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8화
‘이게 무슨….’
케이튼은 아무것도 못 하고 죽어가는 트레비를 보며 천천히 뒷걸음쳤다.
트레비는 완력만큼은 권속 중에서 가장 강한 자다.
‘그런데 트레비가 조금도 힘을 쓰지 못한다고…?’트레비는 태운에게 그냥 얻어맞기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얻어맞는 와중에 트레비는 태운의 어깨를 잡거나 주먹을 날려 보았지만 태운의 손짓 하나로 모두 저지되었다.
트레비가 태운의 어깨를 잡으며 저지하자 태운은 그의 손목을 잡고 가볍게 떼어냈고 공격을 하려 하면 그 주먹을 쳐냈다.
케이튼의 입장에서는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트레비와 항상 기 싸움을 해왔기에 트레비의 힘을 가장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있던 케이튼이었다.
트레비는 주먹 한 방으로 산봉우리를 날리고 싱크홀을 만들 수 있는 힘을 가졌다.
그뿐만 아니라 창칼은 그의 근육을 뚫을 수조차 없고 지옥의 업화 속에서도 3일 동안 버텨낸 말도 안 되는 신체를 가지고 있는 이가 트레비였다.
치익….
“크윽…!”
케이튼은 뒷걸음질 치다가 등에 무언가가 닿는 순간 등이 타오르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이게….”
케이튼의 등에 닿은 것은 태운이 시전한 결계의 벽이었고 케이튼은 자신이 왜 피해를 입은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이게… 신성력인 건가…?’
케이튼은 자신에게 피해를 입힌 것이 트레비가 그렇게 경계했던 신성력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그 순간, 트레비가 왜 그렇게까지 이 힘에 대해 경계하고 경고했는지 알 수 있었다.
‘단순히 닿는 것만으로 살이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 이걸 공격 용도로 사용한다면….’케이튼 따위는 단숨에 녹아 버릴 게 분명했다.
‘어떻게 인간 따위가 저런 괴물이 된 거야….’한 달 전의 태운과 비교해서 지금의 태운은 훨씬 강해진 상태였다.
마볍 실력뿐만 아니라 그냥 힘의 크기 자체가 달라져 있었다.
그건 신 몇몇이 한 달 동안 검은 공간에서 집중력을 잃지 않고 마법 연구와 훈련을 한 태운을 좋게 보고 인정했기 때문이다.
[단련의 신, 집중의 신, 정진의 신, 배움의 신, 지식의 신이 당신을 인정합니다.]
지식의 신을 제외하고는 모두 강력한 신은 아니었지만 그들 모두 태운에게 특전 하나씩을 내려주었다.
단련의 신은 지금까지 했던 모든 훈련과 단련을 하면서 온전히 흡수하지 못했던 것들을 경험치로 환산해 태운에게 돌려주었다.
집중의 신은 두뇌를 사용하는 사고 가속, 브레인 부스트 등의 스킬과 마법의 효율을 높여주고 어떤 일이 있어도 집중력을 잃지 않게 해주는 특전을 내려주었다.
정진의 신은 지금까지 태운이 가장 열심히 공부해 왔던 마법에 대해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게 도와주었다.
배움의 신은 누군가에게 배운 것을 곧바로 온전히 사용할 수 있게 되는 특전을 내려주었다.
지식의 신은 태운이 지금까지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던 백만서고를 상태창과 융합해 사용할 수 있게 해주었다.
‘…도망가야 한다.’
이렇게 강한 인간이 있다는 사실을 벨페고르 님에게 전해야 한다.
케이튼은 그렇게 생각하며 어떻게든 결계 밖으로 나가려 했다.
치이이익….
“크으으윽!!!”
케이튼은 태운이 친 결계에 손을 집어넣었다.
케이튼은 몸이 타들어 가는 고통을 참아내며 결계 밖으로 나가려 악을 썼다.
“크으으윽….”
케이튼은 이를 악물고 겨우 결계 밖으로 손을 뻗을 수 있었다.
‘됐다. 이제 여길 중심으로 뚫어내면….’
“뭐 하냐?”
하지만 그것을 태운이 가만히 두고 볼 리가 없었다.
“권속이라길래 저번에 아스모데우스가 권속으로 쓰던 게이치로 정도일 줄 알았는데 그놈보단 좀 더 강한 거 같군. 이 결계를 어떻게든 나갈 수는 있는 걸 보면….”
“뭐…?”
게이치로는 아스모데우스가 잠시 권속으로 쓰던 일본 헌터 협회의 협회장이었다.
그는 인간으로 아스모데우스에게 마기를 주입 받아 권속이 된 사람이었기에 케이튼과 트레비, 페일보다 약할 수밖에 없었다.
“그딴 반쪽짜리 권속과 우리를 비교하지 마라!”케이튼은 마기를 뿜어내 태운을 공격했다.
태운의 강함을 알았기에 케이튼은 처음부터 전력을 다해 마기를 쏘아냈다.
투-욱.
쾅!
태운은 마기를 쳐내 궤도를 틀어 피해냈고 마기는 뒤로 날아가 바닥에 처박혔다.
“확실히… 강하긴 하네.”
케이튼의 마기는 바닥에 닿는 순간 폭발을 일으켜 땅의 일부를 소멸시켰다.
그 위력은 태운의 결계가 아니었다면 산 하나는 우습게 날아갔을 위력이었다.
“젠장….”
케이튼은 태운에게 자신의 공격이 통하지 않았다는 것에 혀를 찼다.
‘트레비와 페일을 근접으로 제압할 정도로 강한 적이라면 내가 가까이 붙어서는 승산이 없어….’케이튼은 태운에게서 멀어졌다.
조금이라도 승산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건 태운에게도 바라던 바였다.
“성염, 에테르 컨트롤.”
태운은 에테르와 신성력을 융합해 불꽃을 피웠다.
그렇게 피워진 불꽃은 시전자의 의지가 살아있는 한 절대 꺼지지 않는 불꽃, 성염이었다.
그리고 태운은 성염 안에 섞인 에테르를 조종해 케이튼에게 날려 보냈다.
“크아아아악!!!”
케이튼은 태운의 불꽃에 엄청난 고통을 느꼈다.
에테르의 불꽃만으로도 엄청난 고열로 인해 온몸이 타들어 가는 고통을 느꼈을 터인데, 거기에 마족에게 치명적인 신성력까지 더해지니 고통이 배가 되었다.
“천구.”
태운이 마법을 사용하자 하늘에서 천천히 반투명한 구체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 구체는 태운이 에테르로 공기를 압축하고 압축해 만들어 낸 구체였다.
“죽어라.”
태운은 그것을 불꽃에 의해 고통스러워하는 케이튼에게 쏘아냈다.
쾅!
공기를 압축하고 압축해 물리적인 피해를 줄 수 있게 된 천구는 케이튼을 짓뭉개 버렸다.
하지만 태운의 노림수는 이게 아니었다.
화르르륵!
“끄아아악!!!”
천구 안에는 에테르로 압축된, 짙은 농도의 산소가 있었다.
태운은 천구와 케이튼이 닿는 순간 공기 안의 질소와 이산화탄소 등 연소에 방해되는 모든 것을 내보내고 오로지 산소만 남겨두었다.
그 결과, 성염은 압축된 산소를 만나 폭발하듯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끄아아아악!!!”
케이튼은 엄청난 고통 속에서 죽어갔다.
죽어가는 와중에 케이튼은 불꽃 사이로 태운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어떻게 저런….’
이런 강한 공격을 하고도 시시하다는 듯 무표정으로 일관하는 강태운을 본 케이튼은 절망했다.
자신이 절대 이길 수 없는 강한 적. 이기는 것은커녕 도망도 칠 수 없는 그런 적이었다.
‘제1 권속님과 비슷한 수준….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케이튼은 그렇게 생각하며 목숨을 잃었다.
“권속의 힘이 이 정도면 크게 부담스럽지는 않네. 전대섭 선생님이나 찬영이도 한 명이나 두 명 정도는 상대할 수 있겠어.”태운은 권속 세 명을 순식간에 처치하고 비상의 룬을 사용해 날아올랐다.
“이제 마무리를 해야지.”
태운은 에테르로 메테리얼을 만들어 냈다.
“에테르 뉴클리어 스트라이크.”
태운은 전보다 더 강력한 위력의 폭발을 일으켰고 신의주에 있던 몬스터들은 거의 전부 태운의 손에 의해 소멸했다.
하지만 태운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초감각과 육감을 사용해 신의주 전체를 스캔했다.
곧 태운은 5~6마리의 트롤크가 구석에 숨어 살아 있는 것을 확인했다.
“트롤크는 두 쌍만 있어도 한 달 만에 한 무리를 이룰 수 있을 정도로 번식력이 뛰어나니까. 확실히 씨를 말려야지.”태운은 그곳으로 바로 날아가 트롤크들을 죽였다.
그렇게 한국의 헌터들을 괴롭히던 몬스터들과 권속들이 한 시간 만에 태운에 의해 사라지고 말았다.
* * *
“벨페고르 님, 페일과 트레비, 케이튼의 목숨이 끊어진 것이 확인되었습니다.”몽골의 울란바토르, 그 중앙에 있는 벨페고르의 성에서 제1 권속인 칼라보르가 무릎을 꿇고 벨페고르에게 보고를 올렸다.
[흐음….]
벨페고르는 왕좌에 앉아 가만히 칼라보르를 바라보며 그 보고를 들었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그 셋은 어차피 버리는 패였다. 네놈도 알고 있지 않은가.]
벨페고르는 왜 그딴 보고를 자신에게까지 올리냐며 불쾌함을 표현했다.
하지만 칼라보르가 벨페고르에게 보고를 올린 이유는 따로 있었다.
“네, 그렇지만 그 셋 모두 순식간에 제압되어 목숨을 잃었고 동시에 한국 헌터들을 공격하던 신의주의 몬스터들이 사라졌기에 보고를 올립니다.”벨페고르가 알기로 이 세상에는 그 세 명을 순식간에 각개격파할 수 있는 전력은 없었다.
그런 전력이 있다면 분명한 변수였기에 보고하는 것이 맞았다.
[알겠다. 그럼 네가 한번 가보는 게 어떠냐.]
“알겠습니다. 제가 가서 녀석을 보고 오겠습니다.”
[그래, 녀석을 죽일 수 있다면 즉시 죽이고 죽일 수 없을 만큼 강하다고 생각된다면 즉시 돌아와라.]
자신의 부하를 중히 여기지 않는 벨페고르였지만 칼라보르만은 아니었다.
칼라보르는 벨페고르의 수하 중에서 가장 뛰어난 것은 물론 다른 칠죄종의 수하들 중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강자다.
벨페고르라고 하더라도 그런 인재를 잃고 싶지는 않았다.
[벨제부브에게 라이칸이 있었다면 나에게는 네가 있다. 절대 죽지 말거라.]
“명심하겠습니다.”
칼라보르는 그렇게 말하자마자 그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 셋이 죽었을 때 성으로 돌아온 신호를 보면 모두 한 명에게 죽은 거였다.’그들의 목숨을 끊은 공격의 고유 마나 파장과 흔적을 보면 일말의 틀림없는 분명한 사실이었다.
‘재미있겠군.’
칼라보르는 강한 적과 싸우기 위해 벨페고르의 수하가 된 마족이었다.
벨페고르는 나태하기에 직접 앞으로 나서 싸우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고 거의 대부분의 일을 권속에게 맡겼으니까.
칼라보르는 그런 벨페고르의 밑에서라면 수많은 전투를 경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칼라보르는 그 세 명을 죽인 이가 누구인지 대충 짐작하고 있었다.
‘강태운.’
오만의 칠죄종인 루시퍼의 권속에게 들은 것이다.
루시퍼의 근원의 마기를 끌어다 써 강태운이라는 강적을 가뒀다고.
게다가 루시퍼와 직접 계약한 쟝이라는 인간이 목숨까지 걸어 그를 가뒀다고 했다.
“그놈이 슬슬 풀려날 때가 되었거든.”
쟝은 첫 번째 데블스 에이지 당시 칼라보르가 인정한 몇 안 되는 인간 중 하나였다.
물론, 첫 번째 데블스 에이지 당시에 쟝은 칼라보르에게 손도 대지 못하는 애송이였지만, 성장한 그는 충분히 강했다.
칼라보르는 순수하게 궁금했다.
그렇게 능력 있던 쟝이 목숨을 걸어서라도 가둬야만 했던 강태운이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그리고 그런 사람은 어떻게 싸우고 어떤 무기를 사용할까.
그리고 얼마나 강할 것인가.
칼라보르는 태운을 만나기 위해 바로 한국으로 날아갔다.
‘벨레고르 님 죄송합니다. 이번에는 제 목숨을 아끼지 못할 것 같습니다.’칼라보르는 강태운과 싸우는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