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9화
태운은 신의주에 있는 몬스터들을 모조리 정리하고 서울에 있는 캠프로 돌아왔다.
“오셨습니까?”
캠프의 보초를 서고 있던 헌터가 태운을 발견했다.
“생각보다 힘들더군요.”
그는 태운의 길드에 있는 사람이었기에 태운은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작했다.
그러자 보초를 서고 있던 헌터는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역시… 강 헌터님이라도 몬스터들의 본거지를 소탕하는 건 무리였겠죠….”보초를 서던 헌터는 태운이 돌아오는 데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기에 몬스터들과 짧은 전투 이후 바로 돌아왔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태운은 그런 그의 말을 듣고 의아했다.
“네? 무슨 말입니까.”
“네?”
태운은 그런 헌터를 보며 말했다.
“지금 몬스터들을 처리하고 오는 길입니다. 권속 세 명도 정리했고요.”
“네… 네? 벌써요?”
태운이 헌터 캠프를 떠난 지 5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다.
태운이 날아가 봐야 캠프에서 신의주로 가려면 최소 1시간 30분에서 2시간은 걸릴 것이다.
‘그럼 1시간 만에 몬스터들을 죄다 죽였다는 거야?’강태운이 몬스터의 본거지를 공격할 때 적어도 한 달은 걸릴 줄 알았다.
치고 빠지는 방식의 게릴라전을 벌여 적의 수를 줄여가며 싸울 거라고 생각했고 그 탓에 시간이 많이 걸릴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럼… 가자마자 전면전을 펼쳤다는 거야…?’보초를 서던 헌터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캠프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태운을 보고 경악했다.
그런 터무니 없는 일을 벌이고도 태평한 모습을 보니 현실 감각이 들지 않았다.
“참, 혹시 전대섭 대장님의 숙소는 어딘가요?”쉬러 가기 전에 보고는 해야 하니까.
* * *
“허 참…. 아주 괴물이 되어서 돌아왔구나.”태운의 보고를 받은 전대섭은 허탈하게 웃었다.
제자의 성장에 뿌듯했지만, 한편으로는 약간의 박탈감도 느껴졌다.
반평생 마법에 힘썼지만 태운에게 밀리고 있었으니까.
‘본인은 자신이 천재가 아니라고 하지만….’태운은 아카데미 시절 탓에 본인이 천재가 아닌 수재 정도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지금 현재 시점에서 가장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으며 가장 빠른 성장을 이룬 사람은 강태운이라는 걸.
그리고 사람들은 그런 인재를 천재라고 부른다.
“그래서… 권속은 얼마나 강했지?”
“권속은 대원로보다 강한 정도였습니다. 전대섭 선생님은 2명에서 3명은 동등하게 상대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 정도라…. 충분히 해볼 만하겠어.”
전대섭이 두세 명을 상대할 수 있다면 구찬영과 허덕륜 등 강한 힘을 가진 헌터들도 한 명 정도는 어렵지 않게 상대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권속 중에도 급이 있는 듯했습니다. 제가 상대했던 권속 중에 강한 자가 한 명 있었고 약한 자가 둘 있었습니다.”“하긴… 대원로도 각자 수준이 달랐으니 권속 중에도 예상보다 강한 자가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해야겠지.”전대섭은 권속에 대해 깊은 고민에 빠졌다.
과거에는 칠죄종들이 권속을 둘에서 셋밖에 데려오지 못한 데 반해 이번에는 권속을 최소 열은 데리고 왔으니까.
“전대 라이칸 같은 놈은 없어야 할 텐데 말이지.”“그런 놈이 있다면 엄청 까다로울 것 같기는 하군요.”전대 라이칸은 태운이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엄청나게 강했다고들 한다.
허덕륜이 묘사했던 것으로만 보아도 라이칸은 상당히 강했던 것 같았으니까.
‘그 묘사로만 생각해보면 지금의 나와 비슷한 수준이지 않을까 싶어.’홀로 A급 헌터 수십과 B급 헌터 수백을 상대로 사흘을 버텼다고 했으니까.
그 헌터들 사이에 대원로와 비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전대섭과 허덕륜이 있었기에 라이칸이 방금 태운이 상대했던 권속들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은 확실했다.
“라이칸이 강하긴 했지만 혼자 여러 명을 상대하기에는 상성이 안 좋았지. 녀석은 공격력보다 방어력과 재생에 치중된 힘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만약 그놈이 광역 공격에 치중된 힘을 가지고 있었다면 아마 라이칸을 상대했던 헌터 대부분이 죽었을 거다.”“그 덕분에 제가 지금 전대섭 대장님과 허덕륜 선생님을 볼 수 있는 거겠죠.”
“그렇겠구나.”
그때의 전대섭은 라이칸보다 확실히 약했으니까.
만약 라이칸이 공격에 치중된 힘을 가지고 있었다면 전대섭과 허덕륜을 제외한 헌터들을 먼저 정리하고 전대섭과 허덕륜을 죽이려 했을 터였다.
“그랬었다면 둘 중 하나는 죽었겠지.”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현재로서는 권속의 힘도 무시할 수 없겠네요.”
“그렇지.”
태운은 지금까지 보았던 상황을 떠올리며 말했다.
“지금 상황이 얼마나 안 좋은 거죠?”
“괜찮다…고 말하고 싶지만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상황이 안 좋다.”칠죄종의 대대적인 강림 전에는 전 세계 헌터들이 모여 칠죄신교에 대응했지만 칠죄종의 강림 이후에는 각자의 국가를 지키기 위해 힘이 분산되고 말았다.
더욱 강해진 적, 분산된 전력, 지쳐만 가는 헌터들.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나빠져만 가고 있었다.
태운이 몬스터들의 본거지와 권속들을 처리해 한국은 상황이 나아졌지만 다른 곳은 여전히 상황이 안 좋았다.
“실제로 많은 헌터들이 주거하고 있던 중국이 저렇게 되는 바람에 하오 헌터를 포함한 강한 헌터들의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하오는 칠죄종의 강림에 중국이 무너진 이후, 중국의 헌터들을 규합해 칠죄종에 맞섰다. 망가진 중국 땅을 수복하겠다는 일념하에서 벌인 일이었다.
하지만 2주도 채 지나지 않아 칠죄종의 권속들에게 당해 중국의 헌터들은 괴멸했고 살아남은 헌터들은 뿔뿔이 흩어져 행방을 알 수 없게 되었다.
“참, 그때 하오와 함께 싸웠던 중국의 헌터 중 한 명인 쟝신은 살아남은 일부 중국 헌터들을 데리고 대한민국 방위군에 합류했네.”
“한번 만나볼 수 있을까요?”
“지금 당장은 힘들 것 같구나. 쟝신에게는 남해와 서해의 수비를 맡겨 지금 부산에 있거든.”“그렇군요. 그럼 일단 쟝신이 알려준 정보라도 알려주실 수 있나요?”
“알겠다.”
중국은 칠죄종들이 강림하자마자 그 영향을 받아 땅 자체가 마기로 뒤덮여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 되어 버렸다.
식물은 땅에 뿌리를 내리자마자 사람과 동물을 먹는 식인 식물이 되었고 동물들은 마기에 잠식되어 몬스터 수준의 힘과 폭력성을 가지게 되었다.
밤이 되면 귀신의 곡소리가 들려왔고 사람들은 본능적인 욕구에 충실해졌다.
본능적인 욕구에 충실해진 헌터들은 폭력성이 커지고 화가 많아졌다.
‘그래서 권속 하나둘에도 쉽게 무너진 거겠지.’하오는 강력한 힘을 가진 사람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을 한데 모으는 리더십은 없었다.
그 부족한 리더십을 강한 힘과 과감함, 동료를 위하는 마음과 행동으로 커버해 왔던 하오다.
그런데 칠죄종의 저주라는 악재가 겹치니 순식간에 무너져 버린 것이다.
“그러던 중에 벨페고르의 권속 중 한 명에게 하오가 패배하자 헌터들은 전의를 상실하고 벨페고르의 권속과 함께 온 몬스터들에게 괴멸되었다.”“하오 헌터가 당할 정도면 꽤 강하겠군요.”“단순히 당한 게 아니라 일방적이었다고 하더군. 직접 본 쟝신의 말이니 믿을 만하겠지.”
“일방적이었다라….”
하오는 A급 헌터 중에서도 굉장히 강한 편이다.
실제로 칠죄신교와 싸울 때도 대원로 하나를 맡아 싸울 정도로 헌터 측의 주요 전력이었다.
그런 사람이 일방적으로 졌다고 하니 그 권속의 힘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 권속의 이름이 뭐였더라…. 칼라보르라고 했었나?”쾅!
그때, 캠프의 입구 쪽에서 큰 충격음이 들렸다.
“무슨 일이지?”
“적습…? 기척은 느끼지 못했는데….”
태운과 전대섭은 그것을 느끼고 바로 입구 쪽으로 다가갔다.
그 순간, 태운과 전대섭은 폭발하는 마기 탓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무슨….”
태운은 엄청난 양의 마기에 경악했다.
권속이 아니라 순간 칠죄종이 직접 온 거라고 착각할 정도였다.
‘마계와 지구가 완전히 분리되어 있을 때의 아스모데우스와 비슷한 수준이야.’태운이 아스모데우스를 상대했을 때는 마계와 이 세계가 완전히 분리된 상태였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마계의 일부가 이 세상에 현현했기에 칠죄종과 권속의 힘이 전과 비교해 더 강했다.
그 탓에 권속에게서 아스모데우스와 비슷한 수준의 힘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먼저 가보겠습니다.”
“그래, 나는 헌터들을 모아서 빨리 합류하도록 하지.”강태운은 그렇게 말하고 앞으로 튀어 나갔다.
‘저놈이네.’
태운은 입구에 도착하자 헌터들을 죽이고 있는 마족
하나를 발견했다.
‘에테르 슬러그.’
태운은 에테르로 주먹과 펀치력에 영향을 주는 근육을 묶어서 강화했다.
‘신장의 룬, 신속의 룬.’
그리고 전체적인 신체 능력을 끌어 올렸다.
태운이 달려가는 와중에도 먼저 눈앞의 마족과 싸우고 있는 헌터들은 죽어 나가고 있었다.
없어도 될 인명 피해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음…?”
쿠-웅!
태운은 눈앞에 있는 마족에게 달려들어 주먹을 날렸다.
“이것 봐라…?”
“크흐…!”
눈앞의 마족은 태운의 공격을 막아 냈고 오히려 미소를 띄우면서 태운을 바라보았다.
“근육이 부들부들 떨리는구나!”
“어후….”
태운은 그의 말에 왠지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
방금까지만 해도 무료하다는 듯한 표정을 하고 헌터들을 죽이고 있던 녀석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광기에 사로잡혀 있는 모습이었다.
“네놈이 강태운이로구나!”
“어디서 내 이름을 들은 건지는 모르겠는데….”태운은 주변에 쓰러져 있는 헌터들을 보았다.
아직 죽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지만 눈앞에 있는 마족의 공격에 신체 일부가 날아가 죽어 있는 사람들도 많았다.
태운이 여기에 도착하는 데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는데 벌써 5명이나 죽어 버렸다.
“넌 오늘 여기서 못 살아 나갈 줄 알아라.”
“그래…. 우리 둘 중 하나가 죽어야 이 전투는 끝이 난다!”그 마족은 자신의 오른쪽 어깨를 보호하고 있던 견갑을 떼어냈다.
어차피 태운의 공격을 막아내는 과정에서 파괴되어 착용하고 있는 의미가 없었다.
“벨페고르 님에게 받은 칼라보르, 이 이름을 걸고 맹세하지. 네놈이 혼자 나를 상대한다면 나도 더 이상 다른 이를 건드리지 않겠다. 내가 너를 이기고 난 뒤에도 더 이상 공격하지 않고 물러나 주마.”
“칼라보르….”
태운은 그가 조금 전에 전대섭이 말한, 하오를 쓰러뜨린 칼라보르라는 것을 깨달았다.
“긴장해야겠네.”
태운은 천천히 미스릴 검을 뽑아 들었다.
“그래. 네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 나를 이겨 봐라!”칼라보르는 굉장히 격앙되어 있었다.
태운과 싸우는 것 자체에 엄청난 기대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왜 그렇게 재밌어하는지는 모르겠는데 나는 하나도 재미없거든?”태운은 미스릴 검에 신성력과 에테르를 주입했다.
그리고 폭발적인 신성력과 에테르의 에너지를 검에 묶었다.
“그러니까 그만 처웃고 입 닫아.”
태운의 검이 칼라보르를 향해 휘둘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