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6화
“벌써 3년이 지났구나.”
“그사이에 참 많은 일이 있었죠.”
헬켄은 11개의 영지를 흡수하고 어제 왕성에 불려가 후작위를 받았다.
엄밀히 말하자면 헬켄이 동쪽 부근 국경 주변의 영지 대부분을 흡수했기에 왕이 어쩔 수 없이 후작위를 내린 것이지만 말이다.
헬켄은 단 한 번의 영지전도 벌이지 않고 5개의 영지를 흡수했다.
지금껏 태운이 만든 새로운 발명품들을 기반으로 경제력을 키우고 공격적인 경제 침략을 벌여 파산한 영지들을 흡수해왔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영지전을 벌일 수밖에 없었다.
위기감을 느낀 주변 영지들이 연합해 바인트로에 영지전을 걸어왔으니까.
하지만 전쟁이야말로 바인트로의 특기 분야였다.
5개의 영지를 흡수하는 과정에서 군사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기에 병사들도 많았고 특히 태운에게 마법을 배운 천재들이 있었다.
그사이에 가도와 레일로프, 잭, 라온은 3년 동안 엄청난 성장을 이뤘다.
태운이 장담하건대 이 대륙에서 잭과 라온을 이길 마법사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벨자하가 어느 정도의 성취를 이뤘는지는 모르겠지만… 잭과 라온보다 뛰어난 성취를 이루기는 힘들겠지.’애초에 마법적인 재능은 잭과 라온이 벨자하보다 뛰어났다.
실제 역사에서의 벨자하는 잔인하고 끔찍한 생체실험들로 앞서나갔을 뿐 재능은 잭과 라온에 비해 조금 떨어졌다.
‘하지만 벨자하는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르는 놈이니 조심하는 게 좋겠지.’가도와 레일로프도 엄청난 성취를 이뤘다.
레일로프는 마나를 주입한 검을 휘둘러 커다란 검기를 쏘아낼 수 있는 경지까지 이르렀다.
수준은 태운이 아카데미 익스퍼트에 올라갔을 때의 구찬영과 비슷했지만 힘의 크기 자체는 레일로프가 위였다.
가도도 자신의 특성과 스킬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훈련했고 다양한 마법을 배우면서 늦은 나이에 큰 성장을 이뤘다.
그 결과, 가도는 잭과 라온, 레일로프 중에서도 1 대 1로는 이길 수 있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강해졌다.
태운도 그들을 가르치면서 스스로도 훈련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전체적인 스탯의 성장을 이뤘고 잃었던 특성과 스킬도 일부 회복했다.
강태운
LV: 40
마나 총량: 75,000
체력(85) 근력(78) 민첩(73) 유연성(32) 지력(112) 마나친화력(25) 용기(25) 재생력(20)
특성
상위 특성-명장(3개)
수호신(LV.M)
파괴자(LV.M)
회피의 귀재(LV.M)
냉철(LV.M)
스킬
상급 마법(LV.M)
웨폰 마스터리(LV.M)[S]
마법 파괴(LV.M)[S]
고정(LV.M)[S]
오버 서플라이(LV.M)[S]
육감(LV.M)[S]
더블링(LV.M)[S]
직감(LV.M)
사고 가속(LV.M)[S]
달빛 추락(LV.7)[S]
마정석 안에서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기에 대부분의 특성과 스킬들은 마스터한 상태였고 스탯도 엄청나게 성장했다.
물론, 2년 만에 기본 스탯을 세자릿수까지 올린 현실에 비해 3년 만에 올린 스탯치고는 그렇게 높지는 않았다.
하지만 현실에서 빠른 성장 속도를 보였던 것은 마정석 흡수해 스탯을 빠른 속도로 올릴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나라에서도 다들 나름 자리를 잡은 것 같구나.”“다들 자작위를 받았고 자신의 영지도 하나씩 생겼으니까요.”“부관에게 맡기지 않고 스스로 영지를 관리하고 있는 사람은 잭밖에 없지만 말이다.”“그래도 벨자하가 쳐들어와도 스스로 지킬 수 있는 세력은 구축했으니 걱정은 없습니다.”실제 역사에서 벨자하는 자신의 부하와 수백 명의 병사들을 데리고 설산을 넘어왔었다.
라온와 레일로프는 발로렌에게 버림받고 벨자하를 피해 도망쳤다.
그렇게 도망치는 삶을 살다가 둘이 눈이 맞았고 잭로프를 낳게 된다.
‘결국에는 잭로프를 키우기 위해 한곳에 정착하는 기간이 길어지고… 벨자하에게 발각되었지.’그 이후에는 태운도 본 적이 있어 알고 있었다.
잭로프와 함께 있던 겔릭의 마정석을 흡수할 때 벨자하에게 들었던 대로였다.
“곧 있으면 벨자하가 우리의 정체와 위치를 알게 될 겁니다.”
“그렇겠지.”
하지만 조금도 무섭지 않았다.
벨자하가 데리고 올 수 있는 병력은 많이 쳐줘 봐야 천여 명.
하지만 지금 5명의 영지를 모두 합치면 3~4만에 가까운 병력을 모을 수 있다.
게다가 5명 개개인의 실력도 벨자하를 상회할 테니 질 수가 없는 싸움인 것이다.
헬켄에게까지 도움을 청하면 모을 수 있는 병력을 약 10만여 명.
고작 벨자하와 그 제자, 천여 명의 병사들 때문에 그렇게 많은 병력이 모일 리는 없겠지만 전력의 차이는 확실했다.
“이제 벨자하가 넘어올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됩니다.”“자네 하나 더해졌다고 이렇게 쉽게 일이 풀리다니…. 정말 고맙네.”가도가 그렇게 말한 순간 누군가가 영주실의 방문을 두드렸다.
“누구지?”
“잭입니다.”
“잭? 지금은 한참 바쁠 시간 아닌가? 어쩐 일로 여기로 온 거지? 일단 들어오게.”잭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땀을 흘리고 있는 것을 보니 영지에서 급하게 달려온 직후였던 것 같다.
그 모습을 본 가도는 놀라며 물었다.
“무슨 일이지?”
“지금 설산의 눈이 녹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그리고….”태운은 그 말을 듣고 무언가 불안함을 느꼈다.
“한 마법사 무리에 의해 설산의 몬스터들이 토벌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벨자하….”
“그런 것 같군.”
“설산의 눈을 녹인 것도, 몬스터를 토벌하는 것도 벨자하가 하고 있는 일이라면….”녀석이 생각하고 있는 건 더 이상 거슬리는 사람을 죽이는 사소한 일이 아니었다.
지금 벨자하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것은 이웃 대륙을 향한 대대적인 침략이다.
“미친놈….”
어째 일이 쉽게 풀린다 싶었다.
벨자하가 생각보다 더 미친놈이라는 걸 간과하고 있었다.
“빨리 헬켄에게 가봐야겠습니다.”
이제 영지 내의 병력으로 끝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헤온 제국은 한 대륙을 점령하고 있는 거대한 국가. 한 국가의 후작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도 힘든 상대였다.
“어쩌면 왕성에 가서 담판을 벌여야 할지도 모르겠군요.”지금부터는 많이 바빠질 것 같았다.
* * *
“그게 무슨….”
“말씀드린 그대로입니다.”
헬켄은 태운의 말을 듣고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이웃 대륙의 헤온 제국이라는 국가의 황국 마법사가 병사들을 데리고 이곳을 침략할 겁니다.”
“전쟁이라는 건가.”
태운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헤온 제국이라…. 이웃 대륙에 대한 이야기는 제대로 듣지 못했는데….”당연한 일이었다.
돈이라면 목숨을 거는 상인들도 두 대륙을 양분하고 있는 설산을 넘으려 하지 않으니까.
레일로프나 잭, 가도, 라온처럼 어쩌다가 넘게 되는 사람들에 의해 이웃 대륙에 대한 소문만 무성할 뿐, 제대로 된 정보는 쉽게 얻을 수 없었다.
“헤온 제국은 적국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는 나라입니다. 거슬리는 장군의 가족을 납치해 협박하고 적국의 요인을 암살하기 위해 비밀리에 암살 단체를 두고 있을 정도죠. 그렇게 악독한 일을 벌이며 결국에는 대륙 전체를 손아귀에 쥔 나라입니다. 그 군대의 규모가 정확히 어느 정도 일지는 모르지만… 우리만으로 감당할 수 없는 병력일 겁니다.”태운의 생각대로라면 벨자하는 최소 50만의 병사를 이끌고 이곳에 올 것이다.
녀석은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과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확실한 방법을 사용하니까.
“지금 바인트로와 타 영지를 포함해 가용할 수 있는 병력이 얼마나 되나.”헬켄은 바인트로의 병권을 맡고 있는 알레한드로에게 물었다.
“창칼을 들 수 있는 남자들을 전부 징발한다면 10만 명 정도는 될 것 같습니다.”
“그렇군.”
“10만 명으로는 감당하기 힘들 겁니다. 특히 녀석은 전략에 굉장히 능하기 때문에 함정을 파도 쉽게 걸려들지 않을 겁니다.”상대방이 마법을 쓰지 못한다면 모를까 상대방도 마법에 대한 이해도가 꽤나 높은 상태다.
그런 상태에서 마법으로 함정을 판다면 오히려 역으로 당할 수도 있다.
“게다가 녀석들은 이 대륙을 점령하기 위해 오는 것이니 병력을 나눠 진격해 올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의 병력도 분산될 것이 분명하고 안 그래도 적은 병력이 나뉘면 더욱 막기 힘들어질 겁니다.”“흠…. 자네들이 별동대를 꾸려 요격하면 적들의 수를 줄일 수 있지 않겠나?”“아주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희가 한곳에 모여 있으면 다른 곳은 속수무책으로 뚫리고 말 겁니다.”게다가 효율도 그리 좋지 못하다.
마법을 아예 사용하지 못하는 적에게는 효율적이었겠지만 헤온 제국은 현존하는 모든 국가 중에 마법사에 대한 인식과 대우가 가장 좋다.
황성에 가장 좋은 장소에서 마음대로 연구하며 일하는 벨자하와 마탑이라는 골방에 처박혀 연구만 하는 이 대륙의 마탑주만 비교해도 알 수 있지 않은가.
헤온 제국은 그만큼 마법사 육성에 적극적이었고 마법 병단을 수십 개나 가지고 있을 정도로 마법사 인재가 많았다.
태운도 바인트로에 마법 병단을 만들어보려 했지만 교육 체계가 잡혀 있지 않은 곳에서 갑자기 마법을 가르친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태운은 3년 동안 고작 1,000여 명의 마법 병단을 만들어냈을 뿐이다.
‘가도 님과 레일로프는 혼자 1,000명은 상대할 수 있을 거야. 라온과 잭은 수천 명을 상대할 수 있겠지.’하지만 이것도 적군에 마법사가 없을 때를 가정한 것이다.
헤온 제국의 마법 병단이 아군을 수호하기 위해 일제히 방벽을 펼친다면 그들도 어쩔 도리가 없다.
“왕성에 도움을 청해야 합니다.”
“…알겠네. 내가 직접 가보지.”
헬켄은 진지한 얼굴로 왕성에 가보겠다는 말을 했다.
‘그래, 한낱 자작이 가서 말해 봐야 말이 통하지도 않을 거야. 이 왕국에서 가장 큰 권력을 가진 귀족
중 하나인 헬켄이 가서 말하는 게 훨씬 잘 통하겠지.’헬켄은 능력 있는 젊은 귀족으로 국왕에서 신임을 얻고 있었으니까.
왕성으로 가겠다는 헬켄의 말을 들은 태운은 헬켄이 떠나 있는 동안 자신에게 병권을 위임해달라고 부탁했다.
“녀석들을 막을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알겠네. 수고해주게.”
헬켄의 말에 태운은 고개를 살짝 숙이고 영주의 방을 나왔다.
“후….”
헤온 제국은 마법병이 스무 명도 안 되는 영지는 영지로 치지도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마법병이 흔하다.
특히 황성에는 수만 명의 마법병이 있다고들 한다.
‘최소 50만의 군대라고 말은 했지만… 녀석들이 백성들을 징병해 병사를 모은다면 100만에 가까운 대군이 모일 수도 있어.’100만이라는 대군은 진격하는 것만으로도 이 대륙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다.
‘내가 절대 그렇게 놔두지는 않을 테지만.’태운은 영주의 저택에 있는 서재로 향했다.
그곳에 바인트로와 주변 영지의 지리가 정확히 그려져 있는 지도가 있었다.
‘전략의 기본은 지형.’
아무래도 이번 전쟁은 혼자의 머리로는 감당하기 힘들 것 같았다.
‘가도 장군님을 모셔와야겠군.’
이런 상황에서는 압도적인 수세를 이겨낸 경험이 있는 장군만큼 도움이 되는 사람이 없을 테니까.