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 먹는 헌터-315화 (315/379)

315화

“음?”

하늘섬의 컨트롤실을 관리하는 원로가 익숙한 신호를 보고 놀라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즉시 대원로들이 있는 중앙 성으로 달려갔다.

“무슨 일이십니까.”

“쟝 대원로님께 드릴 말씀이 있다.”

쟝의 알현실 문 앞에 있는 문지기는 그 원로를 보고 앞을 막아섰지만 그의 말을 듣고 바로 자리를 비켰다.

약해진 칠죄신교가 하늘섬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속한 정보 전달이었으니까.

“위대하신 오만의 대원로님께 아룁니다. 현재 한국 서울로부터 바이튼 님의 연락이 왔습니다.”

“바이튼이?”

쟝은 바이튼이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것도 나중에 나태의 좌에 대원로를 임명할 때 거부 반응을 일으켜 알게 된 것이지만 말이다.

“네, 지금 헌터들에게 붙잡혔다가 탈출한 것으로 보입니다.”“바로 텔레포트로 바이튼을 데려오지 않고 뭐 하는 거냐!”

“네, 넵!”

쟝은 그에게 호통치고 바로 내보냈다.

바이튼이 살아서 탈출했다는 건 쟝의 입장에서도 희소식이었다.

그가 죽어도 대원로를 새로 임명하면 될 뿐이지만 새로운 대원로가 될 사람이 바이튼 만큼의 실력을 가진 인재는 아니었으니까.

바이튼이 더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쟝의 자리를 위협했을 정도니까.

사실 그의 성격과 쟝과 칠죄신교에 들어온 시기가 비슷했다면 바이튼과 쟝은 오만의 좌를 두고 좋은 경쟁을 했을 것이다.

“아무튼 바이튼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봐야겠어.”반년이나 넘게 하늘섬에 연락을 취하지 않고 세상을 돌아다녔다는 점에서 징계를 내려야 했지만 그건 나중의 이야기다.

전력 하나하나가 소중한 지금 바이튼이라는 귀중한 전력에게 징계를 내린다는 건 엄청난 낭비니까.

쟝은 바로 광장으로 걸어갔다.

쟝이 도착하자 바이튼은 텔레포트를 사용해 이미 도착해 있었다.

외형은 바이튼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지만 마기의 파장을 느껴보면 분명히 바이튼이었다.

“바이튼, 다른 죄는 묻지 않겠다. 대신 휴식을 취할 시간은 주지 않겠다. 바로 죄악의 식탁으로 와라.”

“좀 쉬고 싶다만….”

“징계를 내려야 하는 것을 참고 있는 거다. 잔말 말고 죄악의 식탁으로 와.”바이튼은 한숨을 쉬고 쟝의 말을 따랐다.

“이런 쓰레기 같은 몸을 좀 정비하려면 쉬어야 하는데 말이지….”“그건 나중 이야기다. 일단은 너에게 묻고 싶은 게 많으니까.”나태의 권능은 나태하게 살면 살수록 강해지는 것이다.

신체 능력은 물론 마기를 사용하는 실력까지 향상된다.

그렇기에 다른 나태의 권능 중 하나인 신체 교환을 아무런 고민 없이 사용한 것이다.

바이튼은 2~3주 퍼질러 자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취한 일반인의 신체를 대원로급으로 강하게 만들 수 있었다.

자신보다 훨씬 약하고 방심한 적에게만 사용할 수 있으며 사용하면 짧은 시일 내에 며칠 동안 기절을 한다는 단점이 있어 전투 중에 사용하기 어렵지만 이런 식으로 도망치는 데에는 굉장히 유용했다.

“그리고 너에게 충분히 강해질 긴 시간을 줄 수는 없다.”“뭐? 무슨 말이야? 또 전쟁을 일으키겠다는 거야? 우리 전력은 너무 적….”“계획을 변경했다. 그분들이 일제히 강림하는 것이 아닌 순차적으로 강림하는 것으로.”

“아….”

그 말을 들은 바이튼은 바로 수긍했다.

칠죄종의 순차적인 강림은 칠죄신교의 입장에서는 도박수였다.

그만큼 현재 칠죄신교의 상황이 안 좋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렇군…. 알겠다. 그럼 일단 죄악의 식탁으로 가지. 나도 할 말이 많으니까.”그렇게 쟝과 바이튼은 죄악의 식탁으로 걸어갔다.

* * *

삑.

“오셨습니까. 지금….”

바이튼이 탈출한 다음 날, 태운은 여느 날처럼 새벽 6시에 헌터 협회 지하 감옥으로 출근했다.

입장 카드를 찍자마자 새벽 동안 바이튼을 지키고 있던 헌터 한 명이 다가와 태운에게 보고하기 시작했다.

“바이튼이 갑자기 마기를 잃었습니다.”

“네?”

지금까지 태운이 신성력으로 마기를 제어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마기를 잃은 것은 아니었다.

적은 양의 마기는 항상 방출하고 있었고 정밀한 장치로 그의 마기를 항상 감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마기의 방출량이 적어지기 시작하더니 오늘 새벽이 되어서는 마기가 아예 없어져 버린 것이다.

“마기를 잃었다라…. 칠죄신교에게 버림받은 걸까요?”

“그런 게 가능합니까?”

태운의 추측에 협회 소속 헌터가 되물었지만 태운도 확답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저도 잘 모릅니다. 그냥 추측한 것뿐이라….”“아, 그리고 이상한 게 하나 더 있었습니다.”

“그게 뭐죠?”

“이걸 보고까지 해야 하는지는 모르겠는데… 바이튼이 미친 것 같습니다.”태운은 그 뒤에 나오는 말에 이 사건의 전말을 알 수 있었다.

“바이튼이 자꾸 자신이 이정석 헌터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

태운은 그 말을 듣고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지금 당장 이정석 헌터의 소재지를 파악하세요.”

“네?”

“지금 당장!”

“네, 넵!”

태운의 호통 소리를 들은 헌터는 화들짝 놀라 바로 태운의 명령을 이행했다.

‘젠장… 너무 안일했다.’

바이튼을 생포해놓고 권능에 대해 생각하지 못하다니.

‘신체를 바꿔치기하는 권능은 충분히 상상할 수 있었잖아!’바이튼을 지키는 헌터들을 경계하지 않은 게 문제였다.

권능이 아니라 세뇌를 했을 가능성만이라도 생각해 헌터들이 퇴근할 때 미리 정해둔 암호에 대한 질문을 몇 가지만 했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멍청한 놈….’

태운은 스스로를 자책했다.

이 일을 제안하고 실행한 총책임자인 자신이 너무나도 안일하게 일을 진행했다는 게 너무 한스러웠다.

하지만 이러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책임은 나중에 진다.’

어떻게든 이 일을 수습해 놓아야 한다.

태운은 바로 구속되어 있는 바이튼에게 다가갔다.

“강태운 헌터님! 드디어 말이 통하는 사람이 왔네요! 저는 바이튼이 아니라….”“네, 대충 무슨 상황인지 알 것 같습니다. 하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당신을 풀어줄 수 없다는 것만 알아주세요. 일이 끝나면 적합한 절차에 따라 당신을 풀어드리겠습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이정석 헌터는 다행히도 태운의 말에 동의해주었고 그는 한결 마음 편히 기다릴 수 있었다.

태운은 그 길로 바로 협회 건물 밖으로 나가 주변 CCTV가 있는 건물을 모조리 뒤졌다.

그렇게 1시간이 지나고 태운은 주변 건물의 CCTV 파일을 싹 다 모을 수 있었다.

그리고 헌터 협회 측에서 공조 수사를 같이 진행하기로 한 형사들에게 그 파일을 가져갔다.

“지금 저희가 붙잡아두었던 바이튼이 이정석 헌터의 몸을 빼앗아 탈출한 것으로 보입니다.”“네, 그건 저희도 보고를 받아 잘 알고 있습니다.”“지금 이 파일들은 헌터 협회 주변 카페나 식당의 CCTV 파일들입니다. 이것들을 모두 살펴서 바이튼을 찾아야 합니다.”바이튼이 차라리 하늘섬으로 돌아갔다면 다행이다.

하지만 만약 반파되어 재건 중인 서울에 남아 치안이 취약한 수용 시설을 공격한다면 수천 명이 순식간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최대한 빨리 그의 소재를 파악해야만 한다.

“참… 이거 용량이 몇 테라야…?”

형사들은 이만한 CCTV 파일은 난생처음 본다는 듯이 고개를 내저었다.

“이거 3일은 새야겠는데….”

“절반은 제가 보겠습니다. 바로 시작하죠.”태운은 수백 개의 파일을 드래그해 자신의 컴퓨터로 옮겼다.

그리고 그것을 하나씩 열어 보기 시작했다.

태운은 CCTV 영상을 30배나 빨리 돌리며 보았다.

“뭐야… 저게 보인다고?”

C~D급 헌터인 형사들의 눈에는 사람의 실루엣이 빠르게 지나가는 것만 보였지만 태운의 눈에는 아니었다.

사람들의 이목구비는 물론 표정까지 선명하게 느껴질 정도로 잘 보였다.

그렇게 30분이 지났을까.

태운이 영상을 멈추고 형사들을 불렀다.

“찾았습니다.”

그 말에 형사들은 태운에게 모여들었다.

태운은 배속을 멈추고 원상태로 영상을 재생시켰다.

“이 카페를 지나서 저 골목으로 들어갔습니다. 저쪽 골목 파일 가지고 있는 분 계십니까?”

“어… 제가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형사는 자신의 컴퓨터로 가서 그 파일을 찾았다.

“몇 시인가요?”

“9시 3분입니다.”

“여기쯤인가….”

그렇게 바이튼을 계속 추적하던 때 바이튼이 어느 공터에 도착했다.

CCTV에 구석에 어렴풋이 보일 정도였지만 태운은 명확히 볼 수 있었다.

‘저놈, 하늘섬으로 돌아갔어.’

아주 작게 보이기도 했고 구석에 보였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CCTV의 사각지대로 도망쳤다고 생각할 수 있었지만 태운의 눈에는 확실히 보였다.

가만히 서 있던 바이튼이 보랏빛 마기에 짧은 시간 동안 휩싸이더니 사라졌다.

“수사를 종료합니다. 바이튼은 하늘섬으로 돌아갔습니다.”뭔가 허무했지만 태운은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바이튼이 얌전히 하늘섬으로 돌아간 것보다 서울에 남아 테러를 일으키는 게 더 손실이 컸을 테니까.

‘그걸 바이튼이 몰랐을 리가 없긴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늘섬으로 돌아간 것은 신체를 바꿔치기하면 약해지기 때문인 건가? 아니, 나태의 좌라는 걸 생각해보면 그냥 귀찮아서 돌아간 걸지도 몰라.’언제나 최악의 상황을 생각한다.

조금 돌아가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게 가장 안전한 방법이니까.

“뭔가 허무하군요.”

“야, 괜히 대원로를 마주쳤다가는 숨도 못 쉬고 죽을지도 몰라.”철없는 막내 형사를 팀장이 나무랐다.

“일단은 다행입니다. 바이튼이 한국에 남아 있었다면 피해가 얼마나 컸을지….”팀장이 태운에게 말을 걸었고 태운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긴 하죠….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보고는 제가 올릴 테니 여러분들은 푹 쉬어도 좋습니다.”태운은 그 말을 남기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걸으면서 생각했다.

‘바이튼이 하늘섬으로 돌아갔다는 건 하늘섬에서도 바이튼의 생존을 알았다는 거야. 하늘섬의 텔레포트는 하늘섬에서만 조종할 수 있다고 했으니까. 그럼….’태운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고 있을 때 태운의 휴대폰이 울렸다.

“연정아?”

오랜만에 걸려오는 그녀의 전화였다.

“지금 보니 무슨 부재중 전화가….”

지금까지 휴대폰을 무음으로 해놨기에 보지 못했지만 10분을 간격으로 그녀에게서 10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태운은 그것을 보고 급하게 그녀의 전화를 받았다.

“뭐야. 무슨 일 있어?”

그녀가 이렇게까지 태운에게 전화를 건 적이 없었기 때문에 무슨 급한 일이 생긴 것 같았다.

-지금… 조금 문제가 생긴 것 같아.

“무슨 문제?”

연정아의 목소리가 작게 떨리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연정아가 이렇게 두려워하는 모습은 처음 봤기 때문에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아스모데우스의 힘이 더욱 강하게 느껴지고 있어….

“무슨 소리야?”

-마치 이 세상에 도착한 것처럼… 너무 가까워….

연정아는 그대로 마치 기절이라도 한 것처럼 말이 없었다.

“연정아!”

태운은 바로 전화를 끊고 집으로 달려갔다.

그때, 건물 전광판에 떠오른 뉴스를 보고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현재 강력 범죄자들을 수용하는 세계 각국의 교도소에서 폭동이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모든 범죄자들이 스스로를 주체하지 못하고 분노를 내비치며 성욕을 배출할 방법을 찾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현재 엄청난 폭력성을 보이고 있어 사건 발생 30분 만에 수용자의 30%가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그들은 성별이 같은 수용자는 물론, 교도관과 심지어는….]

그 뒤는 너무나도 끔찍해 더 듣고 싶지도 않았다.

“이렇게 갑자기 나타난다는 거지?”

태운은 그 뉴스를 보고 직감할 수 있었다.

분노의 사탄과 색욕의 아스모데우스가 이 세상에 강림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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