태운은 말없이 긍정했다.
“그림자 병사라…. 저런 놈이 우리 편이라는 게 참 다행이야. 궁금해서 그런데, 저런 녀석을 얼마나 소환할 수 있는지 알 수 있겠나?”
“아, 그림자 병사요?”
태운은 가볍게 손짓했다.
그러자 방금 하오와 싸웠던 그림자 기사가 연병장을 가득 채웠다.
“이게 무슨….”
“일본에 있는 몬스터들을 죄다 죽여서 생명 에너지가 넘쳐나네요. 이 정도의 2배는 더 소환할 수 있을 거 같네요.”하오는 헛웃음을 지었다.
“이게 어떻게 같은 A급 헌터야….”
수준 차이가 나도 너무 나지 않는가.
“아, 못 들으셨나 보네요.”
“뭘 말이지?”
태운은 민망해하며 휴대폰을 내밀었다.
“제 입으로 말하긴 좀 그렇고… 이것 좀 보세요.”태운이 내민 것은 방위군 내에서 만들어 유포한 인터넷 기사였다.
[대한민국 방위군 소속 헌터 강태운. 최초의 S급 헌터로 임명되다.]
[A급 헌터 100명과 맞먹는 힘을 가진 S급 헌터의 탄생, 그 주인공은 명운 길드의 강태운.]
“S급 헌터라고…?”
하오는 듣도 보도 못한 등급에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