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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314화 (314/379)

314화

칠죄신교 하늘섬, 쟝의 알현실에서 밀레와 벨이 인천에서 있던 일을 보고하고 있었다.

“벨, 밀레… 설명해보아라. 어째서 너희 둘만 살아나온 것이지?”

“강태운의 힘이 생각보다 강했습니다.”

“그걸 예상하고 너희 둘을 보낸 게 아니더냐.”벨과 밀레는 아무리 강한 적이라도 오래 붙잡아둘 수 있다.

밀레의 환영 마법, 공간 교환 스킬과 벨의 뛰어난 재생 능력, 완력의 조합은 대원로와의 전투에서 2시간 동안 버틴 전적도 있다.

물론, 대원로에게 큰 피해를 주지는 못했지만 그만큼 오래 시간을 끌 수 있다는 것은 그들의 능력을 보여주는 실적 중 하나였다.

쟝은 그런 그들이었기에 벨과 밀레에게 강태운을 맡긴 것이다.

하지만 벨과 밀레는 강태운을 놓친 것도 모자라 붙여주었던 원로들을 모두 잃고 바이튼이 죽었다는 보고만 들고 왔다.

“어떻게 된 것인지 설명해봐라.”

“강태운에게 소환수가 있었습니다.”

“소환수?”

소환수는 인류 역사상 단 수십 명만 가지고 있던 희귀한 능력이다.

게다가 그들은 거의 대부분이 최초의 헌터, 죽거나 은퇴한 사람들이라 실전된 기술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그런데 그런 기술이 태운의 손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자세히 말해 보거라.”

“검은 기운으로 된 병사들을 소환했습니다. 방패를 든 녀석과 창을 든 녀석들이었는데 둘 다 원로보단 약했지만 전사보다는 강했습니다. 한 번에 2~30명 정도를 소환했습니다.”

“흐음….”

그 기술의 한계가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으나 경계해야 하는 힘인 것은 분명했다.

“힘이 그 정도라는 것이지 사실 원로 중 약한 녀석이 싸운다고 한다면 누가 이길지 모르겠습니다.”“무슨 말이지? 원로보다는 약하다고 하지 않았나.”“녀석들은 한 번에 소멸시키지 않으면 매우 빠른 속도로 재생합니다. 몸의 절반이 날아가도 10초도 지나지 않아 재생했습니다.”“그렇다는 건 그 소환수라는 녀석은 한 번에 소멸시키지 않으면 무력화되지 않는다는 말인가.”

“네, 그렇습니다.”

“흐음….”

쟝은 고민에 빠졌다.

끊임없이 재생하며 겁 없이 돌진하는 B급 헌터 서른 명이 태운을 항상 따라다니는 것과 별다르지 않으니까.

이렇게 되면 강태운을 고립시키는 모든 작전은 의미가 옅어진다.

강태운을 고립시켜 제압하는 것도 힘들어질 것이고 강태운을 본대와 합류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도 힘들 것이다.

“음… 알겠다. 나가보거라.”

쟝의 말에 벨과 밀레는 고개를 숙이고 알현실 밖으로 나가기 위해 뒤돌았다.

그때, 쟝이 말했다.

“참, 너희는 이제 나의 명령에 복종할 필요가 없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3일 뒤에 너희는 분노의 좌에 앉게 된다. 둘이 한 자리에 앉는 만큼 개개인의 힘은 약하겠지만 너희 둘이 서로를 잘 이용한다면 다른 대원로보다 더 강한 힘을 보여줄 수도 있겠지.”

“영광입니다.”

“굳이 말리진 않겠지만 나를 존대할 필요도 더 이상 없다. 이제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같은 대원로가 될 테니.”그렇게 말해도 벨과 밀레는 쟝을 존대하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그를 어떻게 말하든 둘에게 끔찍한 세상과 싸울 힘을 준 게 쟝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까.

“그럼 3일 뒤 의식 때 보겠네. 그때 현재 공석인 ‘모든’ 좌에 대원로를 앉힐 생각이니 기대해도 좋아.”쟝은 그렇게 말하고 알현실 안에 있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남은 벨과 밀레는 쟝의 말에 드디어 최종 결전의 날이 머지않았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말았다.

“모든 좌라면… 색욕의 좌의 자리에 누군가를 앉히겠다는 말인 건가.”“아스모데우스 님의 혈통인 연정아를 두고 색욕의 좌에 다른 사람을 앉힌다면 그 사람은 계속해서 정기를 빼앗길 텐데….”가장 적합한 대원로 후보인 칠죄종의 혈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을 대원로의 자리에 앉히면 그 대원로는 저주를 받는다.

아스모데우스의 저주는 ‘정기 약탈’.

새로 대원로에 앉을 사람은 아스모데우스에게 마기를 빌려 쓸 때마다 정기를 빼앗기는 저주에 걸리게 된다.

그럴수록 미라처럼 말라 버리고 결국에는 죽게 된다.

그런 리스크까지 안고 대원로로 임명하겠다는 것은 아스모데우스의 힘이 그만큼 필요하다는 것이다.

‘곧… 칠죄종의 강림이 이뤄진다. 그때까지만 버티면 인류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거다.’벨은 지금을 칠죄신교의 암흑기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칠죄종이 강림하면 이 암흑기가 끝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 * *

헌터 협회 건물 지하 감옥에 전대섭이 발을 들였다.

지하 감옥에는 태운과 A급 헌터 10명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바이튼은 아직도 입을 안 열고 있나?”

전대섭의 질문이었다.

“네, 그렇네요. 저도 이제 지겹습니다.”

태운이 바이튼을 제압해 가둔 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하지만 칠죄신교에 충성심이 없다고 알려진 바이튼은 예상과 달리 조금도 입을 열지 않았다.

힘을 얻으려고 할 때마다 태운이 꾸준히 신성력으로 억제해주고 있어 아직까진 탈출의 위험성은 없지만 언제까지고 이렇게 녀석을 잡아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음… 언제 한번 날 잡아야겠네.”

심문과 고문의 프로였다고 하는 전대섭의 말이었다.

“그런데 이 녀석 뭔가 이상합니다. 정보를 발설하고 싶어 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지금까지 있던 고문을 버티면서까지 정보를 지키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아요.”

“그게 무슨 말이지?”

“고문을 받는 중에 계속 말하려다가 멈추고 말하려다가 멈추는 것을 반복하고 있습니다.”전대섭은 그 말을 듣고 똑같은 경험을 떠올렸다.

“태운아, 너도 그 생각을 하고 있는 거냐?”

“네, 그런 것 같습니다.”

전대섭과 태운은 구석으로 가서 조용히 말했다.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칠죄종의 저주와 비슷한 모습입니다.”“그래. 내가 네 부모님에 대한 진실을 이야기할 때마다 말을 하고 싶은데 할 수가 없었으니까.”

“그럼 어떻게 해야 하죠?”

“그러게 말이야.”

이런 저주의 해결 방법은 아직 밝혀진 게 없다.

강철운과 지소연에 대한 저주가 해소된 이유는 태운이 둘의 진실에 대해 다른 곳에서 알고 왔기 때문이었으니까.

저주의 해결 방법은 모르는 게 당연했다.

“흐음… 그럼 일단 바이튼을 고문하는 건 멈추겠습니다. 더 이상 해봐야 고문 기술자만 힘들어지니까요.”태운은 할 수 없이 바이튼의 고문을 멈추기로 했다.

“지금 사람들은 헌터들이 바이튼을 죽였다고 알고 있을 테지만 칠죄신교는 이미 알고 있을 겁니다. 다른 대원로를 임명하는 과정에서 죽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테니까요.”“확실히 그렇긴 하겠군. 그럼 녀석들이 이곳으로 바이튼을 구하러 올 것 같은데….”태운은 잠깐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녀석들이 바이튼을 구하러 오지는 않을 겁니다.”

“그런가?”

“연정아의 말대로면 대원로는 큰 손실 없이 임명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미 누군가가 대원로의 좌에 앉아 있다면 임명할 수 없죠. 칠죄신교의 문신을 받고 사람을 한 명 이상 죽인다. 이 조건 하나만 충족되면 대원로로 임명할 수 있습니다.”“그렇군…. 바이튼이 죽어도 그들에게 큰 손해는 아니라는 건가.”“오히려 바이튼이 빨리 죽기를 바라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나태의 좌에 누군가를 앉히기 위해서 말이죠.”태운의 예상대로라면 그들이 이곳에 침입한다면 그건 바이튼을 구하기 위해서가 아닌 바이튼을 죽이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놈들은 전우애, 동료애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는 버러지 같은 놈들이니까.’태운은 그렇게 생각하고 전대섭에게 말했다.

“지금 한국에 있는 던전의 수는 어떻게 되고 있죠?”“저번 달보다 발생 건수가 20% 상승했네. 반년 전과 비교하면 50% 가까이 늘었어.”“이번 달은 상승 폭이 크군요. 브레이크가 터진 곳은 있나요?”“내가 맡고 있는데 브레이크가 터지기야 하겠느냐.”요즘 전대섭은 본업을 모두 자신의 인공 지능 비서인 바리에게 맡기고 본인은 던전을 처리하러 다니고 있다.

아직 서울은 완전히 복구되지 않았으니까.

서울을 완전히 복구하려면 10년은 더 걸린다고 한다.

‘10년이면 빠른 거지.’

수많은 고층 건물들이 밀집되어 있는 서울에 미사일 폭격이 떨어진 것과 별다르지 않은 피해였으니까.

완전히 파괴된 서울은 과학 기술과 공학, 마법까지 총동원해야만 복구하는 게 가능할 정도로 큰 피해를 입었다.

“혹시 던전을 돌면서 이상한 점이나 그런 거 없었습니까?”“이상한 게 있었다면 내가 미리 너에게 말하고 조사를 시작하지 않았겠나.”전대섭은 지금까지 이상한 일이나 문제가 생기면 모두 태운에게 말하고 조사 협력을 요청했다.

전대섭은 워낙 바쁘기도 했고 조사나 연구에 관한 것은 태운이 더 나았으니까.

“그럼 나는 이만 다음 던전으로….”

전대섭은 상당히 피곤해 보였다.

그도 그럴 게, 전대섭은 전국을 돌면서 던전을 하루에 서너 개씩 클리어해왔기 때문이다.

그것도 반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매일.

태운이 그를 걱정해 피로 회복 마법을 사용한 순간

“으어어어억! 으아아아아!!!”

덜컹덜컹!

그때, 심문실의 문이 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또 시작이네.”

바이튼을 지키는 B급 헌터는 이 상황이 익숙하다는 듯이 심문실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심문실 안으로 반쯤 몸을 집어넣었다.

그 순간.

“닥치고 있….”

화악!

심문실 안에 몸을 집어넣었던 헌터는 순식간에 빨려 들어갔다.

“젠장!”

태운은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 급하게 심문실 안으로 들어갔다.

3초도 걸리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태운은 경계를 늦추지 않고 충분한 준비를 한 상태였다.

에테르와 신성력까지 준비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태운이 걱정한 것과는 다른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아이씨… 깜짝 놀랐네.”

그 안에는 머리에서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는 바이튼과 곤봉을 들고 있는 B급 헌터가 보였다.

B급 헌터는 조금 놀랐을 뿐 조금도 다치지 않아 보였고 바이튼은 머리가 깨져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태운은 이 상황을 설명해주길 바랐다.

“이름부터.”

“이정석입니다.”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죠?”

“순간 끌려 들어가 머리를 가격해 제압했습니다. 많이 지쳐있던 탓인지 한 번에 기절했습니다.”태운은 그를 노려보았다.

“제가 말했잖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심문실에는 3명 이상이 동시에 들어가야 한다고.”

“앞으로 조심해야겠습니다.”

“알면 됐습니다.”

이정석 헌터는 태운에게 한 소리 듣고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한 시간이 더 지나 이정석 헌터의 퇴근 시간이 되었고 교대할 인원이 오자마자 이정석 헌터는 지하 감옥에서 나와 건물 밖으로 빠져나왔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태운과 전대섭을 포함한 모든 헌터들이 알아차리지 못했다.

‘멍청한 놈들.’

심문실로 빨려 들어간 이후 이정석 헌터의 눈이 잿빛으로 물들어 조금의 의욕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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