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5화
‘헤비 부스트.’
레일로프는 태운에게 새로 배운 신체 강화 마법을 시전했다.
하이 부스트보다는 수준 낮은 신체 강화 마법이긴 했지만 일반적인 부스트보다는 훨씬 성능이 좋았다.
키이이잉!
신체 강화 마법을 사용하지 않은 상태의 속도와 헤비 부스트를 사용한 상태의 속도.
그 사이의 간극에 보통 사람들은 빠르게 적응하지 못하고 순간적으로 밀리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찰나의 열세 때문에 이리저리 끌려다니다가 전투가 끝나기 쉽다.
“흐읍!”
카앙!
하지만 가도는 그 속도의 간극을 정확히 예측하고 대응했다.
그 후, 가도는 왼팔 하나의 힘으로 레일로프의 검을 쳐냈다.
“역시 힘은 레일로프 형님보다 가도 장군님이 한 수 위네.”잭의 말은 정확했다.
가도가 스탯 부분에서 레일로프보다 확실하게 높은 부분은 바로 근력이었다.
체력은 비슷했으며 민첩과 유연성은 레일로프가 10가량 높았다.
하지만 근력은 가도가 20 정도 높았다.
가도는 그 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무슨…!”
예상치 못한 가도의 힘에 자세가 무너진 레일로프는 가도의 후속 공격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었다.
‘쇼크 건.’
레일로프는 어쩔 수 없이 만들어놨던 메테리얼로 충격파를 쏘아냈다.
“크윽!”
가도는 그대로 가슴에 충격포를 맞고 뒤로 물러났다.
“역시 검술만으로는 힘들군요.”
레일로프는 솔직하게 인정했다.
자신의 검술 실력으로는 가도를 이길 수 없다.
검술의 이해도와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경험, 그리고 자신의 힘과 능력을 인정하고 그것을 백분 활용하는 능력까지.
모두 레일로프보다 가도가 뛰어났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가도가 레일로프를 이길 수는 없었다.
“헤비 부스트, 업 스트렝스, 헤이스트, 플렉서블 바디,”레일로프는 자신의 몸에 온갖 강화 마법을 사용했다.
몸을 전체적으로 강화해주는 마법은 물론, 근력과 민첩, 유연성까지 대폭 상승시켜주는 마법을 사용했다.
“지금부터는 다를 겁니다.”
레일로프는 방금과는 한층 다른 속도로 가도를 공격했다.
카-앙!
“흡…!”
헤비 부스트를 사용했을 때의 속도 차이를 정확히 예측하고 대응했던 가도도 지금은 레일로프의 속도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다.
“큭….”
가도는 급하게 레일로프의 검을 막아내느라 몸의 균형이 뒤로 기울어졌다.
“끝내겠습니다.”
레일로프는 이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가도의 복부에 검을 꽂아 넣었다.
그 검은 정확히 가도의 복부 한가운데에 닿았다.
틱!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아무리 검격이 정확하다 한들 그것은 파고들지 못하고 허무하게 튕겨 나갈 뿐이었다.
“이건….”
레일로프는 검에 의해 살짝 찢겨 나간 가도의 옷 사이로 단단한 금속을 보았다.
그 후, 가도는 당황한 레일로프를 발로 차 거리를 벌렸다.
“이건 최후의 최후까지 아껴둘 생각이었다만… 어쩔 수 없지.”가도는 검을 들고 자신의 상의를 완전히 찢었다.
그러자 단단한 금속으로 뒤덮인 가도의 상체가 드러났다.
“강태운이 내 마나 회로를 열어주면서 발견한 내 스킬이다. 피부를 금속으로 바꿀 수 있지.”“참… 그래서 진검으로 하자고 한 것이었습니까?”가도는 고개를 끄덕였다.
진검으로 하지 않으면 금속으로 만들어진 가도의 피부를 뚫고 가도에게 피해를 줄 수 없을 테니까.
그렇다고 새로 발견한 스킬인 스틸 바디를 사용하지 않으면 전력을 다한 게 아니게 되니 진검으로 하자고 한 것이다.
“목검으로 했다면 내가 너무 유리하지 않았겠나.”“그랬겠지만… 상대에게 배려받은 느낌이 썩 좋지만은 않군요.”한 걸음 앞으로 내디뎌 레일로프는 벌려진 거리를 천천히 좁히며 검을 들었다.
“이렇게 된 거 어떻게든 이겨야겠습니다.”
“이겨 보거라.”
진심을 내기 시작한 레일로프와 새로 얻은 능력을 꺼낸 가도의 전투가 제대로 벌어지기 시작했다.
‘장군님의 피부를 뒤덮고 있는 금속은 지금 내가 들고 있는 검보다 단단하다. 그렇다면….’레일로프는 자신의 마나를 검에 주입해 절삭력을 높였다.
그 덕분에 레일로프는 가도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충분한 공격력을 가지게 되었다.
키이잉!
하지만 그건 가도가 레일로프에게 정타를 허용했을 때의 이야기다.
가도는 팔로 비스듬히 레일로프의 검을 처냈다.
그러고는 발로 레일로프의 명치를 걷어찼다.
퍼-억!
“으윽!”
레일로프는 왼팔에 방어 마법을 사용하고 가도의 공격을 막아냈지만 충격이 없지는 않았다.
‘무슨 발에도 금속이….’
단단함은 방어력의 향상과 공격력의 향상을 동시에 불러온다.
그리고 가도의 스틸 바디는 가도의 의도에 따라 금속의 무게까지 구현할 수 있다.
즉, 지금 레일로프는 발차기를 맞은 것이 아니라 빠르게 날아오는 금속 덩어리에 얻어맞은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쉽네. 가도 장군님께 오른팔이 있었다면 방금 공방에서 끝이 났을 텐데.’태운은 가도의 오른팔이 잘린 것을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막상 대련에 임하고 있는 둘은 그런 생각을 하지도 않았다.
정확히는 그럴 여유 자체가 없었다.
‘후우….’
레일로프는 몸을 회전시켜 가도의 안면을 걷어찼다.
그렇지만 가도의 안면까지 금속으로 뒤덮여 있었기에 큰 충격은 없었다.
하지만 아주 의미가 없는 일은 아니었다.
레일로프는 방금 공격으로 중요한 정보를 하나 알아냈기 때문이다.
‘금속으로 바뀐 모든 부위가 금속의 무게로 바뀐 것은 아니야.’모두 금속의 무게로 바뀌었다면 레일로프의 공격에 가도의 얼굴이 돌아가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는 건… 내가 장군님을 들어 올리는 게 가능은 하다는 말이야.’무거운 무게가 강한 공격력의 기반이 될 수 있지만 적이 그 무게를 활용할 수 있다면 반대로 위협이 될 수도 있다.
“매직 미사일.”
레일로프는 매직 미사일을 사용해 가도의 시선을 분산시켰다.
터터터텅!
“레일로프… 이런 잡스러운 공격은 오히려 악수라고 알려주지 않았나!”가도는 레일로프의 공격에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았고 오히려 적당한 긴장 상태에 돌입해 레일로프의 공격에 대응하기 쉬워졌다.
“흐아압!”
레일로프는 매직 미사일로 인해 흐트러진 시야를 틈타 뒤로 돌아가 가도에게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가도는 레일로프의 공격을 정확히 예측했고 빠른 속도로 반응할 수 있었다.
카앙!
“실망이구나!”
가도는 레일로프의 검을 막아내고 다시 한번 발로 레일로프를 공격했다.
“실망하시기엔 이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레일로프도 대책을 가지고 있었다.
레일로프는 가도에게 한 발 더 다가가 가도의 공격 유효 지점에서 벗어났고 그 상태로 가도의 다리를 끌어안고 회전했다.
“흐아압!”
레일로프는 안간힘을 쓰며 가도의 다리를 잡고 엎어치기를 시도했다.
발차기 운동 에너지와 금속의 무게, 레일로프의 완력이 모두 합쳐진 충격은 상상을 초월했다.
“끝입니다!”
콰앙!
레일로프는 그대로 땅에 가도를 내리쳤고 엄청난 굉음이 주변을 울렸다.
“크헉!”
“크윽….”
레일로프에 의해 바닥에 내리쳐진 가도는 피를 토했다.
하지만 레일로프도 정상은 아니었다.
“후…윽…!”
레일로프는 복부를 부여잡고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무슨 그 틈에 공격을….”
가도는 레일로프에게 킥 캐치를 당하고 넘어지는 짧은 순간에 레일로프의 목덜미를 붙잡고 뒤로 물러나지 못하게 한 후, 복부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짧은 순간에 벌어진 예상치 못한 공격에 레일로프는 조금도 대응하지 못했고 레일로프는 큰 데미지를 입고 말았다.
“잠깐… 목덜미를 잡고 주먹을….”
빠른 찰나에 벌어진 일이라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지만 생각해 보니 이상했다.
‘장군님은 오른팔이 잘리셨는데….’
레일로프의 표정을 보고 가도는 웃으며 일어났다.
“허참… 이것까지 꺼내게 될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신체 강화, 스틸 바디, 그리고 신체 일부가 잘려 나가는 끔찍한 경험을 한 뒤에야 얻을 수 있었던 특성.
가도는 신체 재구성으로 오른팔을 구성해냈다.
“이제 제대로 시작해보자꾸나.”
가도의 눈에서 내비치는 투지가 더욱 커졌다.
하지만 태운은 확실히 보았다.
레일로프의 눈에서 잠깐이지만 망설임이 보였다.
‘끝났네.’
그 뒤로도 둘의 사투가 벌어졌지만 결국 승패가 갈렸다.
승자는 태운의 예상대로 가도였다.
“청출어람이란 말을 붙이기에는 아직 멀었구나.”
“하….”
“둘 다 이리 오세요. 몸 상태 봐드리겠습니다.”태운은 둘의 몸 상태를 확인해 보았다.
“뭐… 몸 상태가 심각하지는 않네요.”
“어느 정도지?”
“뼈 한두 군데에 금이 갔고 내장에 손상이 조금 있네요. 근육도 전체적으로 파열되었고….”태운의 진단을 들은 라온이 태운에게 물었다.
“…괜찮은 거 맞지?”
“괜찮아요. 제 조치 받고 하루 쉬면 나을 겁니다.”태운은 천천히 둘에게 마법으로 의료적인 조치를 취했다.
“가도 님은 나이도 있으시니까 내일은 훈련 쉬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참… 나이 대접을 받는 걸 싫어하진 않는데 이건 어째 기분이 좋지 않군.”“그래도 쉬셔야 합니다. 각성자의 몸도 노화가 진행되면서 자연 치유력이 약화되니까요.”가도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태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가도도 용병 활동을 하면서 과거의 담담하기만 했던 성격이 조금 유해진 것 같았다.
“그리고 레일로프는 내일 오전 훈련 패스하고 나한테 와. 특별 훈련이야.”
“알겠다.”
레일로프에게는 마법을 전투 시에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줘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는 마법과 검술을 둘 다 동시에 밸런스 있게 사용할 줄 몰라 자신의 힘을 전부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만 제대로 할 줄 알게 된다면 레일로프는 충분히 더 강해질 수 있었다.
“그럼 다들 이제 쉬세요. 오늘 훈련은 개인 훈련으로 대체하겠습니다.”오늘 대련으로 인해 알게 된 레일로프와 가도의 장점과 문제점을 발전시키고 개선할 방법을 태운도 찾아야 했으니까.
* * *
그 이후의 일은 간단했다.
가도, 레일로프, 잭, 라온을 훈련시키는 한편 헬켄을 도와 바인트로를 발전시켰고 경제적인 공격을 가해 주변 영지를 흡수했다.
그렇게 바인트로는 더욱 번성했고 헬켄은 남작에서 자작으로, 자작에서 백작으로 작위가 올랐다.
태운이 바인트로를 그렇게 발전시키는 데 걸린 시작은 고작 1년이었다.
그리고 헤온 제국의 벨자하가 태운과 가도 일행을 찾아낸 것은 헬켄이 후작위를 받은 날, 태운이 가도를 만난 지 3년이 되는 해였다.
“가도… 잭…. 도망치더니 그 설산을 넘어 옆 대륙까지 가 있었구나. 레일로프와 라온도 그 땅에 있다고 했지….”벨자하는 자신의 연구실에서 보고를 받고는 이를 갈고 있었다.
“그리고 잭과 레일로프에게 마법을 가르치고 홀연히 사라졌던 그놈도 같이 있다고 했던가? 그 녀석은 어린 나이에 나보다 빨리 마법을 깨우치고 있던 놈이다. 조심할 필요가 있겠어.”벨자하는 강태운을 경계했다.
태운이 레일로프와 잭에게 가르쳤던 마법의 수준은 상당했으니까.
“우리 헤온 제국이 이 대륙을 모두 접수한 지도 5년이 넘게 지났다. 슬슬 황제 폐하께서도 다른 대륙을 취하실 때가 되었지.”벨자하는 입꼬리를 내리고 진지하게 말했다.
“폐하께 설산을 넘을 방법이 있으니 병력을 지원해달라고 부탁드려봐야겠군. 한… 50만 정도면 되려나.”강태운의 존재와 그의 실력.
그리고 강태운을 향한 벨자하의 경계심.
그 탓에 벨자하의 침략 스케일이 거대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